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수학으로 TV 보기] 복불복에서 까나리를 피하려면?

복불복에서 까나리를 피하려면?


일요일 저녁이면 어김없이 찾아와 웃음과 감동을 주고,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경치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 떠나는 리얼 야생 로드 버라이어티. 강호동, 이승기, 이수근, 은지원, 김종민 그리고 엄태웅이 함께하는 1박~ 2일!이 프로그램이 200회를 넘길 정도로 시청자들에게 끊임없는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출연자들의 유쾌한 진행이 가장 큰 이유일 테지만, 전 국민에게 복불복 바람을 일으킨 독특한 게임들도 한몫한다.

까나리 vs 아메리카노

‘1박 2일’ 을 떠올리면 ‘복불복 코너’ 를 빼놓을 수 없다. 복불복(福不福)이란 한 마디로 ‘운에 맡긴다’ 라는 말쯤으로 생각하면 되겠다. 그런데 운에 맡긴다는 것이 결국 어떤 선택이든 모두 같은 확률이라는 뜻이 아닐까. 정말 복불복 게임은 모두 같은 확률인 걸까?

1박 2일 속에 등장하는 복불복 게임이란 예를 들어 6개의 음료가 있는데 겉으로 보기엔 모두 같아서 구별되지 않는다. 냄새와 맛을 봐야 까나리 액젓인지 아메리카노 커피인지 알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하나를 고르면 더 이상 바꿀 수가 없다. 그리고는 그것이 뭐든 간에 원샷을 해야만 한다.

메뉴는 물론 여러 가지가 준비돼 있다. 진짜 매운 어묵과 보통 어묵, 식초와 식혜, 겨자가 든 호빵과 맛있는 단팥이 든 호빵 등등.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으로 까나리 액젓을 따라갈 아이템이 없다.

그렇다면 복불복 게임에 참여할 때, 참여하는 순서에 따라 운명이 어떻게 달라지는 걸까? 과연 순서 1번을 선택하는 것과 3번을 선택하는 것이 까나리를 피해갈 확률이 같다고 말할 수 있을까? 순서 1번은 6개의 컵 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것이지만 순서가 뒤로 갈수록 점점 선택할 수 있는 컵의 개수는 줄어든다. 그러다 순서 3번의 차례가 되면 4개의 컵 중에 서 하나를 고르게 되는데….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가?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뽑는 순서가 1번이든 3번이든 심지어 마지막 이어도 까나리컵을 피해갈 확률 또는 까나리 컵에 당첨될 확률은 완전히 똑같다! 믿기 어렵다고?

자, 그럼 지금부터 복불복 게임으로 들어가 보자. 복불복을 시작하기 전에 정한 순서는 1번 호동, 2번 수근, 3번 지원이다. 순서가 1번인 호동은 까나리가 든 컵 3개와 아메리카노가 든 컵 3개 중에서 하나를 고른다. 그러므로 호동이 까나리에 당첨될 확률은 전체 6개의 컵 중에서 까나리가 든 컵 3개를 택할 확률이다. 즉 확률은 3/6=1/2이다.
 

까나리 vs 아메리카노
 

하지만 뽑는 순서가 2번인 수근의 입장에선 어떻게 확률을 따져야 하는 걸까. 수근의 순서가 되면 호동이 선택하게 될 컵 한 개가 사라지므로 수근이 까나리에 당첨될 확률은 2/5가 될까? 아니면 호동이 아메리카노를 뽑았을 수도 있으니 3/5이 될까? 여기서 꼼꼼히 잘 따져봐야 한다.

실제로 호동이 선택하고 그것이 까나리인지 아닌지 알게 될 시점이 되면, 분명 수근이 까나리에 당첨될 확률은 2/5 또는 3/5 중 하나가 확실하다. 그런데 호동이 선택하기 전‘순서’만을 생각할 때는 상황이 다르다. 일어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모두 생각해서 수근이 까나리에 당첨될 확률을 계산해야 한다.

즉 (수근이 까나리에 당첨될 확률)=(호동이 까나리를, 수근도 까나리를 선택할 확률)+(호동은 아메리카노를, 수근이 까나리를 선택할 확률)인 것이다.
 

수근에게 일어날 수 있는 2가지 상황
 

맨 처음 호동이 까나리를 선택할 확률은 3/6, 그 다음 이어서 수근도 까나리를 선택할 확률은 2/5다. 동시에 일어나는 두 사건에 대한 확률은 곱을 이용해 구할 수 있다. 따라서 수근이 까나리에 당첨될 확률은 호동과 수근이 선택할 수 있는 각각의 경우의 확률을 구해 3/6 × 2/5  + 3/6 × 3/5 으로 구할 수 있다. 즉 수근의 확률은 1/2 이다.

이럴 수가! 순서가 1번인 호동과 2번인 수근의 확률이 같다. 그렇다면 지원의 경우는 어떨까? 순서가 3번인 지원도 위와 같은 방법으로 앞에서 먼저 뽑은 호동과 수근이 까나리 또는 아메리카노를 뽑을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해 확률을 계산해보면 역시 1/2의 확률을 갖는다.

가위바위보~, 진 사람 입수!

복불복 게임은 뽑는 순서에 상관없이 당첨될 확률이 모두 같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가위바위보의 확률은 어떨까? 지난 6월 12일 방송된 ‘명품 조연 특집’ 에서 가위바위보로 인한 아주 재미난 상황이 연출됐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등장해 명품조연으로 불리는 고창석, 김정태, 성동일, 성지루, 안길강, 조성하 여섯 남자가 1박 2일 멤버들과 함께 낭만여행을 떠났다. 도심을 떠나 확 트인 동해바다를 만나자 12명의 남자들은 일제히 바다로 달려가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 늘 그랬듯 ‘입수 대상자’ 를 고르기로 한다. 입수자 선정 방식은 자연스레 가위바위보!

그들은 자신이 입수자로 선정될 확률은 1/12이며, 12명이 함께하는 가위바위보로 한 사람을 가려내기는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놀라운 일이 났다. 11명은 모두 보, 단 한 사람 승기만 주먹을 낸 것이다!

여기서 생각해 볼 몇 가지 문제가 있다. 가위바위보로 벌칙자 1명을 정할 경우, 자신이 벌칙자로 뽑힐 확률과 11명이 모두 같은 보를 내고 단 한 사람만이 바위를 냈던 기적의 장면 속 확률은 정말 1/12이었을까?
 

승기와 태웅의 가위바위보
 

이해를 돕기 위해 잠시 두 사람의 가위바위보를 상상해보자. 얼핏 생각하면 2명 중 1명이 질 확률이 1/2인 것 같지만 모든 경우의 수를 다 따져보면 상황은 다르다. 우선 두 사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는 9가지다. 이건 한 사람이 낼 수 있는 경우의 수 ‘3’ 을 두 번 곱한 결과와도 같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경우의 확률만 생각해 보자. 먼저 가위바위보로 승기가 져서 입수할 확률은 3/9=1/3이다. 그중에서 승기가 바위, 태웅이 보를 내며 태웅이 승리해 승기가 입수할 확률은 1/9이다.

이제 12명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전체 경우의 수는 한 사람이 낼 수 있는 경우의 수 ‘3’ 을 사람 수만큼 곱하면 나온다. 따라서 전체 경우의 수는 312=531441가지. 그중에서 11명은 보, 승기 혼자 바위를 내서 질 경우의 수는 딱 1가지므로 실제 이번 게임에서 승기가 혼자 입수자로 뽑힐 확률은 1/12이 아닌 무려 1/531441이라는 기적 같은 확률이었던 것이다.

내 마음은 이런데, 네 마음은 어떠니?

지난 7월 3일 방송된 ‘전라남도 관매도’ 편에서는‘짝짓기 게임’을 통해 멤버들 서로에 대한 속마음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 물론 관전포인트는 멤버들 간의 치열한 심리전!

이날 멤버들은 주어진 미션에 실패해 밤샘 촬영을 강행해야 했는데, 짝짓기 게임은 그들이 밤샘 촬영을 면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였다.

게임 방법은 이렇다. 멤버들은 각자 6개의 방에 격리된 뒤, 1박 2일 멤버 중 가장 친하다고 생각하는사람을 손바닥에 적는다. 그 다음 다시 함께 모여 서로의 이름을 적은 사람들만‘밤샘 촬영 면제’혜택이 주어진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가장 친한 한 사람의 이름만 적으면 그만일 것 같지만, 제작진이 내건 혜택을 제대로 누리려면 ‘누가 내 이름을 적을지’ 에 대한 예측도 매우 중요하다.

여기서 멤버들이 이름을 결정하는 행동 유형은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먼저 호동, 승기, 지원, 수근이들 네 명은 방송의 모습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취미 활동까지 떠올리며 누가 누굴 적었을 것이라는 경우의 수를 꼼꼼하게 따진다. 이에 비해 종민은 순수한 마음을 담아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 을 적는다.

이런 저런 예측이 분분한 가운데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경우의 수가 하나 있었다. 바로 평소 호동의 팬임을 자처하며 뒤늦게 프로그램에 합류한 태웅이 호동을 적을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이것은 멤버들뿐만 아니라 평소 1박 2일을 즐겨보는 애청자라면 99.9%의 적중률을 가진 예상이었다. 심지어 호동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른 새벽 호동을 꿈속에서 봤다는 문자를 보내준 태웅이 호동의 이름을 쓰지 않는다는 건 다 차려진 밥상을 걷어차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호동은 태웅과 커플이 될 것을 확신하고, 만면에 웃음을 띠며 손바닥에 하트까지 그려 태웅의 이름을 적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오히려 태웅은 도저히 결정할 수 없다며 매직펜 뚜껑 둘레에 나머지 멤버의 이름을 적어 펜뚜껑을 또르르 굴린다. 그렇게 결정된 태웅의 짝꿍은 이수근! 태웅은 수근의 이름을 적고 만다.

나머지 멤버들이 생각한 경우의 수에는‘매직펜 뚜껑을 굴려 이름 결정하기’ 와 같은 일은 없었다. 다른 멤버들은 물론이고 호동 역시 태웅의 이런 행동을 전혀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에 호동이 태웅에게 뒤늦게 느낀 배신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아무튼 이들의 꼬여버린 짝짓기 게임은‘종민♥지원’이라는 한 커플만 탄생시키고 막을 내린다.

보통 확률은 (그 사건이 일어난 경우의 수)/(전체 경우의 수) 로 구한다. 이런 방법으로 확률을 구할 땐 모든 경우가 일어날 가능성이 모두 같아야 한다. 예를 들어 태웅처럼 매직펜 뚜껑을 굴려 한 사람을 고를 때, 호동이 선택받을 확률은 1/5이다. 꼭 호동이 아니어도 한 사람이 선택될 확률이 1/5인 것이다. 이처럼 각 경우의 일어날 가능성이 모두 같을 때 위와 같은 방식으로 계산한 확률을 ‘수학적 확률’ 이라 한다.

하지만 다른 멤버들의 경우는 어떠했는가? 종민과 지원은 무작위로 상대방의 이름을 적어 커플이 된 것은 아니었다. ‘누가 자신의 이름을 적을 것인지’ ‘자신과 정말 친한 사람은 누구인지’ 처럼 각 멤버들은 서로 다른 가능성을 가지고 선택했다. 즉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의 가능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멤버들이 서로를 뽑을 확률을 수학적으로 이야기하긴 어려운 것이다.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주사위의 확률. 이 주사위가 정육면체이고 던져서 나오는 여섯 면의 가능성이 같다면 이것을 수학적 확률로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주사위의 모양이 정육면체가 아니라면, 그때는 아주 충분히 주사위를 던지는 실험을 한 뒤 전체 경우의 수에서 원하는 경우가 얼마나 나오는지 관찰해 확률을 구할 수 있다. 즉 (어떤 사건의 확률) = (그 사건이 일어난 횟수/실험한 전체 횟수 를 이용해 구한다. 이 같은 확률은 ‘통계적 확률’ 이라고 한다.

가끔 1박 2일에서 원형 룰렛을 돌려 미션을 결정할 때가 있다. 어느 한 미션이 걸릴 확률은 룰렛 전체 넓이에 대한 그 미션이 차지하는 부분의 넓이를 계산해 구할 수 있는데, 이렇게 구한 확률은 ‘기하학적 확률’ 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오른쪽과 같은 룰렛 판이 있다고 가정하자. ‘꼬막 3000개 캐기’ 미션이 당첨될 확률을 1/6 이라고 하면 안 되고, 넓이의 비를 따져 1/4이라고 해야 맞다.

만약 1박 2일에서 머리를 쓰는 게임을 주로 했다면 이토록 인기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어리어리한 캐릭터들도 얼마든지 운에 따라 이길 수 있는 다양한 게임들이었기에 시청자들에게 더욱 즐거움을 안겨준 것이 아닐까? 내년 2월 종영을 앞둔 1박 2일, 무엇보다 유쾌했던 그 게임들이 그리워질 것 같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11년 09월 수학동아 정보

  • 오혜정 교사
  • 배수경 교사
  • 윤장로 교사

🎓️ 진로 추천

  • 통계학
  • 수학
  • 심리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