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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교수님! 먼저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자연수, 정수, 실수, 복소수 등 다양한 수의 구조를 연구하는 수학자입니다. 그 중에서도 ‘보형 형식’을 주로 연구해요. 쉽게 설명하자면, 문제 자체는 간단해도 풀기는 어려운 경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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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됐어요. 보형 형식도 그 중 하나에요.
보형 형식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려주세요.
원은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돌려도 원래 도형과 겹쳐요. 그래서 ‘대칭성을 갖는다’고 말할 수 있어요. 사각형은 90° 대칭인 도형이지요. 이처럼 보형 형식도 공간에서 복잡한 대칭성을 가진 함수에요. 이렇게 함수나 공간 자체를 연구함으로써 수의 관계를 연구할 수 있어요. a, b, c가 양의 정수이고, n이 3 이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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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형 형식과 관련이 있어요.
어떤 계기로 수학자가 되셨나요?
처음부터 수학자가 되려고 한 건 아니었어요. 단지 자연과 인간과 사회 현상을 이해하는 데 관심이 있었어요. 그래서 자연과학을 전공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고, 대학에서 철학, 수학, 물리학 등 여러 과목을 접하다가 수학을 전공했지요. 특히 좋았던 과목은 수론의 추상적인 버전인 ‘대수학’이었어요.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 있나요?
대학교 1학년 때 미적분학 수업에서 교수님께서 ‘식이 나타내는 현상을 관찰하고, 특징을 찾아내 문제를 풀어간다는 점에서 수학은 다른 자연과학과 닮았다’고 말씀하셨던 게 기억에 남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문제를 좀 더 재미있게 풀 수 있거든요.
아, 대학원생 때 강의 도중에 교수님이 문제 하나를 못 푸셨던 적이 있는데요. 마침 저녁 수업이라 한 학생이 저녁을 먹고 와서 수업을 마저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어요. 그래서 모두 저녁을 먹고 강의실로 돌아왔는데 교수님이 그 자리에서 계속 문제를 풀고 계시더라고요. 남들은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 모습에 감동을 받았죠.
학생들에게 어떤 교수님인가요?
(멋쩍은 미소와 함께) 수학을 재미있게 가르치는 건 힘든 것 같아요. 학생들의 생각이 궁금해서 학기 도중에 강의에 대해 바라는 점을 묻는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었어요. 의견을 적은 종이를 읽다보니 ‘재미있게 가르쳐 달라’고 적은 학생도 한 명 있었어요.
저는 학생들이 열심히 하기를 원하면 교수 스스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스스로 모범이 돼서 학생들이 학업을 열심히 하게 만들고 싶어요.
교수님도 ‘수학자가 될 수 있을지’고민하신 적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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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죠. 석사과정 마칠 때도 취업설명회에 가서 입사 원서를 받아온 적도 있고, 박사과정 졸업할 때도 고등학교 선생님이 돼 볼까 해서 교육대학원을 알아본 적도 있어요. 취직하기 전에 미래에 대해 확신을 가진 적은 없어요.
‘모리 시게후미’라는 일본의 저명한 대수기하학자도 학창시절 두각을 나타냈지만 다른 일을 해야 하는 건 아닌지, 자신의 능력이 수학자로서 충분할지 계속 고민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지금은 수학을 하고 싶으니까 조금 더 해야지’라고 생각하다가 결국 수학자가 된 것 같아요. 만약 미래를 계산했으면 수학자를 안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공동연구를 많이 하실텐데, 각자 문제에 대한 이해 수준이 다르면 힘들지 않나요?
아직 아무도 푼 적이 없는 문제를 풀려고 모여서 생각을 나누다 보면 서로 다른 관점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의미 있어요. 같은 현상도 사람마다 다르게 보기 때문에 서로 생각을 교환하다보면 자극을 받거든요. 그리고 풀 수 있는 방법을 새롭게 떠올릴 수 있게 돼요. 그래서 수학은 공동연구를 하게 되면 참여자 모두가 대등하게 기여한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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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이 없는데 연구를 잘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이건 정말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중국의 수학자 이탕 장은 쌍둥이 소수에 관해서 평생 꾸준히 연구하다 결국 풀었어요. 만약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라고 생각하고 중간에 멈춰버렸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중간에 연구를 잘 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건 굉장히 힘든 것 같아요.
연구 주제를 정하는 기준은 뭔가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나에게 재미있는지’를 우선으로 생각해요. 예전에 어떤 식으로 연구하고 싶은지를 선배와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제 답은 ‘공부를 하다가 알고 싶은 게 있으면 그걸 공부하고, 그러다 다른 사람이 밝혀놓은 게 없으면 그 부분에 도전하고 싶다’였어요. 물론 자기가 좋아하는 대로만 하다 보면 생각이 점점 좁아질 수 있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의 생각도 들어보고, 그래도 나에게 재미있는 주제인지를 또 생각해요.
교수님은 어떤 방식으로 공부하세요?
저는 연구실에 앉아서 공부하는 것보다는 도서관이나 탁 트인 야외에서 공부하는 걸 좋아해요. 책을 보다가 생각이 잘 안되면 벤치에 누워있거나 걸어 다니기도 하고요.
집에서는 공부가 잘 안돼서 카페나 공원에 자주 가요. 책 펴놓고 있으면 남들 보기에 설정 같아 보이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어요. 저희 어머니도 시끄러운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어려운 문제를 풀었을 때의 쾌감’과 ‘수학이 실생활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어서’ 중 교수님이 느끼는 수학의 매력은 어느 쪽인가요?
수학이 어떤 곳에 도움이 되는지는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딱 한 번, 대학 다닐 때 앞으로 뭘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수학을 하더라도 뭔가 도움이 되는 걸 해야겠다’고 생각했었어요.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도록 하는 생태학에 관심이 있어서 생태학과 밀접한 통계학을 공부해봤는데 재미가 없더라고요. 하지만 수학의 유용성은 굉장히 중요해요. 바둑 두는 인공지능에도 수학이 있는 것처럼 수학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