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모래 언덕과 파도처럼 물결치는 언덕. 황량하기만한 사막 풍경에는 어쩐지 시선을 잡아끄는 아름다움이 있다. 어린왕자의 작가 생떽쥐베리는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는 어딘가에 샘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그런데 사막에 숨겨져 있는 게 또 있다. 바로 자연의 패턴인 수학이다.
바람이 빚어낸 사막의 패턴, 사구
사막에 가면 누구나 거대한 모래 사막의 모습에 압도당한다. 일찍이 사하라 사막에서는 사구(모래 언덕)로 덮인 모래 사막을 ‘에르그’라고 불렀는데, 이제 흔히 모래 사막을 가르키는 말로 쓰이고 있다. 사구는 독특한 모양을 유지하면서도 한 장소에 고정되지 않고 바람이 부는 쪽으로 이동한다. 그 모양은 모래의 공급량이나 바람의 속도와 방향, 주변 지형 등에 의해 결정되는데 단순한 선형에서부터 말발굽형, 파도형, 별형 등 다양하다.
사실 ‘사막’ 하면 떠오르는 가장 기본적인 사구는 ‘바르한’이다. 바르한은 말발굽과 같은 U자형이나 초승달 형태로, 강한 바람이 일정한 방향에서 불 때 만들어진다. 바람을 맞는 쪽으로 모래가 들려올라갔다가 반대쪽으로 굴러 떨어지기 때문에, 바르한은 서서히 앞으로 이동한다. 바르한이 이동하는 속도는 지표의 상태나 식물 등 여러 요소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데, 가장 중요한 변수는 바르한의 높이다.
독일 슈투트가르트대 컴퓨터물리학과의 연구팀은 사구의 무리가 형성되고 이동하는 과정을 모델링 했다. 그 결과, 사구가 움직이는 속도가 사구의 높이에 반비례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즉 사구의 높이가 클수록 천천히 움직이고, 높이가 낮을수록 빨리 움직이는 것이다. 작은 바르한은 하루에 5cm 정도 이동하지만, 높이 30m에 너비 40m 정도의 큰 바르한은 몇 년간의 관측을 통해서만 그 이동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사막에서 찾은 또다른 자연의 패턴
중남미 사막 지역을 걷다 보면 멕시코를 연상시키는 사구아로 선인장을 볼 수 있다. 누군가 인공적으로 심어놓은 듯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자라난 사구아로 선인장들을 보면 신비롭기까지 하다. 선인장에서도 수학적 패턴을 찾을 수 있을까?
먼저, 선인장의 줄기들이 서로 공간을 두고 나선 형태로 자라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선인장의 줄기에서는 피보나치 수열도 발견할 수 있다. 위에서 줄기를 들여다보면, 볼록하게 솟아 있는 능선이 세로 방향과 시계 방향, 반시계 방향으로 발달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능선의 갯수를 세어 보면, 시계 방향에서는 3줄, 반시계 방향에서는 5줄, 세로 방향에서는 8줄로 피보나치 수열을 따른다. 피보나치 수열은 0, 1, 1, 2, 3, 5, 8, 13, 21, …로, 0과 1에서 시작해 앞뒤 수를 더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미국 콜로라도대 수학과 패트릭 쉬프만 교수는 식물들이 왜 피보나치 수열을 따르는지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선인장의 나선 모양을 수학 모델로 만들었다. 수학 모델에 따라 컴퓨터로 선인장이 자라는 방향과 힘을 계산했더니, 실제 선인장의 나선 모양과 일치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나선 모양이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수학적으로 가장 안정적인 상태라는 사실도 알아냈다.
사막이 황량하면서도 아름다워 보이는 건 이처럼 곳곳에 숨어 있는 수학적 패턴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