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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 여름잠 자는 동물들의 수학적인 생존 비결

여름방학에는 날 깨우지 마!

쉿! 동물들이 여름잠을 자고 있다. 겨울잠 말고 여름잠 자는 동물이 있을까 싶지만, 사막이나 열대 지방의 달팽이, 거북 등은 치명적인 더위를 피하기 위해 여름잠을 잔다. 게다가 이 동물들은 긴 여름을 견디는 수학적인 비법도 갖고 있다. 뜨거운 여름을 시원하고 안전하게 보내기 위한 동물들만의 똑똑한 생존 전략을 소개한다.


텐렉을 지키는 가시의 비밀

마다가스카르 섬에 사는 로랜드줄무늬텐렉은 1년 중 가장 더운 3개월 동안 여름잠을 자는 특이한 동물이다. 아프리카땃쥐목 중 하나인 로랜드줄무늬텐렉은 노란 모자를 쓴 고슴도치처럼 생겼으며, 온몸이 노란색과 검은색 가시로 덮여 있다. 이 동물은 겁이 많아서 조금만 긴장해도 머리의 공격용 가시를 세워 찌를 준비를 한다.

공격용 가시 끝에는 작은 갈고리들이 나 있는데, 바로 여기에 생존 비법이 있다. 가시에 난 갈고리들이 한쪽 방향을 향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가시에 한번 박히면 빠지지 않는 특징이 있다. 또한 가시에 갈고리가 없는 경우보다 찌를 때 힘이 더 적게 든다. 뱀이나 상어도 이빨에 이와 같은 작은 갈고리가 나 있어 먹이를 강하게 물고 있기에 유리하다. 공격용 가시는 적에게 박히면 로랜드줄무늬텐렉의 몸에서 떨어져 나간다.

그런데 로랜드줄무늬텐렉에게는 더 신기한 가시가 있다. 바로 등에 난 의사소통용 가시다. 이 가시는 공격용 가시와 달리, 갈고리가 없고 길이가 짧아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공격용 가시만큼이나 로랜드줄무늬텐렉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몸을 떨면 가시가 부딪히는 소리가 나는데, ‘딱딱딱’ 하는 소리부터 초음파까지 조절이 가능해 자기들끼리 다양한 신호를 주고 받을 수 있다.

적이 나타났을 때도 의사소통용 가시를 이용해 주변 친구들에게 위협을 알린다. 로랜드줄무늬텐렉은 가시의 마찰음으로 소통하는 유일한 포유류다.


사막달팽이의 시원한 방

여름잠을 자는 동물로 사막달팽이도 빼 놓을 수 없다. 사막 달팽이는 뜨거운 건기 동안 잠을 자다가, 비가 오는 우기에 깨어나 활동한다.

그런데 달팽이 껍데기의 나선 모양을 자세히 보면 수학을 발견할 수 있다. 달팽이들의 껍데기가 황금 나선이나 테오도르스 나선 등과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테오도르스 나선은 중심부터 한 변의 길이는 1이고, 빗변의 길이가 $\sqrt{2}, \sqrt{3}, \sqrt{4}, \sqrt{5}$ …인 삼각형들을 차례대로 붙여놓은 모양이다. 이 나선은 이등변 삼각형에서 시작해, 앞선 삼각형의 빗변이 다음 삼각형의 밑변이 되도록 이어 나가면서 그리면 된다. 기원전 5세기에 그리스 테오도르스가 그려서 ‘테오도르스의 나선’이라고 부른다.

사막의 달팽이는 특이하게도 중심이 하늘을 향해 있어서 위에서 봐야 나선이 보인다. 이는 바닥이 뜨거울 때 몸을 최대한 위로 끌어올려 열을 피하기 위해서다. 바닥보다 상대적으로 시원한 공기 쪽에 가깝게 몸을 두는 것이다. 그러면 껍데기의 빈 공간으로 지열이 빠져나간다. 이렇듯 달팽이는 나선형의 집 구조 덕분에 시원하게 여름을 난다.
 

인디안스타거북은 자연산 오뚝이

거북이 뒤집힌 것은 생사가 걸린 문제다. 똑바로 서지 못하면 그 자리에서 굶어죽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어떻게든 원래대로 일어나는 요령을 익혀야 한다. 대부분의 거북은 뒤집어지면 목을 최대한 길게 빼서 머리로 땅을 짚고서 다리로 땅을 차면서 일어난다. 그런데 이 과정이 쉽지 않아, 두세 번의 실패 후에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생김새 덕분에 오뚝이처럼 쉽게 일어나는 거북이 있다. 바로 인디안스타거북이다. 이 거북은 뒤집히더라도 뒤뚱뒤뚱 흔들리다가 금세 똑바로 선다. 목 근육을 특별히 쓰지 않아도 네다리로 바로 설 수 있는 것이다.

헝가리 부다페스트공대 수학과 가도르 도모코스 교수는 그 이유가 이 거북의 등껍데기 때문이라고 보고 연구했다. 그리고 그 모양이 ‘곰복(Gomboc)’이라는 도형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곰복은 수학적으로도 매우 특별한 도형이다. 마치 오뚝이처럼 어떻게 굴리든 결국 같은 지점이 바닥에 오도록 자리를 잡는다. 오뚝이는 안에 무거운 추가 들어 있기 때문에 무게중심에 의해서 벌떡 서지만, 곰복은 추가 없어도 저절로 일어난다. 이는 곰복에 수학적으로 안정된 평형점이 한 개뿐이기 때문이다.

평형점은 평평한 면에 놓았을 때 넘어지지 않는 지점을 말한다. 예를 들어, 주사위는 안정한 평형점인 면이 6개다. 이에 비해 곰복은 배 부분에 한 개의 안정한 평형점이 있다. 이 때문에 어떻게 놓아도 하나뿐인 안정한 평형점이 바닥에 닿도록 돌아가려는 성질이 있다.

텐렉, 달팽이, 거북이 모두 톡 건드리기만 해도 움츠려들 정도로 겁이 많다. 이런 소심한 동물들이지만, 자신만의 수학적인 생존 비결을 갖고 있기에 올 여름도 안심하고 여름잠에 취해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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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8월 수학동아 정보

  • 김선희 기자
  • 사진

    포토파크닷컴
  • 사진

    셔터스톡
  • 사진

    Gomboc Kft
  • 사진

    Istvan Oravecz
  • 사진

    Francois Dorothe
  • 사진

    Coandco Communic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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