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탐험대와 함께 에베레스트 산 등정에 나선 허풍과 도형. 에베레스트 산 등정을 통해 남자의 우정을 확인했다고 하는데…. 이들은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
1 어빙 일행의 캠프를 찾아라
“도, 도형아, 우리가 왜 이곳에 온 거니? 왜 이런 고생을 하고 있는 거야!!”
“선생님께서 먼저, 가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경성 최고의 탐험가라고 하시면서…. ‘대장과의 우정을 지키고 싶습니다’ 라고 하신 것 기억 안 나세요?”
영국 탐험대와 허풍 일행은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히말라야 산맥 어딘가를 헤매고 있다.
“조심해! *크레바스에 떨어지면 끝이다.”
“스미드 대장님, 눈보라 때문에 일단 이곳에 캠프를 설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캠프를 설치한 뒤 허풍과 도형은 따뜻한 홍차를 마시며 몸을 녹이고 있다.
“대장님, 주변을 보니까 이곳이 제6캠프 부근인것 같아요.”
“그래 도형아, 그런 것 같구나. 다 네가 도와준 덕분이다. 정말 고맙구나.”
도형은 지도를 펼치며 설명을 이어간다.
“주변에 보이는 봉우리를 볼 때 어빙과 말로리 일행의 캠프는 이 근처에 설치됐을 거예요.”
도형이 가리키는 지도에는 가로세로 5칸씩 25개의 칸이 있고, 군데군데 봉우리가 있다.
“오른쪽과 아래쪽에 있는 숫자들이 각 줄에 들어갈 텐트의 숫자예요. 이 숫자들에 맞게 텐트의 위치를 알아낸 뒤 그곳을 수색하면 될 거예요.”
허풍은 초콜릿을 오드득 씹으며 도형과 대장을 지켜본다.
“도형아, 이 몸만 믿어라. 이따위 눈보라는 아무것도 아니다. 하하하.”
언제나 변함없는 허풍이었지만 왠지 믿음이 가는 것 같았다.
“잠시 몸을 녹이고 바로 이동하도록 하죠. 시간을 끌수록 우리가 힘들어집니다.”
스미드 대장의 말에 모두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2 에베레스트 산 등정로를 그려라
일주일 전, 네팔의 카트만두에 도착한 뒤 도시 이름이 만두니까 만두를 먹어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허풍의 고집에 수많은 식당으로 찾아다니다가 여관 겸 식당에 숙소를 정한 허풍 일행.
“선생님, 이거 인도에서도 본 적 있어요. 안에 카레랑 감자가 들어 있어요. 만두 같이 생긴…. 이름이 뭐더라?”
“서모사! 이 정도는 기본이지.”
이런 건 귀신같이 기억하는 허풍.
“선생님, 네팔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이 있대요. 아직 아무도 정상에 올라가지 못했지만요.”
“내가 경성에 있을 때 한라산과 백두산을 수십 번 올라갔다 왔지. 가장 높은 산도 한달음에 올라갈 수 있단다. 하하.”
그때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소리 지른다.
“아무도 올라간 적이 없다니! 내 친구 어빙과 말로리가 올라갔어. 최초라는 영예는 그들의 것이다!”
잔뜩 화가 난 얼굴의 서양인은 허풍과 도형을 노려보고 있다.
“대장, 진정해요. 우리가 그들을 마중 나온 거잖아요. 함께 돌아가기 위해서….”
소란이 있고 나서 도형은 대장이라 불리는 남자에게 다가갔다.
“혹시, 스미드 씨? 에베레스트 산을 정복하러 왔다는 영국 탐험대의 대장님 맞죠?”
“그래. 아까는 미안했다. 많이 놀랐지?”
“아니에요. 최고의 탐험가를 만나게 되다니 영광이에요. 네팔에 도착했을 때 대장님의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하하, 나도 꽤 유명한가 보구나.”
“혹시 그 지도에 이번 등정로가 표시돼 있나요? 한번 봐도 되죠?”
“그러렴. 여기 있는 모든 점을 하나로 잇는 이동경로를 만들어야 한단다. 지도에는 정상에 올랐다 내려오는 길도 나타나지. 즉 모든 선이 연결돼 있어야 한단다. 이게 가장 안전한 길이지.”
3 크레바스의 위치를 표시하라
스미드와 가까워진 도형은 진짜 탐험가를 만나 신이 난다.
“저도 아주 굉장한 탐험가를 알고 있거든요. 제가 아는 세계 최고의 탐험가예요.”
옆 테이블에서 듣고 있던 허풍은 헛기침을 했고, 스미드와 도형은 크게 소리 내 웃는다.
“그나저나 등정로를 한 번에 만들어 내다니 정말 대단하구나. 조금만 더 컸다면 우리와 함께 가자고 했을 텐데…. 아쉽구나.”
“어험, 그 탐험대에 나도 함께 가면 안 되겠소? 이래 봬도 경성 최고의 탐험가라오.”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닙니다. 내 친구들을 둘이나 두고 비겁한 눈물을 흘리며 도망친 곳입니다. 사람들에겐 이번 등정이 정상을 정복하는 것이라고 알려졌지만 내 목적은 친구들을 찾는 것입니다.”
스미드는 눈을 감는다. 대원들도 도형도 숙연해진다.
“대장님, 나와 도형이 도움이 될지도 모르잖소. 우리도 굉장한 모험을 수없이 겪어왔다오. 대장의 우정을 위해서 꼭 도움이 되고 싶소.”
웬일인지 강하게 스미드를 설득하는 허풍. 스미드는 허풍의 열정에 동행을 허락한다. 사실 허풍은 스미드 씨가 허락하지 않으리라고 믿고 한 말이다. 이렇게 허풍과 도형은 에베레스트 산에 도전하게 된다. 일주일 뒤 그들은 히말라야 산맥의 눈보라 속에 있다.
“자, 이동하도록 합시다. 바닥에 크레바스가 숨어 있으니 조심해! 어빙의 일지에 크레바스의 위치가 있다. 도형아 부탁한다.”
‘눈에 보이는 크레바스 외에 1칸짜리 크레바스 4개, 2칸짜리 크레바스 3개, 3칸짜리 크레바스 2개, 4칸짜리 크레바스 1개가 있음. 크레바스는 모두 가로방향. 오른쪽 숫자는 그 줄에 있는 크레바스들의 칸 수의 합. 아래쪽 숫자는 그 줄을 지나는 크레바스의 개수.’
도형은 일지를 보며 지도에 크레바스의 위치를 표시한다.
4 온도를 확인하라
“자, 이제 이곳을 지나면 크레바스 지대는 다 빠져나갑니다. 조금만 힘내세요!”
지도에 표시된 크레바스 지대를 지나온 탐험대와 허풍 일행.
“너무 멀리 가지 말고 근처를 탐색한다. 서로의 시야에서 벗어나지 마!”
어빙과 말로리의 캠프로 추정되는 위치를 살펴보고는 있지만, 눈보라가 심해 속도는 매우 더디다.
“자, 다음 지점으로 이동한다. 모두 동료를 확인해라!”
각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확인한다. 그런데 도형이 모두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대장, 꼬마가 없어졌습니다. 허풍 씨가 꼬마를 찾으러 가려는 것을 억지로 말렸습니다. 아마 발을 헛디딘 것 같습니다.”
“이거 놔. 도형이가 내 옆에 있었다고. 앞에 가면 녀석이 있을 거야.”
바로 옆에 있었지만 눈보라가 심해 눈 깜짝할 사이에 도형을 놓치고만 허풍.
“소리 지르지 마시오. 더 위험해질 수가 있소. 등정로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수색한다.
멀리 가지 마라!”
“이봐. 무슨 소리야. 내 조수가 없어졌는데 등정로만 따라가자니! 당신 동료를 잃었을 때도 이런 식이었나?”
“난 이 팀의 대장이요. 모두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이란 말이오. 대원들을 사지로 몰 수는 없소.”
스미드는 단호하게 말했지만, 눈에는 슬픔이 가득하다. 사실 도형은 작은 눈 언덕에서 미끄러져 원정대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지도를 봤을 때 등정로에서 멀지 않은 곳이야. 모두 분명히 이곳을 지나갈 거야. 온도가 떨어지지 않게 따뜻하게 몸을 보호해야 해. 온도계를 잘 확인해둬야지.”
바깥에 적힌 숫자는 가로세로 줄마다 수은주가 표시된 수은 온도계의 개수와 눈금을 합한 것이다. 이에 맞게 각 온도계에 수은주를 표시해야 한다.
★ 뜨거운 남자의 눈물
“그쪽은 포기한다. 모두 등정로로 돌아와 다음 탐색 장소로 이동한다.”
“먼저 가시오. 나는 조금 더 가보겠소.”
“등정로를 알고 있으니 스스로 돌아올 겁니다.”
허풍은 스미드의 말을 듣지 않고 걸어간다. 그때.
“스미드 대장, 도형이요. 빨리 와 보시오.”
허풍이 발을 내딛은 눈더미 아래에 도형이 있다.
“선생님, 오실 줄 알았어요. 제가 아는 최고의 탐험가니까.”
허풍은 도형을 끌어안고 훌쩍인다.
“대장님, 저기 무언가가 꽂혀 있어요.”
도형이 가리킨 곳을 바라본 스미드는 눈물을 흘린다.
“어빙의 피켈(T자형 등산 지팡이)이야. 앤드루 어빙의 A가 쓰여 있어. 바로 아래에 있었어. 허풍 씨 처럼 한 걸음만 더 내딛었더라면 ….”
잠시 후 스미드가 말문을 연다.
“이런 눈보라 속에서 등정은 무리다. 어빙과 말로리의 위치를 확인했으니 우리의 목적은 달성했다. 이대로 하산한다.”
스미드는 또다시 친구들을 두고 등을 돌린다. 하지만 이번에 흐르는 눈물은 뜨거운 남자의 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