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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마왕의 탑 5화_오일러의 한붓그리기



“볼록한 도형 위에 삼각형을 그리면 내각의 합이 180˚보다 크지요. 반대로 오목하게 들어간 도형에서 삼각형의 내각의 합은 180˚보다 작겠네요. 그래서 오목한 모양의 말안장이 정답이에요!”

잠시 후, 출구가 뚫려 있는 행성이 단과 가우스가 있는 세레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행성은 계속 다가오다가 세레스와 크게 충돌하더니 단은 순식간에 출구로 빨려 들어갔다.

일곱 개의 다리가 있는 도시

눈 깜빡할 사이에 단은 다른 곳으로 이동해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한적하고 평화로운 도시였다. 도시 곳곳에 흐르고 있는 강은 두 섬을 둘러싸고 있었다. 섬과 육지는 다리로 모두 이어져 있었다. 순간 마왕의 함정에서 탈출한 것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그 때 마침 한 수학자가 보였다. 수학자는 멍한 표정으로 뭐라 중얼거리며 도시에 있는 여러 개의 다리를 하나씩 건너고 있었다. 단은 호기심이 일어 그 수학자의 뒤를 쫓아 걸었다.

“다섯 번째 다리, 여섯 번째 다리,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곱 번….”

그때였다. 수학자가 마지막 다리에 오르자 다리 반대쪽이 위로 움직였다. 수학자는 결국 다른 섬으로 이동하지 못한 채 다리 위에 덩그러니 서 있었다. 단은 수학자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지금 어떻게 된 거죠? 아저씨는 왜 다리를 하나씩 건너고 있어요?”

수학자는 갑작스러운 단의 목소리에 조금 놀란 기색을 보였지만 곧 침착하게 대답했다.

“마왕이 저를 이 도시에 가뒀어요. 이 도시에 있는 모든 다리를 한 번씩만 밟고 건너야 빠져나갈 수 있다더군요.”

“모든 다리를 한 번씩만 건너야 한다면….”



“여기는 독일의 도시 쾨니히스베르크와 비슷하게 만들어 놓은 곳이에요. 쾨니히스베르크에는 프리겔이라는 아름다운 강이 흐르고 있었지요. 이 강에는 두 개의 작은 섬이 있었고, 두 섬과 육지를 연결해 주는 다리가 총 일곱 개 있었어요. 지금 보고 있는 것처럼 이 도시는 경치가 좋아 많은 사람들이 강 위로 놓여 있는 다리를 건너며 산책했지요.”

“네 맞아요. 저도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이 만날 때마다 자주 하는 얘기가 있었어요. 여기 있는 일곱 개의 다리를 딱 한 번씩만 지나면서 모든 다리를 건널 수 있는지가 궁금했던 거지요. 그리고 이 문제에 수많은 사람이 도전했어요.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이 문제는 풀리지 않았지요.”

“음…, 언뜻 보면 당연히 가능해 보이는데…. 왜 풀리지 않았던 것이지요?”

단이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불가능했기 때문이지요.”

“이런….”

“네, 그리고 저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수학적으로 증명했습니다.”

“엥? 이걸 수학적으로 증명하는 게 가능하다고요?”



“자, 두 개의 섬을 포함해 모든 육지는 가장 단순하게 점으로 표현하고, 다리는 선분으로 나타내 모두 이어볼게요.”

“마치 오일러의 한붓그리기 같아요. 어떤 도형을 이루고 있는 선분을 한 번씩만 그리면서 완성해 나가는 문제요! 앗, 설마 아저씨가 오, 오일러?”

한 번에 그리는 법칙

“네 맞아요. 제가 레온하르트 오일러입니다. 이렇게 점과 선분으로 도식화하면 어떤 경로든 쉽게 나타낼 수 있어요. 한붓그리기 같은 경우는 두 가지만 알고 있으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알 수 있지요.”

“단 두 가지만으로요?”

오일러는 다리 아래로 내려와 나뭇가지 하나를 주워왔다. 그리고 바닥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한 점에 모인 선의 수가 짝수 개일 때, 이 점을 짝수점이라고 합시다. 한 점에 모인 선의 수가 홀수 개일 때는 홀수점이라고 이름 붙일게요. 이런 것을 그래프라고 하죠. 홀수점이 단 한 개도 없고 짝수점만 있는 그래프는 아무리 복잡해도 한붓그리기가 항상 가능해요. 심지어 어느 곳에서 출발해도 처음 출발점으로 돌아오게 되지요.”

“우와, 출발점과 도착점이 같다는 것이군요. 그럼 홀수점이 있으면 항상 불가능한가요?”

“그렇지는 않아요. 홀수점이 두 개만 있을 때도 한붓그리기가 가능해요.”

“홀수점이 두 개만 있어도 가능하다고요? 그럼 처음에 말했던 그래프와 뭐가 다르지요?”

단이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물었다.

“홀수점이 두 개인 그래프에서는 홀수점에서 시작해야만 한붓그리기가 가능해요. 그리고 한 홀수점에서 시작하면 항상 다른 홀수점에 도착하게 돼요.”

“그렇게 잘 아는데 왜 여기를 못 빠져나가고 있는 거예요?”

단이 묻자 오일러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대답했다.

“마왕이 내 머리에 무슨 짓을 한 건지 이상하게 다리를 건너려고만 하면 머리가 텅 비어버려요! 제발 누가 나 대신 좀 풀어줬으면…, 흑.”

단이 앞으로 나섰다.

“제가 할게요. 점과 선으로 도식화해서 한붓그리기를 하면 된다는 거죠?”

단은 섬과 다리의 배치를 보며 한참 궁리하다가 걸음을 내딛었다.
 

2016년 05월 수학동아 정보

  • 조혜인 기자
  • 일러스트

    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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