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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생생한 화질 경쟁, 수학으로 앞서 간다!

ICM 2014 공동 기획 미래를 여는 수학


 
소녀시대, 걸스데이, B1A4가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텔레비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아마도 사람들은 “생생하게 보일수록 좋다!”고 말할 것이다. 그런데 수학자들은 이 같은 사람들의 바람을 수학으로 이룰 수 있다고 말하는데…. 도대체 무슨 뜻일까?

텔레비전 발전사는 화질 발전의 역사!


올해 6월에 열리는 브라질 월드컵은 그 어느 때보다 생생한 화면으로 시청할 수 있을 전망이다. KBS와 MBC, SBS 같은 지상파 방송국에서 4월부터 초고화질(UHD) 실험방송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각 방송사에서는 월드컵 경기를 생중계하면서 초고화질 방송을 대대적으로 실험할 예정이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 흑백 영상 생중계와 1970년 멕시코 월드컵에 컬러 중계 이후, 월드컵을 기점으로 또 다시 영상 혁명이 시작된 셈이다.
 

1927년 브라운관을 이용한 텔레비전이 개발된 뒤, 텔레비전 기술은 “어떻게 화질을 더 좋게 만들까?”라는 질문에 응답하면서 발전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 가운데 가장 큰 변화는 흑백 화면에서 컬러 화면으로 나아간 것과, 아날로그 방식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된 것이다. 브라운관은 전자총이 쏘는 ‘음극선’이라고 하는 전자의 흐름을 이용해서 영상을 표시하는데, 처음에는 검은색을 나타내는 전자총만을 사용해서 화면이 흑백이었다. 이후 빨간색과 녹색, 파란색을 쏘는 전자총이 더해지면서 화면을 컬러로 구성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 같은 아날로그 방식은 화질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아날로그 방식에서는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의 색깔과 밝기 등을 위아래로 진동하는 전파의 높낮이와 진동수 변화 등으로 바꿔서 쏘아 보내 준다. 그러면 텔레비전은 이 신호를 해석해서 브라운관에 표시해 주는데, 방송국에서 보낸 전파 신호는 가정의 텔레비전 수신기까지 날아오는 동안 다양한 방해를 받는다. 다른 종류의 전파나 기상 상태, 우주에서 온 전자기파의 방해를 받아서 원래 신호와 달라지기 쉽다. 결국 텔레비전 화면에 잡음이 생기기 쉬운 것이다.

반면에 디지털 방식은 촬영한 영상 정보를 0과 1을 이용한 이진수 신호로 바꿔서 전파에 실어 보낸다. 이 전파 역시 다양한 환경에 의해 방해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전파의 형태가 0과 1이라는 신호를 조합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신호가 더해졌을 때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따라서 텔레비전 수신기에서 자체적으로 이런 신호를 감지해서 원래의 신호로 복원할 수 있고, 그 결과 훨씬 깨끗한 영상을 볼 수 있게 된다.

계산하면 없는 화면도 나온다!

컴퓨터 언어인 이진수 체계를 이용하게 되면서 텔레비전은 마치 컴퓨터처럼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한 화면에 여러 채널의 방송을 표시하거나, 인터넷 접속 기능을 더해서 스마트폰처럼 온라인 서비스까지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날로그 화면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선명한 이미지 제공이 가능해졌다.

이전 아날로그 텔레비전은 방송국에서 보내오는 초당 30프레임의 영상 신호를 그대로 받아서 보여 주는 장치였다. 프레임이란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로, 1초당 재생되는 프레임이 많을수록 영상이 더 자연스럽고 생생해진다. 그런데 디지털 방송에서는 초당 60프레임의 영상 신호를 보내오기 때문에 전보다 더 섬세한 영상 표현이 가능해졌다. 게다가 텔레비전에서 60프레임의 영상을 1초에 120개나 240개까지 늘려서 보여 주어, 아날로그 텔레비전보다 최소 4배 이상의 선명한 화질을 제공할 수 있다.

텔레비전은 원래 초당 60프레임이던 방송 신호를 어떻게 120개 이상으로 만들어 낼까?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뛰어난 방법은 ‘광학 흐름’이라는 수학적인 방법이다. 광학 흐름의 기본적인 원리는 이어지는 두 프레임을 참고해 그 사이에 존재하지 않는 화면을 만들어 넣는 것인데, 여기에 방정식의 원리가 쓰인다.
 

현재까지 이 기술은 화면의 화질을 개선하는 최고의 방법으로 평가 받고 있지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텔레비전에 들어가는 계산용 칩의 성능 향상이 필요하다. 수많은 방정식을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KAIST 수리과학과 이창옥 교수팀은 한 전자업체의 의뢰를 받아 계산시간을 단축시키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 결과 여러 개의 칩을 동시에 사용하는 ‘병렬계산기법’을 고안해냈고, 현재는 적용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평균값’ 찾아 깨끗한 의료 영상 얻는다!

텔레비전뿐만 아니라 의료영상장치도 디지털 신호를 이용하면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우리나라 수학자를 중심으로 한 공동연구팀은 수학을 기반으로 새로운 의료영상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그 주인공은 연세대 계산과학공학과 서진근 교수와 KAIST 수리과학과 이창옥 교수, 그리고 경희대학교 생체의공학과 우응제 교수다. 공동 연구팀은 자기공명영상으로 파악할 수 없는 질병 정보를 확인하는 의료영상장치인 자기공명저항률단층촬영장치(MREIT)를 지난 2008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MRI는 강력한 자기장을 만들어서 몸속에 있는 수소 분자의 반응과 분포를 통해 질병 정보를 파악한다. 반면 MREIT는 인체에 전류를 흘려 줄 때 생기는 자기장을 측정해서 세포의 전기 전도율 변화를 확인하는 장치다. 정상 세포와 암세포의 전기 전도율 차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결과를 바탕으로 질병 유무와 그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공동 연구팀은 현재 MREIT의 상용화를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장치를 상용화하기 위해 해결해야 하는 문제 중 하나는 인체로부터 나오는 신호를 영상으로 만들 때 생기는 잡음을 처리하는 것이다. 의료장치를 인체에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인체에 무해한 정도의 약한 전류를 흘려야 하는데, 그러면 인체에서 나오는 신호의 크기도 매우 작아진다. 그 결과 장치에서 발생하는 전기적인 잡음의 크기와 인체 신호의 크기가 비슷해져서 신호를 영상으로 나타냈을 때 알아보기가 힘들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때 이용하는 수학적인 방법 중 하나는 ‘평균값’을 내는 것이다. 디지털 영상은 사물을 입자 단위로 쪼개서 그 입자를 구성하는 색을 수치 정보로 나타낸다. 이때 특정 입자를 나타내는 수치가 인접한 입자에 비해 터무니없이 크거나 작으면 잡음이 된다. 공동 연구팀에 참여한 KAIST 이창옥 교수 연구팀은 이 같은 잡음 정보와 주변 입자가 나타내는 수치의 적절한 평균치를 계산해서 잡음이 제거된 깨끗한 의료 영상을 보여 주는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무궁무진한 영상 수학의 가능성!

디지털 영상과 수학이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분야는 텔레비전과 의료 영상뿐만이 아니다. 전혀 관계 없어 보이는 농업과 사진 편집 분야에서도 영상 수학이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콩을 재배하는 농민들의 관심거리는 적절한 시기에 콩잎에 번식하는 진드기를 퇴치하는 약을 뿌리는 것이다. 특히 미국처럼 넓은 면적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나라의 농민들은 농약을 뿌리는 시기를 잘 결정해야 두세 번 뿌리지 않고 효과적으로 진드기를 퇴치할 수 있다. 이는 작물의 품질뿐 아니라 재배 비용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리고 재배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이 식품을 구입하는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미국 농무부에서는 지난 2006년, 미국 미네소타대 응용수학연구소에 농약을 뿌리는 적절한 시기를 찾기 위해 기존에 이용하던 방법을 개선해 줄 것을 의뢰했다. 그 당시 연구소에 머물면서 연구하던 KAIST 수리과학과 이창옥 교수는 이 문제에 흥미를 느껴 도전했다.

이전에는 진드기의 번식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콩잎을 딴 뒤 사진을 찍어서 진드기의 크기와 개수를 분석했다. 콩잎 하나에 있는 진드기를 파악하면 계산을 통해 전체 재배 면적에 분포하는 진드기의 상황을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드기 사진을 찍을 때 콩잎을 펴 주기 위해서 사용하는 철망이 문제였다. 컴퓨터 프로그램이 철망까지도 진드기로 잘못 파악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이창옥 교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철망과 진드기를 분리하는 수학적인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콩잎에 번식하는 진드기는 타원 모양이다. 그런데 일부분만을 확대해서 보면 철망도 한쪽이 긴 타원 모양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진드기는 찌그러진 정도, 즉 장축과 단축의 길이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다. 따라서 이창옥 교수는 타원으로 변환했을 때 장축의 길이가 단축보다 6배 이상이 되는 경우는 철망으로 간주해서 무시하는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그 결과는 2006년 미네소타대 응용수학연구소 최고의 연구 성과 중 하나로 뽑히기도 했다.
 

첨단 의료영상장비 개발의 주역, 서진근 교수(연세대 계산과학공학과)

많은 학자들이 인체에 전기를 흘려 줄 때 나타나는 전기전도율 변화를 영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저희 연구팀에서 자기장의 $z$축 방향 성분만으로 나머지 x, y축 성분까지 알아내는 수학적인 방법을 알아내면서 인체 전기전도율 영상 획득에 돌파구가 마련됐습니다.
흔히 수학자는 추상적인 세계를 연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의료영상장치 외에도 산업분야에는 수학자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일들이 무척 많습니다. 실제로 많은 기업체에서 수학자들에게 문제 해결을 의뢰해 오고 있어요. 저도 삼성과 함께 자동으로 물체를 추적하는 감시카메라를 만드는 연구를 했답니다.

영상 수학의 달인, 이창옥 교수(KAIST 수리과학과)

영상 수학은 크게 영상 처리와 영상 분할로 나눌 수 있습니다. 영상 처리는 텔레비전 화질 문제처럼 없는 화면을 새롭게 만들어낸다거나, 의료 영상처럼 데이터를 계산해서 영상으로 보여 주는 분야라고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영상 분할은 콩잎에서 진드기를 떼어내는 것이나, 포토샵 프로그램을 이용해 사진을 조작하는 것을 예로 들어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영상 수학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는 일이라면 어떤 분야에서든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문제도 영상 수학을 이용해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 영상 수학의 응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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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4월 수학동아 정보

  • 최영준(jxabbey@donga.com) 기자
  • 도움

    이창옥 교수
  • 도움

    서진근 교수
  • 도움

    우응제 교수
  • 사진

    우응제
  • 사진

    이창옥
  • 사진

    동아일보
  • 사진

    포토파크닷컴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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