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시사] 살아 움직이는 미로 메이즈 러너

매스미디어


 
‘눈을 떠 보니 낯선 공간에 와 있다. 이 공간은 거대한 미로로 둘러싸여 있고, 심지어 내가 누구인지, 이름도, 나이도, 가족도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수십 명의 소년들 속에서 정신을 차린 주인공 토마스, 아무래도 살길은 미로를 헤쳐 나가는 방법뿐이다. 그런데 미로는 날마다 다른 모습으로 그 모양이 바뀌고, 미로 안에는 길목을 지키는 식인 괴수가 살고 있다. 과연 토마스는 스스로의 힘으로 이 미로를 탈출할 수 있을까?

반드시 러너가 되어야 한다!


여기는 글레이드. 주인공 토마스가 불시착한 낯선 공간이다. 글레이드에는 30일에 한 번씩 식량과 생필품, 그리고 기억이 지워진 ‘신참’이 도착한다. 3년 전에 처음 만들어진 이곳에는 한 달에 한 명씩 도착한 신참들이 스스로 정한 법칙과 규율로 작은 사회를 이루고 있다. 그들 중에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죽음을 피하지 못한 자들도 있다. 이렇게 살벌한 글레이드는 사실 살아 움직이는 거대한 미로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기도 하다.

토마스는 이번 달에 도착한 새로운 신참으로, 곧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토마스는 반드시 지켜야 할 법칙이 있는 거친 남자들의 세계가 달갑지만은 않다. 그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세 가지 법칙은 다음과 같다.

❶ 맡은 임무를 다할 것. ❷ 다른 친구들을 해치지 말 것. ❸ 절대 미로 밖을 넘어가지 말 것(러너만이 미로에 들어갈 수 있다).

보지 말라면 더 궁금하고,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법. 호기심 왕성한 토마스는 미로를 직접 보고 싶어 안달이 난다. 어떻게 해서든 미로에 들어가려는 그의 호기심 때문에 잔잔한 호수 같았던 글레이드에 물결이 일고, 결국 토마스는 친구들과의 법칙을 어기고 미로로 뛰어든다.

‘반드시 러너가 되어야 해! 분명 미로의 끝에는 탈출구가 있을 거야!’

약 30m 높이의 거대한 미로는 이를 뒤덮은 넝쿨 식물과 어우러져 위압감을 넘어 공포감까지 느끼게 한다. 이 속에서 많은 우여곡절 끝에 결국 ‘러너’가 된 토마스는 친구 민호와 함께 움직이는 미로의 비밀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미로의 길목을 막아서는 식인 괴수 그리버와, 제한된 시간이 지나면 닫히는 미로의 문 때문에 쉽게 해결되지 않는데…. 혹시 영원히 빠져나가지 못하는 건 아닐까?

러너의 임무
미로의 지도를 완성하라!

러너의 법칙
첫째, 절대 달리기를 멈추지 마라!
둘째, 항상 경계하라!
셋째, 희망을 잃지 마라!

러너의 기도문
미로 안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민첩함을 주소서. 미로의 문이 닫힐 때까지 그리버(괴수)로부터 안전한 곳으로만 이끌어 주소서. 글레이드(소년들이 머무는 거주 공간)에 영원한 평화를 주소서. 우리의 달리기가 헛되지 않도록 하소서.

처음부터 탈출할 수 없는 미로도 있다?!

미로 중에는 처음부터 절대 탈출할 수 없도록 설계된 것도 있다. 혹시 영화 속 미로는 어떨까? 이 질문의 정답은 수학자의 연구에서 살짝 엿볼 수 있다.

프랑스의 수학자 카미유 조르당은 어느 날 원을 그리다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원 안쪽을 색칠하면, 원이 안과 밖으로 나누어진다는 점을 알아낸 것이다. 조르당은 이 내용을 확장해, ‘원처럼 도형을 그릴 때 시작점과 끝점이 만나 하나의 도형을 이루면, 이 도형은 안과 밖으로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을 ‘조르당 곡선정리’라는 이름으로 정리했다. 여기서 조르당 곡선이란 출발점과 도착점이 같은 선을 말하고, ‘닫힌곡선’이라고도 불린다. 조르당 곡선정리를 보며 아래 미로를 살펴보자.
 

위 미로는 출발점과 도착점을 직선으로 연결하면 직선과 미로가 모두 9번 만난다. 즉, 정리 ❶에 따라 미로의 출발점과 도착점이 서로 다른 안과 밖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위 미로는 영원히 도착점에 도착할 수 없다. 이처럼 미로는 설계에 따라 영원히 탈출할 수 없는 것도 있다.

탈출 전략의 열쇠는 그래프 이론!

영화 속 미로는 탈출할 수 없도록 설계된 미로는 아니지만, ‘움직이는 미로’라는 변수가 있었다. 이 경우 미로 탈출 전략은 어떻게 세울 수 있을까?

19세기 프랑스의 수학자 에두아르 루카스는 1882년 <;미로의 게임>;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평소 유희수학에 관심이 많았던 루카스는 어느 날, ‘미로 탈출 전략을 수학으로 해석해 보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호기심으로 시작한 그의 연구는 논문으로 이어졌고, 이 논문에서 그는 그래프 이론으로 해석한 미로 탈출 전략을 공개할 수 있었다. 논문은 가장 단순했던 그리스 신화 속 미로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가 등장하는 신화에는 간단한 미로가 등장한다. 이 미로는 현재 미로와는 조금 다르게 한 가지의 길을 따라가면 중심에 다다르는 구조다. 이를 ‘미궁’이라 부르는데, 미궁처럼 탈출 경로가 하나뿐이라면 한붓그리기를 이용해 미로를 빠져나올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미로가 한붓그리기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한붓그리기가 가능하려면 우선 해당 미로가 ‘오일러 경로’이거나 ‘오일러 회로’여야 한다. 오일러 경로는 도형의 한 점에서 출발해 모든 변을 한 번만 지나도록 경로를 완성할 수 있는 도형을 말한다. 이중에 출발점과 도착점이 같은 도형을 오일러 회로라고 부른다. 따라서 미로의 지도가 완성되었다면, 해당 미로가 오일러 경로인지 아닌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만약 오일러 경로라면 한붓그리기로 길을 찾아 탈출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영화 속에서처럼 한붓그리기가 불가능한 움직이는 미로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럴 땐 오른쪽 루카스의 전략을 이용해 보자.

영화 속에서 러너를 총괄하고 있던 민호는 사실 이미 오래 전부터 미로의 지도를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로를 쉽게 탈출할 수 없었던 이유는 뭘까? 그 이유는 영화에서 직접 확인하자.

루카스가 제안하는 미로 탈출 전략

➊ 막다른 길이 나올 수 있으니 계속 앞에 뭐가 있는지 생각하며 걷는다. 만약 막다른 길에 도착했다면 바로 앞 갈림길에서 반대쪽으로 간다.
➋ 새로운 갈림길에 도달할 때마다 앞의 길이 막혀 있진 않은지 살펴본다.
➌ 막다른 길을 향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주저 없이 온 길을 다시 되돌아간다.
➍ 양쪽 방향으로 표시된 길은 절대로 들어가지 않는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14년 10월 수학동아 정보

  • 염지현 기자
  • 사진

    이십세기폭스(주)
  • 사진

    위키미디어
  • 사진

    포토파크닷컴
  • 기타

    [선물협찬] 문학수첩

🎓️ 진로 추천

  • 수학
  • 컴퓨터공학
  • 문화콘텐츠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