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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으로 다시 태어난 리얼입대 프로젝트 진짜 사나이


“손진영 일병!”
“네! 일병 손진영!”
“오늘은 새로 들어온 박형식 이병에게 포병숫자와 수기신호를 가르치도록 한다. 포병숫자와 수기신호로 구구단을 욀 수 있도록 철저히 가르치기 바란다.”
“네? 포병숫자도 제대로 모르는데…, 구구단을 가르치라는 말씀이십니까? 병장님 너무하십니다~.”
“엄살 떨지 말고, 어려우면 ‘수학 기자’ 출신인 최 상병에게 배우도록. 내일 오전에 박형식 이병과 함께 시험을 보도록 하겠다. 실시!”
“허걱! 공부까지 하라는 말씀이십니까? 정말 너무하십니다~!”

‘진짜 사나이’ 끼리만 통하는 특별한 포병숫자

이런 이런~. 구멍병사 손진영 일병이 아기병사 박형식 이병을 가르친다니…, 잘못하면 우리 부대 전체가 망신 당할 수도 있겠는걸? 하지만 신호체계가 만들어진 원리를 알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포병숫자와 수기신호를 습득할 수 있지. 좋아, 수학기자 출신인 내가 나서야겠군!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에서는 포병부대를 방문한 출연자들이 포병숫자를 배우는 장면이 등장해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었다. 포병은 군대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종류의 대포를 담당하는 병사로, 특별한 방식으로 수를 표현한다.

우선 수를 세는 방법부터 남다르다. 보통 0~9까지 수를 셀 때는두 가지 방식을 사용한다. ‘영, 하나, 둘, 셋~아홉’으로 발음하는 한글 방식과, ‘공, 일, 이, 삼~구’라고 말하는 한자 표현 방식이다.
 

그런데 포병들은 두 가지 방식을 섞어서 ‘공, 하나, 둘, 삼, 넷, 오, 여섯, 칠, 팔, 아홉’이라고 부른다. 시청자들은 이처럼 어색한 표현법을 익히느라 실수를 연발하는 연예인들을 보면서 배꼽 빠지게 웃는다.

그런데 포병들은 왜 이렇게 독특한 방식으로 수를 말하는 걸까? 그 이유는 수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전쟁터에서는 빗발치는 포탄과 폭발음 때문에 소리를 정확하게 듣기가 어렵다. 그런데 만약 포탄을 쏠 위치에 대한 좌표를 잘못 알아들으면 큰 사고가 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포를 쏠 지점이 좌표 위에서 (4, 5)이라는 지점이라고 하면, ‘넷’과 ‘다섯’이라고 발음했을 때 잘못하면 ‘셋’과 ‘여섯’이라고 알아들을 수 있다. 그러면 전혀 다른 위치에 포탄을 쏘게 되고, 적군이 아닌 아군이나 민간인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신호 통신법 발명의 비결은 수학?

어떤가, 손 일병. 포병숫자가 어떤 원리로 만들어졌는지 배우니 흥미롭지 않나? 더 놀라운 건 이렇게 신호를 이용해서 숫자와 문자를 표현하는 의사소통 방식의 역사가 고대 중국까지 거슬러올라간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그 안에는 정교한 수학 원리까지 담겨 있다는 말씀!


연기에 수학을 담은 봉화 신호


만리장성은 무려 8850km에 이르는 거대한 구조물로, 장벽과 함께 중간중간 불을 피워 신호를 알리는 봉화 신호탑으로 이루어져 있다. 기원전 7세기 중국에서는 국경을 감시하는 군인들이 적군이 침입할 때 연기를 일으켜 소식을 전했는데, 불과 몇 시간 만에 750km나 떨어진 곳까지 신호를 전할 수 있었다.
기원전 2세기 고대 그리스의 역사학자 폴리비우스는 연기 신호를 한 단계 발전시켜 문자까지 전달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여러 개의 횟불을 이용해 숫자 쌍을 표시하고, 문자표에서 그 숫자 쌍에 대응하는 문자를 찾아내는 것이다. 이를 기초로 만든 영어 알파벳 문자표도 있는데, 만약 상대방이 켜 놓은 횟불 쌍이 <;1(행), 1(열)>;이었다면 A를 의미하는 식이다.
 

신호 전달을 2차원으로 확대한 후크의 신호탑

17세기 후반에 활동한 영국의 과학자 로버트 후크는 단순한 형태의 신호탑과, 자신이 개발한 망원경을 이용한 통신법을 만들었다. 후크의 통신법으로 신호를 주고받으려면 우선 사방이 잘 보이는 지붕이나 언덕 같은 장소에 여러 개의 막대를 연결한 간단한 신호탑을 설치해야 한다. 그런 뒤, 밧줄로 알파벳을 나타내는 기호를 순서대로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신호를 전송한다.
이때 신호를 받는 곳에서는 총 세 명이 신호를 받아 전달한다. 한 명이 망원경으로 관찰한 신호를 불러 주면 다른 사람이 그 신호를 받아 적고, 나머지 한 사람이 다른 곳으로 신호를 전달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마치 한 점에서 사방으로 선이 뻗어나가는 것처럼 신호를 전송할 수 있기 때문에, 2차원의 평면적인 신호 전송법이라고 할 수 있다.
 

경우의 수를 활용한 샤프 형제의 신호탑

안타깝게도 로버트 후크가 발명한 2차원적인 신호탑 통신법은 널리 쓰이지는 못했다. 하지만 100년 뒤인 18세기 말에 프랑스에서 새로운 신호탑 통신법이 개발되면서 유럽 전역에 신호탑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새로운 신호탑 통신법을 만든 주인공은 프랑스의 형제 발명가인 클로드 샤프와 이냐스 샤프다. 두 형제는 자신들이 기숙사에서 사용하던 비밀 통신법을 변형해, 획기적으로 많은 종류의 메시지를 전송할 수 있는 통신법을 만들었다. 샤프 형제가 발명한 신호탑은 탑 위에 높은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다양한 각도로 움직이는 나무팔을 연결한 형태로, 마치 풍차처럼 생겼다. 하지만 양쪽 나무팔은 각각 일곱 가지 각도로 움직이게 했고, 팔과 기둥을 연결하는 나무막대도 네 가지 각도로 움직일 수 있게 한 점이 다르다. 즉, 나무팔이 만들 수 있는 모양의 종류가 7×7×4=196가지나 되는 것이다.
샤프 형제는 나무팔이 만드는 각각의 모양에 알파벳 철자와 숫자를 대응시켰다. 특히 92가지 모양의 신호는 두 개씩 쌍을 지어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나 구절을 의미하도록 했다. 그 결과 92가지 신호로 92×92=8464가지나 되는 단어와 구절을 표현할 수 있게 됐다. 1794년에는 이를 이용해 프랑스군이 오스트리아군을 물리쳤다는 소식을 32분 만에 무려 230km나 먼 장소로 전달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수학으로 깃발 신호 완전 정복!

신호 통신의 발달에 수학이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 이제 알겠나? 그런데 왜 이런 것까지 알려 주는 거냐고? 하하~, 손진영 일병이 박형식 이병에게 가르칠 수기 신호와 관련 있기 때문이지!

바다에서는 깃발이 곧 숫자!


샤프 형제가 발명한 신호탑 통신법은 전파를 이용하는 통신장비가 속속 개발되면서 점차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 하지만 ‘조합’이라는 수학적인 개념을 이용해 다양한 신호를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은 새로운 통신법 등장에 영향을 미쳤다.

그 중에서도 뱃사람들이 사용하는 깃발 신호는 지금까지도 사용되고 있다. 깃발 신호는 샤프 형제의 신호탑에서 나무팔 대신 다양한 종류의 깃발을 조합해서 의미를 나타내는 방식으로, 영국 해군의 홈 릭스 포팸 장군이 1880년에 개발했다.

포팸 장군이 개발한 깃발 신호는 다음과 같다. 색과 모양이 다른 도형 10개가 그려진 깃발이 0~9까지의 숫자와 10가지 알파벳 철자를 의미하고, 3개의 깃발이 메시지의 시작과 끝, 그리고 대체함을 의미한다. 나머지 숫자와 알파벳 철자 등은 이 깃발들을 조합해서 만드는데, 깃발을 세 개까지 조합해서 000부터 999까지 숫자를 표현할 수 있다. 그리고 각 숫자에 나머지 알파벳과 자주 사용하는 단어를 대응시키고, 이를 책으로 만들어서 신호를 보내거나 해독할 때 썼다. 깃발이 일종의 암호가 된 것이다.

예를 들어 ‘영국’은 253이라는 수를 나타내는 깃발의 조합으로 표현되고, 471은 ‘사람’을 나타낸다.

나폴레옹의 군대를 물리친 넬슨 장군의 깃발 신호

다양한 깃발 신호 중에서도 1805년 영국의 호레이쇼 넬슨 장군이 보낸 깃발 신호가 특히 유명하다. 넬슨 장군은 나폴레옹이 이끄는 프랑스군과의 전투를 앞두고 깃발 신호를 이용해서 함대에 속한 모든 병사들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보냈다.
“영국은 모든 이가 자신의 의무를 다할 것이라 기대한다”
 

군대 신호에서 핵 반대 로고까지, 쓰임새도 많은 깃발 신호!

해군과 달리 비교적 짧은 거리에서 신호를 주고받아야 하는 육군에서는 깃발 두 개를 이용하는 간단한 신호체계를 이용한다. ‘진짜 사나이’에 등장한 깃발 신호가 바로 그것이다. 육군에서 사용하는 깃발은 빨간색과 흰색 두 가지로, 빨간색을 오른손에, 흰색을 왼손에 쥔다. 그리고 두 깃발을 이용해 팔을 45° 각도 단위로 움직이면서 다양한 자세를 취한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총 8×8=64가지의 서로 다른 신호에 숫자와 문자 등의 의미를 담아서 사용하는 것이다.

이같은 깃발 신호는 군대뿐 아니라 인명구조 등 다양한 분야에도 응용된다. 특히 디자인 분야에서도 깃발 신호를 응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핵무기 반대 로고’가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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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8월 수학동아 정보

  • 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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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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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키미디어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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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넘버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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