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에는 서울 안천중학교로 찾아가 ‘집합 바로 알기’ 처방전을 받아 왔습니다. 이번 기회에 ‘집합’을 낱낱이 파헤쳐 봅시다. 도움 말씀 주실 안천중 김진선 선생님을 소개합니다. 선생님은 올해로 13년째 학생들과 동고동락하고 계시고, 서울시 남부교육청 수학영재교육원 강사로도 활약하셨습니다. 또한 지난해에는 안천중 수학동아리 ‘허그(HUG)’를 만드셨습니다. 수학을 즐길 줄 아는 학생들이 예뻐 보여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해요. 3월부터는 신도림중학교로 옮기신다고 하네요. 오늘은 특별히 졸업을 앞둔 안천중 3학년 학생들과 함께 집합을 정복할 노하우를 살펴봅시다.
선생님, 궁금합니다!
●선생님, ‘집합’이란 대체 어떤 것을 말하나요?
우선 교과서에 나온 대로 적어보면, 집합이란 주어진 조건에 따라 그 대상을 분명히 알 수 있는 것들의 모임이에요. 이때 조건은 명확한 기준이어야 하는데,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생각할 때도 모두 같은 대답이 나와야 하죠. 예를 들어 ‘우리 반 학생 중 잘생긴 사람들의 모임’은 서로의 기준이 다르잖아요. 누구나 이 집합에 원소가 되고 싶겠지만 이런 애매한 기준으로는 집합을 정의할 수 없어요. 반면 ‘우리 반 학생 중 키가 180cm 이상인 학생들의 모임’은 어느 누가 생각하더라도 같은 원소로 이뤄질 수 있어 집합이 될 수 있겠죠.
●다른 단원과 다르게 ‘집합’은 왜 중학교 1학년 때 갑자기 등장하나요?
‘집합’ 단원의 내용을 이해하고 관련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때 배우는 수의 개념을 잘 알고 있어야 해요. 사실 ‘집합’이라는 단원만 없다 뿐이지 집합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개념들을 알게 모르게 배우고 있죠.
특히 수의 개념, 짝수와 홀수, 약수와 배수의 관련 개념이 중요합니다. 중학교 1학년 첫 단원에서 배우는 ‘집합’은 그다음에 등장하는 많은 단원에서 이를 이용한 문제를 풀 수 있게 해줘요. 특히 ‘함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죠. 함수 단원에서 배우는 정의역, 공역, 치역 등이 모두 집합으로 표현되기 때문에 집합을 소홀히 해서는 안 돼요.
●선생님, 학생들은 어떤 문제를 만나면 실수하게 되나요?
집합을 처음 배우는 학생들은 집합인지 아닌지 구별하는 기준을 헷갈리는 경우가 많아요. 학생들은 ‘수학을 잘하는 학생의 모임, 키가 큰 학생의 모임’ 등 기준이 형용사(잘하는, 못하는, 큰, 작은, 가까운, 먼 등)로 표현된 모임은 집합이 아니라고 잘 구별해요. 하지만 다음과 같은 경우에 실수하는 때가 종종 있어요.
예시 ① 1보다 작은 자연수의 모임
② 0보다 큰 음수의 모임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두 모임은 모두 집합이 될 수 있어요. 하지만 예시를 보고 ‘1보다 작은 자연수는 없고 0보다 큰 음수도 없으니 ①, ②번 모임은 모두 집합이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종종 있답니다. 이러한 실수는 원소가 하나도 없으니 집합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오류에서부터 시작된 거죠. 분명히 해 두어야 할 사실은 모임의 기준이 명확하기 때문에 원소가 하나도 없다 하더라도 집합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선생님만 알고 있는 비밀
●‘집합’에서 꼭 알아두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우선 어떤 단원이든지 용어에 대한 기본 정의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해요. ‘집합’도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등장하는 단원이므로 처음 배우는 용어들이 많죠. 교집합, 합집합, 여집합, 차집합과 같은 집합의 종류는 그 정의를 조건제시법으로 잘 표현하는 연습이 중요합니다.
또 집합에서는 다양한 기호를 사용하는데, 그 기호를 잘 구별해서 사용해야 해요. 특히 공집합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수죠. 공집합의 기호는 ‘원소가 없다’는 뜻으로 사용됐는지, 또 다른 집합의 하나의 ‘원소’로 사용됐는지를 구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n(Ø)과 n({Ø})를 각각 구하라’와 같이 문제에 비교 대상이 있다면 실수할 확률이 낮죠. 하지만 둘 중 어느 하나만 문제에 나타났을 때는 헷갈릴 수 있다는 거죠. n(Ø)은 공집합의 원소 개수를 물어보는 것이니 n(Ø)=0, n({Ø})은 공집합(Ø)이라는 원소를 가진 집합의 원소 개수이므로 n({Ø})=1이 돼요. 보통 n(Ø)만 물어보는 문제에서 n(Ø)=1로 착각하는 실수를 하곤 해요. 아! 공집합과 ‘0’을 원소로 갖는 집합도 조심합시다. 집합 {0}을 공집합(Ø)으로 오해해 원소의 개수를 0으로 착각하기 쉽거든요.
●선생님, ‘집합의 연산’과 ‘집합의 활용’ 부분을 정복하고 싶어요.
집합의 연산과 활용 부분을 정복하려면 두 가지를 기억하세요. 첫째, 문제 속에 나와 있는 모든 정보를 사용하세요. 물론 선생님들이 문제를 낼 때 불필요한 조건을 일부러 주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는 별로 없어요. 따라서 문제를 풀다가 잘 안 풀리는 부분이 있다면 혹시 문제 속에 나와 있는 정보 중 빠뜨린 정보가 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해 볼 필요가 있죠.
둘째, 벤 다이어그램을 적절히 활용하세요. 연산이나 활용문제는 대부분 두 개 정도의 집합을 정의하고 그에 관련된 집합의 연산법칙이나 원소의 개수에 관련된 공식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요. 물론 연산법칙으로 풀이과정을 적어 푸는 것이 정석이지만 눈에 보이도록 벤 다이어그램으로 시각화하면 훨씬 쉽게 문제를 풀 수 있답니다.
아 참! 고등학생이 되어도, 가장 먼저 배우는 수학 첫 단원이 ‘집합’입니다. 중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확장하죠. 그러니 중학교 1학년 때 배운 집합의 내용을 반드시 복습하도록 하세요!
도전! 나만의 수학문제 만들기
김진선 선생님은 수학 공부의 완성은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 보는 것이라고 조언해 주셨어요. 다음의 예시를 보고 수학동아 독자 여러분도 나만의 수학문제를 만들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