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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한 움직임

세상을 안정하고 균형 있게 만드는 움직임이 있다.

셋이면 든든하다

오토바이 구조에 뒷바퀴가 2개 달린 삼륜차는 안정성이 부족하다.


즐거운 점심시간, 재빨리 밥을 타서 출구에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 이런~, 하필 끄덕이는 의자를 골랐다. 의자를 이리저리 움직여 보지만 균형이 맞지 않는다. 4개의 의자 다리 중 하나의 길이가 길거나 짧은 탓이다.

의자 다리가 3개라면 의자가 끄덕이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각 의자 다리의 끝을 점이라고 할 때, 3개의 점은 하나의 면만을 이루기 때문이다. 점이 4개가 되는 순간 만들 수 있는 면은 2개로 늘어난다. 물론 다리 길이가 같아서 4개의 다리 끝이 모두 같은 면에 놓인다면 의자는 수평을 유지한다. 하지만 다리 하나의 길이가 짧으면 의자 바닥에는 다리 3개가 이루는 면이 2개 생긴다. 면과 면이 이루는 각도가 크면 클수록 의자는 심하게 끄덕일 것이다.

어릴 때 처음 배우는 자전거가 세발자전거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 개의 자전거 바퀴는 하나의 면만을 이루기 때문에 배우기 쉽고 안정적이다. 하지만 속도가 빨라지면 상황이 바뀐다. 세발자전거로 내리막길을 빠르게 내려오다가 핸들을 휙 꺾으면 넘어지고 만다. 그래서 속도가 빠른 자동차에는 수평을 잘 맞춘 4개의 바퀴가 쓰인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바퀴가 3개인 삼륜차도 있었다. 가만히 서 있는 모습만으로도 왠지 불안해 보인다.

실제로 삼륜차가 코너를 빠르게 돌다가 넘어지는 사건이 자주 있었다고 한다.

좌우가 마주보는 대칭

“아 좋다 좋아”, “다시 합창합시다” 두 문장에는 신기한 공통점이 있다. 거꾸로 읽어도 같은 문장이 되는 것이다. “여보게, 저기 저게 보여”도 마찬가지다. 가수 이효리가 “내 이름은 이효리, 거꾸로 해도 이효리!”라며 외치는 말 속에는 모두 대칭의 원리가 들어 있다.

대칭이란 주어진 공간을 2등분했을 때 양쪽이 거울에 비친 것처럼 완전히 똑같은 모양으로 마주 놓여 있는 관계를 뜻한다. 대칭의 정의를 엄밀하게 적용하면 사실 앞에서 다룬 문장은 대칭이 아니다. 읽을 때 같은 음이 난다는 점에서 대칭적인 문장일 뿐이다. 하지만 한글에는 완전한 대칭을 이루는 단어가 있다.

'무용ㅣ용무'는 두 단어의 가운데에 거울을 둔 것처럼 똑같은 모양을 한 채 마주보고 있다. '소수ㅣ수소'도 마찬가지다. 좌우대칭뿐 아니라 상하대칭도 있다. 

이미. 피디, 이이피 등은 가운데 축을 기준으로 위아래가 대칭을 이룬다. 이처럼 직선을 기준으로 양쪽이 완전히 겹치는 것을 선대칭이라고 한다. 

봄이면 한 해의 행운을 기리며 대문에 써 붙이는 문장 '立春大吉(입춘대길)'은 네 글자 모두가 선대칭을 이루고 있다. 각 글자의 가운데에 거울을 두면 좌우가 같다. 그래서 집으로 들어오려던 귀신이 앞에서 보나 뒤에서 보나 똑같은 문장 때문에 문을 들어갔다 나왔다 하면서 헤매다가 날이 밝아 도망갔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대칭의 원리는 자연의 움직임에 균형을 안겨 준다. 우리 몸의 오른발과 왼발은 대칭을 이루고 있다. 한발 한발 걸음을 뗄 때마다 오른발과 왼발은 번갈아 움직이며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앞으로 걸을 수 있게 한다.

돌리고 돌려도 똑같아

횡단보도의 화살표는 양쪽이 점대칭을 이룬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을 기다리다가 문득 오른쪽 바닥에 그려진 화살표가 눈에 띈다. 길 건너편에서 건너오는 사람의 오른쪽 바닥에도 화살표가 그려져 있다. 좌우대칭이나 상하대칭은 아니지만 뭔가 대칭적인 구조다. ‘우측통행’ 스티커도 마찬가지다. 계단을 올라갈 때나 내려갈 때 언제나 스티커는 오른편에 붙어 있다.

한 점을 중심으로 어떤 도형을 일정 각도로 회전했을 때, 처음 위치의 도형과 완전히 겹치는 관계를 회전대칭이라고 한다. 4개의 날개를 가진 풍차나 바람개비는 90°로 회전할 때마다 처음의 도형과 겹치는 회전대칭 구조로 이뤄져 있다.

회전대칭 중에서 횡단보도의 화살표나 우측통행 스티커와 같이 180°로 회전할 때 겹치는 경우를 점대칭이라고 한다. 태극기 가운데 있는 태극무늬가 좋은 예다.

서울 지하철역의 승강장은 점대칭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객차의 칸수와 문의 순서를 나타내기 위해 승강장 바닥에 새겨 둔 번호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한 쪽 승강장의 바닥 번호가 오른쪽 끝에서 1-1로 시작해 왼쪽으로 갈수록 숫자가 커진다면, 반대쪽 승강장의 바닥 번호는 왼쪽에서 시작해 오른쪽으로 갈수록 숫자가 커진다. 마주 보는 승강장 한 가운데 점을 기준으로 점대칭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한글에도 점대칭이 있다. '곰국ㅡ논문'이 가장 대표적인 예다. 곰국에서 곰과 국 가운데에 점을 찍고 180˚로 회전하면 논문이 된다. '근'이나 '늑'과 같은 글자는 글자의 가운데 점을 기준으로 점대칭을 이루고 있다. 알파벳 중에는 'S, Z, N'이 점대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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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6월 수학동아 정보

  • 이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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