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 달 밖으로 나오니까 좋구나! 오랫동안 절구질만 하느라 정말 지루했어. 게다가 사람들은 왜 모두 똑같이 한가위만 되면 달을 보면서 소원을 비는 거야? 평소엔 잘 보지도 않으면서 말이야. 앞으로 달을 볼 땐 소원도 좋지만 수학을 떠올려 보는 건 어때? 지금부터 이 옥토끼가 달과 관련된 재밌는 수학 이야기를 들려줄게.
달 모양에 여러 가지 도형이 가득!
2013년 9월 19일은 우리나라 큰 명절 중 하나인 추석이다. 음력으로 8월 15일인 추석은 가장 밝고 둥근 보름달을 볼 수 있는 날로,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추석에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곤 했다.
달은 아래 그림과 같이 보름달부터 철월, 상현달(또는 하현달), 초승달(또는 그믐달)까지 약 한 달을 주기로 그 모양이 계속 바뀐다. 달의 모양이 바뀌는 이유는 시간에 따라 태양과 지구, 달의 위치가 변하기 때문이다.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돌듯이 달도 지구의 주위를 도는데, 이때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져 빛을 받지 못하는 부분이 생긴다. 이 때문에 실제로 달의 모양이 변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 눈에는 달이 점점 작아지거나 점점 차오르는 걸로 보인다.
이런 달의 모양을 수학적으로 본다면 어떨까? 먼저 가장 밝고 둥근 보름달은 평면도형인 ‘원’을 연상할 수 있다. 그리고 상현달(또는 하현달)은 원을 반으로 나눈 ‘반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초승달은 어떤 도형으로 볼 수 있을까?
수학에서는 오른쪽 그림과 같이 두 개의 원의 호로 이뤄진 초승달 모양의 평면도형을 ‘궁형(Lune)’이라고 부른다. ‘Lune’은 달을 뜻하는 라틴어인 ‘Luna’에서 유래된 영어 단어이다. 고대의 수학자들은 가장 완벽한 평면도형으로 여겼던 원을 연구하면서 궁형에 대한 성질을 밝혀내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구의 겉면인 구면 위의 도형을 다루는 ‘구면 기하학’에도 달(Lune)이 있다. 왼쪽 그림과 같이 구가 있고, 구의 지름을 포함하는 두 원이 겹쳐져 있다고 하자. 이때 노란색에 해당하는 곳을 구면 기하학에서는 ‘달(Lune)’이라고 한다. 구면 기하학에서 달의 넓이와 부피는 구의 반지름(r)과 구 내부의 두 원이 이루는 각(θ)을 알면 구할 수 있다.
달을 품은 수학의 정리, 히포크라테스의 초승달
지금으로부터 약 2500년 전인 기원전 5세기,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히포크라테스는 기하학 <;원론>;의 최초 저자일 만큼 기하학에 조예가 깊은 수학자였다. 히포크라테스는 당시 유명한 수학자였던 탈레스, 피타고라스와 더불어 기하학 연구에 심취해 있었다.
히포크라테스의 업적 중에서도 단연 손꼽히는 것은 바로 ‘초승달’에 관한 연구다. 그의 이름을 따서 ‘히포크라테스의 초승달’이라고 불리는 정리는 다음과 같다.
이와 같이 히포크라테스는 초승달의 넓이와 이등변 직각삼각형의 넓이가 같음을 증명했다.
그런데 히포크라테스는 왜 초승달 모양인 도형에 관심을 갖게 된 걸까? 그 이유는 당시 내로라하는 수학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던 ‘평면도형의 구적문제’와 관련이 있다. 평면도형의 구적문제란, 평면도형과 같은 넓이를 갖는 정사각형을 작도하는 문제를 뜻한다.
수학자들은 먼저 ‘직사각형과 넓이가 같은 정사각형을 작도할 수 있는가?’와 같이 단순한 다각형의 구적문제에 도전해 구적 가능함을 증명했다. 그 이후에는 불규칙한 다각형도 구적이 가능하다는 것을 밝혀냈다.
직선으로 된 평면도형이 모두 구적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되자, 수학자들은 곡선으로 이뤄진 구적문제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수학자가 곡선으로 된 도형 중 구적이 가능한 것을 찾았는데, 그가 바로 히포크라테스다. 당시 수학자들은 히포크라테스가 구적 가능한 초승달을 찾아내자, 최대 난제였던 ‘원의 구적문제’에도 희망이 보인다고 믿었다.
그러나 구적 가능한 초승달은 지금껏 히포크라테스가 찾은 3개의 초승달과, 2000년이 넘게 시간이 흐른 18세기에 오일러가 찾은 2개의 초승달을 포함해 5개뿐이다. 그리고 20세기에 이르러 수학자 체바토루와 도로드나우는 구적이 가능한 초승달은 이 5개뿐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한편 고대 수학자들의 최대 난제 중 하나였던 원의 구적문제는 20세기 독일의 수학자 린데만에 의해 풀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원의 넓이와 같은 정사각형은 작도할 수 없다는 뜻이다.
수학으로 초승달 만드는 방법!
수학에서 초승달을 그리는 방법으로는 먼저 ‘방정식’을 이용해 그리는 방법이 있다. 아래 그림과 같이 좌표평면 위에 서로 크기가 다른 두 원을 내접★하도록 그린다. 이때 큰 원의 중심은 원점을 지나도록 그리고, 큰 원과 작은 원의 반지름은 각각 10과 8이라고 하자.
내접★ 두 원이 내접한다는 것은 작은 원이 큰 원과 한 점에서 만나되, 바깥이 아닌 안쪽에서 만나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아래의 그림과 같이 교집합이 있는 두 집합의 벤 다이어그램을 이용하면 초승달 모양을 만들 수 있다. 이때, 교집합인 영역의 크기와 두 집합을 나타내는 원의 크기에 따라 초승달의 모양은 달라진다.
벤 다이어그램에서 왼쪽 집합을 A, 오른쪽 집합을 B라고 하자. 그러면 초승달로 된 부분(L)은 B-A 또는 L=B-(A∩B)와 같이 집합의 차집합으로 간단히 표현할 수 있다.
한편, 초승달과 관련된 재밌는 수학 퍼즐도 있다. 먼저 아래 그림과 같은 초승달을 그린다. 이 초승달을 3개의 직선을 그어 10조각으로 만들려면 직선을 어떻게 그어야 할까?
“어때? 이번 추석에는 보름달을 보며 달과 관련된 수학을 생각해도 재밌겠지? 난 이제 다시 절구질을 하러 달로 돌아가야겠어. 지루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달 밖으로 나와 보니까 달에서의 생활이 그리워졌지 뭐야. 그럼 모두들 즐거운 추석 보내고, 다음에 또 보자.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