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집과 알약, 알송, 알씨 등 알로 시작하는 프로그램을 하나쯤 알고 있을 거야. 데이터를 압축할 때, 바이러스 걸린 파일을 치료할 때, 음악을 들을 때 등 컴퓨터를 쓰다 보면 많이 사용하잖아. 그런데 이 알 시리즈를 만드신 분이 바로 수학적 사고력으로 무장한 수학자라는 제보가 있어. 프로그램을 만들 때에도 수학이 필요한 걸까?
✚오늘 만나 볼 주인공이 한 회사의 대표라고 해서 희끗희끗한 머리에 근엄한 모습일 거라고 상상했어. 그런데 장난기 가득한 표정의 젊으신 분을 대표님이라고 소개해 주는 거야. 대체 어떻게 된 거지?
“1993년 대학생 때, 같은 학교 수학과 친구 한 명과 중고등학교 친구 두 명이 모여 이스트소프트를 설립했어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대표이사 자리를 맡고 있죠. 하하.”
대학생 때, 회사를 설립했다는 말을 듣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어. 어떻게 친구들과 회사를 차리게 됐을까?
“대기업에서 소프트웨어 공모전이 있었어요. 같은 과 친구와 공모전에 나가기로 하고 워드프로세서를 만들었죠. 결과는 예선 탈락! 프로그램에 결점이 많았고 완성도도 낮았죠. 근데 관계자 한 분이 아이디어가 좋다며 프로그램을 수정해서 더 개발하자고 제안하신 거예요. 좋은 기회였죠. 하지만 제안을 받아들이면 평범한 대기업 사원이 될 것 같아서 싫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사업을 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대기업의 도움을 받지 않고 직접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완하기로 했어요.”
대표님은 친구와 함께 1년 동안 프로그램 개발에 매진했고 결국 ‘21세기’라는 워드프로세서를 만드셨어. 워드프로세서는 아래 한글처럼 문서를 작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말해.
“프로그램이 처음 나왔을 때는 많은 관심을 받았어요. 돈도 조금 벌었고요. 친구와 함께 회사도 설립했으니까요. 그런데 아시는 것처럼 아래 한글이라는 대표적인 워드프로세서가 있잖아요. 이 프로그램에 밀려 결국 힘든 시기가 찾아왔죠.”
비 온 뒤에 땅이 굳는 법! 1999년 알집의 성공으로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찾아왔어.
“서울대 수학교육과 출신의 민영환 이사가 사내에서 쓸 목적으로 압축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우리끼리만 쓰기에 아깝더라고요. 당시에 쓰던 압축 프로그램은 윈도우와 호환이 잘 안 돼 오류가 많았거든요. 그래서 일반인에게 공개하기로 했죠.”
알집 이후 알송, 알약 등의 알 시리즈와 인터넷 디스크를 제작해 선보였어. 2005년에는 카발 온라인을 공개해 게임 사업에도 뛰어드셨지. 미국과 일본에 수출하는 등 게임 사업은 탄탄대로를 걷고 있어.
“프로그램 개발이나 사업을 하다 보면 때때로 답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문제에 직면해요. 기존에 없던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생각해 보세요. 내가 지금 만들고 있는 방법이 맞는지 안 맞는지 알 수 없잖아요. 이런 문제를 풀 때 수학을 공부한 것이 도움이 돼요. 대학에서 수학을 공부하면 증명이란 걸 배워요. 증명은 이 명제가 맞는지 틀리는지 논리에 따라 확인하는 방법이죠. 증명을 4년 동안 공부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답을 알 수 없는 문제도 수학문제를 풀듯 가설을 세우고 논리에 따라 차례대로 해결하게 돼요. 신기하죠?”
대표님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언제부터 프로그램 개발자와 사업가의 꿈을 꾸셨는지 궁금해지는 거야. 그래서 물어 봤어.
“중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컴퓨터가 생겼어요. 애플 2 플러스라는 모델이었는데 굉장히 좋더라고요. 어떻게 이런 걸 만들 수 있는지 신기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무작정 이 컴퓨터를 만든 스티븐 잡스를 동경했어요. 그리고 나도 커서 컴퓨터를 만들어야지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어렸을 때 경제적으로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사업가가 돼서 돈을 많이 벌고 싶었어요. 사회에 이름도 남기고 싶었고요. 이런 막연한 꿈이 프로그램 개발자와 사업가를 꿈꾸게 했죠.”
프로그램 개발자와 사업가가 꿈이셨던 대표님은 어떻게, 왜 수학과에 간 걸까?
“고등학생이 됐는데 선생님께서 컴퓨터를 잘하려면 수학을 잘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러고 보니 비록 졸업은 못했지만 빌 게이츠도 하버드대학교 수학과를 다녔더라고요. 그래서 수학과에 가기로 했죠.”
수학을 공부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지는 않았는데 제법 수학을 잘하셨대. 그런데 고등학교 3학년 때, 사정이 생겨 2주 간 수업을 못 들었는데 갑자기 수학이 어렵고 따라가지 못하겠더래. 그래서 깨달은 게 수학은 앞에 배운 내용을 잘 알지 못하면 어렵다는 거였대. 수학동아 친구들에게 수학 공부를 잘하려면 모르는 부분부터 이전 학년 내용이라도 다시 공부하라고 조언해 주셨어. 또 하나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지식을 쌓기 위한 공부를 하라고 하셨어. 시험에 나오는 것만 공부하면 시험과 동시에 공부한 내용을 잊어버리고 만대. 시험에 나오는 것과 상관없이 열심히 공부해야 오래도록 기억에 남고 현실에서 어떤 문제가 닥쳤을 때 써먹을 수 있다고 말씀해 주셨어.
“전 컴퓨터를 학교나 학원에서 배운 적이 없어요. 컴퓨터를 잘하는 사람에게 어떤 것을 먼저 공부해야 하는지 물어 보고 책을 사서 혼자 공부했죠. 생각보다 어렵지 않더라고요.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나도 절실하게 배우고 싶어서 힘든 줄 모르고 공부한 것 같아요. ”대표님은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자와 사업가가 꿈인 친구들에게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컴퓨터 기술을 다루려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며, 지금부터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라고 조언해 주셨어.
마지막으로 대표님의 꿈이 무엇인지 물어봤어.
“음….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이름만 들어도 전 세계 사람들이 다 알잖아요. 그리고 이야깃거리가 되잖아요. 우리 이스트소프트를 그런 회사로 만들고 싶어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게 제 꿈이에요. 개인적인 꿈은 위인전에 나오는 사람이 되는 거예요. 위인전을 읽는 학생들에게 꿈이 될 수 있고, 나도 저 사람같은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할 수 있게요. 제가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를 보며 그랬던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