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4일에 한국프로배구 2010-2011 V리그가 시작한다. 실내에서 펼쳐지는 배구 경기는 추워 움츠러진 몸을 활짝 펴게 하는 데 알맞은 겨울 스포츠다. 특히 지금은 다양한 색으로 바뀌었지만 ‘백구의 대제전’으로 불릴 정도로 하얀 배구공은 겨울의 눈과 잘 어울렸다. 수학으로 살펴본 배구는 합리적이며 신사적인 스포츠다. 힘이 넘치는 배구의 세계로 초대한다.
신사적이면서 합리성 추구한다
배구는 1895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홀리오크시에서 YMCA의 체육을 담당하던 윌리엄 모건에 의해 생겨났다. 모건은 과격한 농구 경기를 보며 나이가 들어도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운동을 고민했다.
그러다가 테니스에서 네트를, 핸드볼과 농구, 야구에서도 몇 가지 방법을 빌려와 신사적인 스포츠 ‘민토넷’을 만들었다. 민토넷은 공이 땅에 떨어지기 전에 몸으로 치거나 찬다는 의미에서 발리(volley)한다고 해 현재와 같은 발리볼, 즉 배구로 이름이 바뀌었다.
배구는 경기장 중앙에 네트로 구획을 나눠 상대방 선수와 신체적으로 부딪히지 않도록 한다. 또한 상대방을 방해할 수 없으며, 오로지 자신의 능력으로만 막고 공격해서 점수를 내야 한다.
서브를 하는 선수를 감추기 위해 팔을 흔들거나 뛰어오르기, 2명 이상이 선수의 행동이나 공의 진로를 가리는 ‘스크린’ 행위를 하지 못한다. 또 상대방을 비방하거나 야유하며 상대방을 자극하는 비신사적 행위를 하면 주의를 받는다.
경기를 하다 보면 네트를 건드리거나 손이나 몸이 네트 위나 아래로 상대방 지역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때는 반칙으로 처리돼 상대편에게 점수를 준다. 그런데 이 규칙이 엄격하게 적용되다 보니 네트에 조금만 스치거나 손이 살짝 넘어가도 경기가 중단돼 관중이 흥미를 잃는 경우가 발생했다. 이런 이유로 고의성 없이 네트 아래쪽을 건드리거나 상대방의 공격을 막기 위해 손이 네트를 넘는 경우는 반칙이 아닌 것으로 바뀌었다.
최근 배구가 25점 랠리포인트제를 도입해 경기시간을 줄인 것에도 합리성이 숨어 있다. 기존에는 서브를 한 팀만이 점수를 얻는 방식이었다. 이럴 경우 서브권만 주고받는 경우 경기 시간이 무한정 길어지는 단점이 생긴다. 경기 시간을 예측할 수 없으니 중계도 어려워졌다.
이에 배구를 즐기기에 가장 적당한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로 경기가 진행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이것이 25점 랠리포인트 제도로 서브와 관계없이 이긴 팀에게 점수를 준다. 이처럼 배구는 수많은 시행착오에서 얻은 경험 값을 토대로 수학과 같은 합리성을 추구하고 있다.
져도 승점 1점을 얻는다?!
국제배구대회에서 경기에 진 팀은 승점 1점을 얻는다. 지고도 승점을 얻는 스포츠는 배구가 유일할지 모른다. 이긴 팀은 승점 2점이다. 승점이 같을 때 다음 기준도 보통 스포츠와 다르다. 일반적으로 승점이 같으면 세트 득실을 따지는데, 배구는 점수 득실을 가장 우선한다. 경기가 한쪽으로 기울 경우 쉽게 포기할 수 있는데, 팬들을 위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배구만의 묘책이다.
정사각형 2개가 결합된 직사각형 경기장
배구는 네트를 사이에 두고 두 팀이 공을 바닥에 떨어뜨리지 않고 쳐서 상대방 지역에 떨어지게 하는 경기다. 처음 배구가 시작될 때의 네트 높이는 6피트 6인치(198.12cm)다. 이 높이는 미국 성인 남자의 평균 키를 넘는 수준이다. 공을 네트 위로 넘기면서 경기를 즐길 수 있도록 높게 정한 것이다.
지금은 경기를 하는 나이와 성별에 따라 높이에 차이가 있다. 초등학생은 남녀 동일하게 2m로 배구가 시작될 때보다 더 높다. 중학생 남자는 2.3m, 여자는 2.2m, 고등학생 남자는 2.4m, 여자는 2.24m, 성인 남자는 2.43m, 여자는 2.24m다.
배구 경기장은 초등학생을 제외하곤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모두 18×9m다. 초등학생용 경기장은 16×8m다. 한쪽 팀의 경기장만 보면 가로와 세로가 8m나 9m로 같은 정사각형이다. 이처럼 배구는 정사각형 2개가 결합해 한 경기장을 이룬다.
배구가 시작될 당시와 비교하면 네트도 높아지고 경기장도 커졌다. 또 나이와 성별에 따라 다른 규격이 적용된다. 이는 배구가 시작될 때와 달리 즐기는 나이와 성별이 다양해져 이들이 가진 키와 점프력 등의 차이를 인정한 것이다. 특히 배구 경기가 공격적으로 바뀌면서 현재와 같이 네트는 더 높이, 경기장은 더 크게 바뀌었다.
6인치는 0.5피트
미국에서 주로 쓰는 단위인 피트와 인치는 우리가 사용하는 미터법과 다소 차이가 있다. 1피트는 12인치로 12진법을 따른다. 즉 6인치는 0.5피트이다.
6과 12의 놀음
배구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6과 12라는 수가 자주 등장한다.
6과 12는 서로 약수와 배수 관계이기도 하다.
우선 배구는 경기를 하는 한 팀의 선수가 6명이고, 두 팀을 합하면 12명이다. 6은 약수가 1, 2, 3, 6으로 자신을 제외한 양의 약수인 1, 2, 3을 더하면 자신과 같은 6이 된다. 이런 수를 완전수라고 하는데, 6은 가장 작은 완전수다. 두 번째 완전수는 28이다. 아시안게임 같은 국제배구대회에서 각 나라의 선수 수는 후보를 포함해 총 12명으로 구성된다.
국제배구대회에서도 6과 12가 자주 등장한다. 지난 11월 14일에 끝난 2010년 세계 여자 배구선수권대회는 예선 1라운드에서 총 24개팀이 참가해 A, B, C, D 4개 조로 나뉘어 각 조당 6팀이 싱글라운드로빈 방식으로 총 60경기를 했다. 싱글라운드로빈 방식은 6팀의 경우 한 팀이 나머지 5팀과 한 번씩 돌아가며 경기를 펼치며, 예선 1라운드 기록을 그대로 가지고 2라운드에 진출한다.
예선 2라운드는 1라운드에서 각 조 상위에 오른 4팀을 E와 F 2개 조로 나눠 8팀씩 경기를 했다. 이때는 자신이 속하지 않았던 조의 4팀과 돌아가며 경기를 한 번씩 했다. 예를 들어 A조 상위 4팀과 D조 상위 4팀이 한 조(E)를 이루는데, D조에 속한 한국은 A조 4팀과 경기를 했다.
이렇게 예선에서 얻은 승점을 토대로 최종 결승라운드를 진행했다. 결승라운드는 각 조의 6팀, 총 12팀이 참가해 예선 성적을 토대로 진행했다. 즉 E와 F조의 1,2위가 1-4위전, 3,4위가 5-8위전, 5,6위가 9-12위전에 진출해 상대 조와 크로스토너먼트(1위는 상대조 2위팀과 경기)를 치렀다. 여기서 이긴 팀은 1-2위전, 5-6위전, 9-10위전에, 진 팀은 3-4위전, 7-8위전, 11-12위전에 올라 최종 순위 결정전을 가졌다.
2010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에서는 총 16팀이 4개 조로 나눠 각 조에서 4팀이 예선을 치렀다. 예선 1라운드에서는 한 팀이 나머지 3팀과 자기 나라와 상대 나라에서 각 2경기씩 치러 한 팀당 총 12경기를 치른다.
결승라운드에는 각 조 1위 4팀과 각 조 2위 중 승점이 높은 1팀, 그리고 결승전 개최국 등 총 6팀이 참가한다. 이 팀들은 다시 2조로 나뉘어 3팀씩 싱글라운드로빈 방식으로 경기를 펼친다. 각 조 1위가 다른 조 2위와 4강을, 여기서 이긴 팀들이 최종 우승을 다툰다.
네트에 가까울수록 공격각도 다양해
가로세로 9m인 정사각형 경기장은 네트에서 3m 되는 지점에 선이 그어져 있다. 이 선을 기준으로 경기장은 크게 2구역으로 나뉜다. 네트에서 이 선까지를 앞쪽 또는 공격구역으로, 이 선부터 끝 지점까지를 뒤쪽 또는 수비구역으로 구분한다.
배구는 6명의 선수가 경기장을 돌면서 경기를 진행한다. 즉 처음 경기를 시작할 때 앞쪽을 왼쪽, 가운데, 오른쪽 셋으로 나눠 3명이, 뒤쪽도 같은 형태로 3명이 배치된다. 앞쪽 선수를 순서대로 1, 2, 3, 뒤쪽 선수를 순서대로 4, 5, 6이라고 하면 6에 위치한 선수가 서브를 넣는다. 그리고 서브권을 잃었다가 다시 찾으면 자리를 시계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서브하는 선수도 바뀐다. 이 순서를 어기면 벌칙으로 상대편에게 1점을 준다.
이렇게 경기장을 나누고 선수가 위치를 바꾸도록 한 배경에는 모든 선수가 공평하게 공격을 하고 수비를 할 수 있게 하려는 원리가 담겨 있다.
배구는 공을 상대편 경기장 바닥에 닿게 하거나 상대편 선수의 몸에 맞고 공이 아웃되도록 하면 점수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하려면 가능한 네트에 가까운 곳에서 공격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
네트에 가까울수록 공을 때려 상대편 경기장 안에 넣을 수 있는 각도가 다양해진다. 경기장 왼쪽 1m 지점을 기준으로 네트 근처 1m 지점과 네트에서 3m 떨어진 지점에서 공격 각도를 비교하면 좌우로는 6°, 상하로는 10° 차이가 난다. 즉 1m 지점이 그만큼 더 유리하다.
그런데 네트 근처인 공격구역 안에서 공격할 수 있는 선수는 앞쪽에 위치한 3명에게만 제한된다. 뒤쪽 3명에게는 공격선을 넘어오지 않는 조건에서만 뒤에서 공격하는 후위공격이 허용된다. 이런 조건때문에 모두가 공격과 수비를 잘해야 이길 수 있다.
시도 적지만 성공률 높은 후위공격
경기장에 강하게 내리꽂히는 스파이크에서 배구의 매력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배구는 화끈한 공격이 매력적인 스포츠다. 배구의 공격 유형은 크게 속공, 시간차공격, 이동공격, 고공(오픈)공격, 후위공격 등으로 나뉜다. 이동공격은 시간차공격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속공은 크게 A속공, B속공, C속공 세 가지로 나뉜다. 속공의 종류는 공을 띄워주는 세터와 공격수 간의 거리에 따라 분류하는데, 보통 A속공은 1m 이내, B속공은 1~2m 정도, C속공은 3m 이상의 거리에서 공격하는 경우를 말한다. 띄운공의 높이는 A속공과 B속공은 네트 위에서 대략 30~50㎝, C속공은 1.5m 정도로 고공공격의 2~3m보다 낮다. 한국배구연맹은 2008년부터 C속공을 퀵오픈(빠른 고공공격)으로 부른다.
속공은 공격 유형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편이다. 2003년도 고등부 남자배구대회에서 상위 6개팀이 보인 기록을 살펴보면 속공이 33%로 공격 유형중 가장 높았다. 반면 화려하면서 화끈한 고공공격은 25%였고, 시간차공격은 12%, 공격선 뒤쪽에서 공격하는 후위공격은 7%였다.
후위공격은 네트와 멀리 떨어져 있어 네트에 붙어서 공격하는 것보다 공격 각도가 나오지 않고 어려워 아무나 하기 어려운 공격 방법이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시도 횟수가 적은 편이다. 하지만 상대방이 예측하지 못하는 경우에 실력이 뛰어난 선수가 시도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성공률이 높은 편이다.
속공과 시간차공격은 큰 힘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상대를 속여 블로킹 당할 가능성이 낮고 공격 성공률이 높기 때문에 널리 쓰인다. 특히 기술적인 요소가 강해 서양 선수보다 상대적으로 키가 작은 동양 선수들이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하지만 요즘은 서양 선수들도 많이 사용한다.
앞에서 제시한 같은 자료에서 후위공격 성공률은 60%로 같은 비율의 속공과 함께 가장 높았다.
시간차공격 성공률은 51%로 그다음으로 높았고, 고공공격 성공률은 37%였다.
블로킹
블로킹은 수비팀에서 손을 네트와 평행하게 손으로 벽을 만들며 뛰어올라 공을 막는 행동이다. 이렇게 하면 공격한 공이 수비팀 손에 걸려 공격팀으로 떨어지거나 약해지는 경우가 있어 수비팀에 유리해진다. 가장 공격적인 형태의 수비 방법이다.
리베로
최근 배구는 리베로라는 수비전문선수 제도를 도입해 기존의 순환 제도에 변화를 주고 있다. 이탈리아어로 ‘자유’를 뜻하는 ‘리베로’는 기존 순환 규정에서 자유로운 대신 수비만 할 수 있다. 상대방의 공격을 막아내거나 서브를 리시브하는 역할을 하는데, 꼭 뒤쪽에 있어야 하며, 공격에 가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