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좀비나 괴물 등 가상의 적을 무찌르는 가상현실(VR) 게임을 해본 적 있나요? 가짜인 줄 알면서도 현실 같은 환경에 어느덧 몰입하게 되죠. 이렇듯 VR에 사실감을 불어넣어 주는 기술 중 하나로 시각 특수효과(VFX)가 있습니다. VFX 기술을 주 무기로 VR 영상뿐 아니라 영화,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만드는 모팩을 방문해 SW 개발자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모팩은 어떤 회사인가요?
모팩은 VFX 기술을 바탕으로 영화, 애니메이션, 드라마, 광고, VR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예요. 영화 ‘해운대’의 거대 쓰나미나 ‘명량’의 해상 전투 등 실제로 재현할 수 없는 영상을 만들죠.
저는 고품질의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제작할 수 있도록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선하거나 새롭게 만드는 일을 합니다. 어떤 콘텐츠를 만드느냐에 따라 필요한 프로그램과 기술이 달라지는데, 상용화된 프로그램만으로는 한계가 있거든요.
이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던 대학생 때부터 연기나 물, 불 등의 자연현상을 수식으로 모사하는 컴퓨터 그래픽스(CG)에 흥미가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대학교 동기를 따라 CG를 다루는 연구실에 가보게 됐고, 그 이후로 대학원에 진학해 관련 공부를 계속했죠. 석사과정 때 제가 다니던 학교가 모팩과 산학 협력으로 영화 ‘7광구’를 함께 만들어 저도 VFX 작업에 참여하게 됐어요. 이 일이 인연이 돼 모팩에 입사해 관련 업무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VFX 작업에는 어떤 수학이 필요한가요?
물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다양한 방법 중 하나를 예로 들어볼까요? 물은 수많은 입자로 이뤄져 있다고 가정하고 VFX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이때 입자 하나하나의 움직임을 여러 수식을 이용해 컴퓨터로 계산하고, 시간에 따른 수많은 장면으로 나누죠. 장면을 연속적으로 연결해 렌더링하면 물의 영상이 만들어집니다.
물 같은 유체의 경우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을 주로 사용합니다.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은 액체나 기체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편미분 방정식입니다. 아직 해를 찾지 못한 난제지만, 해의 근삿값을 구하면 현실과 가까운 묘사를 하는 데 적용할 수 있죠. 하지만 하나의 수식만 이용해 만들기는 어려워서 많은 수식을 동시에 사용해서 더욱 정밀하게 재현합니다. 또 원하는 물체를 만들 때는 점이나 삼각형, 사각형 등의 도형으로 먼저 표현하고 렌더링해 영상을 만들다보니 기하학이나 벡터, 선형대수학을 알면 도움이 됩니다.
인공지능을 사용하기도 한다고요?
예전에는 여러 수식과 기법을 사용해 사실적인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했어요. 하지만 지금 대부분의 결과물이 VFX인지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로 기술들이 정교해졌죠. 그래서 요즘은 품질보다는 제작 시간을 줄이기 위한 연구들을 많이 진행하고 있어요.
특히 렌더링은 시간과 컴퓨터 자원을 많이 소모하는데, 딥러닝이나 인공지능을 이용해 적은 연산으로 짧은 시간 안에 렌더링하는 기술들이 나오고 있죠. 미국의 대규모 스튜디오에서는 실제로 인공지능을 사용해 VFX 작업을 하고 있어요.
관련 분야의 전망은 어떤가요?
아주 밝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용 VR 영상이나 체험용 증강현실(AR) 영상 등 계속해서 새로운 콘텐츠가 등장하고 있는 만큼 콘텐츠 제작 분야도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해요. 데이터 전송속도를 개선한 5G 서비스가 자리 잡으면 용량과 관계없는 양질의 콘텐츠를 많이 찾게 될 거예요. 그만큼 콘텐츠를 만드는 기술을 발전시킬 SW 개발자도 필요하겠죠?
개발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해주세요.
콘텐츠 분야에서의 SW 개발자는 단순히 문자에서 문자로 프로그램 개발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영상과 같은 시각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참여했던 영화 제작 프로젝트가 마무리되고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순간 그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죠. 프로그램 개발과 영화, 애니메이션 등의 콘텐츠에 관심이 있다면 이 진로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