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휴대전화로 즐기는 골프 게임이 인기다. 컴퓨터로도 즐길 수 있다. 골프장에 직접 가지않고 게임으로도 골프의 묘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학으로 골프를 들여다보면 더 재밌다.
골프 홀마다 타수가 다른 이유
골프는 클럽이라 불리는 골프채로 지름이 4.5cm 정도인 조그만 공을 쳐서 지름이 10.8cm인 구멍에 넣는 경기다. 이때 골퍼가 사용할 수 있는 골프채는 모두 14개다. 골프는 보통 18개 홀(코스)을 차례로 돌면서 구멍에 공을 넣고 다음 홀로 이동한다. 18홀을 한 번 돌며 경기하는 것을 라운드라고도 하는데, 가장 적은 타수로 18개 구멍에 공을 넣는 사람이 이기는 경기다.
홀마다 몇 번 정도 공을 쳐서 구멍에 넣는 것이 적절하다는 기준타수가 정해져 있다. 기준타수를 영어로는 파(par)라고 한다. 파3홀 코스라고 하면 공을 3번 쳐서 구멍에 넣으면 파를 기록하는 코스를 말한다. 파4홀은 4번, 파5홀은 5번이 기준타수다.
보통 18개 홀 전체를 보면 파3홀 4개, 파4홀 10개, 파5홀 4개로 이뤄져 있어 총 72번 (=3×4+4×10+5×4)에 공을 넣도록 기준타수를 정한다. 하지만 골프장에 따라 기준타수가 1~3타 정도 줄거나 늘기도 한다.
그런데 방송에서 골프 경기를 보면 선수들의 성적을‘-3타’와 같이 표시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실제 경기장에서도 이렇게 표시하기도 하는데, 왜 이렇게 표시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선수 간 성적을 비교할 때 기준(기준타수)보다 타수가 많으면 +값(오버파), 적으면 -값(언더파)으로 나타내는 이 방법이 전체 타수를 더하는 방법보다 편리하기 때문이다. 이 방법은 선수가 경기한 홀 수와 관계없이 서로 비교할 수 있다.
특히 세계적인 프로선수가 참가하는 PGA(미국남자프로골프)나 LPGA(미국여자프로골프) 대회는 하루에 18홀씩 도는 1라운드 경기를 보통 4일에 걸쳐 총 4라운드 치른다. 즉 총 72홀(=18×4) 경기의 타수를 모두 합해서 우열을 가린다. 4라운드의 경우 72홀 기준타수를 모두 더하면 288타로 수치가 커져전체 타수를 기억하기가 어렵고, 서로 비교할때도 복잡해진다.
tip 골프게임
컴퓨터나 휴대전화로 할 수 있는 골프 게임 중 무료로 할 수 있는 게 많다. 검색사이트나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사이트에서 ‘무료 골프 게임’ 이라는 검색어로 찾으면 다양한 골프 게임을 만날 수 있다. 유료 골프 게임도 가끔 무료로 쓸 수 있도록 배포되기도 한다.
기준타수는 거리가 기준
인터넷에서 무료로 할 수 있는 골프 게임을 이용하면 골프를 이해하기 더 쉽다. 특히 게임에서는 규칙이나 방법을 잘 몰라도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쉽게 골프 경기를 할 수 있다. 힘과 각도, 정확도 정도만 이용자가 선택하면 쉽게 공을 원하는 곳으로 보낼 수 있다.이처럼 골프는 게임을 하거나 방송으로 볼 때 실제보다 훨씬 쉽게 할 수 있는 스포츠다. 게임에서는 골프를 잘 아는 이용자가 하루 만에 18홀 전체를 기준타수 이하로 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골프는 몇 년 이상 연습해도 기준타수만큼 치기가 쉽지 않다. 게임과 달리 자신이 원하는 대로 공을 보내기 매우 어렵고, 골프 코스마다 등장하는 벙커(모래구덩이)나 러프(잔디나 풀이 길게 자란 곳), 바닥의 굴곡, 바람 등의 변수가 실전에서는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골프채와 공의 특성을 이해하면 상대적으로 빠르게 실력을 높일 수 있다. 골프채는 종류가 많지만 경기에서 한 선수가 18홀을 돌면서 쓸 수 있는 채는 규정에 따라 보통 14개로 골프 가방에 넣어 들고 다닌다.
그런데 골프채를 알기 전에 먼저 어떤 기준으로 기준타수를 3번이나 4번, 5번으로 정했는지를 알 필요가 있다. 골프채는 종류에 따라 공을 보낼 수 있는 거리가 다른데, 대부분의 코스가 거리에 따라 기준타수를 정해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골프협회는 기본적으로 거리를 기준으로 기준타수를 정하고 있다. 파3홀은 남자 229m(250yd) 이하, 여자 192m(210yd) 이하의 길이로 만들어진다. 파4홀의 거리는 남자 230m 이상에서 430m(470yd) 이하, 여자 193m 이상에서 366m(400yd) 이하다. 파5홀의 거리는 남자 431m 이상에서 631m(690yd) 이하, 여성은 367m 이상에서 526m(575yd) 이하다. 마지막으로 파6홀의 거리는 남자 632m 이상, 여자577m 이상이다. 파6홀은 거의 쓰이지 않는다. 참고로 미국에서 사용하는 거리 기준인 1yd(야드)는 0.9144m다. 이처럼 홀마다 다른 거리를 고려해 적절한 골프채를 사용해야 기준타수에 맞게 공을 구멍에 넣을 수 있다.
tip 골프장의 크기는?
골프 코스는 거리로 기준타수를 정해 파3홀은 쇼트(짧은)홀, 파4홀은 미디엄(중간)홀, 파5홀은 롱(긴)홀로도 부른다. 18개 홀 골프장을 만들려면 각 코스의 폭이 100~180m, 코스 전체 길이가 5000~6300m에 달해 최소 50만m2 이상의 면적이 필요하다.
tip 역회전하는 공이 떠오르는 이유
스위스 수학자 다니엘 베르누이가 1738년에 밝힌‘베르누이의 정리’에 따라 골프공에 역회전이 걸리면 공의 아래쪽으로 지나는 공기의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려지면서 압력이 높아진다. 반면 공 위쪽의 공기 흐름은 빨라지면서 압력이 낮아진다. 이때 압력이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힘이 생겨 공이 위로 떠오른다. 이 힘을 양력이라고 하는데, 비행기도 날개에 생기는 양력 덕분에 뜰 수 있다.
골프채 각도에 따라 공의 비거리 달라
가만히 놓인 축구공을 찰 때 발의 힘을 조절해서 원하는 거리만큼 공을 날려보낸다. 그런데 어떤 신발을 신느냐에 따라 같은 힘으로 차도 공이 날아가는 거리가 다르다면 어떨까? 신발 A는 10m, 신발 B는 20m, 신발 C는 30m, 신발 D는 50m. 그렇다면 힘을 조절할 필요 없이 신발만 바꾸면 거리 조절이 훨씬 쉬워진다. 물론 이런 신발은 없다.
골프는 이것이 가능하다. 같은 속도로 스윙했을 때 골프채마다 공을 날려보내는 거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스윙속도와 골프채의 무게에 따라 골프공에 전달되는 힘이 달라진다.스윙속도가 빠를수록, 골프채 헤드가 무거울수록 공의 속도가 빨라지고 공이 날아가는 거리(비거리)도 길어진다.
미국 미네소타대 더글러스 아널드 수학과 교수는 2010년 스윙속도와 공 속도의 관계를 수식으로 정리해 발표하기도 했다. 이 식은 광고(왼쪽 사진)에도 쓰였다.
cr은 반환계수로 골프채와 골프공의 충돌이 탄성충돌일 경우 1이 되는데, 실제는 이보다 작다. 보통 0.78이다. 이에 따라 스윙속도가 시속 200km인 타이거 우즈가 친 공의 속도를 앞에서 제시한 식에 넣어 구해보면 (1.78×200km/h)÷(1+0.0459kg÷0.195kg) = 288km/h, 즉 시속 288km가 나온다.
공이 이동하는 거리는 골프채의 각도와도 관계있다. 골프채가 공에 닿는 부위인 헤드가 수직과 이루는 각도(로프트)가 클수록 공은 높이 떠오르지만 비거리는 짧아진다. 각도가 클수록 공에 역회전이 많이 걸려 위로 잘 떠오르기 때문이다. 분당 4000회까지 회전하기도 한다.
좋은 기록으로 핸디캡을 정하는 수학적 이유
골프에는 핸디캡이라는 제도가 있다. 골프를 하는 사람들은 실력이 같지 않기 때문에 대등한 경기를할 수 있도록 각자의 실력 차이만큼 기준타수에 더한 타수를 핸디캡으로 정한다. 예를 들어 18홀 72타 경기를 치를 때 핸디캡이 10인 A 골퍼가 82타로 마치고, 핸디캡이 0인 B 골퍼가 73타로 마쳤다고 하자. 이때 82타를 친 A 골퍼가 원래 실력과 비교해 B 골퍼보다 상대적으로 잘 쳤으므로 이겼다고 인정해준다. 이처럼 핸디캡을 적용하면 실력이 부족한 사람도 세계 최고의 선수인 타이거 우즈를 이길 수 있다.
미국골프협회는 통계를 바탕으로 수학적이면서 가장 합리적인 핸디캡을 적용해 공평하게 경기를 하도록 한다. 우리나라도 미국골프협회의 핸디캡 제도를 사용한다. 핸디캡을 구하는 방법을 y = mx + b와 같은 식으로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다.
핸디캡 = (슬로프 레이팅÷113)×핸디캡 지수 +코스 레이팅
핸디캡을 정하려면 우선 코스 레이팅과 슬로프 레이팅이라는 골프 코스의 난이도 값이 필요하다. 코스 레이팅은 기준타수 수준의 실력 있는 골퍼가 느끼는 해당 골프 코스의 난이도 값이다. 보통 기준타수에 가까운 값을 보인다. 슬로프 레이팅은 기준타수보다 많은 타수를 치는 일반적인 골퍼가 느끼는 난이도 값인데, 벙커 수, 코스 길이, 장애물 배치 등에 따라 달라진다. 55에서 155까지의 값으로 정해진다. 코스 레이팅과 슬로프 레이팅 모두 값이 클수록 코스 난도가 높다. 미국은 골프 코스마다 기록 카드에 코스 레이팅과 슬로프 레이팅을 표시하고 있다.
다음으로 핸디캡 지수가 필요하다. 이 값은 개인의 최근 기록을 활용하는데, 중요한 것은 좋은 기록을 위주로 쓴다는 것. 예로 최근 20경기를 했다면 이 중에서 기록이 좋은 10경기의 값만 활용한다. 이처럼 핸디캡은 평균 실력이 아니라 좋은 기록으로 계산한다. 왜 평균이 아니라 좋은 기록으로 핸디캡을 정할까? 평균에 함정이 있기 때문이다.
평균적으로 72타를 치는 두 선수 C와 D가 있다. 그런데 C의 기록은 68, 72, 76처럼 편차가 크고, D의 기록은 71, 72, 73처럼 안정적이다. 두 선수가 대결했을 때 이길 확률이 높은 쪽은 누굴까?
미국 로어노크대 수학자 롤랜드 민톤 교수의 논문 ‘하디의 골프 모험’을 보면 답은 C다. 그는 수학자 하디의 방법을 활용해 평균 타수가 같은 두 골퍼가 파4홀에서 경기했을 때 누가 이길지를 수학적으로 계산했다. 우선 공을 치는 샷을 3종류로 구분했다. 1타를 줄이는 샷은 평범하므로 N(Normal), 2타를 줄이는 샷은 훌륭하므로 E(Excellent), 1타도 못 줄이는 샷은 나쁘므로 B(Bad)로 정했다.
예를 들어 파4홀에서 NEN(3타), NNNN(4타), BNNNN(5타)와 같은 기록이 나온다. 이 경우 평균이 4타가 되는데, B가 하나 있으면 E도 반드시 하나 나와야 한다. 따라서 B나 E가 나올 확률을 p라고 할 때0≤p≤12이다. 반면 N은 1-2p다. p가 0이면 편차가 없는 경우고, p=0.5면 편차가 가장 큰 경우다. 이를 토대로 식을 만들어 계산했더니 p가 0.39 이상이면 이길 확률이 질 확률보다 높았다. 반면 이길 확률에 비해 질 확률이 가장 클 때는 p가 0.09일 때였다(왼쪽 그래프).
그는 이 경우를 18홀을 1번 도는 토너먼트 경기로 확대했다. 이때는 통계 기록을 활용해 기록이 비슷한 골퍼들 중에서 편차가 적은 골퍼들(p=0.05)과 상대적으로 편차가 큰 골퍼들(p=0.1)로 나눴다. 분석 결과 편차가 적은 골퍼들의 평균 타수는 편차가 큰 골퍼들보다 낮게 나타났다. 골프는 타수가 낮을수록 좋은 기록이다. 하지만 전체 경기 중 71%에서 가장 낮은 기록을 낸 골퍼는 편차가 큰 골퍼들이었다. 즉 10번 경기를 했다면 편차가 큰 선수가 7번 우승했다는 얘기다.
따라서 핸디캡에 평균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편차가 큰 골퍼가 이길 확률이 커진다. 일반적으로 실력이 낮을수록 편차가 큰 편이므로, 평균 핸디캡을 적용한다면 일반인이 세계 최고의 골프 선수인 타이거 우즈와 대결해서 이길 확률이 더 커지는 문제가 생긴다.
민톤 교수는 미국골프협회 규정에 따라 핸디캡을 적용해 모의실험했더니 20번 경기했을 때 편차가 적은 골퍼(p=0.05)가 상대적으로 편차가 큰 골퍼(p=0.1)를 10번 이기고 2번 비기는 것으로 나타났다.즉 공인 핸디캡을 적용하면 안정적인 성적을 내는 골퍼가 이길 확률이 크다. 실력 있는 선수들이 억울해할 일은 없는 셈이다.
tip 18홀을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4명이 1조로 9홀 경기를 할 때 1시간 45분을 적정 시간으로 삼는다. 구체적으로 살피면 각 홀을 이동하는 거리를 4km로 보고 1km를 10분에 걷는다고 계산하면 9홀을 걷는 시간은 40분이다. 공을 칠 때 1타마다 20초가 걸리고, 4명이 평균적으로 9홀을 50타에 친다고 보면 4000초(=4×20×50), 즉 67분이 필요하다. 따라서 9홀을 이동하는 데 걸리는 40분, 공을 치는 데 드는 67분을 합하면 전체 시간은 1시간 47분이다. 실제는 이보다 더 걸리는 경우도 많다. 느리게 이동하는 조가 하나라도 있으면 정체되기 때문이다.
tip 골프 게임 비법
컴퓨터나 휴대전화로 하는 골프게임은 실제 경기에 비해 쉬워 일정 수준에 이르면 재미가 떨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모든 홀에서 1타씩 줄여(버디) 18언더파 정도에 이르면 그 이하로 줄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골프의 묘미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때부터 더 재미를 느낀다. 2타를 줄였을 때(이글)의 쾌감이 더 크기 때문. 코스의 최적 경로를 계산해내면 파4홀과 파5홀에서 2타를 줄일 수 있다. 특히 개 다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도그레그’ 라 불리는 코스는 처음 공을 치는 위치에서 홀까지의 직선거리가 짧아 게임에서 타수를 줄이기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