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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녹아버린 초콜릿에서 영감을 얻다!

유레카의 순간


 
“위이잉~. 띠, 띠, 띠, 땡!”
전자레인지로 잘 알려진 ‘전기 오븐’의 계절이다. 불과 30초 만에 차가운 호빵에 김이 나게 만들고, 3분 만에 밥을 짓기도 한다. 그런데 이 전자 오븐은 사실 ‘우연한 사건’으로부터 탄생한다. 핵심 키워드는 ‘따뜻한 주머니’와 ‘초콜릿’이다.

“이 찝찝한 기분은 뭐지?”
초콜릿이었다. 배고플 때 먹으려고 넣어두었던 것이다. ‘아차’ 싶어서 슬쩍 주머니에 손을 넣어 보았다. 아뿔싸! 다 녹았다. 난로 앞에 선 적도 없는데…. 초콜릿이 녹아버린 이유를 곰곰이 생각했다. 바로 초콜릿을 녹인 범인을 떠올렸다. 다름 아닌 ‘전자기파(마이크로파)’가 아닌가!
이 사건은 1945년 어느 날, 51세의 평범한 남자의 사무실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는 전기 오븐의 탄생기(?)이기도 하다.



이 일화는 미국의 공학자이자 발명가였던 퍼시 스펜서의 이야기다. 그는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의 사랑도 받지 못한채 생활고에 시달려야 했다. 돈이 없어서 초등학교도 끝까지 다니지 못하고 일을 했다. 그는 10살 때부터 이른 새벽에서 저녁까지는 제지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책으로 배움의 갈증을 달랬다. 그러던 중 16세에 운명처럼 자신이 일하던 제지공장에서 ‘전기 설치 기술자’를 모집하는 공고를 발견했다. 스펜서는 이론을 정복한 자신을 시험하고 싶어서 사장을 설득했고, 사장의 믿음에 보답하듯 실력이 뛰어난 ‘전기 기술자’로 성장했다.

그러다 스무 살 무렵 해군에 입대했는데, 무전병으로 근무하면서 삼각함수, 미적분, 화학, 물리학 등 평소 관심 있었던 수학과 과학 분야를 체계적으로 공부할 기회를 얻었다. 타고난 손기술과 체계적인 교육이 만나니 실력은 점점 탄탄해져 갔다. 그는 25살에 군대를 제대한 뒤 미국 매사추세츠 렉싱톤에 있는 레이시온이라는 무전장비회사에서 25년 동안 꾸준히 일했다.

당시 스펜서가 근무하던 레이시온은 ‘마그네트론’이란 레이더 장비를 개발하고 있었다. 마그네트론이란 전자기파를 만들기 위한 진공관으로 당시 레이더에 중요한 장치였다. 전자기파를 내보내고 반사된 전자기파를 측정해, 거리를 계산하는 역할을 했다.


‘전기 오븐(전자레인지)’이 탄생하다!

주머니에서 녹은 초콜릿을 발견했을 때 전자기파를 범인으로 떠올린 건 ‘직감’이었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확인하기 위해 곧바로 실험을 진행했다. 초콜릿이 녹은 현상과 전자기파의 상관관계를 밝히기 위한 실험이었다. 그는 첫 번째 실험 대상으로 옥수수 알갱이를 골랐다. 그런 다음 마그네트론 옆에 옥수수 알갱이를 올려 놓았다. 그러자 알갱이가 ‘뻥뻥’ 소리와 함께 터지며 팝콘 비가 내렸다. 두 번째 실험 대상은 ‘달걀’로 골랐다. 그러자 날달걀은 속이 익고 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들썩거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달걀도 이내 ‘뻥’ 소리와 함께 폭발했다. 흔적도 없이 터져버린 달걀 앞에서 그는 ‘유레카!’를 외쳤다.

“이것으로 요리를 할 수 있겠어!”

스펜서가 이 혁명의 상자를 발명할 때쯤 다른 사람들도 전자기파의 가열 효과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다들 그 효과를 예상하면서도 결론을 도출하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었다. 이때 스펜서는 주저 없이 실험을 진행했다. 바로 금속으로 상자를 만들고, 마그네트론을 이용해 그 안에 전자기파를 쏘았다. 전자기파는 금속에 반사된 뒤 한 곳에 집중됐다. 스펜서는 이 상자가 실제로 요리에 도움이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그 지점에 핫도그를 넣고 다시 전자기파를 쏴봤다. 그러자 핫도그는 순식간에 익어버렸다. 이렇게 전기 오븐이라고 불리는 혁명의 상자가 탄생했다.

스펜서는 이 소식을 바로 그가 몸담고 있던 회사에 알렸다. 그러자 레이시온 사장은 그의 발명을 크게 기뻐하며, 이 기술을 요리에 본격적으로 적용해 보기로 결정한다. 레이시온은 미국 보스턴의 한 레스토랑에 이 기계를 설치해 다양한 실험을 했고, 1947년 마침내 첫 번째 전기 오븐(전자레인지)인 ‘레이더레인지’를 출시한다. 레이더레인지라는 이름은 내부 직원 공모 당선작이었다. 레이더레인지는 위 사진(❶)에서처럼 높이가 167cm이고, 무게가 340kg으로 크기가 아주 컸다. 또한 오븐 안쪽에 전자기파를 쏘는 전자관을 물로 식히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배수관 시설이 필요했다. 게다가 가격이 지금의 가치로 5000 달러(약 550만 원)로 비싸서 가정에서는 구입할 엄두도 낼 수 없었다. 하지만 냉동식품을 빠른 시간 안에 해동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레스토랑이나 항공사에서는 관심을 보였다.

그 뒤로 레이시온은 ‘아마나 냉동회사’를 인수하고 본격적으로 ‘가정용 전기 오븐’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가정용 전기오븐은 1952년 처음 선을 보이기 시작했고, 1967년에 탄생한 조리대용 레이더레인지는 지금의 가치로 495달러(약 54만 원)로 가격이 결정되면서 차츰차츰 주방의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했다.
레이더레인지의 최초 모습.
❷,❻ 전기 오븐은 해를 거듭할수록 다양한 기능으로 현대 주방의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❸,❺ 마그네트론의 모습.
레이시온사 전경.


수학으로 더 완벽해지는 전기 오븐

크리스 버드 영국 바스대 왕립수학학회 교수는 음식이 전기 오븐 안에서 데워지는 원리를 살펴보다 문제점을 발견했다. 생각만큼 음식에 열이 골고루 가해지지 않아서다. 음식이 충분히 가열되지 않으면, 살아남는 박테리아 때문에 식중독에 걸릴 수 있다. 그는 이것을 중요한 문제라 여기고 연구 주제로 삼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과 함께 ‘개선된 전기 오븐 모델’을 만들기로 했다. 버드 교수는 이 연구에서 다음 세 가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나, 전기 오븐의 전자기장을 정확하게 파악할 것. 둘, 음식의 표면 중심으로 열이 전달된다는 것을 잊지 말 것. 셋, 전기 오븐으로 음식을 조리하는 경우 재료에 수분이 꽤 많은 양을 차지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 것. 이 세 가지 조건을 잘 알아야 알고리즘 ‘변수’ 설정에 실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맥스웰 방정식을 이용해 음식의 위치에 따라 음식 가열 정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예측했다. 맥스웰 방정식이란 전기장과 자기장의 관계를 설명하는 4개의 방정식으로, 이 연구에서는 전자기파에서 출발한 에너지 중에서 얼마나 열에너지가 되어 음식을 데우고 또 사라지는지를 계산하는 데 쓰였다.

이렇게 만든 수학 모델로 버드 교수는 음식을 가장자리에 놓을 때와 중앙에 놓을 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온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그래프로 표현했다. 그래프에서 빨간색 점선이 수학 모델로 예측한 결과이며, 파란색 실선이 실험 결과다. 그 결과 음식을 가장자리에 놓을수록 빠른 시간 안에 열이 골고루 퍼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실 전기 오븐은 탄생의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 역할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기능이 다양해짐에 따라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점들이 수학자들에 의해 보완되고 있다. 앞으로 만나게 될 더 똑똑한 전기 오븐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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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1월 수학동아 정보

  • 염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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