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우하라 마도카는 엄마와 함께 일본 홋카이도에 있는 외갓집에 갔다. 엄마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가던 중, 난폭한 토네이도를 만났다. 거대한 검은 기둥은 나무와 자동차, 심지어 건물까지 빨아들였고 마도카는 겨우 살아남았다. 하지만 마도카의 엄마는 토네이도가 날려버린 건물 잔해에 깔려 죽었다. 10년 뒤, 마도카는 토네이도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스스로 ‘라플라스의
마녀’가 되기로 결심한다.
전직 경찰이자 경호원인 다케오는 <;수리학 연구소>;에서 살고 있는 10대 소녀, 우하라 마도카를 경호하는 임무를 맡는다. 마도카의 비서인 레이는 다케오에게 이상한 지시를 내린다. 마도카에게 절대로 질문해서는 안 되며, 어떠한 것도 알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다. 다케오는 마도카와 함께 지내면서 희한한 일들을 겪는다.
바람에 날린 모자가 개천에 떨어졌을 때 보통 사람들은 물에 직접 들어가거나 또는 모자에서 가장 가까운 개천가에서 막대 등으로 모자를 건지려 한다. 하지만 마도카는 모자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 기다린다. 그럼 모자는 마법에라도 걸린 듯이 개천을 따라 마도카가 있는 자리까지 흘러간다. 마도카와 함께 있으면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운수가 좋은 일들이 이어진다!
연쇄적으로 일어난 화산가스 중독사 사건
어느 날 마도카는 신문에 실린 한 사건에 대해 알게 된 뒤, 무언가 곰곰이 생각하는 듯이 말수가 확 줄어든다. 며칠 뒤 마도카는 다케오와 레이에게 외출하자고 말한다. 그날은 눈발이 조금 흩날릴 것이라는 일기예보가 완전히 빗나간 날! 폭설이 쏟아져 다중 추돌사고가 일어나 도로가 아수라장이 되자, 마도카는 기다렸다는 듯이 도망친다.
한편 아카쿠마 온천이 있는 지역의 형사인 나카오카는 이 사건이 자연재해가 아닌 살인사건이라고 생각한다. 범인은 아마도 이 사건으로 사망한 미즈키요시로의 부인인 미즈키 치사토. 요시로는 재산이 어마어마하게 많기 때문이었다. 약 3개월 전 요시로 앞으로 생명 보험을 잔뜩 들어놓은 점도 수상했다.
그러나 사고 현장은 평소 화산가스 안전지대라 불릴 만큼 황화수소 농도가 지극히 낮았고, 또 사람이 마음대로 화산가스를 치사량만큼 분출시켜 살인도구로 쓴다는 게 말이 안됐다. 무엇보다도 실내가 아닌 야외에서는 가스가 대기 중에 퍼지기 쉬워 중독되기 어렵다.
그로부터 며칠 뒤 아카쿠마에서 멀리 떨어진 도마테 온천 근처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난다. 미즈키 치사토와는 전혀 관련 없는 영화배우, 나스노 고로가 제작진을 만나기 위해 인적이 드문 야산에서 혼자 기다리다가 황화수소 가스에 질식해 죽은 것이다.
나카오카 형사와 아오에 교수는 두 사건 사이의 연관성에 주목한다. 두 사건 모두 ❶영화계 관련자가 ❷평소 화산가스 농도가 낮아 안전지대였던 온천 부근에서 ❸원인을 알 수 없는 황화수소 농도 증가로 사망한 것이다.
그리고 두 사건 현장을 조사하던 중 수수께끼 같은 소녀 마도카를 만난다. 마도카도 나카오카 형사나 아오에 교수처럼 사건 현장을 조사하며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추리하고 있다. 그리고 사건 현장 부근에서 한 소년의 사진을 들고 다니며 목격자를 찾는다. 과연 마도카와 이 소년은 두 사건과 어떤 관련이 있는 걸까? 혹시 마도카가 평소 운이 아주 좋은 것과도 관계가 있을까?
마도카가 찾는 소년은 아마카스 겐토!
“오늘 밤 11시, 아리스가와노미야 기념공원으로 오세요.”
한편 마도카는 사건에 대한 실마리를 보여주겠다며 아오에 교수를 불러낸다. 자신이 정한 정확한 시간과 장소에서만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약속 장소에 나간 아오에 교수는 저 멀리 언덕에 서 있는 마도카를 발견한다.
마도카는 물이 든 수조에 드라이아이스를 넣어 하얀 연기를 일으킨다. 연기는 놀랍게도 주변으로 퍼지지 않고 흰 구렁이처럼 기다랗게 나무 틈새를 지나고 풀 위를 기어 아오에 교수에게 다가왔다. 그에게 다가와 한동안 맴돌던 연기는 시간이 지나자 점차 사라져버렸다.
드라이아이스는 이산화탄소를 고체로 만든 것으로, 영하 약 78.5℃에서는 기체로 승화한다. 만약 이것을 물에 넣으면 거품이 생기면서 순간적으로 만들어진 얼음입자가 이산화탄소와 함께 하얀 연기로 날아간다. 아오에 교수는 드라이아이스를 물에 넣어 생긴 흰 연기가 공기보다 무겁다는 점에 주목했다. 황화수소 기체처럼 말이다. 그리고 마도카가 황화수소 중독사 사건을 재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방법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스터리였다.
나카오카 형사와 아오에 교수는 두 사건의 피해자인 미즈키와 나스노가 영화 관련 일을 한다는 사실에 의문을 갖고, 인터넷으로 두 사람에 대해 조사한다. 그러다가 두 사람이 작업한 영화를 보던 중, 공통적으로 아마카스 사이세이라는 이름을 발견한다.
아마카스는 미즈키와 마찬가지로 영화감독이지만 최근 몇 년 동안은 아무 작품도 만들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아마카스가 만든 블로그에 상세히 적혀 있었다. 약 10년 전, 아마카스가 외출한 사이 집 안에 황화수소 가스가 퍼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그 사고로 그의 부인과 딸 모에가 죽고, 아들 겐토는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그 후 아마카스는 영화 제작 일을 접고, 과거 가족들이 얼마나 행복하게 살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블로그에 일기처럼 적었다.
나카오카 형사와 아오에 교수는 최근에 일어났던 사건과 마찬가지로 황화수소가 원인이었다는 말에 경악한다. 그리고 아마카스와 분명히 어떤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들은 아마카스의 블로그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또 하나 발견한다. 아마카스는 마도카가 들고 다니던 사진 속 남자아이와 많이 닮았다는 것, 그리고 그의 아들인 겐토가 뇌신경의학자 우하라 젠타로에게 뇌 신경세포 재생 수술을 받고 회복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그들은 우하라 박사가 마도카의 아빠이며, 마도카가 겐토를 찾고 있는 것이라고 추리한다.
모든 비밀은 그가 쥐고 있다! 황화수소 중독사 미스터리를 밝혀내기 위해 아오에 교수는 우하라 박사가 있는 수리학 연구소를 찾아간다.
라플라스의 악마 vs 라플라스의 마녀
우하라 박사는 수리학 연구소에서 뇌의 신경활동과 기억, 그리고 학습의 관계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다. 이 연구에서 가장 핵심 역할을 하는 사람이 겐토였다.
그는 아오에 교수에게 겐토가 회복할 당시의 영상을 보여줬다. 겐토는 주사위를 던졌을 때 어떤 숫자가 나올지 미리 맞히는 테스트를 하고 있었다. 놀랍게도 겐토는 주사위가 멈추기 전에 모두 정확하게 맞혔다.
우하라 박사는 겐토가 주사위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물리적인 현상을 읽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주사위가 손에서 떠날 때 작용하는 중력과 공기저항, 책상에 떨어질 때의 낙하각도, 관성모멘트, 책상과의 반발계수, 책상 표면과의 마찰력 등을 모두 계산해 결과를 예측한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겐토는 활을 쏘면 화살이 꽂히기 전에 과녁 어디에 맞을지도 정확히 맞혔다. 우하라 박사는 겐토가 꾸준히 연습하면 이보다 더 복잡한 자연현상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수리학 연구소에서는 겐토를 ‘라플라스의 악마’라 불렀다.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피에르 라플라스의 가설에서 따온 별명이다. 라플라스는 만약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원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알고 있는 존재, 즉 라플라스의 악마가 있다면 뉴턴의 운동법칙을 이용해 과거와 현재를 모두 설명하고 결국 미래도 완벽하게 예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하라 박사는 겐토의 능력이 선천적인지, 아니면 뇌세포 재생수술 때문인지 궁금했다. 이를 알아내려면 비윤리적이지만 건강한 사람의 뇌도 겐토와 똑같이 수술하는 실험을 해야 했다. 이때 스스로 수술대에 올라 ‘라플라스의 마녀’가 된 사람이 마도카였다. 겐토와 똑같은 능력을 얻어 현재까지 아무도 풀지 못한 7대 수학 난제 중 하나인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을 풀겠다는 생각이었다. 마도카는 이 방정식을 풀어 엄마를 앗아간 토네이도의 정체를 낱낱이 밝히겠다고 결심했다.
겐토의 능력에 대해 모두 알게 된 아오에 박사와 나카오카 형사, 그리고 우하라 박사 일행은 두 온천에서 일어난 사건이 모두 겐토가 저지른 짓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이번 사건의 범인은 정말 겐토일까? 그렇다면 겐토는 무슨 이유로, 어떤 방법으로 황화수소 중독사 사건을 일으켰을까?
참고자료 : 현대문학 <;라플라스의 마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