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학생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목적으로 진행되는 전국 규모의 시험이 있다. 바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다. 수학동아는 이 시험에서 수학 성적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고, 눈에 띄게 수학 실력을 올린 학교에는 어떤 비결이 있는지 분석해 소개한다.
2010년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 감소
2010년 11월 30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학교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공개하면서 ‘기초학력 미달자’가 줄었다고 발표했다. 실제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의 경우 초등학생은 2008년 2.3%에서 2010년 1.5%로, 중학생은 10.2%에서 5.6%로, 고등학생은 8.9%에서 4%로 줄었다.
수학 과목에서도 초등학생은 2008년 1.7%에서 2010년 1.2%, 중학생은 12.9%에서 6.1%, 고등학생은 8.9%에서 4.3%로 줄었다. 초중고 학업성취도 평가는 2007년까지 일부 학생을 대상으로, 2008년부터는 전국의 거의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수학에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 수가 줄어드는 경향은 2004년부터 2007년까지의 조사를 포함시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2008년도에 전보다 5.7% 포인트 늘어난 중학생 사례를 포함한 몇몇을 제외하면 초등학생과 고등학생은 기초학력 미달자가 대체로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특히 고등학생은 2004년에 비해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50% 이상 감소할 정도로 뚜렷한 경향을 보였다.
그런데 이번 발표에서 교과부가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지만 주목할 내용이 있다. 바로 학교 수학 교육에서 50% 이상을 이해하는‘보통학력 이상’ 학생의 변화다.
보통학력 이상에 해당하는 초등학생의 비율은 2009년 87.5%에서 2010년 76.4%로 10% 이상 크게 감소했다. 반면 중학생은 56.2%에서 59.3%로, 고등학생은 64%에서 73.5%로 증가했다. 고등학생은 2004년과 비교하면 25.7% 포인트, 2008년과 비교해도 17% 포인트나 올라간 결과다.
일반적으로 초등학생에서 중학생, 중학생에서 고등학생으로 갈수록 수학 실력이 내려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고등학생 성적이 중학생보다 높게 나타난 학업성취도 결과를 보고 고등학생이 중학생보다 수학 실력이 높다고 해석하면 안 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수학부문 연구위원인 권점례 박사는 “중학생은 3학년에 시험을 보기 때문에 중1부터 중3까지의 과정이 모두 시험 범위였지만 고등학생은 고1까지의 내용만 시험에 나오기 때문에 성적이 높게 나왔을 것”이라며 “똑같은 조건이 아닌 상황에서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성적을 직접 비교하는건 적절치 못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2010년 학업성취도는 2009년까지 진행되던 성취수준을 새롭게 설정해 이전과 다소 차이가 있다”며 “큰 흐름에서는 비슷하게 볼 수 있어 이전 자료와 비교가 가능하지만 작은 비율의 차이까지 비교ㆍ해석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학업성취도 평가 등급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는 전국의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은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5개 과목을, 고등 2학년은 국어, 수학, 영어 3개 과목을 치른다. 전국 초중고의 학교ㆍ과목별 2010년도 학업성취도 결과가 지난해 11월 30일에 학교알리미(www.schoolinfo.go.kr)를 통해 공시된 바 있다. 이 시험은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를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으로 시행된다.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는 학생이 주요 교과목의 교육과정을 얼마나 이해했는지에 따라 우수학력, 보통학력, 기초학력, 기초학력 미달 4등급으로 구분된다. 이 등급은 개인에게 제공되지만 학교별 공시에서는 보통학력 이상, 기초학력, 기초학력 미달 3등급별 학생 비율로 제시된다.
서울은 학년 올라갈수록 수학 실력 떨어져
0지역별로 살펴보면 다른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수학 과목에 대한 2010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16개 시도별로 나눠서 확인하면 초등학생에서는 충북이, 중학생에서는 대구가, 고등학생에서는 광주가 가장 좋은 성적을 보였다. 반면 경기는 초등학생에서 보통 이상 학생 비율이 가장 낮고, 기초 미달 학생 비율은 가장 높아 최하위였다. 중학생에서는 전남과 전북이, 고등학생에서는 서울과 경기가 각각 최하위권이었다. 국내 인구의 반 이상이 사는 수도권의 성적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다.
2008년과 2010년의 학업성취도를 비교하면 초등학생에서 충북이 보통 이상 학생 비율은 7.3%포인트 늘고, 기초 미달 학생 비율은 1.3% 포인트 줄어 가장 실력이 향상된 지역으로 나타났다. 중학생에서도 충북은 보통 이상 학생 비율 15.5% 포인트 상승, 기초 미달 학생 비율 9.5% 포인트 감소로 역시 가장 실력이 올라간 지역이었다. 고등학생에서는 충남이 보통 이상 학생 비율 29.6% 상승, 기초 미달 학생 비율 8.7% 감소로 가장 실력이 향상된 지역이었다.
보통 이상 학생 비율을 기준으로 시도별 순위를 정하면 서울은 초등학생에서 5위, 중학생에서 11위, 고등학생에서 15위로 갈수록 실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아일보가 서울의 중학교 학업성취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내에서도 지역 간 편차가 뚜렷했다. 학업성취도 상위 20개교 중 14곳이 강남구와 서초구에 집중돼 있었다. 그리고 20개교 대부분은 2010학년도 특목고 합격자가 많은 학교였다.
그런데 학업성취도 결과가 좋은 중학교에 가는 것이 특목고 진학에 도움이 될까? 입시 전문가들에 따르면 2011학년도부터 특목고에 도입된‘자기주도 학습전형’은 내신점수 반영 비중이 큰데, 학업성취도 성적이 높은 상위권 중학교일수록 우수 학생이 많아 좋은 내신점수를 얻기 힘들어 특목고 진학에 불리할 수 있다.
수학 실력이 눈에 띄게 올라간 비결은?
2010년 학업성취도 평가에 참여한 학교는 1만 1462개, 이 중 2423개 학교에는 기초 미달 학생이 한명도 없었다. 또 충남 아산시 오목초와 충북 충주시 신명중처럼 수학 과목에서 모든 학생이 보통 이상의 성적을 낸 학교도 있었다. 이렇게 우수한 성적을 낸 학교에는 그들만의 ‘비결’이 숨어 있었다.
이농 현상으로 전교생이 74명인 신명중은 사설학원 하나 없는 면 소재지에 위치해 주말과 평일 모두 농사일을 돕는 학생이 대부분이며, 수학교사가 1명일 정도로 학습 여건이 열악하다. 2009년 수학에서 기초 미달 학생 비율이 32%에 달했던 이 학교가 모두 보통 이상의 성적을 낸 비결은 ‘기초 튼튼’이다.
수학 계산에 앞서 읽기와 쓰기가 우선이라는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접근한 것이 주효했다. 신명중은 문제를 이해하고 이를 표현하는 능력, 즉 우리말의 기초가 부족하면 수학문제 풀이도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 학습법을 도입했다. 인턴교사와 대학생 멘토링을 적극 활용해 읽기와 쓰기, 셈하기가 안 되는 기초 미달 학생을 보조해 기초를 차근차근 다져갔다. 또 이들은 수업에서 뒤처진 학생의 학습도 지원했다. 그리고 학생이 공부해야 하는 동기를 찾을 수 있도록 진로캠프를 열어, 기초를 다진 학생들이 비전을 세우고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도록 했다.
매년 10%의 학생이 줄어드는 오목초는 ‘방과 후 수학교실’을 운영하며 2009년 수학에서 14%나 차지했던 기초학력 학생을 모두 보통 이상의 성적으로 이끌었다. 5~6학년을 대상으로 한 주에 4시간씩 진행하면서 학생이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했는지를 꾸준히 기록하면서 교육했으며, 이를 위해 학생들에게 적합한 교재를 새로 개발했다. 또 방학 중에는 5일간 수학 진급평가를 해 이를 통과하지 못한 학생을 대상으로 학년당 2~3개 학급을 편성해 수학을 집중적으로 지도했다.
수학 과목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을 2008년 39%에서 2010년 0%로 줄인 경남 거제시 거제제일중은 ‘그룹 멘토링’이라는 비법을 도입했다. 3학년 전체 학생을 성적이 비슷한 12개 그룹으로 나눈 뒤, 각 그룹 학생의 학력향상을 책임질 지도교사 1명을 선정했다. 그리고 매주 월요일을 ‘그룹멘토링의 날’로 정하고 8교시에 지도교사와 학생들이 그룹별로 모여 학력을 높이기 위해 학습지도와 점검, 학습상담, 진로상담 등을 했다. 자체학력평가와 학업성취도 결과에 따라 우수 멘토링 그룹을 시상해 그룹별 동기 유발과 결속력을 강화시켰다. 이에 따라 멘토 교사와 멘티 학생 간에 개인적인 유대관계가 생겨 학생들의 학업 성취의욕이 올라가면서 수학성적도 향상됐다.
수학 기초 미달 학생 비율을 2008년 32%에서 2010년 3.4%로 줄인 서울 동대문구 숭인중은 ‘수준별 이동수업’을 활용했다. 상위반은 기본 개념과 심화과정 수업, 중위반은 기본 개념 수업, 하위반은 기초 개념 수업을 진행했다. 또 서술형 시험 문제에서 난이도에 따라 3가지 유형을 제공해, 학생이 자신의 능력에 맞는 문항을 선택해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시도는 서술형 문제에 대한 무응답율을 3% 이하로 감소시켰으며, 학생들이 다음 시험에서 한 단계 높은 문제에 도전하려는 의지를 심어줬고, 하위반 학생들은 공부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또 전북 익산시 금마초는 ‘재미있는 수업’으로 학생들의 성적을 올렸다. 기초 미달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신나는 공부방’ 프로그램은 놀이와 미술 활동을 곁들여 학습의욕을 일깨웠다.
맞춤형 학습과 자신감 찾기가 주효
기초 미달 학생 비율을 2009년 9.2%에서 2010년 0%로 낮춘 부산 영도구의 신선초처럼 기초 미달학생이 한 명도 없는 많은 학교에는 공통적인 비법이 있다. 바로 ‘맞춤형 학습’와 ‘자신감 찾기’다.
맞춤형 학습에서는 우선 학생이 기초학력에 미달하는 원인을 학습습관검사와 성취동기검사 등의 검사로 진단했다. 이 진단에 따라 학생별로 문제점과 보완해야 할 분야를 중심으로 맞춤 교육을 실시했다. 정서적으로 불안한 학생들에게 상담을, 공부 습관이 없는 학생에게는 복습과 공책 정리처럼 단계별 학습법을 제공했다. 또 1 대 1 지도와 대학생 멘토링을 도입해 일정 수준에 오를 때까지 개인별 교육을 진행했다.
자신감 찾기에서는 ‘자아존중’ 프로그램을 이용해 기초 미달 학생에게 자신감을 북돋웠다. 숭인중은 모든 학생이 자신의 노력에 따라 상을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상을 개발해 학생들의 성취의욕을 높였다. 이를 통해 학생들 스스로 자신감과 자긍심을 찾고, 학습의 즐거움을 경험하도록 했다.
이 같은 수학 성적 향상에 수학 교사의 열정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지난해 12월에 열린 ‘2010년 수능과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분석 심포지엄’에서 허유성 조선대 교수는 “2008년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교사의 열정과 노력이 학생들의 수학 성적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교사가 열정적으로 수학 수업을 진행할수록 학생들의 성적도 높아지며, 학생들 간의 격차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