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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꼬마 스티브 잡스 키운다

인천 신현초등학교


소프트웨어 교육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정작 어린 초등학생에게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는 건 쉽지 않다. 그런 어려움을 무릅쓰고, 전 학년에게 맞춤형 SW교육을 실시하는 인천 신현초등학교의 이야기를 듣고 왔다.

SW교육 선도학교 취재차 인천 신현초등학교를 방문한 날, 기자는 임동균 인천 신현초등학교장과 잠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임 교장은 “SW교육 선도학교로 지정됐지만 교구와 프로그램이 부족하고 지원도 넉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현초는 전교생에게 학기마다 제 학년에 맞는 맞춤형 SW 수업을 제공하고 있다. 1, 2학년에게도 SW를 가르치는 몇 안되는 학교 중 하나다.

1~2학년은 7차시 동안 교실에서 언플러그드 교육과 온라인 놀이를 접한다. 이 수업에서 블록을 순서대로 배치해 특정 그림이나 모양을 완성하며 프로그래밍에 나오는 개념과 가까워진다. 3~4학년은 15차시 동안 블록을 이용한 온라인 놀이를 통해 ‘조건 선택’, ‘~인 동안’과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에 익숙해지고, ‘플래피 버드’ 같은 단순한 게임을 만들어 본다.

5~6학년은 20차시 동안 캐릭터를 움직여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거나 전자 자물쇠를 프로그래밍하는 등 좀 더 다양한 활동을 한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전교생에게 SW 교육을 해 나갈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교장 선생님의 솔선수범
2018년부터 SW는 국어, 수학, 영어와 같은 정식 교과목이 된다. 임 교장은 학교가 SW교육에 적극 대비할 수 있도록 동료 교사와 학부모를 설득했다. 프로그래밍의 ‘프’도 경험한 적이 없는 교사들에게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기 위해 오르간 연주를 필수로 배워야했던 것처럼 이젠 프로그래밍을 배울 때”라고 독려한 것도 임 교장이다. 임 교장은 교사 연수 프로그램에 앞장서 참여해 동료 교사들도 뒤따라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SW교육이 낯선 건 학부모도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SW가 국영수만큼 중요한 교과목으로 보일 리 없었다. 뒤에 소개할 ‘부모님과 함께 하는 프로그래밍 경연대회’는 SW 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기존 인식을 조금이나마 바꾼 계기가 됐다.

임 교장은 작년에 학교장으로 부임한 이후 아침활동 시간을 활용해 학생들을 면담하고 있다. 아침 조회처럼 전교생 앞에 교장 선생님이 홀로 서거나 학생회만 따로 만난다는 뜻이 아니다. 학생들이 학급 내에서 몇 명씩 모둠을 만들면, 모둠별로 교장 선생님과 만날 순서를 정한다. 이 순서대로 6학년의 첫 번째 모둠부터 1학년의 맨 마지막 모둠까지 교장 선생님과 만나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임 교장은 면담을 하려고 교장실을 찾은 한 학생이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것만 재미있는 줄 알았는데, 게임을 직접 만들어보니 또 다른 재미가 있다’고 한 말을 전했다. 아이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할 SW는 분명 제대로 가르쳐볼 만 했다.
블록놀이 같은 SW 수업
“삑, 삑, 삑, 삑.”

SW 수업이 한창인 컴퓨터실에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삑삑거리는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기자가 참관한 6학년 2반의 수업에서는 컴퓨터 화면 속 캐릭터가 밤이 되면 잠들고, 아침이 되면 알람소리를 듣고 일어나도록 프로그래밍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블루투스로 컴퓨터와 연결한 보드에 블록을 꽂으며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교구 ‘코블’을 컴퓨터에 연결해서 썼다.
컴퓨터 화면 속에 있는 캐릭터가 시간에 따라 잠들거나 깨어나려면 가장 먼저 캐릭터에게 아침 또는 밤이 됐다는 걸 알려야 한다. 학생들은 능숙한 솜씨로 블록을 끼웠다. 블록을 연결하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묻자, 김은서 학생은 “블록 속에 빛의 양을 감지하는 센서가 있는데, 이 센서를 손으로 가리면 밤이고, 손을 떼면 낮이라는 뜻”이라고 알려줬다.

아침이 되면 캐릭터를 깨우기 위해 알람소리가 울려야 한다. 프로그래밍 언어인 ‘스크래치’로 ‘아침이 되면 멜로디가 울린다’는 명령어를 입력하고 빛을 가리려고 센서에 올려놓은 손을 떼면 삑삑거리는 소리가 났다. 기자가 들은 소리의 정체는 바로 알람 소리였다.

알람이 울리면 침대에 누워 있던 캐릭터가 일어나야 한다. 캐릭터가 누운 상태를 0°로 두면 시계방향으로 90°만큼 회전했을 때 캐릭터가 발을 딛고 일어서게 된다. 움직임은 캐릭터 회전 각도를 조절해서 바꿀 수 있다.

반대로 어두운 밤이 되면 방 안에 불이 켜져야 한다. 위와 같은 원리로 ‘밤이 되면 방 안의 불이 켜진다’는 명령어를 입력하면, 센서에서 나오는 빛을 손으로 가렸을 때 컴퓨터 속 캐릭터의 방에는 불이 켜진다. 그러면 캐릭터는 침대로 가서 눕는다.

수업을 맡은 손경호 교사는 “아이들이 처음에는 어려워해도 곧잘 따라하고, 배운 것을 스스로 응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부모님과 함께 하는 프로그래밍 대회
인천 신현초등학교만의 독특한 대회도 있다. 바로 1년에 두 번 열린다는 ‘부모님과 함께 하는 프로그래밍 대회’! 대회의 이름을 듣고 나서 ‘부모님의 직업이 프로그래머가 아니어도 참여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하지만 학교는 프로그래밍을 잘 모르는 부모님이라도 자녀와 함께 힘을 합치면 미션을 통과할 수 있도록 대회를 꾸몄다. 대회 뒤 학부모와 학생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음은 물론이다. 학교의 노력이 SW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씩 걷어내고 있다는 증거다.



Q 프로그래밍 대회 수상을 축하해요! 대회에서 어떤 미션을 해결했나요?
원석 : 여러 가지 미션이 있었는데 엔트리봇을 움직여서 단계별로 깨 나갔어요. ‘앞으로 한 칸 이동’, ‘오른쪽으로 돌기’ 이런 식으로 움직이고, 하나씩 깰 때마다 10점씩 얻어요. 총점으로 미션 순위를 매겼고요.

주헌 : ‘코봇’을 이용해서 게임을 만드는 미션도 있었어요. 조이스틱을 움직여서 다가오는 공을 피하는 게임을 만들었어요. 원석이는 아빠랑, 저는 엄마랑 참가했어요.

Q 미리 코딩을 배웠나요?
원석 : 평소에 코딩을 공부한 적은 없어요. 실과시간에 반끼리 단체로 수업을 들은 게 전부였어요. 5학년 1학기에 많이 들었고요.

예원 : 저도 대회 전에 코딩으로 새로운 걸 만들어본 적은 없어요. 저는 엄마랑 대회에 나갔는데, 저희 엄마가 유치원 선생님이시라 컴퓨터를 잘 다루세요.

Q 학교에서 받는 SW 수업은 어때요?
주헌: 새롭게 뭔가를 배울 때도 있고, 프로그래밍을 빨리 해서 친구를 도와줄 때도 있어요.

예원 : 수업은 재미있는데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어려우면 애들이랑 같이 고민해서 풀어요. 그럼 답이 나와요.

원석 : 프로그래밍이 재미있어요. 5학년 때부터 수업을 들었는데 앞으로도 계속 했으면 좋겠어요.

2016년 12월 수학동아 정보

  • 고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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