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벽돌집이 있는 산봉우리을 찾아라!
왕 반장 일행은 지리산 국립공원 사무소로 향했다.
‘똑똑!’
국립공원 사무소의 문을 두드리자, 한남자 직원이 문을 열고 나왔다.
“혹시 김상만 씨? 엊그제 전화 드렸던 왕 반장이라고 합니다. 지리산에 벽돌집이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드렸는데, 어디 있는지 알아내셨나요?”
왕 반장이 묻자 직원이 대답했다.
“아! 서울에서 오신 왕 반장님이시군요. 그런데, 이거 어쩌죠? 부탁하신 벽돌집을 알아봤는데, 알아내지는 못했어요. 국립공원 사무소에서 10년 넘게 일했지만, 이 넓은 산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두 아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서…. 오히려 저 같은 사람보다는 지리산에서 오랫동안 산삼을 캐온 심마니들이 이곳 지리산에서 일어나는 일을 훤히 알지요.”
“그…, 그럼 혹시 심마니들에게 벽돌집에 대해 물어보셨나요?”
궁금함을 참지 못한 박 형사가 사무소 직원에게 물었다.
“성격도 급하셔라. 안 그래도 심마니 중에 오랫동안 알고 지낸 지인이 있어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최근 심마니들 사이에서 지리산의 3대 산봉우리가 품고 있는 한 봉우리 근처에 독특한 벽돌집이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지리산 산봉우리가 한두 개도 아니고, 품고 있다는 게 무슨 얘긴지 도통 모르겠으니 원….”

수상한 등산객을 만나다!
‘지리산의 3대 산봉우리라면 가장 높은 천왕봉과, 반야봉, 그리고 노고단인데…. 지리산의 3대 산봉우리가 품고 있는 봉우리라면 혹시?’
소마는 갑자기 가방에서 자와 연필을 꺼냈다. 지도 위에다 이곳저곳 자를 대고 선을 긋는가 싶더니 뭔가를 발견했는지 소리쳤다.
“바…, 반장님! 알 것 같아요! 지리산의 3대 산봉우리가 품고 있는 봉우리 말이에요.”
그러자 왕 반장이 소마의 지도를 뺏어 살펴 본 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소마의 말에 일리가 있어.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 보자고!”
“네! 반장님, 저 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박 형사의 안내로 왕 반장 일행은 등산로를 따라 한참을 말없이 올라갔다. 얼마 후, 멀리 정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어느 길로 가야 벽돌집을 찾을 수 있을까.’
그런데 그때, 왕 반장에게 한 젊은 청년이 다가와 말을 건넸다.
“저기요, 말씀 좀 여쭙겠습니다. 캠핑을 하러 왔는데, 지리산에는 텐트를 치는 규칙이 까다롭네요. 여기 적혀 있는 규칙대로 텐트를 쳐야 하는데 좀 봐주실 수 있으세요?”
청년이 내민 텐트 배치에 관한 설명서를 본 소마의 퍼즐해결사 본능이 즉각 반응했다.
“나무 근처에 텐트를 배치하되, 텐트는 서로 인접하면 안 된다? 어머! 이 설명서 마치 퍼즐 같은데요? 이런 거라면 제가 전문가죠!”

명선봉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
“이 정도쯤이야 식은 죽 먹기죠. 텐트 배치 설명서를 퍼즐처럼 만들어 놓다니 재밌네요. 박 선배, 정말 재밌지 않아요? 누가 만들었는지 참!”
청년이 내민 텐트 배치 설명서를 푼 소마가 한껏 들떠 박 형사에게 말했다. 그런데 그때, 주위를 둘러본 박 형사의 표정이 굳어졌다.
“엇! 잠깐만. 이걸 준 등산객 청년이 없어졌어! 어디 갔지?”
소마에게 텐트 배치 설명서를 건넨 청년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청년은 돌아오지 않았다. 왕 반장은 순간 청년이 내민 텐트 배치 설명서가 생각났다.
‘텐트 배치 설명서를 맡기고 사라졌어. 찝찝한 기분이 드는데?’
청년에게 수상함을 느낀 왕 반장이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에 빠졌다. 바로 그때!
‘그 청년이 한 말은 거짓말이야! 여긴 캠핑을 할 수 없도록 지정해 놓은 지역이라고! 일부러 퍼즐을 소마에게 부탁하고 사라진 거였어. 그렇다면 그 청년, 혹시 변 이장 수하에 있는 사람이란 말인가?’
왕 반장은 당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수상한 청년을 통해 수지를 제대로 찾아가고 있음을 확신했다. 그런데 그때 안내판을 발견한 소마가 말을 꺼냈다.
“반장님, 드디어 마지막 안내판이에요! 그런데 좀 이상해요. 정상까지 27m밖에 안 남았다는데, 말이 되지 않아요!”

벽돌집에서 수지를 찾다!
“이 안내표지판은 모두 가짜야. 누군가가 일부러 숫자와 방향을 전부 바꿔 놓은 거라고! 박 형사, GPS 장비 가져왔지? 명선봉으로 가는 진짜 길이 어딘지 어서 찾아봐!”
표지판의 규칙을 발견한 왕 반장은 박 형사에게 명선봉으로 가는 길을 찾도록 지시했다.
“반장님! 저쪽입니다. 여기서부터 약 1.5km 북동쪽 방향으로 걸어가면 됩니다.”
박 형사의 안내로 세 사람은 부지런히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청년이 건넨 텐트 문제 때문에 이미 시간을 많이 허비해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고 있었다.
“반장님, 서둘러야겠어요. 산 속이라 그런지 벌써 해가 져서 어두워졌어요.”
왕 반장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그때, 멀리서 뭔가를 본 박 형사가 말을 꺼냈다.
“반장님! 저기 좀 보세요. 멀리 희미한 불빛이 깜빡이고 있어요. 혹시 저기에 집이 있는 건 아닐까요? 어서 가 봐요!”
박 형사가 발견한 것은 희미한 불빛이었다. 불빛을 따라가자, 세 사람이 오매불망 찾던 붉은 벽돌집이 나타났다! 세 사람은 곧장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바…, 반장님! 여기 여…, 여자가 쓰…러져 있어요!”
거실에는 젊은 여자가 쓰러져 있었고, 그 여자는 바로 수지였다. 쓰러진 수지를 보자마자 왕 반장이 수지의 생사를 확인했다. 다행히 아직 수지는 살아 있었다.
“박 형사! 어서, 구급 헬기를 불러! 어서!”
넋이 나간 듯 서 있던 박 형사가 말을 더듬으며 구급 헬기를 불렀다. 한편, 쓰러진 수지의 주위를 살피던 소마는 전화기를 유심히 바라봤다. 30분 전 마지막으로 전화를 건 번호였다.
‘11자리 번호는 전화번호가 아니야. 수지가 쓰러진 후에 남긴 게 분명해!’

박 형사의 비밀이 드러나다!
전화기에 남겨진 숫자 암호를 해독한 소마가 소리쳤다.
“반장님! 역시 암호였어요! 그런데 좀 이상해요. 달걀을 파는 남자? 변 이장에 대한 설명 같은데, 달걀을 판다면 혹시 양계장을 뜻하는 걸까요?”
소마의 말에 왕 반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도 같은 생각이야. 변 이장이 두물머리에서도 거대한 양계장을 소유하고 있었어. 마지막으로 수지가 남긴 이 메시지는 분명히 변 이장을 가리키는 걸 거야. 박 형사 생각은 어때?”
왕 반장이 박 형사에게 물었다. 그런데 벽돌집에 들어온 이후 넋을 잃은 사람처럼 서있던 박 형사가 갑자기 오열하기 시작했다. 당황한 소마가 박 형사를 흔들었다.
“서…, 선배! 왜 이래요? 정신 차려요! 네?”
박 형사가 오열하며 말을 꺼냈다.
“바…, 반장님. 죄송합니다. 사…사실, 한수지는 제 누나예요. 흑흑. 어렸을 때 입양된 저는 누나를 찾기 위해 일부러 3년 전 한국에 왔어요. 누나가 반장님과 헤어진 뒤에 실종된 걸 안 뒤부터 반장님을 원망했어요. 그래서 반장님에게 복수하려고 곁에 머물면서 사건을 일으켰어요. 흐으윽.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반장님이 복수의 대상이 아니란 걸 알게 됐어요. 반장님과 함께 누나를 찾아야겠단 생각뿐이었어요. 백화점과 은행 사건, 그리고 반장님 집에 불을 낸 K는 바로 저…예요. 절 어서 체포하시고, 누나를 꼭 살려 주세요.”
“뭐? 바, …박 형사! 정말 박 형사가 K였단 말이야?”
왕 반장은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 앉고 말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