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_가장 유명한 미국 음악 잡지 ‘롤링스톤’을 표방하는 롤링수(數)톤. 롤링수톤에서는 음악이야기뿐 아니라 음악 속에 숨겨진 수학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습니다. QR코드를 찍어 음악을 들으며 읽으면 더 재밌을지도~!
스크린 속에 영원히 갇혀 있을 줄 알았던 캐릭터들이 7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가상 캐릭터 밴드라는 획기적인 콘셉트의 가수 고릴라즈입니다. 가상 밴드라고 무시하지 마세요! 누적 앨범 판매량이 1000만 장이 넘는 밀리언셀러 밴드로 수많은 관객들 앞에서 라이브 공연도 하거든요.
때는 1998년. 동네 친구인 데이먼 알반과 제이미 휴렛이 함께 TV를 보고 있었습니다. 알반은 영국의 인기 밴드 블러의 멤버고, 휴렛은 만화 ‘탱크걸’로 유명한 애니메이터입니다. 두 사람은 TV에 나오는 뻔하고 비슷비슷해 보이는 뮤직 비디오에 진부함을 느끼고 이전에는 없던 새롭고 재밌는 것을 만들기로 합니다. 마침내 가상의 카툰 밴드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지요. 휴렛 왈, “나는 그림을 그릴 테니, 너는 노래를 불러라~!”
실체는 따로 있다
그렇게 탄생한 고릴라즈! 남자 셋, 여자 하나의 혼성 밴드입니다. 베이스를 치는 리더 머독, 키보드를 치는 보컬 2D, 드럼을 치는 러셀, 그리고 일본 오사카에서 택배 상자에 배달돼 온 홍일점 누들이 멤버지요.
가상 밴드가 라이브 공연을 어떻게 하느냐고요? 스크린에 캐릭터 밴드가 공연하는 영상을 띄워 놓고, 스크린 뒤에서 실제 음악가가 연주합니다. 초창기에는 이렇게 실체를 철저하게 숨긴 채 공연했습니다.
나름 치밀하게 정체를 숨겼기 때문에 앨범 발표 당시에는 신원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팬들은 곧 고릴라즈가 유명 가수 데이먼 알반이라는 사실을 밝혀냅니다. 비록 정체가 드러났지만 팬들은 이 가상 밴드에 흠뻑 빠진 나머지 능청스럽게 캐릭터들을 전과 다름없이 대합니다. 심지어 한 잡지사는 실제 가수 알반이 아닌, 가상 캐릭터 머독을 인터뷰 했지요. 아주 죽이 척척 맞습니다~.
이후 알반은 스크린 앞에 나와 연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고릴라즈의 매니저 알반이 멤버들을 가둬놓고 공연을 벌이는 설정이라고 변명도 해봤지만…, 이제는 가상 밴드라는 말이 무색하게 영상 없이 공연도 합니다.
알반이 원래 속한 블러는 어떤 밴드냐고요? 90년대 인기를 누렸던 4인조 밴드인데요, 축구게임 ‘피파’의 가장 오랜 버전 ‘피파 98’의 주제가 ‘Song2’를 불렀습니다. ‘우~후!’로 모든 게 정리되는 곡으로, 한때 ‘우후송’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고릴라즈의 데뷔로 블러의 인기는 고릴라즈에 밀리게 되지요….
알반이 원래 속한 블러는 어떤 밴드냐고요? 90년대 인기를 누렸던 4인조 밴드인데요, 축구게임 ‘피파’의 가장 오랜 버전 ‘피파 98’의 주제가 ‘Song2’를 불렀습니다. ‘우~후!’로 모든 게 정리되는 곡으로, 한때 ‘우후송’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고릴라즈의 데뷔로 블러의 인기는 고릴라즈에 밀리게 되지요….
고릴라즈의 환상적인 세계
고릴라즈는 노래만 하지 않고 팬들을 위해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애니메이션도 만듭니다. 네 멤버가 만나게 된 배경부터 아지트를 옮기는 이야기까지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아 낸 애니메이션이지요. 매 앨범마다 새로운 스토리가 이어지며 고릴라즈 세계관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이번 앨범이 나오기 전에 스토리를 살짝 말씀 드릴게요. 고릴라즈 멤버들은 두 번째 앨범 이후 흩어져 살고 있었습니다. 각자 흩어져 해체와 다름없는 시간을 보냈지요. 머독은 여러 사업을 벌이다 파산해 생명의 위협까지 받았는데, 재기 방법으로 고릴라즈의 새 앨범을 내기로 결심합니다. 그러나 이전에 작업했던 스튜디오는 좀비들의 습격으로 폐허가 됐습니다.
머독은 플라스틱 비치에 온갖 타르와 쓰레기들이 모여 만들어진 섬을 새로운 거점으로 정했습니다. 섬 위에 작업실까지 마련했습니다. 건물 설계자는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스허르로, 에스허르 하우스라는 이름을 붙였지요. 이번 뮤직비디오와 애니메이션 스토리 배경이 되는 곳 이지요.
그러나 고릴라즈는 건물 설계에 불만을 품고, 에스허르를 해고합니다. 너무하다고요? 고릴라즈도 억울합니다. 애매모호하게 지은 에스허르 하우스에 대해 머독은 이렇게 말했어요.
“화장실에 가려고 하면 옥상 위에 올라가 있어! 원하는 방에 들어가려고 하면 옷장으로 들어가 버려. 결국 처음 위치로 돌아가 다시 시작해야 해. 늘 계단에 있을 뿐이야!”
머독이 화날 만합니다. 끊임없이, 무한히 이어지는 계단과 문으로 이뤄진 이 난해한 집은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문을 열 때마다 멤버들을 예상하지 못한 방으로 인도합니다. 이게 다 착시 그림으로 유명한 에스허르가 설계했으니 벌어진 일이지요.
고릴라즈는 노래만 하지 않고 팬들을 위해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애니메이션도 만듭니다. 네 멤버가 만나게 된 배경부터 아지트를 옮기는 이야기까지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아 낸 애니메이션이지요. 매 앨범마다 새로운 스토리가 이어지며 고릴라즈 세계관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이번 앨범이 나오기 전에 스토리를 살짝 말씀 드릴게요. 고릴라즈 멤버들은 두 번째 앨범 이후 흩어져 살고 있었습니다. 각자 흩어져 해체와 다름없는 시간을 보냈지요. 머독은 여러 사업을 벌이다 파산해 생명의 위협까지 받았는데, 재기 방법으로 고릴라즈의 새 앨범을 내기로 결심합니다. 그러나 이전에 작업했던 스튜디오는 좀비들의 습격으로 폐허가 됐습니다.
머독은 플라스틱 비치에 온갖 타르와 쓰레기들이 모여 만들어진 섬을 새로운 거점으로 정했습니다. 섬 위에 작업실까지 마련했습니다. 건물 설계자는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스허르로, 에스허르 하우스라는 이름을 붙였지요. 이번 뮤직비디오와 애니메이션 스토리 배경이 되는 곳 이지요.
그러나 고릴라즈는 건물 설계에 불만을 품고, 에스허르를 해고합니다. 너무하다고요? 고릴라즈도 억울합니다. 애매모호하게 지은 에스허르 하우스에 대해 머독은 이렇게 말했어요.
“화장실에 가려고 하면 옥상 위에 올라가 있어! 원하는 방에 들어가려고 하면 옷장으로 들어가 버려. 결국 처음 위치로 돌아가 다시 시작해야 해. 늘 계단에 있을 뿐이야!”
머독이 화날 만합니다. 끊임없이, 무한히 이어지는 계단과 문으로 이뤄진 이 난해한 집은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문을 열 때마다 멤버들을 예상하지 못한 방으로 인도합니다. 이게 다 착시 그림으로 유명한 에스허르가 설계했으니 벌어진 일이지요.
해고된 에스허르는 누구?
에스허르는 그림에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도형을 작품으로 만든 판화가 입니다. 착시를 이용해서요. 이때 에스허르는 수학의 원리와 기하학적 패턴을 이용했습니다.
이를테면 영국 수학자 로저 펜로즈가 만든 불가능한 도형, 펜로즈의 삼각형으로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펜로즈의 삼각형은 막대 세 개를 교묘하게 연결한 도형으로, 삼각형의 한 면을 따라가다 보면 끊임없이 회전을 반복하는 것처럼 느낍니다.
에스허르는 이를 이용해 무한히 오르는 계단을 만들었지요. 아무리 올라가도 끝없이 제자리만 맴도는 계단을 표현한 작품 ‘폭포’가 대표적입니다. 고릴라즈의 에스허르 하우스도 이런 방법으로 설계한 것이지요. 에스허르의 작품이 궁금하신 분은 지금 바로 이 책의 18쪽을 펼쳐 보세요~!
올해 초 고릴라즈는 이렇게 혼란스러운 에스허르 하우스 속에서 벌어진 일을 바탕으로 ‘Saturnz Barz’ 뮤직비디오를 만들었습니다. 곡을 구성하는 자메이카 랩과 레게 풍의 덥 사운드가 환상적으로 어울립니다. 심지어 360° VR 뮤직비디오로도 만들었으니 신비롭고 모호한 에스허르 하우스를 더 실감나게 살펴볼 수 있겠네요. 노래를 들으며 한번 둘러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