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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없는 트위터가 천 리 가는 이유


지난해 11월, 트위터를 통해 갑자기 “인기가수 이효리 숨 쉰 채 발견”이라는 이야기가 떠돌았다. 숨 ‘쉰’ 채 발견은 숨‘진’ 채 발견인 것처럼 오해를 사게끔 만든 장난이었다. 최근 이렇듯 트위터와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빠르게 퍼지는 일이 늘고 있다. 이런 경향은 페이스북보다 트위터에서 더욱 뚜렷히 나타난다. 트위터에서 이렇게 빠르게 정보가 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트위터, 페이스북이 뭘까?


트위터는 ‘새가 지저귄다’라는 뜻으로 만들어진 말이다. 자신의 일기, 생각을 140자의 짧은 글과 사진으로 다른 사람들과 빠르게 공유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트위터를 통해 세계 누구와도 대화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누군가 시작한 이야기가 급속히 퍼져 화제가 되는 일도 잦다. 짧은 글을 손쉽게 쓸 수 있어 스마트폰과 태블릿 기기 등의 휴대기기로 이동하며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페이스북 역시 트위터처럼 휴대기기에서 사용하기 좋다. 그렇지만 상대방이 올린 글과 사진 등을 보려면 싸이월드의 ‘1촌’처럼 서로 ‘친구’가  돼야 한다. 관심 있는 사람에게 친구 신청을 하고 상대방이 허락해야 친구가 올린 정보를 볼 수 있다.

트위터에는 페이스북의 ‘친구’나 싸이월드의 ‘1촌’에 해당하는 개념이 없다. 단지 어떤 사람을 ‘팔로윙’ 하면 그 사람이 트위터에 올리는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집에서 신문을 받아 보는 것처럼 ‘팔로윙’이라는 버튼을 클릭하면 저절로 받아볼 수 있다.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의 멤버 최시원(@siwon407)을 팔로윙하면 ‘최시원이 점심에 무엇을 먹었는지’와 ‘무대에 오를 때의 긴장감’ 등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다.

페이스북은 트위터와는 다르다. 공개설정에 따라 그냥 정보를 볼 수도 있지만, 많은 경우 친구가 되지 않으면 볼 수 없다. 이런 이유로 페이스북은 오프라인에서 알던 사람끼리 친구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에 비해 트위터는 팔로윙에 대한 부담이 별로 없다. 팔로윙 해도 거의 거절하지 않아 트윗을 받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정치인, 아이돌 그룹 멤버, 의사, 변호사, 기자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과 쉽게 온라인에서 만날 수 있다.
 

페이스북 6단계? 트위터 1단계!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차이는 네트워크 분석에서도 나타난다. 트위터는 멱급수 분포를 따른다. 멱급수 분포는 각종 자연과 사회현상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건의 관련성을 표현하는 모델이다.

멱급수 분포에서는 끝단이 종 모양인 정규분포보다 더 두꺼운 ‘팻 테일’(두꺼운 꼬리)이 나타난다. 정규분포에 따르면 많은 수의 팔로워(파워 트위터리언)를 갖는 사람은 많지 않아야 하지만, 실제는 팻 테일을 따르기 때문에 꽤 많은 사람이 파워트위터리언이다. 파워트위터리언은 팔로윙이 많아 금세 새로운 팔로윙으로 이어지며 점점 따르는 사람이 더 많아지고, 반대로 팔로윙이 적은 사람은 계속 적은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는 ‘작은 세상 이론’을 따른다. 잘 짜인 구조의 네트워크에서는 수십 단계를 거쳐야 다른 그룹의 사람과 연결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그룹에 닿은 연결이 몇 가닥만 있으면 평균적인 연결 단계가 10분의 1로 줄어든다는 것이 ‘작은 세상 이론’이다. 페이스북에서는 이런 작은 세상 이론을 충실히 따라서 임의의 두 사람은 최대 6.6단계만 거치면 서로 연결될 수 있다(수학동아 2011년 12월호 특집 참고). 그렇지만 트위터에서는 팔로윙만 하면 이 단계가 급속히 줄어들어 1단계로 연결된다. 작은 세상이 더 작아진 것이다.

그래서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는 정보를 전달하는 데 중요한 사람이 다르다. 페이스북에서는 친구 수가 많은 사람보다는 다른 집단에 속한 친구가 많은 사람이 정보를 널리 퍼트릴 수 있다. 반면 트위터에서는 팔로윙이 많은 사람이 영향력이 크다. 한 번의 트윗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정보를 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 더 빠르게 퍼트리는 ‘리트윗’
 

 
트위터의 또 다른 특징은 다른 사람이 쓴 글에서 공감이 가는 글을 ‘리트윗’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리트윗은 상대방이 말한 내용을 그대로 또는 의견을 보태 말하는 기능이다. 리트윗을 하면 나를 팔로윙하는 사람들이 보고, 그 중 또 누군가가 리트윗하면 그 친구를 팔로윙하는 사람들이 보게 돼 글이 기하급수적으로 널리 퍼진다.

실제로 코메디언 김제동(@keumkangkyung) 씨를 65만 명이, 소설가 이외수(@oisoo) 씨를 108만 명이 넘은 사람들이 팔로우하고 있다. 만약 김제동이 누군가의 글을 리트윗하고 다시 이외수가 리트윗 한다면, 겹치는 사람을 제외하더라도 적어도 150만 명에게 전달되는 셈이다. 이런 방식으로 맺어진 관계는 주변에서 만날 수 없었던 사람들까지 연결시켜 줘 빠르게 정보가 전달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미국 노트르담대의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가 만든 수학적 모델에 따르면, 트위터에서는 팔로우가 많은 사람도 영향력이 크지만 좋은 정보를 잘 전달하는 사람이 더 영향력이 크다. 유용한 전문지식을 잘 전달해 주는 사람이 수십, 수백만 명의 팔로어를 둔 정치인이나 연예인 등 유명 인사보다 영향력은 더 크다는 것이다. 사소하고 일상적인 얘기를 하는 유명인의 트윗보다는 유용한 트윗을 더 많이 리트윗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얽혀 있는 사람(허브)보다 여러 정보가 얽혀 있는 지점(드라이버 노드)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과거에 네트워크 이론에서는 정보가 네트워크의 중심인 허브에 모인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드라이버 노드가 반드시 중심에 위치하지 않아도 정보를 잘 전달하고 제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빠른 만큼 위험하기도 해

트위터는 멱급수 함수로 이뤄진 구조와 리트윗 덕분에 정보의 전파속도가 빨라 신문이나 방송과 같은 언론사보다 훨씬 빨리 정보를 전달한다. 지난 해 일본대지진과 같이 큰 사고가 났을 때도 빠르게 정보를 전달했다. 지진으로 유선전화선이 끊겨 통화가 어려워도, 3G나 Wi-Fi 등의 다양한 경로로 서로 안부를 묻고 새로운 소식을 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 여름 서울을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큰 비가 왔을 때도 트위터를 보면 가장 빠르게 홍수 상황을 알 수 있었다. 기상청 속보나 뉴스보다 빠르게, 거의 실시간으로 홍수상황이 전파됐다. 이에 반해 신문은 다음날 아침에나 이 소식이 나왔고 방송에서도 한두 시간이 지나서야 홍수 상황을 전했다.

이 같은 속도의 차이가 발생한 이유는 뉴스가 전달되는 과정이 줄었기 때문이다. 보통 사건이 일어나면 뉴스는 언론을 거쳐 독자와 시청자에게 전달(아래 ❶)된다. 하지만 SNS를 이용하면 새로운 소식을 만든 사람이 직접 거의 실시간으로 뉴스를 독자에게 전할 수 있다(아래 ❷). 또 예전에는 뉴스를 받아보기만 했던 소비자들이 직접 뉴스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누구나 수천 수만 명의 독자를 직접 만날 수 있게 됐다.

정보의 전달 속도가 빨라지고, 뉴스를 만드는 사람이 많아진 만큼 잘못된 정보도 많아졌다. 연예인을 사칭한 트위터가 나오기도 했으며, ‘이효리 숨 쉰 채 발견’과 같은 오해를 사기 쉬운 정보가 널리 퍼지기도 한다.
 

빠른 자정능력 돋보이는 트위터

트위터는 잘못된 정보가 빨리 퍼지는 만큼 강한 자정능력도 갖고 있다. 지난 12월 6일 한 방송토론프로그램에서는 ‘SNS의 부작용으로 신촌에서 운영하던 냉면집이 망했다’는 시청자의 주장이 소개됐다. 하지만 이는 거짓이었다. 다음날 프로그램 제작진은 트워터를 통해 “확인한 결과 신촌 냉면집이 아니라 서울에서 학원을 운영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빠르게 잘못된 정보가 바로잡힌 것은 트위터의 덕이 컸다. 실제 로 소셜컨설팅 전문회사 트리움이 분석한 신촌 냉면집 트위터 자료를 보면, 자정작용이 아주 빠르게 일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사건은 트위터가 자체적인 자정 능력뿐만 아니라, 방송에서 만들어진 정보까지 자정하는 능력을 지녔다는 좋은 사례다. 전문가들은 트위터에는 다양한 분야와 계층의 이용자들이 많은 만큼 자연스럽게 집단 지성을 통해 자정작용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빠른 정보 전달력과 자정능력이 발 없는 트위터가 천 리 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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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1월 수학동아 정보

  • 김종립 기자
  • 도움

    심재웅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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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재 교수
  • 도움

    소셜컨설팅 전문회사 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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