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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뿔과 움푹 패인 볼살, 붉은 입술을 가진 영락없는 동화 속 마녀가 강력한 힘을 가지고 돌아왔다! 바로 잠자는 숲속의 공주 속 악당, 말레피센트다. 그녀는 무슨 연유로 오로라 공주에게 치명적인 저주를 내린 걸까?

말레피센트, 400년의 역사를 지닌 동화가 원작!


“공주의 16번째 생일날, 날카로운 물레 바늘에 찔려 깊은 잠에 빠지게 하리라!”

말레피센트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 등장하는 사악한 요정이다. 가장 강력한 마법을 가진 숲의 수호자인 그녀는 오로라 공주의 세례식날 공주에게 치명적인 저주를 내린다.

이 이야기는 프랑스의 고전 동화 중 하나다. 1697년 프랑스의 작가 샤를 페로가 고전 동화를 각색해서 출판하면서 전세계적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그 내용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디즈니 애니메이션과는 제목부터 같은 듯 조금씩 다르다.

페로가 지은 이야기의 원래 제목은 <;잠자는 숲속의 미녀>;다. 그리고 세례식날 3명의 요정이 아니라 7명의 요정이 초대된다. 그리고 말레피센트로 추정되는 요정이 공주에게 저주를 내린다. 사악한 요정이 내린 저주는 공주를 죽게 만드는 것. 하지만 미처 선물을 주지 못했던 7번째 요정이 마법을 걸어, 공주는 죽는 대신 100년 동안 깊은 잠에 빠지게 된다. 이후 공주는 100년의 시간이 흘러 저절로 깨어난다.

이 동화는 그림형제에 의해서도 1812년 출판되는데, 여기서는 요정이 아니라 마법사가 등장한다. 그 수도 무려 13명이나 된다. 나머지 이야기는 페로의 동화와 아주 유사하다. 다만 마지막 장면이 조금 다르다. 오로라 공주는 100년 동안 잠들어 있었는데, 깨어나는 날 우연히 그 근처를 지나가던 왕자가 공주를 보고 한눈에 반해 공주에게 입을 맞춘다. 그리고 때마침 잠에서 깬 공주가 왕자를 사랑하게 된다.

이처럼 두 개의 동화와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같은 듯 조금 다른 이야기를 갖고 있다. 그런데 <;말레피센트>;도 기존과는 다른 이야기로 재미를 선사할 예정이다. 과연 어떻게 다를까? 그 차이에 주목해 보는 것도 영화를 색다르게 보는 방법이 될 것이다.

억울하게 마녀 누명을 쓴 수학자가 있다?

사실 나도 처음부터 이렇게 사악했던 거 아냐. 태어날 때부터 나쁜 사람이 어디 있겠어. 다 사연이 있다고. 무슨 사연이냐고? 그건 비밀! 영화를 통해서 확인하라구. 그나저나 수학자들 중에도 억울하게 마녀 누명을 쓴 사람들이 있더군. 이들만큼은 내 손으로 명예를 회복해 주겠어!

수학 실력이 뛰어나 마녀로 오인 받은 히파티아


히파티아는 400년 경 활동한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여성 수학자이자 철학자다. 그녀는 대수학의 창시자인 디오판토스의 <;수론>;과 아폴로니우스의 <;원뿔곡선론>;의 해설서를 썼고, 수학 기호를 만드는 일을 했다. 이에 여성 수학자로서는 주목할 만한 첫 번째 인물로 손꼽힌다.

히파티아는 30대에 ‘무제이온’이라는 종합고등교육기관의 교수로 초빙 받았는데, 아름다운 미모와 뛰어난 말솜씨로 인기가 높았다. 그녀의 강의가 있는 날이면 멀리서부터 상류층 자제들이 찾아와 건물 앞은 부자들의 마차들로 장사진을 이룰 정도였다.

하지만 키릴로스라는 인물이 알렉산드리아의 교구장으로 부임해 오면서 그녀의 불행이 시작됐다. 키릴로스는 이단★을 심판하는 역할을 했는데, 히파티아를 이단의 우두머리이자 마법을 부려 사람들을 홀리는 마녀로 지목한 것이다.

당시 초기 그리스도교도들은 수학 연구를 기호화하는 것이 이단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가 플라톤의 철학과 전통을 이어나가는 신플라톤주의자인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당시 그리스도교도들은 자신의 종교와 관계없는 모든 철학을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결국 키릴로스와 그를 따르는 광신도들은 마녀를 처단해야 한다면서 그녀의 연구실을 급습했고, 그녀에게 돌을 던졌다. 그녀가 쓰러지자 머리채를 마차에 묶어 이리저리 끌고 다니다가 그녀가 죽자 불태우기까지 했다. 뿐만 아니라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보관된 그녀의 수많은 저서도 불태워 버렸다. 이 일로 학문과 문화의 중심지였던 알렉산드리아는 쇠퇴의 길을 걷고 말았다.
 

이단★ 정통에 어긋나는 교리를 가진 종교.

번역 실수로 마녀가 된 마리아 아녜시

이탈리아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였던 마리아 아녜시는 1748년 미적분학과 적분학을 함께 다루는 책을 세계 최초로 제작하면서 수학계에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당시 수학자들로부터 히파티아 이래로 가장 뛰어난 여성 수학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녀는 당시 최고의 수학자였던 피에르 드 페르마와 함께 곡선에 관한 연구를 했다. 그리고 <;이탈리아 청년을 위한 미적분학>;에 소개했다. 이 책은 1748년에 출판되었는데, 대단한 인기를 누리면서 여러 나라에 번역되어 출판되었다. 그런데 이 책을 존 콜슨이 잘못 번역하면서 아녜시는 마녀로 오인 받게 된다. 콜슨이 곡선이라는 단어를 마녀라는 단어로 착각해 그녀가 연구한 이론을 ‘아녜시의 마녀’라고 번역한 것이다.

사실 곡선은 이탈리아어로 ‘versiera’라고 한다. 이는 ‘우회하다’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vertere’로 부터 파생됐는데, 문제는 ‘악마의 아내’라는 뜻의 ‘avversiera’라는 단어도 줄여서 ‘vertere’라고 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콜슨이 번역한 책을 본 영국의 수학자들은 아녜시의 직업이 마녀기 때문에 그녀의 연구에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고 오해했다. 그녀가 마녀라는 소문은 영국을 넘어 유럽 전체로 퍼져나갔고, 결국 프랑스 학술원의 학자들은 그녀의 수학적 업적은 인정하면서도 정식 연구원으로 임명하는 것을 꺼렸다.

다행히 마녀라는 소문 때문에 아녜시가 사람들에게 해코지 당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무슨 연유에서인지 그녀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35살 때부터 모든 수학 연구를 중단하고 봉사활동과 종교 연구에만 몰두했다.
 
아녜시의 마녀 좌표평면에서 중심이 (0, a)이고 반지름이 a인 원을 생각하자. 점 (0, 0)을 지나는 직선은 이 원과 점 A에서 만나며, 직선 y=2a 위의 점 N에서 이 직선과 만난다. 점 A를 지나는 수평선과 점 N을 지나는 수직선을 그리면 교점 P를 구할 수 있다. 아녜시의 마녀는 이 점 P의 자취이다.

말레피센트의 능력, 현실에서 가능할까?

이제 내 자랑 좀 해 볼까? 내가 항상 가지고 다니는 이 지팡이로 말할 거 같으면 인공번개를 만들어 낸다고. 그 위력은 절벽이나 성벽을 부술 정도지. 또한 녹색 불꽃을 만들어 내는 건 물론 내 눈동자와 같은 녹색으로 내 피부를 바꿀 수도 있다고. 너희는 이런 거 못하지?

인공번개와 녹색 피부, 과학기술로 만든다


일부 국가에서는 말레피센트처럼 인공번개를 무기로 사용하기 위해 개발에 힘쓰고 있다. 바로 번개를 일으키는 레이저 광선을 발사해 표적을 파괴하는 장치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 장치를 ‘레이저 유도 플라즈마 채널’이라고 하는데, 레이저 광선을 공기 중에 쏘면 공기가 뜨거워지면서 플라즈마 상태가 되는 걸 이용한 장치다.

레이저 광선의 전자기장은 공기 분자들로부터 산소나 질소의 전자를 떼어내어 플라즈마 상태를 만들어 낸다. 즉 전자를 잃은 원자나 분자가 집단으로 움직이는 상태가 된다. 플라즈마는 전기가 잘 통하는 성질을 가진 물질이기 때문에, 여기에 고전압의 전기를 흘리면 순간적으로 인공번개가 만들어진다. 즉 전기 감전을 일으키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실제 미국 육군이 개발한 인공번개는 자동차를 폭파할 정도의 유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미국은 이 장치를 무기화할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고 있다. 대신 미국 육군은 레이저 유도 플라즈마 채널의 개발을 완료하고, 주요 시설물의 입·출입 보안장치로 활용하고 있다. 일반인 출입금지 구역에 누군가 함부로 들어오려 할 경우 순간적으로 전기에 감전되도록 해 놓은 것이다.

그런데 이 장치를 이용하면 인공강우도 만들 수 있다. 구름에 레이저 빔을 쏘면 응결핵★이 만들어지면서 비가 내리게 되는 원리다.

그렇다면 말레피센트처럼 녹색 눈동자와 피부를 가질 방법도 있을까? ‘녹색 형광 단백질’을 이용하면 된다. 녹색 형광 단백질은 자외선을 받으면 녹색 빛이 나는 단백질로, 발광 해파리인 에쿼리아 빅토리아에서 처음으로 추출됐다. 이 업적으로 일본의 화학자 시모무라 오사무는 2008년 노벨 화학상을 받기도 했다.
 

녹색 형광 단백질은 스스로 밝은 녹색의 형광을 내기 때문에, 특정한 단백질에 붙이면 위치추적기처럼 단백질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원하는 유전자가 다른 세포에 잘 이식됐는지 확인할 때 활용되고 있다. 또한 녹색 형광 단백질의 유전자를 조작해 식물에 주입하면 밤에도 빛을 발하는 발광식물을 만들 수 있다.

이런 녹색 형광 단백질을 배아줄기세포에 이식하면 녹색 동물을 만들 수 있다. 어느 세포에 언제 이식하느냐에 따라 전신 또는 일부만 녹색이 될 수 있다.

실제로 2012년 충북대학교 동물 바이오 신약 장기 개발사업단은 녹색 형광 소를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 두 번째로 탄생시켰다. 이 소는 눈과 코, 혀와 발굽이 형광 녹색으로 빛난다. 연구팀이 형광 소를 생산한 이유는 소의 유전 형질을 변환해 인슐린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다. 바뀐 유전 형질이 제대로 발현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소의 난자에 녹색 형광 단백질을 주입한 것이다.

이처럼 오늘날 생명과학 실험실에서는 신약 개발을 위해 녹색 형광 단백질을 활용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응결핵★ 증기가 엉켜 물방울이 될 때 그 중심이 되는 아주 작은 알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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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6월 수학동아 정보

  • 조가현(gahyun@donga.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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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니 픽쳐스 릴리징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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