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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폴클랑 졸리스텐


수학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폴클랑 졸리스텐


지난 10월 1일, 기자는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을 찾았다.‘피타고라스의 음계’라는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기 위해서다. 그런데 음악 공연 제목에 수학자 이름이 들어가 있다. 뭔가 심상치 않은 공연임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오후 3시. 피타고라스, 레오나르도 피보나치, 베토벤, 바흐, 모차르트 등 천재 수학자와 음악가가 무대 위에 등장했다. 그리고 1시간 동안 음계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바흐가 연구한 *평균율은 무엇인지 등 수학과 음악의 관계를 클래식 공연과 함께 연극으로 보여줬다.

기자는 클래식과 수학, 연극이 결합된 공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겼다. 공연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발길이 무거웠다. 그들을 다시 만나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10월 7일 그들의 연습실로 찾아갔다.

수학과 닮은 클래식

“어려운 클래식의 문턱을 낮춰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을 즐겼으면 합니다.”
클래식과 수학, 연극이 결합된‘피타고라스의 음계’를 공연하게 된 계기를 묻자 폴클랑 졸리스텐의 추민희 단장은 이렇게 말을 꺼냈다.
 

추민희 단장은 ‘음악으로 가득 찬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자’라는 의미로 폴클랑 졸리스텐이라고 오케스트라 이름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독일어로 폴은 가득 찬, 클랑은 소리, 졸리스텐은 연주가라는 뜻이다.


추민희(선생님) 1시간 동안 텔레비전을 보면 클래식 음악을 적어도 한 번은 듣게 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클래식은 어렵고 나와는 먼 음악이라고 생각하죠. 대중음악만이 쉽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이라고 여겨요. 대중음악 역시 클래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데 말입니다. 이런 대중들의 인식을 바꿔 주기 위해 새로운 공연을 기획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공연에서 폴클랑 예술학교 선생님을 맡은 추민희 단장의 말을 듣고 있자니 클래식과 수학이 왠지 닮은 것 같았다. 클래식처럼 수학도 안 쓰이는 곳이 없을 만큼 실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는데, 사람들은수학을 어렵고 재미없는 학문으로 여기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일까. 수학과 음악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공연이 기자에겐 낯설지만은 않았다.

추민희(선생님) 폴클랑 졸리스텐은 2006년 독일 유학파를 중심으로 결성됐어요. 처음에는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전통 클래식을 연주했는데, 사람들은 저희 공연을 어려워했죠. 그래서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서기 위한 공연을 만들기 위해 음악교육과 관련된 논문을 찾아 공부했어요. 그 결실로 음악과 수학이 결합된 공연인‘피타고라스의 음계’가 탄생했죠. 저희를 도와주고 있는 이주형 사무장이 이 공연의 시나리오를 썼습니다.

피타고라스 음계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어떤 느낌이 드셨나요?
 

‘피타고라스의 음계’ 연습 현장.


김지혜(베토벤)‘이게 뭐지? 이걸 대체 어떻게 해’가 시나리오를 읽고 나온 첫마디였어요.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았죠. 첫 대사가‘안녕하세요’였는데, 정말 쉬운 대사잖아요. 매일 하는 말이고요.
그런데 그 말이 그렇게 어렵더라고요. 첫 공연 때는 대사를 틀리면 안 된다는 생각에 국어책을 줄줄 읽는 것처럼 대사를 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도 너무 민망하고 관객들에게 죄송해요.

김선화(모차르트) 우선 가발을 쓰고 근세시대 의상을 입어야 한다는 압박에 대사고 뭐고 기억이 하나도 안 났어요. 보통 공연하면 가족이나 친한 친구들을 초대하잖아요. 혹시 올까 봐 걱정할 정도였죠.

조혜정(피타고라스) 저는 배역이 수학자라서 생소한 용어가 너무 많은 거예요. 처음에는 대사 외우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언제부터 공연에 의욕적으로 참여하신 거예요? 처음에는 다들 연기에 부담을 많이 느끼신 것 같은데….

고윤정(안나) 부족한 연기를 선보이는 공연인데도 공연이 끝나면 반응이 오는 거예요. 단원들하고 함께 나눠 마시라며 음료수도 사주시고, 공연 잘 봤다고 꽃다발도 주시니 힘이 나더라고요.

박지혜(피보나치) 한 번은 저희 공연을 보신 학부모님께서 아이의 음악적 소질을 알게 됐다며 고맙다고 연락을 주셨어요. 아이가 악보도 없이 저희 공연 때 들은 곡을 혼자 연주했대요. 예전에도 클래식공연을 보러 다녔는데, 그때는 아이가 집중을 못해서 끝까지 공연을 못 봤다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저희 공연 때는 아이가 시선을 떼지 못하더라고 말해주셨어요. 이렇게 팬이 생기면서 자신감과 함께 관객에 대한 책임감이 생겼어요. 처음엔 대사 없는 배역을 하겠다고 서로 다퉜는데, 최근엔 서로 주인공 하고 싶다고 난리예요. 하하.

tip
피타고라스의 음계

수학과 음악이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수학자 피타고라스가 처음 발견했다. 그는 현의 길이에 따라 소리가 달라진다는 것과 1:$\frac{2}{3}$:$\frac{1}{2}$일 때 가장 아름다운 소리가 난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는 또 현의 길이의 비를 이용해 음계를 만들었는데, 이를 피타고라스의 음계라 한다.

주사위 던져 작곡한다?!

‘피타고라스의 음계’공연을 보면 관객이 올라와 직접 작곡을 하는 장면이 있다. 모차르트가 작곡한곡을 마디마다 1부터 36까지 번호를 매긴 뒤 관객이 2개의 주사위를 10번 던져 나온 주사위 눈에 해당하는 마디를 이어 붙여 곡을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관객이 작곡을 하면 바로 악보를 뽑아 즉흥해서 연주한다. 공연을 본 기자는 진짜로 연주하는 거냐고 물었다. 혹시 가짜 아니냐고.

배상진(사티) 무대에서 관객이 주사위를 던지면 무대 뒤에서 컴퓨터로 악보를 만들어 재빨리 스크린으로 띄워요. 그걸 보고 저희가 연주하죠. 이 방법은 모차르트 시대부터 유행하던 작곡방법이에요.

마지막으로 기자는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공부한 폴클랑 졸리스텐 단원들이 학창 시절 수학을 잘했는지 궁금했다. 기자가 이에 대해 묻자 단원들 모두 류혁 선생님을 바라보며, 질문에 대답하라고 부추겼다. 무슨 사연이 있는 것 같았다.

류혁(바흐) 생긴 건 이래도 바른생활 학생이었어요. 그런데 딱 한 가지. 어떤 과목 때문에 아버지께
많이 혼났죠. 바로 수학! 당시에는 수학을 싫어하다 못해 증오했죠. 따라서 제가 수학과 관련된 공연을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하하.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런데 수학은 모르는 것보단 아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요.‘피타고라스 음계’공연을 준비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수학적 사실이 많거든요. 지금은 수학이 재미있고 흥미로워요. 제가 학교 다닐 때 이런 공연이 있었으면 아버지께 덜 혼났을 텐데 아쉽네요.

폴클랑 졸리스텐은 클래식을 대중화하기 위해‘피타고라스의 음계’외에 음악가 클라라와 슈만, 브람스의 삼각관계를 다룬 정통 연극과 록과 오케스트라가 함께하는 록심포니를 준비중이라고 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폴클랑 졸리스텐이 승승장구하길 바란다.

tip
폴클랑 졸리스텐의‘피타고라스의 음계’11월 공연일정은 11월 1일 수학동아 홈페이지 (math,dongascience.com) 공지사항 게시판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1년 11월 수학동아 정보

  • 조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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