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으로 무한을 담다!
뒤레뤼츠는 작은 행성을 한 장에 담는 사진 이외에도 ‘무한’을 표현한 사진 작품에 관심이 많다. 그림 안에 동일한 그림을 반복적으로 넣는 것으로, 이러한 기법을 ‘드로스테 효과’라고 부른다. 반복을 통해 무한을 표현한 사진은 일부의 모양이 전체와 닮은 ‘프랙탈’로도 볼 수 있다. 무한을 담은 알렉상드르 뒤레뤼츠의 작품을 감상해 보자.
작은 행성의 비밀은 ‘도법’
마치 어린왕자 동화 속에 나오는 작은 행성처럼 현실을 왜곡한 독특한 사진의 비결은 뭘까? 최첨단 카메라 장비를 사용했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알렉상드르 뒤레뤼츠 교수의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대부분의 사진을 일상생활에서 쉽게 쓰는 디지털 카메라로 찍었고, 인터넷에서 누구나 내려받아 쓸 수 있는 사진 편집 프로그램으로 작업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방법의 바닥에는 정확한 지도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도법’의 원리가 숨어 있었다.
Q 자신의 사진을 ‘한 장의 구’라고 표현했는데, 그 이유를 설명해 주세요.
여러분이 서 있는 곳에서 고개를 돌리지 말고 한 바퀴 둘러보세요. 수평으로 360° 방향의 곳을 볼 수 있을 거예요. 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거나 땅 바닥을 내려다보세요. 하늘은 수직으로 90°, 땅 바닥은 -90°라고 볼 수 있으니까 수직으로 180° 방향을 볼 수 있는 셈이에요.
사람을 구의 중심이라고 상상해 본다면, 사람이 볼 수 있는 풍경을 ‘구’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구’는 입체 공간이라서 평면인 사진에 완벽하게 담을 수 없지만, 저는 그 구를 한 장의 사진으로 담고 싶었습니다.
Q ‘작은 행성’처럼 보이는 사진은 어떤 방법으로 찍은 건가요?
먼저 360°×180° 파노라마 사진을 찍습니다. 여기서 360°×180° 파노라마는 앞서 말한 수평으로 360°, 수직으로 180°를 본 것을 한 장의 사진으로 담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선 고정된 위치에서 같은 높이로 방향만 바꿔가며 360° 방향의 사진을 여러 장 찍습니다. 그런 다음 자기 머리 위인 90° 사진과, 바닥인 -90° 사진을 찍습니다. 수평과 수직 방향으로 볼 수 있는 사진을 모아 사진 편집 프로그램에서 모든 사진을 합치면 360°×180° 파노라마 사진이 완성됩니다. 요즘에는 휴대전화 카메라나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있어 쉽게 360°×180° 파노라마 사진을 찍을 수 있어요.
그 다음은 ‘투영’입니다. 이것은 마치 지도에 빗대어 설명할 수 있습니다. 3차원 구인 지구는 완벽하게 2차원 평면인 지도로 나타낼 수 없어요. 그래서 지도를 만들 때는 ‘도법’을 써서 오차를 최소화하지요.
여러 가지 투영 도법 중에서 작은 행성 사진을 찍을 때 사용한 것은 ‘평사도법’입니다. 간단히 말해 ‘각’을 유지시키면서 지구를 평면에 투영하는 방법입니다. 지구와 투영면이 접하는 점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퍼져나가기 때문에 원 모양이 되지요. 저는 인터넷에서 무료로 내려받아 쓸 수 있는 사진 편집 프로그램인 ‘김프(Gimp)’를 주로 사용했습니다.
Q 이런 사진을 찍는 방법은 어떻게 알게 됐나요?
우연히 어떤 사진작가의 홈페이지에서 마치 ‘행성’과 같은 독특한 사진을 봤는데,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인터넷에서 찾아보니까 카메라와 사진 편집 프로그램만 있으면 간단한 방법으로 만들 수 있더군요. 저도 360°×180° 파노라마 사진과 편집 프로그램을 이용해 멋진 사진을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에펠탑 앞에서 파노라마를 찍은 다음, 직접 편집 프로그램을 이용해 사진을 만들어 보았는데 멋있는 작품이 완성됐어요. 그 뒤로 홈페이지에 계속 사진을 올리며 사람들과 공유하고, 즐거움을 나누고 있습니다.
뛰어난 카메라 장비가 없어도 누구나 작은 행성과 같이 구를 한 장의 사진으로 담을 수 있답니다. 여러분도 한번 도전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