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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CHO의 롤링수톤] 핑크 플로이드의 ‘달의 어두운 면’ 프리즘이 만든 무지개

1960년대 핑크 플로이드는 심오한 가사와 이전에는 들어보지 못한 음악 장르를 들고 나옵니다. 그러나 곧 이 무겁고, 어둡고, 난해해 보이는 음악으로 대중문화사를 흔들어 놓습니다. 특히 끊임없이 회자되는 앨범 ‘벽’은 최고의 음악을 넘어 작품으로 칭송받지요.

 

이 앨범은 록 오페라 형식을 띠고 있어 두 장의 디스크에 담긴 26개의 개별적인 곡이 모두 연결되고, 서로 연관성을 갖습니다. 급기야 뮤직비디오 격인 영화로 만들어집니다. 영화는 가상의 인물 핑크의 탄생과 핑크의 성장에 영향을 준 사건들을 보여주며 음악에 담긴 사회 비판 메시지를 영상으로 적나라하게 담았지요.

 

오늘은 특별히 앨범 벽을 첫 곡부터 재생해보며 핑크 플로이드가 전하려고 했던 이야기를 핑크의 인생을 통해 들어봅시다.

 

벽 속에 갇힌 핑크의 일생


"라이트! 음향 틀어! 액션!"


웅장하게 시작하는 첫 곡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첫 곡으로 ‘벽’이라는 극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지요. 그리고 첫 곡 끝에 녹음된 아기 울음소리로 주인공 핑크의 탄생을 알립니다.

 

이어지는 곡에서 핑크의 유년기 이야기가 흘러나옵니다. 그러다 핑크는 가족 문제로 첫 번째 벽을 쌓습니다. 여기서 벽은 심리적인 벽을 상징합니다.

 

"우리는 교육이 필요 없다. 우리는 생각을 조종 당할 필요가 없다."

 

 

학생이 된 핑크는 획일화된 교육에 반감을 품고 벽을 하나 더 쌓습니다. 그리고 성인이 된 뒤에는 또 다른 문제에 부딪히며 다시 마음의 벽을 쌓습니다. 물론 상황이 핑크를 힘들게 만든건 맞습니다. 그러나 핑크가 자신과 사회를 갈라놓는 벽을 만드는 데 본인의 책임은 없을까요? 벽에 갇힌 핑크는 마침내 자신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거기 밖에 누구 있나요?"


뒤늦게 본인의 문제를 깨닫고 도움을 요청해 보지만 늦었나 봅니다. 벽이 높고 단단해 아무리 소리쳐도 밖에서 대답이 들리지 않습니다. 고뇌하던 핑크는 자신이 쌓아온 벽에 대해 책임을 묻기 위해 스스로 재판을 엽니다.

 

증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어렸을 적 핑크는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내던 아이였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본인 판단에 불순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없애려 했습니다. 재판에서 핑크는 억압적인 사회구조를 답습하며 독재자로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벽을 허물어라!"

 

마침내 핑크는 벽이 만들어진 데 대한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고, 벽을 부숴버립니다. 마지막 26번째 곡에서 벽이 무너지는 소리가 실감나게 등장하고, 마침내 핑크는 세상과 조우합니다.

 

이 앨범은 벽이란 상징적인 소재로 소통의 단절로 인한 고립감, 일원화된 교육을 비판하는 곡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무지개를 만들어내는 프리즘
앨범 표지만으로 이미 유명한 앨범도 있습니다. 검은 바탕에 흰 빛줄기가 프리즘을 통과해 무지개로 변하는 모습이 표지에 담긴 앨범 ‘달의 어두운 면’입니다.

 

프리즘이 만들어내는 무지개는 밴드의 화려한 무대를 뜻하기도 하지만, 앨범에서 다루는 곡들의 주제 하나 하나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수록곡의 각 주제인 시간, 돈, 광기, 죽음 등을 빛의 스펙트럼으로 표현한 것이지요. 그런데 어떻게 한 줄기의 빛이 프리즘을 통과하면 다채로운 빛을 낼 수 있는 걸까요?

 

프리즘은 빛을 굴절, 분산시키는 광학 도구입니다. 빛은 서로 다른 매질을 통과할 때 두 매질의 경계면에서 굴절합니다. 공기 중에서 움직이던 빛이 유리로 들어가는 순간 꺾이는 거지요. 이때 호이겐스의 원리에 의해 꺾이는 각도는 빛의 파장에 따라 달라집니다.

 

 

한 줄기의 빛이 프리즘을 통과해 여러가지 색의 다채로운 빛으로 분산되는 모습을 무대로 만들었다.

 

 

가시광선은 다양한 파장의 연속적인 집합체입니다. 가시광선 안에 모든 색이 들어 있다는 사실은 뉴턴이 프리즘을 이용한 실험으로 증명했습니다. 가시광선은 프리즘에 들어올 때 파장에 따라 서로 다른 각도로 굴절하고, 다시 프리즘에서 공기로 나가며 한 번 더 꺾입니다. 굴절할 때마다 가시광선은 파장에 따라 나뉩니다. 그 결과 프리즘을 통과한 가시광선은 무지개 같은 스펙트럼이 되는 것이지요.

 

달의 어두운 면
‘달의 어두운 면’은 세계적인 음악차트 빌보드의 주간 음반 순위인 ‘빌보드 200’에 무려 933주간올라 최장기간 기록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 앨범은 현대 사회의 어두운 측면을 달의 어두운 면에 빗대어 표현한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수록곡들은 다소 냉소적입니다.

 

덧없이 흘러가는 시간에 대해 얘기하는가 하면,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반전을 노래하기도 합니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이 곡들은 생존과 불안, 욕망과 시간처럼 세상의 어두운 단면이라는 주제로 묶이며 다시 하나의 곡으로 완성됩니다.

 

각 곡에는 주제에 따라 심장 박동 소리, 알람소리, 동전 소리와 울부짖는 소리가 들어 있습니다. 1970년대 당시로선 굉장히 획기적이었지요. 이런 실험적인 요소가 곡과 조화를 이뤄 이 앨범은 음악적으로도 최고의 평가를 받는 작품이 됩니다.

 

백미는 앨범 마지막에 수록된 곡 ‘이클립스(일식)’입니다. 일식은 태양과 지구 사이에 달이 나란히 오면서 지구에서 볼 때 달이 태양을 가리는 현상입니다. 노래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태양 아래에서서는 조화를 이루지만, 태양이 달에 가려졌다’는 가사로 끝납니다.

 

그런데 다시 심장소리와 함께 한 남성의 목소리가 작게 들립니다. 남자는 말합니다. ‘달의 어두운 면은 없다. 사실, 모든 것이 어둡다.’ 마치 반전영화처럼 앨범 주제를 흔들어 버리며 마무리됩니다.

 

다소 난해한 음악에 강렬한 메시지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던 핑크 플로이드지만, 이들이 시도했던 실험 정신과 그 결과로 만들어진 진보된 음악은 끊임없이 다른 음악가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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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호 수학동아 정보

  • 조혜인 기자(heynism@donga.com)
  • 자료출처

    빅토리아&알버트 박물관(V&A 박물관)
  • 참고자료

    세상을 바꾼 예술 작품들, ‘전복과 반전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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