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에서 갈 첫 번째 장소는?
왕 반장 일행은 수지가 10년 전 다니던 캠퍼스 정문에 들어섰다. 녹음이 우거진 캠퍼스에서 대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야~, 확실히 젊음이 좋긴 하네요. 게다가 여대라서 그런지 여학생들밖에 없고, 여기가 천국인데요? 하하하~!”
박 형사가 눈치 없이 말을 꺼내자, 소마가 박 형사를 째려보며 말했다.
“선배! 지금 그런 얘기 할 때가 아니잖아요! 선배도 참…. 반장님, 그나저나 저흰 어디로 가면 될까요?”
소마가 묻자 왕 반장이 대답했다.
“수지는 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했어. 비록 10년 전 일이지만, 음대로 가면 수지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거야.”
왕 반장의 대답에 소마와 박 형사가 발걸음을 옮기려던 바로 그때, 왕 반장에게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앗! 문자메시지가 왔어!”
“반장님, 어서 확인해 보시죠! K가 우리가 여기 온 걸 알고, 보낸 것 같아요.”
소마의 추측대로, 문자메시지를 보낸 건 역시 K였다. 문자메시지에는 격자 칸 안에 수가 적혀 있었고, 맨 마지막 오른쪽 아래 칸에만 ‘?’가 쓰여 있었다.
중앙도서관에서 찾은 수지의 책
물음표에 해당하는 수가 가리키는 곳은 다름 아닌 중앙도서관이었다. 왕 반장 일행은 K가 보낸 퍼즐의 답을 따라 발걸음을 옮겨 중앙도서관으로 향했다. 중앙도서관에 도착했을 때, 소마가 왕 반장에게 물었다.
“반장님, K가 중앙도서관에 오도록 한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예요. 수지의 도서 대출 기록을 확인해 보는 게 어떨까요?”
소마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그래! 지금 당장 박 형사는 소마와 함께 10년 전 수지가 도서관에서 마지막으로 빌린 책의 내역을 알아보도록 해. 그 책에 뭔가 단서가 있을지도 몰라.”
“네! 알겠습니다.”
박 형사와 소마는 발 빠르게 움직여 수지의 대출 기록을 찾아냈다.
“반장님, 알아냈어요. 10년 전, 수지가 마지막으로 대출했던 책은 모두 3권이에요. <;쇼팽의 음악과 사랑>;,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2번>;, <;쇼팽의 일생>;이라는 책이에요. 모두 쇼팽과 관련된 책이니 4층 예술 분야 책이 있는 곳으로 가면 될 것 같아요.”
소마의 말에 왕 반장 일행은 4층 문헌정보실에 올라가 수지가 마지막으로 빌렸던 3개의 책을 찾기 시작했다. 얼마 후, 책을 모두 찾은 왕 반장 일행은 각각 한 권씩 책을 맡아 책 속에 뭔가 수지가 남긴 흔적이 있는지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분이 지났을까. 뭔가를 발견한 소마가 말했다.
“반장님, 그런데 이 3개의 책에 유독 연필로 쓴 ‘74266’이란 숫자가 많이 보여요. 필체도 서로 같고 말이에요. 혹시 74266이 수지와 연관된 숫자인가요?”
피아노 연습실에서 만난 수지의 친구
“반장님, 알 것 같아요. 74266이 뜻하는 건 바로 ‘피아노’예요. 휴대전화기 숫자 자판을 보다가 생각이 났어요.”
“그래! 생각해 보니 수지는 내게도 때때로 숫자로 된 암호로 문자메시지를 보내곤 했었어.”
이번에도 소마가 책에 남겨진 숫자의 의미를 찾아냈다.
“반장님, 아까 수지가 피아노를 전공했다고 하지 않았나요? 피아노 연습실로 어서 가 봐요. 마지막으로 자신이 빌린 책에 암호로 적어 둔게 뭔가 이상해요.”
“그…, 그래. 수지는 피아노를 정말 좋아했었어. 정말 수지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것인가! 소마의 생각에 일리가 있으니 음대로 가 보자고.”
세 사람은 서둘러 음대 건물로 향했다. 그리고 곧 피아노 연습실 앞에 도착했다. 피아노 연습실에서는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흐르고 있었다. 왕 반장은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던 여성에게 신분증을 보여 주며 말을 꺼냈다.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10년 전 이 학교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던 한수지 씨를 혹시 아시나요?”
“물론이죠. 전 수지와 가장 친하게 지냈어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서 지금은 연락이 안 되지만…. 형사님이라면 수지를 꼭 좀 찾아주세요. 아! 저에게 수지가 맡겨 두었던 봉투 하나가 있어요. 알파벳이 불규칙하게 적혀 있는 종이가 들어 있던데…. 혹시나 해서 계속 보관하고 있었어요.”
수지가 남긴 불협화음?!
“반장님, 여기 MP3 플레이어도 들어 있어요.”
박 형사는 봉투 안에서 알파벳이 어지럽게 적혀 있는 종이와 함께 들어 있는 작은 MP3 플레이어를 꺼냈다.
“박 형사, MP3 플레이어를 재생해 봐!”
이어폰을 귀에 꼽은 박 형사가 MP3 플레이어에 들어 있는 파일을 재생해 보았다. 박 형사는 알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선배! 무슨 노래가 들어 있어요?”
소마가 물었다.
“노래는 무슨…. 이상한 소리만 나고, 별거 없는데?”
그러자 소마는 MP3 플레이어를 가져다가 이어폰을 귀에 꼽고 다시 유심히 들어 보았다.
“도…. 레…. 솔….”
“도, 레, 솔? 그게 뭐지?”
왕 반장이 소마에게 물었다.
“반장님, MP3 플레이어에 3가지 음을 동시에 누른 화음이 들렸는데, 유심히 들어보니 각각의 음은 도, 레, 솔이에요. 이 3가지 음을 동시에 누른 음을 여러 번 반복해서 피아노로 친 소리예요. 그런데 이 3가지 음을 왜 여러 번 반복해서 친 걸까요?”
왕 반장은 수지가 남긴 물건 속에 알 수 없는 숫자와 문자가 있는 것에서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수지가 가장 친한 친구에게 남긴 봉투에 들어 있는 그림과 소리…. 무언가를 뜻하고 있는 게 틀림없어!’
한국의 쇼팽을 찾아라!
“반장님, 그런데 CDG가 도대체 뭘까요? 아까 그림에 나타난 C1849도 뭔가를 암시하는 문자와 수 같은데…. 혹시 짐작되는 거라도 있으세요? 수지와 연관된 수나 문자일 수도 있잖아요.”
수지와 추억이 있는 왕 반장에게 소마가 물었다.
“나도 같은 생각을 했어. 분명히 뭔가를 암시한 수와 문자일 거야. 그런데 그게 뭘까….”
“그런데 말이에요. 수지 이 사람, 정말 쇼팽을 좋아했나 봐요. 마지막으로 도서관에서 빌린 책도 모두 쇼팽과 관련된 책인 걸 보면 말이에요.”
박 형사가 수지가 빌린 책을 보며 말했다. 바로 그때, 박 형사의 말을 들은 왕 반장은 뭔가가 떠올랐다.
“쇼팽! 맞아. 수지가 유독 쇼팽을 좋아했었어. 그러고 보니 C1849가 뭔지도 알 것 같군. C는 쇼팽의 이니셜 첫 글자이고, 1849는 바로 쇼팽이 생을 마감한 해야. 그렇다면 CDG는?”
왕 반장의 말을 듣던 소마가 갑자기 뭔가를 알아낸 듯, 소리쳤다.
“반장님! CDG 말이에요, 사람의 이름 앞 글자를 나타내는 것 같아요! 수지, 그리고 쇼팽과 관련이 있는 사람? 아니면…?”
소마의 말을 들은 왕 반장의 뇌리에 빠르게 한 사람의 이름이 스쳐 지나갔다.
“호…, 혹시. 최동건? 21세기 한국의 쇼팽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어. 그리고 수지가 그 사람이 자신을 매우 좋아했다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렇다면 수지가 사라진 건 최동건 때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