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명소를 찾아라!
“반장님,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저희도 시드니의 상징인 오페라 하우스 앞에서 사진이나 찍으시죠! 어서요!”
박 형사가 생각에 잠겨 있는 왕 반장을 불렀다. K가 유인한 도시 시드니. 잠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왕 반장은 박 형사의 재촉에 마지못해 사진을 찍기 위해 자세를 취했다. 그런데 그때, 한 젊은 남자가 다가와 소마에게 말을 건넸다.
“저기요, 저희 사진 좀 찍어 주실래요?”
“네, 얼마든지요.”
소마가 사진을 찍어 주자, 남자는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소마에게 봉투를 내밀었다.
“시드니의 명소에서 쓸 수 있는 유용한 쿠폰북입니다. 요긴하게 쓰시게 될 거예요.”
뜻하지 않은 선물에 소마가 기뻐하며 봉투를 열었다. 그런데 봉투 안에는 쿠폰은 커녕 격자 판에 알파벳이 가득 채워진 종이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앗! 이게 뭐야? 혹시…, K가 보낸 퍼즐?"
왕 반장의 포춘 쿠키
왕 반장 일행은 두 번째 장소인 하버 브릿지를 보기 위해 유람선을 탔다. 유람선은 하버 브릿지 주위의 경관을 잘 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선상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어 시드니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다. 젊은 남자가 전해 준 퍼즐 때문에 왕 반장 일행은 한껏 긴장한 채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그때 왕 반장이 먼저 말을 꺼냈다.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 기왕 유람선을 탔으니 식사는 여기서 해결하자고.”
눈치를 살피던 박 형사는 왕 반장의 말을 거들었다.
“그래요, 반장님! 설마 남의 나라에서 큰일이야 생기겠어요?”
왕 반장 일행은 식사를 주문했고, 곧이어 유람선 직원이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가져왔다.
“손님, 맛있게 드십시오. 이것은 손님들께 드리는 포춘쿠키입니다. 포춘 쿠키 안에 들어 있는 문제를 푸시면 행운이 올 수도 있으니, 꼭 확인해 보세요."
포춘 쿠키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 세 사람은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하버 브릿지의 멋있는 경치를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유람선이 어느덧 도착할 무렵, 소마는 포춘 쿠키가 생각났다.
“맞다! 반장님, 포춘 쿠키 열어 봐요!”
박 형사와 소마가 포춘 쿠키를 열어 보았다. 그러나 포춘 쿠키 안에는 아무 것도 들어있지 않았다. 왕 반장도 포춘 쿠키를 열어 보았다.
"내 포춘 쿠키 안에는 문제가 들어 있어!"
왕 반장의 포춘 쿠키에는 주사위와 관련된 퍼즐이 들어 있었다.
전망대로 가는 엘리베이터가 위험해!
주사위 문제를 쉽게 해결한 왕 반장은 점점 더 불길한 예감이 밀려왔다.
‘K가 시드니로 유인한 이유는 뭘까…. 그리고 이곳에서 우연을 가장한 퍼즐을 계속 풀게 되는 이유는 뭐지?’
왕 반장 일행은 세 번째 장소인 시드니 타워로 발길을 옮겼다. 시드니 타워는 시드니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80층인 최고층 전망대에서 시내를 보면 시드니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세 사람은 80층에 있는 전망대에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왕 반장과 박 형사, 그리고 소마뿐이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엘리베이터 안 스피커에서 안내 방송이 나오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시드니 타워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이 엘리베이터는 초고속 엘리베이터로, 전망대가 있는 최고층까지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40초입니다. 지금부터 80층에 도착하기 전까지 화면에 나타나는 네 가지 힌트로 연상되는 수를 맞혀 주세요. 정답을 맞히지 못할 경우, 엘리베이터는 바로 추락하게 됩니다."
안내 방송이 끝나자마자, 화면에는 네 가지 힌트가 나타났다. 왕 반장 일행은 모두 어리둥절했지만, 지금 당장은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기 에 반드시 문제를 풀어 야만 했다. 그런데 이때, 소마가 엘리베이터 바닥에 갑자기 주저앉고 말았다. 폐쇄공포증 때문이었다. 이제 남은 사람은 왕 반장과 박 형사 둘뿐! 박 형사가 왕 반장을 재촉했다.
“반장님, 시간이 없어요. 어서 문제를 어야 해요. 어서!”
분수대에 날아온 비둘기
왕 반장은 가까스로 문제를 해결했고, 덕분에 세 사람은 무사히 시드니 타워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위험한 일까지 겪고나자 왕 반장은 K가 이곳으로 유인한 진짜 이유가 더욱 궁금해졌다.
‘K는 왜 우리를 이곳까지 오게 만든 걸까…. 오페라 하우스, 하버 브릿지 유람선, 그리고 시드니 타워…. 10년 전 내가 모두 왔던 곳인데….'
왕 반장은 이 먼 곳까지 왜 K가 유인했으며 왜 이런 일을 벌이는지, 도무지 그 이유를 감조차 잡을 수 없어 답답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는 상황. 세 사람은 마지막 장소인 달링 하버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름다운 항구 옆에 레스토랑과 카페가 즐비한 달링 하버는 데이트하러 나온 젊은 연인들로 가득했다. 그때, 박 형사가 왕 반장에게 물었다.
“반장님, 시드니에서 유학할 때 첫사랑을 만났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어떻게 만났는지 이야기 좀 해 주세요. 하하."
박 형사의 말에 왕 반장은 문득 10년 전, 시드니에서 만난 첫사랑 수지가 생각났다.
‘그래. 이곳 달링 하버에서 10년 전에 수지와 헤어졌었지….’
바로 그때였다. 비둘기 한 마리가 왕 반장에게 날아왔다. 비둘기 발목에는 종이 쪽지가 묶여 있었고, 이 또한 K의 메시지라고 생각한 왕 반장은 비둘기 발목에 묶인 종이를 서둘러 펼쳐 보았다.
10년 전, 이곳 원형 분수대 바닥에는 빨강, 노랑, 파랑의 서로 다른 3가지 색 돌이 바닥을 채우고 있었다. 같은 색깔의 돌끼리는 서로 이웃하지 않도록 돌이 배치돼 있었다면, 맨홀 뚜껑이 있는 돌의 색깔은 무엇이었을까?
첫사랑과의 기억이 떠오르다!
소마가 문제를 풀고 있는 동안, 왕 반장은 계속 K가 시드니로 유인한 이유를 생각하고 있었다. 시드니 타워에서 일어난 엘리베이터 사건을 제외하면, 다른 곳에서는 별 다른 사건 없이 시드니 명소에서 퍼즐 문제를 접한 것이 전부였다.
“반장님! 풀었어요. 이 퍼즐 문제의 정답은 바로…."
소마가 퍼즐의 답을 말하려던 그때, 왕 반장이 소리쳤다.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릿지, 그리고 시드니 타워와 달링 하버! 혹시?”
왕 반장의 말에 놀란 박 형사가 왕 반장에게 물었다.
“반장님! 뭘 알아내신 건가요?”
박 형사가 묻자 왕 반장이 대답했다.
“오늘 우리가 움직인 시드니 명소 말이야. 10년 전 시드니에서 만난 첫사랑 수지와 모두 추억이 있는 곳이야. 오페라 하우스 앞에서 수지를 처음 만났고, 하버 브릿지 유람선에서 처음 데이트를 했을 때에도 포춘 쿠키에서 퍼즐 문제가 나왔었어. 그리고 시드니 타워에서 고백을 했었지. 그리고 몇 개월 후, 달링 하버 분수대 바로 이곳에서 수지와 헤어졌어. K가 유인한 모든 장소는 수지와의 특별한 추억이 깃든 곳이라고!”
왕 반장의 말을 듣자, 소마는 뭔가 짐작되는 것이라도 있는 듯 눈빛이 날카롭게 바뀌었다. 그리고 왕 반장에게 물었다.
“반장님…, 지난 번 K의 은신처에서도 10년 전 반장님의 사진이 있었어요. 그리고 K는 반장님의 첫사랑과의 추억의 장소를 모두 알고 있고요.
그렇다면 K는 수지와 잘 아는 가까운 사람인 게 틀림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