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에 들어서면 누구든 길을 잃고 헤맵니다. 하지만 사람마다 시간 차이만 있을 뿐 모든 역경을 딛고 끝내는 도착점에 도달하지요. 중세 사람들은 미로의 이런 점을 매력적으로 느꼈습니다. 가톨릭을 믿었던 당시 사람들은 ‘고난이나 시련을 통해 깨달음을 얻어 천국에 가자’라는 의미를 담아 성당 입구에 미로를 만들었습니다. 이로 인해 예배를 드리는 곳으로 들어가기 전에는 반드시 미로를 지나야 했어요. 세상살이에서 벗어나 성스러운 곳으로 가기 위한 일종의 통과의례가 미로였던 거지요.
중세 미로 중 가장 오래된 것은 324년 알제리의 엘아스남이라는 곳에 세워진 바실리카에 남아 있어요. 바실리카는 법정이나 집회장으로 사용된 건물이에요. 특이하게도 이 미로 중앙에는 여러 글자가 새겨져 있어요. 한 가운데 ‘S’자를 시작으로 위아래 좌우 모두에서 ‘SANCTA’를 찾을 수 있어요. 또 ‘E’를 시작으로 아래로 7글자를 보면‘ECLESIA’을 찾을 수 있지요. ‘SANCTA ECLESIA’는 ‘신성한 교회’라는 뜻이에요. 이 단어가 몇 개나 있는지 한번 세어 보세요. 그 재미도 쏠쏠합니다.
중세의 미로는 미노타우로스가 갇혔던 미로처럼 길이 하나뿐이어서 쉽게 길을 찾을 수 있어요. 종교적인 의미만 담고있을 뿐 실제로 미로에 가둘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그 당시 사람들은 미로를 길을 잃게 만드는 어려운 존재로 알고 있었지요.
근대로 넘어가면 해결하기 어려운 미로가 등장합니다. 길이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어 갈림길에서 선택을 해야 하지요. 이 당시 대표적인 미로형태로 미로정원이 있어요. 15세기에 처음 시작된 미로정원은 유럽을 중심으로 16, 17세기에 크게 유행했지요. 미로정원이 만들어진 이유는 확실치 않지만 여러 추측이 있어요. 여러 갈래의 길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미로처럼 항상 무언가를 선택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인생을 표현한 것이라는 설과 성스러운 나라로 가는 순례자를 뜻한다는 설, 단순히 경치를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서였다는 설이지요.
처음에 미로정원은 잔디와 돌로 구성되어 있어 전체 구조가 한눈에 보였어요. 17세기 말에 들어 울창한 숲을 이뤄 구조를 알 수 없는 미로정원이 생겼지요. 베르사유궁전 미로정원이 대표적이에요. 지금은 볼 수 없지만 이 미로에는 토끼와 거북처럼 이솝우화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한 39개의 분수가 있었어요.
이런 미로정원을 탈출하는 방법을 연구한 사람은 다름 아닌 수학자예요. 미국의 수학자 노버트 위너는 “벽을 따라가면 반드시 출구로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지요.
미로에 숨겨진 의미를 알려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도움이 되셨나요? 성당에 새겨진 미로를 보거나 미로 정원에 가게 되면 미로의 의미를 되짚어 보세요. 또 왼손 또는 오른손을 벽에 대고 걸으면서 미로 정원을 탈출해 보세요.
미로 도시
터키에는 바위 동굴과 지하로 구성된 미로 도시가 있다. 터키의 초기 기독교인들은 종교 박해를 피해 미로 도시를 만들었다. 동굴과 지하의 통로는 복잡한 미로 형태로 만들어져 적이 침입했을 때 상대편의 공격을 막기가 쉽다.
벽을 따라가면 미로정원의 출구가 보인다
미로정원의 출입구는 보통 하나다. 즉 정원을 탈출하기 위해선 정원을 한 바퀴 둘러보고 다시 되돌아 나와야 한다. 왼손을 벽에 대고 미로에 들어가 보자. (오른손을 벽에 대고 들어가도 된다.) 왼손을 벽에 대고 걸으면 갈림길이 나왔을 때 언제나 왼쪽으로 가게 된다. 그렇게 미로 정원을 끝없이 돌다 보면 어느덧 출구에 도달한다. 이 방법은 복잡한 미로에서도 가능하다. 하지만 미로정원의 특정 장소로 가야 한다거나 출입구가 여러 개인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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