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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있어도 외로운 이유, ‘친구 관계 그래프’에 답 있다!
 
친구의 수가 똑같은 A와 B, 두 사람이 있다. A는 교우 관계 문제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반면, B는 종종 외롭고 혼자라는 생각이 든다. 왜일까?

첫 번째 예상 가능한 원인으로는 개인적인 성향 차이를 들 수 있다. A는 긍정적이고 주어진 상황에 잘 순응하는 성격이고, B는 소심하고 걱정이 많은 성격이라면 같은 상황에서도 다르게 느낄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라, 각자의 가정환경이나 친구 성향과 같이 다양한 변수를 두고 심리학적인 접근을 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문제를 수학적인 방법으로 접근해보면 어떨까? 미국의 저명한 의사이자 사회학자인 니컬러스 크리스태키스와 정치학자인 제임스 파울러는 미국의 한 대학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105명의 학
생들을 대상으로 재밌는 실험을 해 보았다. 학생들이 각각 어떤 친구와 관계를 맺고 있는지 조사한 후,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다. 그러자 오른쪽과 같은 그래프를 얻을 수 있었다. 그래프에서 각각의 점은 학생들을 뜻하고, 두 점 사이의 선은 친구 관계를 나타낸다.

그래프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각 학생들은 평균적으로 약 6명의 친구와 연결돼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어떤 학생은 친구가 1명뿐이기도 하고, 어떤 학생은 친구가 더 많기도 했다. 또 어떤 학생은 그래프 깊숙한 곳에 자리잡기도 했고, 어떤 학생은 그래프 바깥쪽에 있었다. 이렇게 친구 관계를 그래프로 나타내자, 친구 사이의 관계와 개인의 위치를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친구 관계 그래프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A와 B는 둘 다 친구가 4명으로 친구의 수는 같다. 그렇지만 A의 친구는 서로서로 연결돼 있다. 즉, A의 친구들은 서로 잘아는 사이다. 반면, B의 친구들은 서로 연결돼 있지 않으므로 서로 친구가 아니다. 따라서 A의 친구들은 함께 어울리기 쉽지만, B의 친구들은 서로 어울리기가 힘들다. 친구의 수가 같더라도 친구 관계 그래프에 놓인 위치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5, 15, 50명의 친구의 수!
 
누구나 한 번쯤은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와 같은 SNS를 해 본 경험을 갖고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SNS를 통해 정보를 얻는 것은 물론이고, 친구끼리 서로의 소식을 전하며 소통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SNS 때문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다. 불필요한 정보를 계속 받게 되는 것은 물론, 원하지 않는 사람과 친구를 맺게 되는 일이 자주 벌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SNS를 통해 올린 정보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유출될 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최근에는 이와 같은 개방형 SNS를 벗어나 폐쇄형 SNS로 옮기는 사람들의 수가 부쩍 늘고 있다. 폐쇄형 SNS는 기존의 SNS와 달리 자신이 정말 원하는 친한 친구들끼리만 정보와 일상을 공유한다. 그 중 하나인 ‘데이비’는 특히 친구 수를 특정하게 정해 놓아 눈길을 끈다. 이용자가 맺은 친구 중에서 교류가 잦은 친구들 50명만 선정해 사진을 공유하도록 만든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50명일까?

‘50’이란 수는 사실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이자 인류학자인 로빈 던바가 제시한 이론에서 착안된 수다. 로빈 던바는 1993년 <;사람에게는 몇 명의 친구가 필요한가?>;라는 책에서 인간에게 적절한 친구의 수는 150명이라고 주장했다.

로빈 던바가 제시한 150명의 근거는 의외로 간단하다. 던바는 우리 뇌에서 언어와 생각을 담당하는 신피질의 용량과 친구 관계가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 연구했다. 그리고 그 연구 결과를 토대로 던바는 사람의 뇌 용량의 한계 때문에 인간이 사회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적절한 친구의 수가 150명이라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친구가 150명을 넘어서면 인간의 뇌의 용량이 부족해 그 모든 친구들을 신경 쓸 수 없다는 뜻이다. 특히 던바는 그중에서도 가장 친한 친구는 5명, 좋은 친구는 15명, 신뢰가 가는 친구는 50명 정도라고 설명했다.

한편 오늘날에는 많은 사람들이 SNS를 통해 친구를 맺고, 교류하는 일이 잦아 SNS 친구 관계 그래프를 분석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렇다면 인터넷 상에서의 친구 관계도 던바의 수를 따를까? 니컬러스 크리스태키스와 제임스 파울러가 페이스북 사용자를 조사해 본 결과, 사용자가 등록한 평균적인 친구의 수는 약 110명으로 던바가 제시한 수(150명)와 비슷한 값을 나타냈다. 이는 오프라인 상의 친구 그래프와 온라인상의 친구 그래프가 매우 닮았음을 뜻한다.


비상 연락망으로 적절한 그래프 구조는?
 

갑자기 학급에서 중요하고 긴급한 일이 생기면, 어떻게 연락해야 할까? 물론 단체 문자나 채팅으로 한꺼번에 알릴 수도 있겠지만, 전화를 통해 전달해야 하는 일이라면 효율적인 전달 방법이 필요하다. 이때 쓰이는 게 바로 비상 연락망이다. 그렇다면 비상 연락망으로 적절한 그래프는 어떤 모양일까?

그림❶과 그림❷를 살펴보자. 두 그림 모두 100명의 사람이 99번의 전화로 모든 사람에게 소식을 전달하는 연락망 구조이다. 그림❶은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 순차적으로 전화를 거는 방법이다. 처음과 끝 사람을 제외한 모든 사람은 한 사람에게 전화를 받고, 다른 한 사람에게 전화를 건다.

반면, 그림❷는 나뭇잎 모양처럼 생긴 구조망이다. 이 구조에서는 처음 전화를 거는 사람과 마지막으로 연락받는 사람을 제한 모든 사람은 한 사람에게 전화를 받고, 두 사람에게 전화를 건다. 즉, 그림❶보다 한 사람이 전화를 거는 횟수가 더 많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빠르게 소식을 전해야 하는 비상 연락망에서는 그림❷가 그림❶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한 사람이 전화를 걸때 1분이 걸린다고 한다면, 그림❶에서는 99단계를 거치므로 99분의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그림❷에서는 한 사람이 두 사람에게 전화를 걸기 때문에 2분이 걸리고, 그 단계는 동시에 이뤄지기 때문에 최대 6단계면 끝난다. 즉, 2×6=12분으로 99분보다 훨씬 적은 시간이 걸린다. 상황에 따라 적절한 그래프 구조가 필요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친구 사이, 행복과 비만도 전염된다!

부모님들이 자주 하시는 말씀 중에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친한 친구끼리는 서로 행동이나 말투, 습관 등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좋은 영향을 주는 친구를 사귀라는 뜻이다. 특히 청소년기에는 친구와 보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그 영향력은 훨씬 더 클 것이다. 그렇다면 친구끼리 어떤 습관이나 행동이 서로 영향을 미치는 걸까? 또 그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

니컬러스 크리스태키스와 제임스 파울러는 2002년에 사회적인 네트워크상에서 ‘행복’이나 ‘고독감’과 같은 감정은 물론이고, ‘비만’이나 ‘흡연’과 같은 질병과 습관이 어떻게 전파되는지를 수학적인 접근 방법을 토대로 연구했다.

이때 두 사람은 연구를 위해 ‘프레이밍엄 심장 연구’를 활용했다. 프레이밍엄 심장연구는 미국의 매사추세츠 주에 있는 ‘프레이밍엄’이란 작은 시골 마을에 사는 약 1만2000명을 대상으로 심장 질환의 위험 요인을 찾고 있는 대규모 연구다. 1948년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두 사람이 프레이밍엄 심장 연구를 토대로 실행한 실험의 과정은 다음과 같았고, 연구 결과 1020명 사이의 관계와 행복 정도는 아래와 같은 그래프로 나타났다.




통계적인 분석을 하자, 한 사람의 행복은 사람들 간의 관계를 통해 전해져 친구(1단계)는 물론이고, 친구의 친구(2단계), 심지어 친구의 친구의 친구(3단계)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그 영향력은 갈수록 점점 줄어들어서 3단계를 넘어서는 사람에게는 영향력을 거의 미치지 못했다. 이때 영향력의 정도는 친구(1단계)에게는 약15%, 친구의 친구(2단계)에게는 약 10%, 친구의 친구의 친구(3단계)에게는 약 6%정도로 나타났다. 4단계부터는 그 효과가 거의 사라졌다.

그렇다면 한 사람이 3단계 법칙을 통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도는 얼마나 될까? 자칫 생각하면 그 수가 얼마 되지 않을 것 같지만, 결과는 놀랍다. 한 사람이 사회적으로 접촉하는 사람의 수가 최소 20명이라고 가정해 보아도 2단계까지 미치는 수는 20×20=400명이고, 3단계까지 연결된 수는 무려 20×20×20=8000명이다. 한 사람이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실감할 수 있다.

한편 ‘비만’과 같은 질병도 사람들간의 관계를 통해 전파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크리스태키스와 파울러는 1971년부터 2003년까지 32년간 프레이밍엄 심장 연구에 참여한 1만 2000명이 형성하는 사회적 네트워크상에서 비만의 발생과 전파도 분석해 보았다.

그 결과, 행복의 전파와 마찬가지로 비만인 사람은 대개 평균적으로 친구(1단계), 친구의 친구(2단계), 친구의 친구의 친구(3단계)도 비만인 경우가 많았다. 즉, 비만에 있어서도 3단계 법칙을 따른 것이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점은 어떤 사람이 비만일 경우 배우자와 형제보다도 친구가 비만이 될 가능성이 가장 컸다는 점이다. 당사자가 비만일 경우 비만이 될 가능성은 배우자가 37%, 형제는 40%인 반면, 친구가 비만이 될 가능성은 무려 57%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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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3월 수학동아 정보

  • 장경아 기자
  • 일러스트

    홍승표
  • 기타

    <행복은 전염된다>(니컬러스 크리스태키스, 제임스 파울러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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