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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동아클리닉] 수학체험활동_사라진 어진을 찾아라

한옥마을 수학산책


내삼문에 들어서면 태조의 어진을 모신 전각인 정전이 있습니다. 가운데 길은 신이 다니는 길이기 때문에 일반인은 다닐 수 없다고 합니다. 정전과 직각을 이루는 건물은 ‘배례청’이라고 합니다. 절을하고 예를 올리는 집이라는 뜻인데, 위에서 보면 고무래 정(丁)자처럼 생겼습니다. 그래서 ‘정자각’이라고도 부릅니다.

배례청의 기와지붕을 보면 꼭 산등성이처럼 생겼습니다. 둥근 기와는 원의 일부분인 호를 닮았습니다. 기와가 만드는 선이 직선인 경우도 간혹 보이지만 경기전 안에 있는 지붕을 보면 기와가 만드는 선은 대부분 큰 원의 일부인 호로 이뤄져 있습니다.

한옥 곳곳에서는 호 말고도 다양한 곡선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곡선을 관찰하면서 우리 조상의 지혜를 생각해 봅시다.





기와집의 지붕은 사이클로이드 곡선을 닮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사이클로이드 곡선은 원의 둘레 위에 한 점을 찍고, 그 원을 한 직선 위에서 굴렸을때 점이 그리는 곡선입니다. 이 곡선은 경사면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내는 특별한 성질이 있기 때문에 ‘최단강하선’이라고도 합니다. 이로써 빗물이 기와를 통해 스며들어 목조 건물이 썩는 것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곡선은 문에 있습니다. 바로 ‘들어열개문’에 있는 도르래의 윤곽선입니다. 들어열개문은 여름에 방 안으로 바람이 잘 통하고 방을 넓게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아랫부분을 뜯어 위로 들어올릴 수 있는 문입니다. 도르래에 줄을 달아 이 문을 고정하는 것이지요.

이 도르래는 바깥 선이 쌍곡선을 닮았습니다. 쌍곡선은 평면 위에 있는 두 고정점에 각각 이르는 거리의 차가 일정한 점들의 모임입니다. 도르래를 사진으로 찍은 다음 윤곽을 따라 선을 그려보면 선이 쌍곡선과 거의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정전으로 가는 길에서 크고 위엄 있는 문을 볼 수 있습니다. 문이 세 개로 돼 있어서 ‘삼문’이라고도 부릅니다. 이 커다란 삼문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공포 덕분에 안정적인 지붕

큰 문이 안정적으로 서 있을 수 있는 이유는 지붕을 받치고 있는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지붕 밑을 보면 기둥도 있고, 그 위에 여러 개 겹쳐 있는 나무 조각도 있습니다. 이를 ‘공포(栱包)’라고 합니다. 공포 덕분에 서까래가 꺾이는 사고를 방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외관이 수려하게 보이는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공포의 양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기둥 위에만 공포가 있는 경우를 ‘주심포 양식’이라고 합니다. 주요한 곳에만 공포가 있다는 뜻입니다. 배례청에서 찾아볼 수 있지요. 반면 기둥과 기둥 사이에 ‘창방’과 ‘평방’이라는 건축 자재를 올리고 그 위에 공포를 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전으로 들어가는
안쪽 문인 내삼문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이런 양식은 ‘다포 양식’이라고 합니다.



두 양식을 한 건축물에 동시에 쓸 수도 있습니다. 정전으로 들어가는 바깥문인 외삼문에서는 주심포와 다포 양식이 혼합돼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에 이르러 익공식을 독자적으로 개발했습니다. 익공식은 새의 날개를 닮은 나무 조각인 ‘익공’을 기둥 사이를 잇는 창방과 수직으로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정전에서는 우리나라 고유의 익공식 다포를 볼 수 있습니다.

못 없이 조립하는 공포

그럼 공포는 어떻게 연결할까요? 공포는 못을 박지 않고 나무를 짜 맞춰 연결합니다. 기둥과 공포, 창방, 대들보와 같은 부재에 홈을 내 순서대로 쌓았을 때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공포를 조립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를 이용한 퍼즐도 있습니다. 이 퍼즐의 이름은 ‘공명쇄’로, 춘추 전국시대의 발명가인 노반이 만들었습니다. 노반은 특정 열쇠가 아니면 절대 열 수 없는 표주박 모양의 자물쇠로 만들었지만 지금까지 전해지지는 않습니다.

공명쇄는 직육면체를 이루는 나무 조각 12개를 어떤 형태로 잘라내느냐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십만 가지가 넘는 공명쇄를 만들 수 있다고 알려졌는데, 모두 못이나 접착제를 쓰지 않고 나무 조각을 연결합니다.

네 번째 관문은 공명쇄의 구조와 공명쇄를 조립하는 방법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간접적으로 공포가 어떻게 연결됐는지 배울 수 있습니다. 이번 관문을 통과하면 조선의 제 25대 임금인 철종의 초상화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제 정전에서 도전하는 마지막 관문입니다. 관문에 앞서 간단한 수수께끼를 내겠습니다. 전통건축물을 사람에 비유할 때, 얼굴에 해당하는 부분은 어디일까요? 문과 창의 역할을 하고, 건물을 정면에서 봤을 때 약 60%를 차지하는 이 곳, 바로 ‘창호’입니다.

창호에 숨은 비밀

정전에 있는 창호는 멀리서 보면 창호살이 띠처럼 보이기 때문에 ‘띠살창호’라고 부릅니다. 띠가 크게 세 줄로 보여 ‘세살창호’라고도 부릅니다. 경기전의 창호 대부분은 띠살창호입니다. 좀 더 가까이 가서 창호살을 살펴보세요. 다른 건물의 창호살은 바깥 부분이 평평한 반면, 정전의 창호살은 바깥쪽이 볼록합니다.

이렇게 바깥쪽이 볼록한 창호를 ‘투밀이살’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바깥쪽이 움푹 들어간 창호는 ‘등밀이살’이라고 합니다. 등을 밀어서 움푹 들어갔다는 뜻이지요. 두 창호를 보고 어느 것이 더 넓어 보이는지 생각해 보세요.

실제로 바깥이 볼록한 투밀이살 창호가 더 넓어 보입니다. 하지만 두 창호살의 간격과 두께를 각각 재 보면 서로 같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밀이살 창호가 더 넓게 보이는 이유는 창호살의 바깥쪽이 둥근 경우에 창호 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이 창호는 가공이 어려워서 아무나 사용하지는 못했답니다.

정전에는 띠살창호 외에 ‘완자살 창호’도 있습니다. 가로와 세로의 비율이 각각 다른 사각형으로 이뤄진 창호인데요. 비율에 변화를 꾀해 화려하고 우아한 인상을 줍니다. 그래서 궁궐이나 상류 주택에서 주로 썼습니다.

가로와 세로살의 비례는 1:1, 3:4, 1: 2, 2:3, 3:5, 1: 3, 4:7, 1:2, 1: 5, 3:7, 2:5 등으로 다양합니다. 이중에 가장 우아한 것은 1: 2(약 2:3), 1: 3(약 3:5) 및 황금비(약 1:1.618)입니다. 일반적으로 가로살과 세로살의 비례로는 1:1, 3:5, 1: 2, 7:11이 주로 쓰였습니다.



띠살창호를 정확하게 만드는 방법

띠살창호는 삼국시대부터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삼국시대에는 자가 없었을 텐데 어떻게 일정한 간격의 창호를 만들 수 있었을까요?

힌트를 하나 드리겠습니다. 경기전에 있는 창호살에서 가로살의 수를 세어 보세요. 모두 홀수입니다. 그 이유는 창호의 중심을 쉽게 찾기 위해서입니다. 만약 가로살의 개수가 짝수라면 중심을 찾기 위해 결국 자를 써야 합니다. 자와 같은 도구가 없었기 때문에 이런 방법을 쓰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으려는 금의 개수만큼 못이 박힌 ‘그므개’라는 도구를 써 창호의 가장 바깥쪽을 제외한 나머지 살의 간격을 일정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효과를 만들었답니다. 창호살의 간격은 건물의 크기에 따라 달라졌습니다.

다섯 번째 관문은 새로운 띠살창호를 만드는 겁니다. 단, 예전부터 지켜온 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이번 관문을 넘으면 정전에 모신 태조 어진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정전에서 만난 세 가지 관문을 모두 넘었나요? 현존하는 어진을 모두 만나기 위해 단 두 관문이 남았습니다. 다음에는 어떤 어진을 만나게 될지 기대해 주세요!

2016년 02월 수학동아 정보

  • 배헌미 전주중 교사
  • 이자미 전주동신초 교사
  • 임훈택 전주용소초 교사
  • 자료출처

    국립고궁박물관
  • 진행

    고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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