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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원숭이 정리 원숭이가 셰익스피어 희곡을 쓴다?!


에휴~, 이제 겨우 <;햄릿>;과 <;오셀로>;, <;리어왕>;, <;맥베스>;를 모두 완성했는데, 이걸 재편집해서 4대 비극집을 내자고? 다른 출판사에 소문나면 안 되니까 아르바이트생도 쓰지 말고? 헐! 나도 재충전할 시간이 필요하다구. 다음 극도 준비해야 하고….
에이, 너무 역정 내지 마세요. 수학자인 저 보렐이 작가님을 왜 만나러 왔겠어요. 다~, 대안이 있어서죠. 원숭이들을 이용하면 소리 소문 없이 4대 비극집을 완성할 수 있다고요. 작가님은 원숭이들을 감독하기만 하면 돼요.
뭐…? 원숭이가 희곡을 쓴다고?


원숭이가 <;햄릿>;을 타이핑한다고?!


아무 생각 없이 컴퓨터 자판을 마음대로 두들기면 어떤 글이 써질까? 대부분 읽을 수조차 없는 외계어가 써질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작업을 한두 시간 정도 반복하면 아는 단어 한두 개 정도는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18~19세기 유럽 사람들도 무한히 많은 시간 동안 타자기를 무작위로 치면 읽을 수 있는 문장이 만들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조너선 스위너프가 1782년 출간한 <;걸리버 여행기>;에 이와 비슷한 상황이 나오는데, 그럴 듯해 보였기 때문이다. 여기에선 신비로운 교수가 학생들을 시켜 인쇄 기계로 무작위한 문자열을 찍어 내게 하는데, 결국 그 결과를 모아 과학 지식의 목록을 작성한다.

이후 이런 생각은 프랑스의 수학자 에밀 보렐에 의해 원숭이가 무한히 오랜 시간 동안 아무렇게나 타자기를 두드린 결과,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작성했다는 이야기로 바뀐다. 그 당시 프랑스 수학자 사이에선 <;걸리버 여행기>; 속 이야기가 실제로 가능한지 수학적으로 증명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보렐도 그 중 한 사람이었는데, 결국 그는 원숭이를 도입해 이를 증명했다.

보렐은 일어나기 힘든 일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원숭이가 타자기를 친다고 가정했다. 그리고 자신이 고안한 ‘두 번째 보렐-칸텔리 보조정리’를 이용해 원숭이가 무한이 많은 시간 동안 무작위로 타자기를 치면 <;햄릿>;을 칠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이것을 ‘무한 원숭이 정리’라고 정의했다.

두 번째 보렐-칸텔리 보조정리란 어떤 사건을 한 번 시행했을 때 나오는 확률부터 무한 번까지 시행한 확률을 모두 더한 값이 무한대라면, 이 중 한번 이상은 확률의 극한값★이 1이라는 것이다. 극한값 1이라는 건 사건이 일어날 확률이 거의 확실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어떤 사건을 원숭이가 타자기를 $n$번 쳤을 때 원하는 문자열을 치는 것이라고 두고, 두 번째 보렐-칸텔리 보조정리를 이용하면 무한 원숭이 정리를 증명할 수 있다.

확률의 극한값★ 무한히 많은 사건이 일어날 확률을 구할 때는 일일이 따져 볼 수 없기 때문에 극한이라는 개념을 이용한다. 극한이란 어떤 값에 아주 가까이 간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극한값은 하나의 값으로 딱 떨어지지 않고 0.99…처럼 근삿값으로 구해진다.


무한 원숭이 정리 파헤치기

보렐, 대체 무슨 말이지 도통 모르겠어. 그니까 원숭이가 <;햄릿>;을 쓰긴 쓰는 거지? 난 평생 글만 썼다고. 수학의 ‘수’자도 모른단 말이지. 자세히 설명해 줘. 그리고 내가 원하는 단어를 원숭이가 쓸 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 거야?


‘banana’를 한 번에 입력하려면 원숭이 몇 마리가 필요할까?


무한 원숭이 정리에서는 원숭이 한 마리에게 무한히 많은 시간을 준다. 따라서 현실에서 이를 확인하기란 어렵다. 그래서 수학자들은 원숭이의 수를 무한히 많은 것으로 바꿔 무한 원숭이 정리를 계산하기도 했다. 사실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시간이 무한히 많은 것보다는 원숭이의 수가 많은 것이 좀 더 현실적이라고 여긴 것이다.

여기서는 원숭이가 무한히 많을 때로 가정하고, 쉽게 계산하기 위해서 원숭이가 ‘banana’를 칠 확률을 구해 보자. 이때 타자기는 50개 키로 이루어져 있다.

한 마리의 원숭이가 타자기의 키를 1번 눌러 ‘banana’의 ‘b’를 칠 확률은 50개 중에 1개의 키를 입력하는 것이므로 1/50이다. 두 번째에 ‘a’를 칠 확률은 1/50×1/50이 된다. 두 가지 이상의 사건이 동시에 일어날 경우에는 각각의 사건이 일어날 확률을 곱한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n이 100억이 되면 그 확률은 약 53%가 되고, 1000억이 되면 0.17%까지 떨어진다. 결국 원숭이의 수가 무한이 많아지면 목표 단어를 입력하지 못할 확률은 0에 가까워진다는 의미다.

즉, 무한히 많은 원숭이 떼가 목표 단어를 입력할 확률은 거의 100%가 된다.


원숭이가 어떤 한 단어를 치기까지 몇 시간이나 걸릴까?

이번엔 원숭이 한 마리가 우리가 원하는 단어 ‘love’를 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알아보자. 그러기 위해서는 두 가지 가정을 해야 한다. 첫 번째는 원숭이에게 계속해서 네 글자만 치게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원하는 단어를 치지 못하면 계속해서 다른 종이를 끼워 주는 것이다.

원숭이가 알파벳만 치고 우리가 대소문자를 구분하지 않으면, 자판을 한 번 칠 때마다 26개의 가능성이 생긴다. 알파벳의 개수가 총 26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숭이가 알파벳 네 글자를 입력하는 모든 경우의 수는 26×26×26×26=456,976개이고, love를 입력할 확률은 1/456976이다. 즉 ‘love’를 입력할 때까지 종이를 456,976번 끼워 줘야 한다.

만약 10초마다 한 장씩 새 종이를 끼워 준다면 원숭이는 1분에 6번, 1시간에 360번 타자기에 네 글자씩 입력한다. 원숭이가 하루 8시간 노동을 한다고 하면 하루에 8×360=2880번 네 글자를 친 셈이다. 따라서 456,796을 2880으로 나눠 주면 love를 치기까지 걸리는 최대 날 수가 계산된다. 바로 159일이다.
 
만약 원숭이 여러 마리를 이용해 ‘I love you.’를 한 번에 치려면 몇 마리가 필요할까? 이를 위해서는 원숭이 한 마리가 ‘I love you.’가 나올 때까지 입력해야 하는 횟수인 8,293,509,467,471,872마리의 원숭이가 있어야 한다. 하루 동안 일을 시켜 결과를 내려면 약 2,879,690,787,317마리, 1년 동안이라면 7,889,563,801마리가 필요하다.


무한 원숭이 정리, 실제로 가능할까?

이제 무한 원숭이 정리가 무엇인지 조금 알겠어. 근데 4대 비극집을 원숭이들이 쓰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거 아냐?
에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전 세계 원숭이들을 모두 소집했어요. 하하~.



실제로 원숭이들에게 마구잡이로 타자기를 치게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사실 주사위 던지기의 수학적 확률은 1/6이지만, 실제로 주사위를 6번 던져도 1의 눈은 한 번도 안 나올 수 있다. 반대로 두세 번 나올 수도 있다. 이렇듯 수학적인 결과와 실제는 차이가 있다.
 
 

한편 2003년에는 영국 플리머스 대학 미디어랩 예술과정에서 실제 원숭이 6마리를 대상으로 무한 원숭이 정리를 실험해 화제가 됐다. 당시 영국의 웹사이트와 라디오에서는 이 연구를 실시간으로 방송하기도 했다.

그런데 한 달 동안 원숭이가 만들어 낸 결과물은 알파벳 S가 대부분인 종이 5장에 불과했다. 실험장은 원숭이 배설물로 가득해 더 이상의 실험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에이미 플라우맨 동물학 박사는 수학적 이론과 현실은 차이가 크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게 뭐야? 온통 원숭이 똥 천지라고! 원숭이들이 쓴 원고량 보다 똥이 더 많아. 보렐, 이거 어떻게 책임질 거야? 그냥 내가 비극집을 썼으면 진작 다 했을 건데…. 얼른 원숭이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내!
수학적인 확률과 현실은 차이가 많이 있네요. 그건 제가 몰랐어요. 하하~. 그런데 원숭이들이 작가님과 정이 많이 들었나 봐요. 작별의 눈물까지 흘리는데요. 원숭이들을 조금만 더 써 보는 건….
당장 돌려보내! 아마도 다음 작품은 복수극이 될 거야. 보렐, 기대하라구!

2013년 04월 수학동아 정보

  • 조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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