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 이후 많은 양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며 지구의 온도는 약 1.1°C 상승했다.
이런 위기 속에 2015년 12월 12일 200여 개의 나라는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C 이하로 유지하는 ‘파리협정’을 맺었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의 37%를 줄인다는 국가목표를 세웠지만, 전문가들은 모든 나라가 목표를 완수하더라도 2100년까지 지구의 온도는 3°C 이상 상승한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미래를 살아갈 청소년 19명이 2020년 3월 13일, 기후변화에 무심한 정부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기후 위기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태도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기본권을 침해받고 있는지 청소년기후행동의 성경운 활동가와 김도현 활동가를 통해 알아보고, 기후변화의 현 상태를 수학적으로 점검했다.
Q 헌법소원을 내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성경운 청소년기후행동①에서 결석 시위, 거리 캠페인 등의 다양한 활동을 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를 돕겠다는 변호사들을 만났고, 그들의 도움으로 소송 계획을 구체적으로 짤 수 있었다. 올해 1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정해 놓은 법률을 살펴보면서, 생명권, 환경권, 행복추구권 등 우리의 기본권이 침해②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승소할 수 있겠다는 희망과 가능성이 생겨 헌법소원③을 청구하게 됐다. 우리가 청구한 헌법소원은 헌법재판소에서 심판하기에 적당한 문제라고 판단해 본격적인 심사 중이다.
Q 미래를 살아가야 할 세대로서 가장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변화는 무엇인가?
김도현 지금의 사회적인 불평등이 기후 위기 때문에 더 심화될 거라는 사실이 두렵다. 기후변화는 모두에게 똑같이 다가오지만, 연약하고 가난한 이들에게 더 큰 타격을 준다. 2018년 폭염이 닥쳤을 때,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인부가 쓰러진 사건이나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뉴스를 반복해서 접하며 심각성을 느꼈다. 기후 위기가 이대로 더 심각해진다면 인류는 정의롭고 좋은 사회에 살 수 없다.
또 기후변화가 지금 속도로 진행된다면 안전한 미래는 없다. 폭염이나 산불, 가뭄 같은 재해가 지금보다 자주, 더 강하게 닥칠 테니까. 2050년이면 우리나라에서 해마다 약 13만 명이 침수 피해를 입을 거라는 연구 결과도 있는데, 그때 내 나이는 고작 40대다.
Q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가장 먼저 실천해야 할 정책은?
성경운 우리는 무엇보다 온실가스 감축 계획이 국제 사회가 약속한 목표인 1.5°C에 맞춰 세워지길 바란다. 지금의 소극적인 감축 목표로는 절대 1.5°C 약속을 지킬 수 없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매년 예외 없이 증가하고 있다. 정책을 결정하고 시행하는 기성세대에게 기후변화는 일어나지 않은 먼일이겠지만, 그 시대를 살아갈 우리에게는 현실적이고 가장 절박한 문제다.
김도현 목표를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지켜지는 게 더 중요하다. 정부는 2010년에 세워 놓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못 지킬 상황이 되자 아무런 설명도 없이 시행령을 개정④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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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으로 밝힌 지독한 가뭄의 원인, 기후변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4월호 표지를 장식한 연구의 주제는 ‘지독한 가뭄’이었다. 지구의 물은 ①땅에서 증발한 물이 대기로 이동하고 ②대기 중의 물은 주로 빙하, 지하수를 머금고 있는 토양, 호수 등에 저장되고 ③비를 통해 땅과 강으로 다시 돌아오는 순환을 반복한다. 가뭄은 이런 물의 순환에 문제가 생길 때 발생한다.
지구의 온도가 급격히 높아지면서 땅에서 증발하는 물의 양도 덩달아 많아졌다. 이는 물의 순환을 파괴했고, 그 결과 일부 지역은 늘어난 강수량에, 다른 지역은 메마르는 가뭄에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미국 서부 지역과 멕시코 북부 지역은 2000년부터 무려 20년간 가뭄을 견디고 있다. 이 지역의 평균 온도는 최근 20년 동안 약 1.2°C가 높아졌다.
파크 윌리엄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라몬 도허티 지구 관측소 교수팀은 토양의 수분 함량에 따라 나무의 성장 속도가 달라진다는 점을 이용해 나무의 나이테를 조사했고, 이번 가뭄이 16세기 이후 가장 길고 심각하다는 것을 밝혔다.
토비 올트 미국 코넬대학교 지구대기과학과 교수에 따르면 이런 심각한 가뭄 상황을 연구하는 데 수학적으로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은 강력한 ‘무기’다. 올트 교수는 과거부터 유용하게 쓰여온 무기로 ‘양동이 모형’을 소개했다. 증발산량*, 토양 속 물의 흐름 등을 변수로 시간에 따른 물의 순환 상태를 알 수 있는 방정식이다.
하지만 토양의 습도 변화와 증발산량을 측정하는 게 까다로워,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가뭄 지표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최근에 많이 쓰이는 지표는 ‘파머가뭄지수(PDSI)’로 기후적으로 필요한 강수량과 실제 강수량을 비교해 가뭄의 정도를 수치로 나타낸다.
올트 교수는 “지금도 많은 기후학자들이 계속 가뭄의 정도를 잘 나타낼 수 있는 지표를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폭우가 화산 폭발 촉진한다!
지금껏 화산과 기후변화는 별 연관성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이 둘을 연결시키는 연구 결과가 ‘네이처’ 4월 22일자에 실렸다. 팰크 아멜룽 미국 마이애미대학교 해양지질학과 교수팀은 지난 200년 동안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많은 비가 화산 폭발을 촉진시킨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그간 빗물이 지하 깊은 곳의 마그마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지 못했다.
연구팀은 흙의 빈 공간에 존재하는 물, 공기가 가지는 압력인 ‘공극압’에 집중했다. 그 결과 강수량이 증가하면서 토양의 빈 공간에는 물이 가득 채워지게 되고, 이는 공극압의 증가로 이어져 지반을 약화시킨다는 것을 밝혔다. 공급압은 최대 땅 밑 3km까지 영향을 끼쳤다.
실제 2018년 하와이의 칼라우에아 화산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화산 폭발 전 폭우가 쏟아졌으며, 1790년 이후 칼라우에아에서 발생한 화산 폭발 중 약 60% 이상이 비가 많이 오는 우기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결과는 ‘기후변화로 인한 온도 상승 → 일부 지역 게릴라성 폭우 증가 → 잦은 화산 폭발’로 이어지는 흐름에서 강수량 증가가 어떻게 화산 폭발로 이어지는지를 밝혔다. 지금껏 크게 관계가 없다고 여겨진 화산마저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생태학자 크리스 토마스는 2004년 발표한 논문에서 지구의 온도가 2°C 상승하는 2050년이면 모든 생물종의 3분의 1 이상이 멸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 3분의 1에 인간이 없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제는 정말 ‘살기 위한’ 정책이 필요할 때다.
용어정리
* 증발산량 : 강수량과 물이 대기로 증발하거나 증발해 흩어진 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