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새와 공룡 너무나 닮은 우리 사이






만화나 영화에서 본 공룡은 우둘투둘한 피부에 뭐든 물어뜯을 것만 같은 강력한 이빨이 인상적입니다. 깃털을 뽐내며 하늘을 나는 새와 무척 달라 보이지요. 공룡처럼 이빨이 달린 턱, 손톱이 난 세 손가락은 물론 새처럼 깃털도 있는 동물의 화석이 1861년에 발견됐을 때 사람들은 이 동물을 ‘시조새’라고 불렀습니다. 당시에는 최초의 새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 뒤 영국의 생물학자 토마스 헉슬리를 포함한 여러 학자가 ‘새의 기원은 공룡’이라고 주장했어요. 새와 육식공룡에게서 비슷한 골격이 공통적으로 발견되기도 했지만 결정적인 근거가 없었답니다. 새는 대부분 날 수 있고, 날개에 모두 깃털을 갖고 있지만 몸에 깃털이 난 공룡은 한 마리도 없었거든요.

깃털공룡을 발견하다

1996년, 고생물학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 일어났어요. 중국 동북부 랴오닝성 서쪽에서 깃털 달린 공룡의 화석이 발견됐답니다. 백악기 전기(1억 4500만 년 전~1억 년 전)에 살았던 이 공룡은 목덜미부터 꼬리까지 깃털이 송송 나 있지요. 이름은 ‘중국의 도마뱀 새’라는 뜻의 ‘시노사우롭테릭스’입니다.

지금까지 중국에서 수많은 깃털공룡의 화석이 발견됐습니다. 이제 깃털은 새만의 것이 아니라 일부 공룡의 특징으로 볼 수 있게 됐지요. 물론 깃털이 있는 공룡이라고 해서 모두 날 수 있었던 건 아닙니다. 시노사우롭테릭스의 깃털은 몸을 따뜻하게 하는 역할로, 비행과는 상관이 없었습니다.

하늘을 날 수 있으려면 깃축을 중심으로 깃가지가 좌우로 비대칭인 깃털이 필요합니다. 이런 구조를 통해 위로 뜰 수 있는 힘이 만들어지지요. 하늘을 나는 새의 날개에도 이런 깃털이 있어요. 놀랍게도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비대칭 깃털을 가진 여러 공룡의 화석이 중국에서 발견됐습니다. 새와 공룡이 매우 가까운 관계라는 뜻이지요.




통계로 완성하는 새의 족보

유전적, 신체적 특징을 바탕으로 생물의 친척관계를 나타낸 그림을 ‘계통수’라고 합니다. 일종의 족보인 셈이지요. 그렇다면 새와 공룡 사이는 어떻게 나타낼 수 있을까요?

새의 조상은 공룡 중에서도 ‘수각류’에 해당합니다. 수각류 공룡은 두 발로 걸으면서 대부분 육식을 했습니다. 티라노사우루스와 벨로시랩터가 대표적인 수각류 공룡이지요. 계통수를 따라가다 보면 티라노사우루스가 새와 비교적 가까운 종이고, 조상이 같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마치 침팬지가 인간과 비교적 가까운 종인 것처럼 말이지요.

생물을 분류할 때 종끼리 얼마나 가까운지를 나타내는 관계를 ‘유연관계’라고 합니다. 예전에는 두 생물이 겉보기에 얼마나 닮았는지로 유연관계를 판단했어요. 지금은 더 객관적으로 비교하기 위해 통계학적 기법을 써요. 생물의 특징을 숫자로 나타내 컴퓨터에 입력하고, 그 결과로 유연관계가 얼마나 가까운지를 수치로 판단할 수 있답니다.
 

 

과거 농경 사회에서는 가난이나 질병 때문에 유아의 사망률이 높았습니다. 그래서 자식을 많이 낳아 농사를 지을 노동력을 확보했습니다. 이처럼 나이별로 인구수를 조사해 생존율 또는 사망률을 알면 생존 전략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생명표’는 어떤 나이에 살아있을 확률 값을 정리한 표이고, 이 데이터를 x축이 나이, y축이 생존 확률 또는 생존 개체 수인 그래프로 나타낸 것을 ‘생존 곡선’이라고 합니다. 생존 곡선을 보면 0세부터 최고 수명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감소합니다. 생존율이 감소하는 패턴은 종마다 제각각입니다. 만약 생존율 데이터를 토대로 곡선을 그리고, 곡선을 수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면 다양한 동물의 생애를 비교할 수 있습니다.





티라노의 폭풍 성장, 덩치 큰 새 닮았다

생존 곡선을 보면 2살까지 티라노사우루스는 개체의 절반 이상이 죽지만, 그 뒤로는 생존율이 꾸준히 유지됩니다. 이 기간을 성장기라고 할 수 있는데, 몸집을 불려서 포식자를 피해 살아남는 전략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티라노사우루스는 최대 28살 정도까지 살 수 있었고 18살까지가 성장기였습니다.

전체 수명의 무려 60%나 되는 시간 동안 몸집을 키운 것이지요. 성장기가 끝나고 성년이 된 공룡은 새끼를 낳고 기릅니다. 성년기는 무척 짧은데 이 시기에 공룡은 점점 늙고, 사망률도 높아집니다.

새로운 모형으로 분석해 보니 독수리, 화식조처럼 덩치 큰 새도 티라노사우루스와 비슷한 삶을 살았습니다. 아마 새와 공룡에겐 공통적으로 또 다른 생존 전략이 있을 것 같군요.

제 발표는 여기까지입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발표를 하게 돼 기쁩니다. 모두 함수의 성질을 잘 이해한 덕분이지요. 하하!





지난 1월 7일,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수각류 공룡의 구애 행동에 관한 논문이 실렸습니다. 주인공은 중생대 백악기에 살았던 아크로칸토사우루스. 몸길이 11.5m, 무게는 최대 7톤에 달하며 초식공룡을 주로 잡아먹던 대형 포식자였지요. 국립문화재연구소 임종덕 박사를 비롯한 국제공동연구팀은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땅을 긁은 것 같은 흔적 화석을 50여 지점에서 발견했습니다. 긁힌 자국은 최대 지름이 약 2m로 거대했지요. 긁힌 자국 60여 개가 무더기로 발견된 곳도 있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흔적은 수컷 아크로칸토사우루스 여러 마리가 암컷 한 마리로부터 선택을 받기 위해 구애 행위로서 땅을 판 결과 만들어진 것입니다. 암컷은 이 중 마음에 드는 수컷 한 마리와 짝짓기를 합니다. 연구팀은 공룡의 공동 구혼장소를 발견한 셈이지요.



땅 긁은 이유를 찾아라!

연구팀이 처음 땅이 긁힌 흔적을 찾았을 때, 누가 왜 그랬는지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흔적의 깊이와 형태, 그리고 주변에 남은 발자국을 분석한 뒤에야 거대한 육식공룡이 긁은 자국임을 알게 됐지요. 그 다음, 연구팀은 공룡이 땅을 판 이유에 대해 가설 몇 가지를 세우고 각각을 평가했습니다. 그 결과 암컷에게 선택받기 위한 수컷 공룡의 구애 활동 흔적이라는 해석이 가장 타당했습니다.



다양한 새가 공룡과 비슷한 방법으로 구애를 합니다. 타조나 물떼새도 땅을 긁는 방법을 씁니다. 타조가 구애하며 남긴 흔적은 지름이 2.3m에 달하며 아크로칸토사우루스가 남긴 흔적과 아주 비슷합니다. 땅에서 알을 낳는 물떼새는 알둥지를 만들때보다 구애하기 위해 땅을 긁을 때 더욱 정성을 들인다고 합니다. 바다오리는 땅을 파서 굴을 넓히는 방법으로 암컷에게 다가갑니다.



새와 공룡의 자식사랑

새와 공룡은 구애 행위뿐만 아니라 알을 낳고 새끼를 돌보는 행동도 닮았습니다. 새에게 알을 낳는 지역이 따로 정해져 있듯 공룡도 아무데서나 알을 낳지 않습니다. 알을 품는 것도 공룡과 새의 공통점입니다. 몽골에서 발견된 오비랍토르는 알을 품은 채로 죽어 화석이 됐습니다. 처음에는 남의 알을 훔치다 죽은 줄 알았지만 알을 품은 자세와 부화가 덜 된 새끼공룡이 오비랍토르임이 밝혀지면서 오해가 풀렸습니다.

끊임없이 발견되는 증거가 새의 공룡기원설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고생물학계에서는 거의 정설이 됐지만 새의 조상이 공룡일 리 없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연구 결과만 봐도 새와 공룡은 공통점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새와 공룡 사이에 대한 다음 증거는 무엇이며, 그때 수학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요?

 

2016년 03월 수학동아 정보

  • 고은영 기자
  • 일러스트

    이창우
  • 도움

    원병묵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및 나노과학기술학과 교수
  • 도움

    임종덕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 박사

🎓️ 진로 추천

  • 생명과학·생명공학
  • 지구과학
  • 역사·고고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