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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금융시장의 든든한 울타리

수학은 금융시장의 든든한 울타리


전통적으로 금융시장에는 주식, 채권, 외환 등 기본적인 금융상품이 있습니다. 이 상품들은 배당, 이자율을 계산하는 정도의 간단한 수학만 쓰기 때문에 굳이 수학을 깊게 공부한 사람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금융시장에 새로운 금융상품이 출현하면서 수학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새롭게 출현한 상품을 파생상품이라고 하는데, 정체가 무엇이고 수학과 어떤 관계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위험회피와 파생상품

현재 가지고 있는 금융상품은 미래에 그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있는데, 위험을 줄이는 것을 ‘위험을 *헤지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위험이란 무조건 줄인다고 좋은 건 아니에요. 정기예금을 들면 위험은 없는 대신 이자도 적어서 수익률이 떨어집니다. 또한 어쩔 수 없이 주식이나 채권을 당분간 가지고 있어야 할 경우도 있고, 달러와 같은 외국돈을 가지고 있다면 앞으로 가치가 떨어질 수도 있지요.

따라서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위험 범위 안에서 적당한 금융상품을 선택하고, 투자를 할 경우에 수익을 높이면서도 위험을 줄이는 방법이 필요하답니다. 파생상품은 이러한 방법을 제공하기 위해 개발됐습니다. 파생상품이 등장하면서 금융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파생상품에는 대표적으로 선물과 옵션이 있습니다. 그럼 선물이 무엇인지 우철이와의 대화를 통해 알아보도록 해요.


미리 약속하는 금융상품, 선물

우철 : 아빠는 선물을 많이 받는 것 같은데 왜 집으로 가져오는 건 없어요?
아빠 : 그게 무슨 소리야?
우철 : 아빠는 사람을 만나면 매일 주식이 어떻고 선물이 어떻고 하며 이야기하잖아
요?
아빠 : 하하하. 아빠가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은 고맙다고 주고받는 선물이 아니고 금융상품의 일종이란다.
우철 : 그게 뭔데요?
아빠 : 아빠한테 한 달 뒤에 1000만 원이 생길 거라고 가정해 보자. 아빠는 이 돈이 들어오면 한 주에 1만 원씩 하는 어떤 회사의 주식을 1000만 원어치 사려고 해. 그러면 나는 몇 주의 주식을 살 수 있지?
우철 : 한 주에 1만 원인데 1000만 원이 있으니까 1000주를 살 수 있지요.
아빠 : 맞았어. 그런데 만일 한 달 뒤에 주식 가격이 올라서 1만 원보다 비싸지면 나는 1000주를 살 수 있을까?
우철 : 아니요, 못 사지요.
아빠 : 만약 어떤 사람이 한 달 뒤에 1000만 원이 꼭 필요해서, 한 주에 1만 원씩 1000주의 주식을 팔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만약 한 달 뒤에 주식 가격이 떨어진다면 1000주의 주식을 팔아도 1000만 원이 안 되겠지?
우철 : 그렇지요.
아빠 : 이 경우 아빠는 그 사람과 한 달 뒤에 주식을 1만 원에 사고 팔기로 미리 약속을 한단다. 그러면 아빠는 한 달 뒤에 원하는 주식 1000주를 얻을 수 있겠지.
우철 : 그 사람은 1000만 원을 받을 수 있는 거고요?
아빠 : 그렇지.

 위 대화의 내용과 같이 미래에 사고팔 수량과 가격을 미리 정해 놓는 것을 선도계약이라고 한답니다. 이러한 선도계약을 공공장소인 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선물이라는 새로운 금융상품입니다. 사람들은 선물거래를 통해 미래에 거래할 가격을 미리 정한답니다.


좋을 때만 파는 금융상품, 옵션

어떤 투자자가 현재 한 주당 1만 원인 주식 1억 원 어치를 1년 동안 꼭 가지고 있어야 한대요. 현재는 1억 원이지만 1년 뒤의 가치는 1억 원보다 높을 수도 있고 낮을 수도 있겠지요? 미래의 가치가 불확실하므로 이 투자자는 위험을 안고 있는 셈입니다. 1년 뒤에 이 주식을 팔아서 1억 원의 빚을 갚아야 하는데, 만일 주식 가격이 1억 원 밑으로 떨어지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때 현재 갖고 있는 주식을 1년 뒤에 가격이 1만 원 밑으로 떨어지더라도 1만 원에 사주겠다는 사람 A가 나타난다면 투자자는 이러한 위험에서 벗어나겠지요? 주가가 오르면 그 수익을 챙길 수 있고,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1만 원에 팔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으로 정해진 시점에 다른 사람에게 팔 수 있는 권리를 ‘풋옵션’이라 부른답니다. 앞에서 말한 선물은 정해진 가격으로 무조건 팔아야 하는데, 풋옵션은 내가 유리한 경우에는 팔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선물과 다른점입니다.

이렇게 좋은 풋옵션이 공짜일 리는 없겠지요? 처음 A와 계약할 때, 위험이 사라지는 대가로 옵션가격이라 부르는 금액을 A에게 지불해야 합니다. 나는 풋옵션을 산 것이고, A는 풋옵션을 판 셈입니다. 풋옵션과 반대로 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인 ‘콜옵션’도 있습니다. 바로 A가 콜옵션을 산 것이지요. 풋옵션과 콜옵션은 옵션의 대표적인 상품으로, 옵션이 금융시장에 나타난 197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금융시장은 복잡한 위험 형태와 위험을 피하려는 시장의 수요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금융수학의 탄생

옵션에서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공정한 옵션가격이 얼마인지 알아 내는 일입니다. 옵션을 얼마로 해야 사고파는 사람들 사이에 가장 공정한 계약이 되는지가 문제지요. 처음에는 별로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계산하면 할수록 어려운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1973년에서야 미국의 블랙, 숄즈, 그리고 머튼은 옵션가격을 얼마로 해야 하는지 계산하는 방정식을 개발했답니다. 이와 같이 옵션이라는 금융상품에 복잡한 수학 문제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본격적인 금융수학이 시작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복잡한 파생상품을 거래할 때 위험은 얼마나 되는지, 어느 정도를 거래해야 하는지, 현재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등 알고 싶은 것이 많을 때마다 수학은 답을 제공해 준답니다. 수학이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 학문인지 알려 주는 좋은 예입니다. 여러분 중에서도 수학을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금융전문가가 많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금융수학계의 뉴턴, 피셔 블랙

미국의 피셔 블랙은 하버드대학교에서 응용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시카고대학교와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의 교수를 지낸 금융수학자다. 1973년 마이런 숄즈와 로버트 머튼과 함께 개발한 옵션가격 방정식은 금융계의 뉴턴의 방정식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 공로로 숄즈와 머튼은 1997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하지만 블랙은 1995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죽기 직전까지 ‘옵션으로 본 금리’라는 논문을 수정하고 있었다.
 

피셔 블랙



*헤지(hedge) : 울타리, 방지책

2010년 07월 수학동아 정보

  • 전인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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