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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전 세계 수학 영재들이 수학 실력을 겨루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북한은 7위, 남한은 13위를 했다. 북한이 해마다 10위권 이내에 들었던 남한보다 우수한 결과를 낸 것이다. 한편 북한의 수학 용어는 남한의 수학 용어와 달라서 낯설기까지 하다. 가깝고도 먼나라, 북한에서 수학교육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알아보자.

북한의 수학교육이 달라지고 있다!


최근 10년에 걸쳐 북한의 교육이 달라지고 있다. 2002년 7월 1일부터 북한은 경제관리 제도 개혁을 하고 있는데, 그 개혁이 교육에도 영향을 준 것이다. 수학교육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가장 두드러진 변화의 특징은 북한의 교과서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기존의 북한 수학교과서는 인민학교 1학년부터 4학년까지 ‘대수’와 ‘기하’로 나뉘어 있었다. 수학을 분야에 따라 나눠 한 학습주제를 연속적으로 다루기 쉽게 하기 위해서다. 이와 같이 한 과목을 연속적으로 배울 수 있는 교육과정을 ‘단선형 구조’라고 한다.

반면 남한의 수학교과서는 학년이 높아질수록 이전에 학습한 개념을 더 넓고, 깊게 배우도록 돼 있다. 다시 말해 초등학교 때 배우는 규칙 찾기 개념이 중학교에서 배우는 함수로, 고등학교에서는 다양한 함수를 배우는 것처럼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학 개념이 넓고 깊어진다. 바깥으로 갈수록 모양이 넓어지는 나선과 닮아 ‘나선형 구조’라고 한다.

그러나 2002년 북한은 ‘대수’와 ‘기하’로 나뉘어 있던 수학교과서를 모두 ‘수학’으로 합했다. 형식뿐 아니라 내용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는데, 대표적인 예로 2002년 이후 북한의 수학교과서에서는 ‘확률과 통계’ 단원이 새롭게 생겼다. 종전에는 자료의 정리, 꺾은선 그래프와 같이 자료를 정리하는 통계만 다뤘지만, 새로운 단원이 생기면서 분산이나 조건부 확률과 같이 더 넓은 수학 개념을 다루게 됐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보면, 북한은 2002년 개혁을 거치면서 이전에 비해 남한의 교육과 비슷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북한의 수학 용어, 외래어보다 순수우리말 많아

수학은 ‘전세계인의 공통 언어’로 불리기도 한다. 수학에서 쓰이는 숫자나 수학기호가 언어와 상관없이 함께 쓰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학을 할 때 같은 표현을 쓰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이다. 그렇다면 북한과 남한이 쓰는 수학 용어는 어떨까? 분명 같은 언어를 쓰고 있지만, 북한과 남한이 사용하는 수학 용어에는 큰 차이점이 있다.

가장 먼저 북한에서는 주로 순우리말로 된 수학 용어를 사용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아래의 표 안에 들어 있는 수학 용어를 보고, 이 용어가 남한에서 쓰는 어떤 수학 용어인지 생각해 보자.
 
사귐, 겹풀이, 모임그림, 늘같기식, 꼭맞기
 
사람과 사람이 만났을 때 쓰는 친근한 단어인 ‘사귐’은 두 집합의 공통부분을 뜻하는 ‘교집합’이고, 겹풀이는 이차방정식에서 두 근이 같을 때를 뜻하는 ‘중근’을 뜻한다. 또한 ‘모임그림’은 집합의 포함관계를 그림으로 나타낸 ‘벤다이어그램’을, ‘늘같기식’은 말 그대로 항상 같은 식을 뜻하는 ‘항등식’을 뜻한다. 마지막으로 ‘꼭맞기’는 두 도형을 포개었을 때 완전히 겹쳐지는 ‘합동’을 표현한 용어다.

다섯 가지 수학 용어의 공통점은 모두 한자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자나 외래어 사용이 적은 북한 사회의 특성이 수학 용어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순우리말로 된 수학 용어는 학생들이 수학을 공부할 때, 수학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남한에서 쓰는 ‘방정식’이나 ‘함수’와 같은 수학 용어는 한자의 뜻을 알지 못하면, 그 뜻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순우리말 수학 용어가 늘 좋은 것은 아니다. 가끔 한자로 된 단어나 외래어를 순우리말로 억지스럽게 바꾼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북한에서는 다시 한자 용어를 쓰기도 한다. 그 예로 과거에는 한자인 ‘순열’과 ‘조합’을 각각 ‘차례무이’와 ‘무이’라고 썼으나, 최근엔 다시 ‘순열’과 ‘조합’으로 바꿔 사용하고 있다.

도형의 이름에 글자 대신 숫자를 쓰는 것도 북한의 특징이다. ‘삼각형’과 ‘사각형’을 ‘3각형’, ‘4각형’으로 쓰는 것이다. 또한 외래어 표기법에도 약간의 차이점이 있다. 예를 들어 삼각비의 종류인 ‘사인’, ‘코사인’, ‘탄젠트’를 북한에서는 각각 ‘시누스’, ‘코시누스’, ‘탕겐스’라고 읽는다. 우리나라에서 쓰는 삼각비 용어는 영어인 sine, cosine, tangent에서 비롯됐지만, 북한의 용어는 라틴어 sinus, cosinus, tangens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북한의 수학영재는 ‘평양 제1중학교’로 간다!

해마다 7월이 되면 전세계의 수학 영재들이 실력을 겨루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 대회가 열린다. 1950년에 창설된 이 대회는 세계의 뛰어난 수학영재들이 실력을 겨루고, 세계적인 수학자로 성장할 가능성을 발견하는 자리다. 우리나라는 1988년 제29회 호주에서 열린 대회부터 참여해 꾸준히 상위권 성적을 얻고 있다.

북한은 1990년에 열린 제31회 대회에 처음으로 출전했다. 이후 제33회까지 연이어 출전했으나 제34회부터 제47회까지 참석하지 않다가, 2007년 48회 대회부터 다시 참석하고 있다. 북한 역시 참석할 때마다 10위권 이내에 들 만큼 수학 실력이 우수하다.

그렇다면 북한에서는 수학 영재를 어떻게 발굴하고 가르칠까? 남한에서는 특수목적 학교인 영재학교와 과학고를 통해 수학 영재를 발굴한다. 그리고 한국수학올림피아드 를 통해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출전할 학생을 선발한다.

북한에도 남한의 과학고와 같이 과학 및 수학 영재들을 위한 학교가 있다. 대표적으로는 ‘평양 제1중학교’가 있다. ‘제1중학교’는 각 시 도별로 전국에 약 200여 개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평양 제1중학교 학생들의 실력과 교육환경은 단연 최고로 손꼽힌다.

평양 제1중학교 학생들을 위한 교육 과정은 일반학교와 다르다. 평양 제1중학교 학생들은 영어로 된 장편소설을 읽거나, 원서로 된 자연과학 서적으로 공부를 할 만큼 수준 높은 교육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가르치는 교사도 일반 사범대 출신이 아니라, 김일성종합대학이나 김책공대 출신이 직접 가르쳐 교원의 수준 또한 높다.

실제로 북한이 역대 최고의 성적을 얻은 2009년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참가한 6명의 학생 중 5명이 평양 제1중학교 출신의 학생이었으며, 그 중 3명은 금상을 수상했다.
 
북한의 대표적인 영재교육기관인 평양 제1중학교의 모습.

특별인터뷰 북한에서는 수학을 어떻게 공부할까?

북한에서 학생들이 배우는 수학공부는 남한의 학생들과 어떻게 다를까? 북한에서 수학을 가르친 경험이 있는 새터민 선생님을 통해 북한의 학생들이
수학을 공부하는 모습에 대해 알아보았다.

1. 북한 학생들도 수학공부를 위해 학원을 다니거나, 참고서를 활용하나요?

북한에는 사교육기관이 없습니다. 그 대신 남한에서와 같은 방과 후 프로그램이 있지요. ‘소조활동’이라고 부르는데, 우수한 학생들을 선별해 집중적인 학습이 이뤄지도록 합니다. 또 학습참고서는 중학교부터 수학문제집이 많이 출판되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여러 종류의 수학 문제를 풀기 위한 책이고, 기하와 물리를 함께 편집한 문제집도 있습니다.

2. 북한의 학생들도 대부분 수학공부를 열심히 하나요?
‘모두’가 수학을 열심히 하기보다는 수학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열심히 합니다. 특히 과학이나 수학에 특별한 재능이 있는 학생들은 가정환경을 보지 않고 학교에 진학할 기회를 주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합니다. 이런 수학 영재들은 소조활동으로 학습을 강화해 이과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따로 관리합니다.

3. 북한의 수학시험은 어떤 문제로 이뤄져 있나요?
북한의 수학시험은 주로 주관식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수학문제 10~15개 문제 중 대수학 계산문제가 40%, 기하문제가 30%, 문장제 문제 30% 정도의 비율로 이뤄져 있습니다. 풀이에 따라 점수를 다르게 하는 방법으로 채점합니다.

4. 북한과 남한의 수학교육에 있어서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남한에서는 문제를 풀기 위한 창의적인 전략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습니다. 그에 반해 북한에서는 학생들이 교사가 제시하는 모범답안을 논리적인 체계에 따라 이해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학생들에게 고도의 집중력으로 논리에 따라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도록 지도하는 것이지요.

박경미(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 : “다른 세계 여러 나라의 교육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듯이 북한의 교육을 알고 이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특히 통일이 되면 서로 다른 점을 통합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기 때문에 수학교육자들은 통일을 대비해 북한의 수학을 연구하기도 한답니다. 여러분도 이 기사를 통해 북한의 수학교육을 이해해 보기 바랍니다. ”

2012년 07월 수학동아 정보

  • 장경아 기자
  • 도움

    이정행 교수
  • 도움

    박경미 교수
  • 사진

    동아일보
  • 사진

    연합포토
  • 사진

    민족21
  • 기타

    북한의 학교수학 용어의 현상적 특징에 관한 연구(경인교대 수학교육과 박교식)
  • 기타

    북한 수학 교과서 내용 변화에 대한 분석(춘천교대 수학교육과 박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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