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으악~! 요리사에게 크리스마스는 악몽이야~. 레미, 주문이 밀려들어서 손이 열 개라도 모자라겠어! 어쩌지?
어쩌긴! 이제 너랑 나랑 따로 요리하는 수밖에 없지. 그동안 시키는 대로 해 왔으니, 이제 네 힘으로 멋진 요리를 만들어 봐!
뭐? 지금부터 나 혼자 요리하라고? 하지만 난…, 자신 없는데….
걱정 마! 내가 환상적인 크리스마스 요리를 만들 수 있는 특별한 비결을 가르쳐 줄테니까. 수학을 알면 최고의 셰프가 될 수 있다구!

수학을 알면 레시피가 보인다!


수학과 요리. 언뜻 보기에 전혀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어 보이는 두 분야는 사실 굉장히 깊은 관련이 있다. 요리사들은 음식을 만들면서 끊임없이 길이와 무게, 부피를 생각하고 계산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맛과 향, 그리고 모양이 일정한 음식을 계속해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를 헤아리고 무게와 부피를 재는 ‘계량 수학’은 우리집 부엌에서부터 최고급 레스토랑까지 음식을 만드는 모든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살아 있는 수학이다.

실제로 대학교 조리학과에서는 예비 요리사들에게 ‘조리 수학’ 과목을 가르친다. 특히 부피와 무게, 온도 단위를 전환하는 계산을 아주 중요하게 가르친다. 나라마다 음식 요리법을 담은 레시피에 사용하는 단위가 달라서, 이를 국제 표준 단위계(SI 단위계)에 맞게 변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부피와 무게를 표현할 때 gal(갤런)과 oz(온스)를 쓰지만, 한국 전통 조리법에서는 되와 말(부피), 근(무게) 등을 쓴다. 따라서 요리사는 모든 종류의 레시피를 표준 단위계로 변환해 요리할 수 있어야 한다.

가령 프랑스 사람들이 크리스마스에 즐겨 먹는 케이크 ‘뷔슈 드 노엘’ 8인분을 만들기 위해서는 코코아 분말 2oz가 필요하다. 요리사는 이때 1oz가 28.35g이라는 걸 알고, 2×28.35g=56.7g을 계산해야 한다. 그런 뒤 g 단위를 기준으로 제작된 계량컵과 계량스푼을 이용해 코코아 분말을 필요한 양만큼 준비한다. 물론 oz 단위로 제작된 계량 도구를 쓸 수도 있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요리할 수 있도록 단위를 변환하고 양을 계산하는 것은 모든 요리사가 갖춰야 하는 기본 소양이다.
 

조리 시간도 수학으로 콕 집어 준다!

이야~! 요리하면서 이런 계산을 하고 있었다니, 레미 너 정말 대단하다~. 하지만 레미, 레시피는 수학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난 사실 불 조절도 잘 못하겠어. 음식을 얼마나 익혀야 할지도 모르겠고.

쯧쯧쯧~, 걱정 붙들어 매셔~. 알맞은 조리 시간도 수학으로 정할 수 있으니까 말이야!

까다로운 칠면조 조리 시간, 함수로 정한다!


칠면조 구이는 미국과 유럽에서 19세기부터 크리스마스와 부활절 같은 명절을 기념하며 즐겨 먹는 대표적인 요리다. 하지만 맛있게 요리하기가 쉽지 않다. 보통 칠면조 고기의 근육 섬유는 약 82℃에서 분자 결합이 풀어지면서 그 속에 들어 있는 단백질 분자의 일부분이 빠져나가 고기가 부드럽고 먹기 좋게 된다. 하지만 너무 오래 가열하면 단백질 응고가 일어나서 식감이 퍽퍽해진다.

그런데 칠면조 날개와 다리 근육은 단백질이 응고하기 시작하는 때가 다르다. 칠면조는 날지 못하는 새라서 날개와 다리 근육의 특징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보통 지방 함량이 적고 단백질이 많은 날개와 가슴 근육에서 먼저 단백질 응고가 일어나기 시작하고, 이후에 다리 근육 단백질이 응고된다. 이 때문에 칠면조를 너무 오래 조리하면 날개와 가슴 부위는 식감이 퍽퍽해진다. 반면 상대적으로 지방 함량이 많은 다리 근육은 불로 조리하는 시간이 짧으면 질겨서 먹기 힘들다. 전통적인 레시피에서는 칠면조 구이를 할 때, 무게 당 30분을 곱한 시간 동안 조리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미국 물리학자 피에프 파노프스키는 이런 조리법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칠면조를 오븐에서 조리할 때는 불이 표면에 닿기 때문에 표면적이 중요하다. 만약 무게에 따라 표면적이 일정하게 증가한다면 무게 당 30분씩 곱한 시간 동안 조리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표면적과 질량 사이의 비를 측정하면서 실험한 결과, 질량에 따라 표면적이 일정하게 증가하지 않았다. 이를 바탕으로 파노프스키는 최적의 조리 시간을 계산하는 공식을 만들었다.



수학으로 조리해서 더 안전한 분자조리법!

분자조리는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을 과학적으로 분석해서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맛과 질감을 개발하는 조리법이다. 그 중에서도 ‘수비드(sous vide)’ 조리법은 분자조리의 원조 격이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어로 ‘진공 상태’를 뜻하는 수비드는 요리 재료를 진공 포장한 뒤,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조절할 수 있는 수조에 넣고 정확한 시간 동안 조리하는 방법이다. 이 때문에 조리하는 동안 재료의 표면 온도가 물 온도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도록 할 수 있다. 또 석쇠에 구울 때처럼 육즙이 증발해 버리지 않기 때문에, 고기 맛을 한층 더 좋게 만든다.

하지만 수비드 조리법은 불과 몇 분 차이로도 음식 맛이 전혀 달라질 수 있어서, 재료별로 조리 시간을 정확하게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또 60~70℃ 안팎의 낮은 온도에서 조리하기 때문에, 식중독균과 같은 병원균에도 주의해야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수학자 더글라스 볼드윈은 열전도를 나타내는 방정식을 이용해 안전하고 맛있게 조리할 수 있는 정확한 시간을 계산했다. 일반적인 물체의 열전도 방정식을 변형해 고기의 중심이 원하는 온도까지 올라가는 데 걸리는 시간과, 병원균을 살균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알아낸 것이다.

한우 맛 등급 알려 주는 공식도 있다!

어떤 고기가 맛있는 고기일까? 눈으로 보거나 만져 보고 알 수 있다면 좋겠지만, 먹어보기 전에는 어떤 고기가 맛있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이에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소비자들이 고기를 선택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고기의 맛을 예측하는 수학적 모델을 만들었다. 이를 위해 2006년부터 5년간 전국 소비자 4600명을 대상으로 근내지방도(마블링), 부위, 숙성 정도, 요리 방법 등 고기 맛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다르게 한 소고기의 맛을 평가하는 조사를 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연한 정도인 연도를 55%, 혀에서 느끼는 맛과 냄새를 종합한 향미를 27%, 씹을 때 육즙이 나오는 정도인 다즙성을 18% 정도 반영해 고기의 맛을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소고기 맛 점수를 계산하는 식이 만들어졌다.

맛 점수 = 0.55 X 연도 + 0.27 X 향미 + 0.18 X 다즙성

케이크를 나눠 먹는 수학적인 방법!

직접 계산하지 않아도 조리 시간을 알려 주는 어플리케이션까지 있다고? 수학자들 덕분에 맛있는 요리가 더 많아지겠는걸?
요리와 수학은 서로 상부상조하는 사이랄까? 수학자들이 요리 발전에 도움을 준 것만큼, 요리도 수학자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어.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나눠 먹는 방법만 봐도 알 수 있지.

수학으로 나눠 먹으면 모두 만족!


기독교 문화가 널리 퍼진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에 둥근 케이크를 나눠 먹으며 축하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서도 케이크를 먹으며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문화가 생겼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케이크를 잘 나눠 먹을 수 있을까? 수학자들은 이렇게 케이크를 나눠 먹는 상황도 수학적으로 풀이해 가장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폴란드 수학자 휴고 스타인하우스는 2차 세계대전 후 ‘케이크 커팅 이론’이라고 부르는 유명한 이론을 제안했다. 이 문제는 여러 사람이 모두 만족감을 느끼도록 케이크를 자르는 방법을 찾는 것으로, 모두가 만족하는 방법을 찾는 대표적인 게임이론 문제다.

사실 양만 놓고 보면 이 문제는 인원 수와 같은 비율로 정확하게 나누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서로 먹기 원하는 부분이 다르고, 정확하게 나눌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케이크 커팅 이론은 이런 상황에서 모두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분배 방법을 찾는 것이다.

수학자들은 두 명, 세 명, 그리고 네 명 이상의 사람들이 케이크를 나눠 먹을 때로 상황을 나눠 해결 방법을 제시했다. 가장 유명한 해결책은 두 명이 나눠 먹는 방법으로, ‘한 사람이 자르고 다른 사람이 선택’하는 것이다. 규칙을 이렇게 정할 경우, 자르는 사람은 상대가 어떤 쪽을 택하든 자신이 최소한 절반은 먹을 수 있도록 최대한 정확히 자를 것이다. 선택하는 쪽도 둘 중 더 커 보이는 조각을 택할 것이기 때문에, 두 사람 모두 만족할 수 있다.

스타인하우스는 A, B, C 세 사람이 나눠 먹는 경우에 대해서도 해법을 제시했다. 먼저 A가 세 조각 중 무엇을 먹더라도 만족할 수 있게 가상으로 나누도록 한다. 그리고 나머지 두 사람은 투표를 해서 세 조각 중 우선순위 두 개를 정하도록 한다. 만약 두 사람의 최우선순위가 다르면 둘이 그 두 조각을 갖고, A는 나머지 한 조각을 갖는다. 하지만 B와 C의 최우선순위가 같으면 A는 나머지 두 개 중 원하는 것을 갖도록 하고(두 번째 우선순위도 같으면 A는 남은 하나 선택), 남은 두 개를 ‘한 사람이 나누고 다른 사람이 선택’하는 방법으로 나누게 한다.

케이크 커팅 이론은 답이 여러개일 수 있는 ‘열린문제’ 중 하나로, 지난 20세기 수학계에서 어려운 문제 중 하나로 꼽혀 왔다. 세 사람 이상이 나눠 먹는 경우에 대해서는 스타인하우스의 방법 외에도 최근까지 여러 학자가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수학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온 분할 문제

음식을 나눠 먹는 ‘분할 문제’는 많은 수학자들이 즐겨 연구한 기초 기하학 문제다. 특히 1968년 수학자 L. J. 업턴이 제안한 피자이론은 대표적인 분할 문제로, 최근까지도 여러 수학자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증명해 왔다.

업턴의 피자이론은 다음과 같다. 피자 안의 임의의 점 P를 잡고, 8보다 큰 4의 배수인 $n$개의 부채꼴 모양으로 피자를 자른다. 단, 이때 부채꼴 중심각의 크기가 같도록 자른다. 이렇게 나눈 피자에 두 가지 색을 번갈아 칠하면, 같은 색으로 칠해진 피자 넓이의 합은 같다. 즉, 이 방법을 이용하면 두 사람은 항상 피자를 똑같이 나눌 수 있다.

피자이론이 2차원 평면 분할에 대한 문제라면, 3차원 공간을 분할하는 이론도 있다. 이름하여 ‘햄 샌드위치 이론’으로, 케이크 커팅 이론을 만든 휴고 스타인하우스가 1938년에 처음 제안했다. 이 이론은 샌드위치(3차원 공간 속 사물)를 칼(2차원 평면)로 자를 때 모든 내용물을 똑같이 한 번에 나누는 방법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50년 이상 많은 학자들의 관심을 끌면서, n차원 공간에 있는 n개의 물체를 (n-1)차원 공간으로 한 번에 잘라서 똑같이 두 개로 분할할 수 있다는 것까지 증명되었다.

요리사로 변신한 수학자, 네이선 미어볼드

어때, 수학과 요리는 정말 찰떡궁합이지? 이제 내 요리 비법을 전수해 줬으니, 지금 들어온 주문부터 혼자 요리해 봐.
좋아! 네 이야기를 들으니 요리에 자신이 생기는걸? 이번 주문이 뭐지? 어디 보자…. “이제까지 없던 멋지고 환상적인 크리스마스 요리를 창작해 주시오”라고? 도대체 이런 주문을 한 사람이 누구야?
헉! 저 사람은…? 수학자에서 요리사로 변신한 네이선 미어볼드잖아!


안녕하세요? 저는 수학자이자 벤처기업 CEO면서 동시에 요리사인 네이선 미어볼드예요! 하하, 무슨 직업이 이렇게 많냐고요? 늘 새로운 걸 배우고 도전하다 보니 이렇게 다양한 일을 하게 됐네요. 어렸을 땐 수학이 좋아서 수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는 유명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와 함께 우주에 대해 연구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 사에 들어갔을 때는 새로운 기술을 만드는 재미에 푹 빠졌었죠.

그런데 어쩌다 요리사가 됐냐고요? 어릴 때 제가 직접 가족들에게 추수감사절 음식을 만들어 대접한 적이 있었는데, 정말 환상적이었어요. 그때의 기쁨 때문에 요리를 좋아하게 됐고, 문득 제대로 요리를 배우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요리 학교에 들어가게 됐답니다. 지금은 벤처기업과 함께 현대적인 조리법을 연구하는 요리 연구실을 운영하고 있어요.

그 동안 연구한 걸 모아 ‘현대식 요리(Modernist Cuisine)’라는 요리책도 냈는데, 전통적인 조리법이 아닌 현대적인 조리법을 소개하는 책이에요. 사람들이 새로운 조리법을 이용해 상황에 맞게 다양하고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먹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만들었어요.

저는 수학과 요리를 배우는 친구들 모두가 결과를 걱정하지 말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보길 바랍니다. 여러 번 실패하겠지만, 그러다 보면 반드시 성공하게 될 거예요!
 

네이선 미어볼드

2012년 12월 수학동아 정보

  • 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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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짜 과학자, 주방에 가다>, <유식한 조리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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