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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논문으로 꿈을 이룬다

인천과학고에 합격한 수학 영재 이성계

인천과학고에 합격한 수학영재 이성계

 

수학 논문으로 꿈을 이룬다


인천 제물포중 2층 복도 끝에 자리한 교실, 그곳에서 3월 인천과학고 입학을 앞둔 이성계 군을 만났다. 큰 무대와 어려운 자리에서 여러 번 발표한 경험이 있어선지 그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취재진을 맞이했다.

건널목에 멈춰서 있던 그는, 올겨울 2011학년도 과학고 이색 합격자로 한 차례 이름을 날린 이성계 군이다. 건널목에 서서 신호체계에 담긴 수학 원리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고 했다. 빨간 불과 초록 불의 시간 간격을 수학으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역시 범상치 않다.

곧 인천과학고 학생이 되는 그의 특별한 이력은 바로  ‘수학 논문 발표’ 다. 그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수학 논문. 그런데 중학생이라니 낯설게 느껴진다. 대학생도 쓰기 어려운 논문을 성계 군은 2년 사이 2편이나 썼다. 그에게 논문은 쉬운 일일까.

그가 웃으며 말했다.

“쉬울 리가 있나요. 교수님들 도움이 컸죠. 1년 넘게 방학때마다, 그리고 시간 날 때마다 논문을 큰 숙제로 떠안고 교수님들과 함께 고생했어요. 특히 모르는 이론과 개념을 그때그때 공부해 저만의 표현으로 다시 쓰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죠. 하지만 학교 시험기간에도 어떤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시험공부 대신 논문작성에 몰두하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었어요. 비록 힘들기도 했지만 고생한 만큼 좋은 결과가 있어 저는 물론이고 부모님, 교수님들도 많이 기뻐하셔서 좋아요.”

중학교를 전교 1등으로 입학한 그는, 2학년 때 몇 개월간 자신의 현재 위치가 궁금해 수학·과학 단과 학원을 잠깐 다닌 것 외에 모두 자기 주도 학습으로 지금의 결과를 만들어 냈다. 스스로 공부하는 버릇은 영재학급을 다니며 완벽히 자리를 잡았다.

초등학교 3학년 겨울방학, 부모님의 권유로 인천서부교육청 영재학급 입학시험에 도전해 합격했다. 인천대 영재교육원으로 진학한 뒤, 본격적으로 과학고 진학을 꿈꿨다. 그리고 마침내 11살 소년의 작은 꿈은 이뤄졌다.

어렸을 때부터 책읽기를 좋아했던 성계 군은 영재 학급에서 처음 배우는 개념을 깊이 있게 이해하려고 수학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는 이렇게 수학과 인연을 쌓아 갔다.

수학책으로 수학 경시대회 준비

수학책으로 경시대회도 준비했다는 성계 군, 그의 특별한 공부비법은 뭘까. 보통 시험공부를 하면, 문제집에 집중해 여유롭게 책을 보기가 쉽지 않은데, 그에게 문제집 한 권 푸는 것보다 책 한권 보는 게 어떻게 효과적이었는지 물었다.

 “준비된 사람만이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책읽기는 벼락치기로 안 되거든요. 평소에 꾸준히 읽어두면 다 재산이 되죠. 그렇다고 시험 전날 책 한 권에 운명을 걸진 마세요. 관련 내용이 시험 문제에 안 나올 확률이 더 높거든요. 하하.”

물론 경시대회 준비를 처음부터 끝까지 책으로만 했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예를 들어 ‘수학귀신’이라는 책에서 본  ‘파스칼의 삼각형’ 에 관한 내용 덕분에 경시대회에 나온 문제 중 같은 원리로 생각하는 문제가 나왔을 때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책읽기는 경시대회에서 좋은 점수를 얻는 데도 도움이 됐지만 무엇보다 수학으로 폭넓게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었다고 했다. 생활에서 만나는 여러 상황을 수학으로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고 이를 논문에 적용할 수 있었다고 했다.

중학생 시절 읽었던 책 내용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은 ‘지구 밖으로 행군하라(한비야 저)’ 의 일부라고 말했다.

 “그 책 중에  ‘씨앗이란 존재만으로도 사람을 살게 하는 힘이다’ 라는 구절이 있어요. 앞뒤 내용을 조금 설명하자면, 사실 그 씨앗은 비가 오지 않는 척박한 땅에 심겨진 씨앗이에요. 결국 싹은 틔우지 못했죠. 애초에 씨앗을 싹 틔울 수 없는 열악한 환경에 심었거든요. 하지만 그 마을 사람들은 씨앗을 심었다는 사실만으로 희망을 품고 죽음을 이겨냈다 는 내용이에요. 책을 읽은 뒤로 저는 무슨 일을 하든 할 수 있다는 ‘희망’ 을 항상 마음에 품기로 다짐했어요. 희망은 사람을 살리는 놀라운 힘이 있으니까요.”

취재진은 성계 군이 수학문제를 푸는 연습장을 보고 한 번더 놀랐다. 꼼꼼한 성격이 그대로 드러났다. 성계 군의 수학 연습장은  ‘수학 풀이집’ 에 더 가까웠다. 간단한 기본문제를 제외하고 모든 문제를 서술형으로 풀어 썼다. 이것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자연스레 몸에 익은 습관이라고 했다.

대부분 학생들은 문제를 풀 때  ‘귀찮다’ 는 이유로 중간 풀이를 생략하고 답만 적는다. 하지만 성계 군은 달랐다. 자신의 논리로 문제가 풀리는 그 과정을 즐기는 것 같았다. 이것의 원동력은 책읽기와 법학을 전공하신 아버지의 교육 덕분이라고 했다.

종이접기의 흔적을 행렬로 표현해

성계 군을 과학고 학생으로 만들어준 수학 논문이 더욱 놀라운 이유는 그 주제가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가 자주 만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먼저, 그가 2009년 한국수학교육학회에 발표한 첫 번째 논문의 주제는 ‘사각형 종이의 접고 펼친 흔적과 (0,1)-패 턴의 관계성’이다. 어려워 보이는 주제지만 설명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보통 종이를 한 번 접었다 펼 때 남는 흔적을 수학으로 표현한 것뿐이기 때문이다. 종이 안쪽에 생긴 오목한 부분을 ‘골’이라 하고 숫자 0으로, 종이 바깥에 생긴 볼록한 부분을 ‘등성이’라 하고 숫자 1로 나타내 식을 만들어 증명했다(*자세한 내용은 xnote 참조).

지난해 그가 국제청소년학술대회에 발표한 두 번째 논문의 주제는 ‘시뮬레이션에 의한 학교 급식 배식대의 대기 행렬에 관한 연구’다. 은행 또는 서비스센터 같은 곳에서는 서비스를 받으려고 ‘번호표’를 뽑고 대기한다. 손님이 한꺼번에 몰리면 그 요구를 동시에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행렬을 만들고 자신의 차례를 기다린다. 이때 만들어진 행렬을 대기행렬이라고 하는데, 성계 군은 이것을 논문에 활용했다. 배식을 받기 위해 길게 늘어선 학생들의 행렬을 보고 ‘배식대를 몇 군데 만들고, 학생들을 어떻게 줄 세우면 짧은 시간에 모두가 불만 없이 점심을 먹을까’를 고민하다 수학적으로 연구해 결과를 논문으로 작성한 것이다.

매사에 열정적인 성계 군에게 마지막으로 ‘과학고’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아마 스스로 가장 잘 알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생각만 하기 쉽죠. 여러분은 절대 거기서 멈추지 마세요. 내가 해야 할 것을 실천하는 데 집중하세요. 그것이 여러분의 꿈에 가까이 가는 지름길입니다.”

늘 같은 곳에서 오늘도 어김없이 일어나고 있는 평범한 일상생활 속에서 수학의 원리를 찾는다는 성계 군. 그가 우리나라를 빛낼 ‘수학자’가 되길 기대해 본다. 아마 2026년쯤 국제수학자대회에서 그를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접었다 편 종이 흔적의 규칙성

논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종이 접는 방법의 종류를 파악해야 한다. 성계 군이 논문에서 정의한 종이를 접는 방법은 크게 다음과 같이 4가지로 압축된다.

① 오른쪽으로만 접는 경우
② 오른쪽 한 번, 왼쪽 한 번 번갈아 접는 경우
③ 오른쪽으로 한 번, 위로 한 번 번갈아 접는 경우
④ 오른쪽, 위, 왼쪽, 아래의 순서로 접는 경우

이때 나타나는 흔적의 배열을 (0,1)-코드와 (0,1)-행렬을 이용해 그림으로 나타냈고 골과 등성이의 개수를 가우스 함수를 이용해 식으로 나타냈다.

이 논문에서 사용한 가우스 함수란 실수 x에 대하여, x를 넘지 않는 최대 정수를 말한다. 즉 x보다 작거나 같은 정수 중에서 가장 큰 정수를 x의 정수부분이라 하고, 이것을 대괄호([])를 이용해 [x]로 나타낸다. 예를 들어 [2.1]=2다. 우리는 흔히 [x]를 x 로 나타내고 이것을 x의 최저한도(floor)라 한다.

또, 실수 x보다 크거나 같은 정수 중에서 가장 작은 정수를 x 로 나타내고 이것을 x의 최고한도(ceiling)라 한다. 최저한도와 최고한도는 다음의 성질을 만족시킨다. 임의의 자연수 n에 대하여,
 


 

앞서 설명한 4가지 경우의 종이를 접는 방법 중 ④의 경우를 예로들어 간단히 설명해 보자. 이때 종이를 접는 시행횟수를 n이라 할 때, 전체 선분의 개수를 구하는 식은 다음과 같다.
 


따라서 종이를 몇 번 접었는지 시행횟수를 헤아려 n값을 대입하면 전체 선분의 개수를 계산할 수 있다.

같은 원리로 등성이의 개수를 구하는 식 또는 골의 개수를 구하는 식을 얻을 수 있고, 각각 n값을 대입하면 등성이와 골의 개수도 쉽게 알 수 있다.

이 논문의 목적은 종이가 접혔다 펴진 흔적의 규칙성을 분석해 반대로 종이를 어떤 방법으로 접었는지를 알아내는 데 있다.
 

2011년 02월 수학동아 정보

  • 염지현 기자
  • 사진

    이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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