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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프~! 마사이족의 손가락셈 탐험기

중 2 방정식과 부등식


 
“1, 2, 3, ….”
다 같은 숫자라고 모두 똑같이 센다고 생각하지 말자. ‘1’ 하면 마사이족은 검지부터, 프랑스 사람은 엄지부터 펼치지만, 우리나라 사람은 엄지부터 접으니까. 국가마다, 문화마다 다른 손가락셈의 비밀을 워프에 휘말린 마사이족 삼형제와 함께 파헤쳐 보자. 황당하고도 기묘한 이야기는 콜라병에서 시작됐다.

콜라병이 떨어졌다!


사건은 우리 삼형제가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시작됐어요. 그 날은 학교에서 손가락으로 숫자 세기에 대해 처음 배운 날이었지요. 집으로 걸어가다가 숫자 7이 뭐였는지 생각이 나질 않아서 형님께 물어보려고 했지요. 그러다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 봤는데, 정말 믿기 힘든 광경이 펼쳐졌어요.
“하늘에서 콜라병들이 떨어진다!”
제 말에 코웃음을 치던 두 형님들은 하늘을 올려다보고는 눈이 휘둥그래졌어요. 하늘에서 정말 콜라병들이 떨어지고 있었거든요!
“하늘에서 콜라병이 5개나 떨어지고 있잖아? 말도 안 돼!”
“무슨 소리야? 저건 5개가 아니라 8개라고!”
“형님들, 정말 너무하시네요. 저게 어떻게 5개, 8개입니까? 10개지!”
저만 헷갈리는 줄 알았더니 형님들도 수 세기는 헷갈리나 봐요. 우리 형제들은 서로 자기가 맞다고 옥신각신하다가, 일단 첫째 형님의 말에 따르기로 했어요.
“여기선 결론이 안 날 테니, 일단 콜라병들이 떨어진 장소로 가 보자.”
콜라병들이 떨어진 곳에 가 보니, 1개의 콜라병만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었어요. 우린 서로 먼저 콜라를 마시려고 병에 손을 뻗었는데, 갑자기 아득한 느낌과 함께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고 말았어요!
 

첫째, 이상야릇 윱노 부족을 만나다

“여…, 여기가 어디지?”
웬 노랫소리에 눈을 떠 보니 험상궂게 생긴 낯선 사람들이 절 둘러싸고 춤을 추고 있었어요.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살펴보니, 동생들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나뭇잎으로 겨우 몸을 가린 헐벗은 원주민들만이 보였지요. 원주민들은 제가 깨어난 걸 보고 무서운 얼굴로 마구 저를 손가락질 하며 “34가 일어났다!”고 소리질렀어요. 대체 무슨 말일까요?

숫자를 몸으로 세는 윱노 부족


적도 바로 남쪽, 오스트레일리아의 위쪽에 위치한 뉴기니 섬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이다. 그런데 이 섬에 사는 원주민들은 숫자를 세는 방법이 좀 특별하다. 바로 손가락이나 발가락 뿐만 아니라, 온 몸 구석구석의 신체 부위를 골고루 활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신체와 수를 대응시키는 방법을 ‘인체계수법’이라고 한다. 인체계수법도 손가락셈과 마찬가지로 콧구멍, 눈, 젖꼭지, 배꼽 등을 숫자에 일대일 대응시켜 수를 표현한다.

뉴기니 섬 원주민들의 인체계수법이 발견된 건 19세기 말 영국의 인류학 탐사단이 섬에 도착하면서부터였다. 당시 뉴기니 섬 일대에는 각기 조금씩 다른 인체계수법을 가진 부족들이 살고 있었다. 그 중 가장 이상야릇한 체계를 가진 부족은 윱노 부족이었다. 그들은 콧구멍, 눈, 젖꼭지 등을 사용해서 34까지 수를 표현했다. 마지막 수인 34는 ‘죽은 사람 하나’를 가리켰다. 왼쪽 고환은 31, 오른쪽 고환은 32, 음경은 33으로 표현했다.

재미있는 건 윱노 부족 스스로도 33을 표현할 때 굉장히 부끄러워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33을 표현해야 할 때면 ‘남자의 물건’과 같이 돌려서 그 숫자를 언급한다고 한다.

오해를 부른 수신호

윱노 부족은 제가 죽은 줄 알고 장사를 지내 주려고 했대요. 그러다 제가 일어나자 깜짝 놀란 거죠. 험상궂게 생겼지만 알고보니 친절한 윱노 부족을 뒤로 하고 동생들을 찾아 나섰어요. 길 끝에 거대한 물웅덩이(바다) 앞에서 반질반질하고 시커먼 옷을 입은 9명의 괴상한 사람들이 날 보고 손짓을 하기에 다가가 봤지요.

너도 같이 다이빙 할래?(바다를 가리키며 살랑살랑 손짓을 한다) OK?(OK 손동작을 한다)

‘손짓을 살랑살랑하는 건 숫자 8이고, 검지과 엄지를 모아 검지를 튕기는 건 9를 가리키는 건데…. 저 사람들이 나한테 뭘 말하려고 하는 거지?’ 전 이 괴상한 사람들의 손동작을 보고 고민에 빠졌어요. ‘혹시 자신들이 몇 명인지 알아맞히란 말인가? 음…, 그렇담?’ 전 검지를 튕기며 손가락으로 숫자 9를 표시했어요.

오! OK? OK!

이 사람들은 내 손동작을 보고는 제게 이상한 옷(다이빙수트)을 입혀서 차가운 물속으로 끌고 들어갔어요. 처음엔 무서웠지만, 혹시 동생을 찾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용기를 갖고 주변을 둘러봤어요. 그 사람들은 물속에서 자꾸 엄지를 위로 올리던데(위로 올라가라는 수신호), 혹시 저게 동생들을 찾는 무슨 단서일까요? 자…, 잠깐! 나만 빼고 어딜 가!
 

둘째, 중국의 현란한 손가락 셈을 만나다!

“뭐…,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떠 보니 빨간 옷을 입은 사람들이 마구 소리를 지르며 손가락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어요. 그 엄청난 에너지에 압도당해 좀 무섭단 생각도 들었지만, 제가 또 누굽니까? 삼형제 중에 가장 용감한 둘째라구요! 전 마사이 전사로서 긍지를 지키기 위해 저들이 뭘 하는지 알아 내기로 했지요.

중국의 손가락셈


중국에서는 한 손으로 1부터 10까지의 숫자를 표현한다. 이렇게 한 손으로 숫자를 세는 방법은 과거 중국의 보부상들이 거래를 할 때 많이 사용했는데, 지금도 중국의 수산시장이나 경매시장에서 쓰이고 있다. 숫자 5까지는 보통 알려진 것처럼 평범하게 세지만, 6부터는 세는 방법이 크게 달라진다.
 

마사이족과 비교해 보면 중국인의 손가락셈은 1과 2를 제외하고 전혀 다르다. 예를 들어 마사이족은 7을 표현할 때 검지를 까닥까닥 흔드는데, 중국인들은 검지와 중지를 한데 모아 엄지와 맞댄다. 주목할 건, 다른 문명의 사람들이 만나면 수신호가 같아도 가리키는 숫자가 전혀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마사이족의 4와 중국인의 10이 매우 닮은 걸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마사이족은 8을 나타낼 때 손가락을 모두 펴고 살랑살랑 흔든다. 이걸 중국인이 보면 자칫 5로 착각할 수도 있다.

손가락으로 999,999,999까지 세기!

중국인들은 한 손으로는 10만, 두 손으로는 100억 가까이까지 셀 수 있다. 일단, 손가락이 바뀔 때마다 단위가 10배씩 커진다. 오른손 새끼손가락은 한 자릿수, 약지는 10의 자릿수, 중지는 100의 자릿수, 검지는 1000의 자릿수, 엄지는 10000의 자릿수를 가리킨다. 그리고 각 손가락마다 아홉 개의 지점을 정해, 한 손가락 내에서 연속된 단위가 이어진다. 예를 들어 오른손 새끼손가락은 1~9, 오른손 약지는 10, 20, …, 90, 중지는 100, 200, …, 900, 이런 식으로 커진다. 더 큰 수는 왼손으로 이어진다. 왼손의 엄지는 10만 자릿수를, 검지는 100만 자릿수를 가리키며 점점 커진다. 따라서 중국인들의 방법을 사용하면 한 손으로는 105-1, 양손을 사용하면 1010-1의 수까지 표현할 수 있다.

셋째, 손가락 계산법을 배우다!

눈을 떠 보니 저 혼자였어요. 형님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요? 배도 고프고 무서워서 눈물이 찔끔 나려는 순간, 머리에 천을 두른 웬 아저씨가 바나나를 잔뜩 갖고 있는 모습이  보였죠. 바나나를 먹고 싶어 슬금슬금 다가가자, 아저씨는 바나나가 모두 몇 개인지 맞히면 한 송이를 주겠다고 약속했어요. 한 송이에 바나나 8개가 달려 있고, 모두 7송이니까…. 휴…, 아직 구구단은 안 배웠는데 어떻게 바나나의 수를 알 수 있을까요?

인도에서 찾은 손가락 계산법


손가락은 단순히 셈을 하는 데만 머물지 않고 계산을 하는 데도 사용된다. 손가락 계산법을 이용하면 6에서 9단 사이의 구구단을 따로 외우지 않아도 손가락만으로 곱셈을 할 수 있다. 이 방식은 아직도 인도, 이라크, 시리아, 세르비아, 북아프리카 등지에 그 흔적이 남아 있다.

7×8을 하는 경우, 7에서 5를 빼고 남은 2개의 손가락을 접고 남는 손가락 3개는 펼친 채로 둔다. 또 한 손으로는 8에서 5를 뺀 3개의 손가락을 접고, 2개의 손가락은 펼친 채로 둔다.

그런 다음 양쪽 손의 접힌 손가락 수에 10을 곱하자. 그럼 (2+3)×10=50이 된다. 그 다음, 양쪽 손에 펼쳐진 두 손가락의 수를 곱하면 3×2=6이 된다. 이제 50과 6을 더하면 정답 7×8=(2+3)×10+3×2=56을 알 수 있다.

이제, 손가락 계산의 원리를 일반화 해 보자. 5~10 사이의 임의의 두 수를 x, y라 하고 두 수를 곱해 보자. 이때 한 손으로 x에서 5만큼 뺀 수, 즉 x-5의 손가락을 접고, 다른 한 손으로 y에서 5만큼 뺀 수, 즉 y-5의 손가락을 접는다. 첫 번째 손의 펼쳐진 손가락 수를 A라 하면, A=5-(x-5), 두 번째 손의 펼쳐진 손가락 수를 B라 하면, B=5-(y-5)가 된다.

양 손의 접힌 손가락 수를 R이라 하면, R=(x-5)+(y-5)이므로, 손가락 곱셈을 10R+AB=10{(x-5)+(y-5)}+{5-(x-5)}×{5-(y-5)}=xy와 같이 식으로 정리할 수 있다.

셋째는 손가락 계산법을 배워 바나나가 총 56개임을 알아낸다. 덕분에 바나나는 배불리 먹었지만, 어떻게 형님들과 다시 만나 집에 돌아갈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했다. 마사이족 삼형제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2012년 09월 수학동아 정보

  • 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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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기한 수학 나라의 알렉스>, <숫자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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