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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는 미적분을 가르칠 때 미분부터 알려주지만, 수학의 역사에서는 적분이 먼저 관심을 받았다. 고대부터 땅의 넓이를 구하려는 노력이 적분의 시초다. 그렇다면 적분의 아이디어는 어떤 과정을 거쳐 수학적 개념으로 발전했을까? 그리고 서로 다른 시기에 시작된 미분과 적분을 어떻게 미적분학으로 통합했을까?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본다.

 

 

 

첫 번째 질문  |  적분은 언제 처음 등장했는가?

 

인문학자 : 적분이란 무엇인가요?

 

수학자 : 적분은 한자로 쌓을 적(積), 나눌 분(分)으로, 나눈 것을 쌓는다는 의미가 있어요. 영어로는 Integration인데, 이는 통합이라는 뜻으로도 쓰여요. 즉 적분은 나눈 것을 합치는 거지요.

 

예를 들어 yx2을 생각해볼게요. 이 포물선의 아랫부분에서 (0, 0)부터 (3, 9)까지의 영역과 x축이 이루는 면적은 어떻게 구할까요? 구하려는 면적은 그래프 위의 (0, 0)과 (3, 9), (3, 0), (0, 9)를 꼭짓점으로 가지는 직사각형(초록색 점선)의 넓이보다는 작아요. 이렇게 사각형 하나로 넓이를 근사하면 실제 넓이와 차이가 많이 나요.

 

x가 1 간격인 여러 개의 직사각형(파랑색 실선)으로 쪼개서 넓이를 구하면 처음에 계산한 직사각형의 넓이보다는 구하고자 하는 값에 가까워요. x의 간격을 점점 더 줄여서 아주 미세한 도형으로 나눠야 구하려는 넓이와 비슷해져요. 이렇게 적분은 어떤 구간에서 함수의 그래프로 둘러싸인 도형의 넓이를 구할 때 쓰여요. 적분 기호 ∫(인테그랄)을 써서 앞의 문제를 나타내면  \int_{0}^{3}x^{2}dx라고 표현할 수 있어요. 이런 적분에 관한 관심은 어디서부터 시작됐나요?

 

 

인문학자 : 고대 그리스 수학자 아르키메데스(기원전 3세기경)는 저서 <;방법론>;에서 포물선과 직선이 두 점에서 만나 생기는 영역의 넓이를 구하는 문제를 다뤘어요. 이때 아르키메데스는 이 영역을 구성하는 무수히 많은 선분을 넓이를 구하기 쉬운 삼각형으로 재조합해서 원하는 넓이를 구하고자 합니다. 어떤 평면도형의 넓이를, 그것을 구성하는 무수히 많은 선분의 집합으로 이해했다는 측면에서 적분의 초기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어요.

 

이후 16, 17세기 유럽 학자들은 천체의 복잡한 운동을 이해하기 위해 여러 접선이나 면적을 계산하면서 미세하게 잘게 쪼갠 양이나 나누려고 해도 나눌 수 없는 불가분의 양에 관심을 가졌어요. 

 

그중에서도 이탈리아 수학자 보나벤투라 카발리에리(1598~1647)는 저서 <;불가분의 양을 사용한 새로운 방법으로 연속체를 설명한 기하학>;에서 수학사에서 유명한 ‘카발리에리의 원리’를 소개합니다. 두 입체도형을 서로 평행하게 굉장히 작은 조각으로 자른다고 했을 때, 이 조각들의 넓이 사이에 ab라는 비율이 있으면, 본래 입체도 ab의 부피 비를 그대로 갖는다는 게 카발리에리의 원리예요.

 


 

두 번째 질문  |  미분과 적분은 어떻게 통합되는가?

 

인문학자 : 미분과 적분은 어떤 관계인가요?

 

수학자 : 보통 미분과 적분을 함께 묶어서 미적분이라고 부르는데, 그래프에서 봤을 때 미분으로는 접선을, 적분으로는 넓이를 구해요. 그런데 교수님 말씀처럼 둘 다 미세한 부분을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미분과 적분은 역사적으로 출발이 달랐지만, 16, 17세기 수학자들이 미분의 반대는 적분이고, 적분의 반대는 미분이라는 신기한 연결고리를 발견합니다. 아까 이야기했던 y = x2x에 대해 미분하면 2x가 되고, y = 2x을 적분하면 x2 에 상수를 더한 형태가 되거든요. 그러니까 미분과 적분은 동전의 양면 같은 관계이지요. 이것을 현대 수학에서는 ‘미적분의 기본 정리’라고 불러요.

 

이 놀라운 발견으로 인해 미분과 적분은 미적분학이라는 하나의 학문으로 연결됐고, 이를 수학으로 엄밀하게 이해하는 분야가 해석학이지요. 해석학은 수학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 중 하나고, 지금도 활발히 연구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제각기 다른 시기에 발전한 적분과 미분이 어떻게 미적분학으로 발전했나요?

 

인문학자 : 미분과 적분에 관한 지식은 영국의 물리학자이자 수학자인 아이작 뉴턴(1643~1727)과 독일 수학자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1646~1716)가 이어받아요. 여기서는 라이프니츠 위주로 이야기해볼게요.

 

1672년 무렵 라이프니츠는 특정 규칙에 따라 배열한 수, 즉 수열의 합과 차에 관심을 가졌는데 여기서 훗날 미적분학을 본격적으로 발전시킬 핵심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적분 값은 *부정적분의 마지막과 처음 함숫값의 차이로 표현하는데요. 수열에서도 그런 비슷한 상황을 발견할 수 있어요. 

 

이후 라이프니츠가 미적분학을 본격적으로 발전시키는 데에 프랑스 수학자 블레즈 파스칼(1623~1662)의 편지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파스칼은 편지에 ‘사이클로이드’ 일부분의 넓이와 그 일부분을 회전시킬 때 생기는 입체의 부피를 구하라는 문제를 제시해요. 사이클로이드는 한 직선 위에서 원을 회전시킬 때 원 위의 한 점이 그리는 자취를 말해요.

 

라이프니츠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카발리에리의 불가분의 양 같은 초기 미적분 개념을 공부하면서 자신만의 이론을 발전시켜요. 가장 대표적인 이론이 바로 ‘특성삼각형’입니다.

 

 

특성삼각형은 사이클로이드와 같은 곡선 위의 한 점에서 접선을 긋고 그 접선의 일부분을 빗변으로 하는 직각삼각형이에요. 그리고 곡선 아래에서 이 특성삼각형과 닮음인 더 큰 직각삼각형을 찾을 수 있어요. 이 두 직각삼각형의 닮음 관계와 비례식을 통해 그 넓이와 입체의 부피까지 구할 수 있지요.

 

미적분학이 추상적이고 난해해 보이지만, 라이프니츠가 미적분학을 풀어낸 과정에서 찾은 비례식은 에우클레이데스의 <;원론>;부터 주목했어요. 이런 직관적인 아이디어들이 모여서 고도화된 문제를 풀 수 있는 학문으로 발전했다는 게 미적분의 흥미로운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중요한 아이디어도 그 이전까지의 맥락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걸 보여주지요. 

 

 

뉴턴 vs 라이프니츠

미적분을 처음 확립한 건 누구일까?

 

뉴턴과 라이프니츠는 미적분을 확립한 사람으로도 유명하지만 누가 최초인지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OX 퀴즈로 그 역사적 사실을 알아볼게요.

 

 

첫 번째 의문 : 미적분을 먼저 떠올린 사람은 뉴턴이다?

 

 

역사적 기록을 살펴봤을 때 미적분을 먼저 생각하고 기록을 남겨놓은 건 뉴턴입니다. 1666년 기록이 있거든요. 문제는 이때 뉴턴은 미적분에 대한 연구 결과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1704년이 돼서야 공개한 것입니다. 한편 라이프니츠가 미적분을 연구한 기록은 1674년부터 남아있지만, 1684년에 미적분에 대한 공식적인 학술 발표를 합니다. 그래서 우선권 논쟁이 벌어지게 된 것이지요.

 

두 번째 의문 : 라이프니츠는 뉴턴의 미적분을 표절했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개념에 관한 아이디어가 함께 무르익을 때가 많은데요. 뉴턴과 라이프니츠도 비슷한 시기에 미적분을 발표합니다. 문제는 뉴턴이 라이프니츠가 동시대에 독립적으로 미적분을 통합했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뿐더러 자신의 미적분을 표절했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두 수학자가 그 시대를 대표했던 학자였던 만큼, 이 일은 두 수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영국과 독일 수학계의 자존심 싸움으로 번졌습니다.

 

현대 수학계에서는 라이프니츠의 원고들과 학자들과의 교신 기록 등을 통해 라이프니츠 역시 뉴턴과 독립적으로 미적분을 확립한 사람으로 판단합니다. 

 

수학자 : 그렇다면 라이프니츠의 미적분학이 뉴턴의 미적분학과는 어떤 차이가 있었나요?

 

인문학자 : 라이프니츠가 뉴턴보다 미적분학에서 한발 앞서 나갔던 부분은 기호인데요. <;미적분학의 역사>;라는 책을 쓴 미국 수학자 찰스 에드워즈는 아르키메데스나 뉴턴과 같은 천재들의 학문이던 미적분학이 라이프니츠의 기호 덕분에 평범한 사람도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표현했습니다.

 

오늘 우리가 미적분을 표기할 때 쓰는 \frac{dy}{dx}, ∫을 라이프니츠가 만들었어요. 이 기호 덕분에 미분, 적분 식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지요.

 

합성함수를 예로 들어볼게요. g(x)라는 함수에 x값을 넣고 그 함숫값을 다시 두 번째 함수인 f(x)에 넣는다면 f(g(x))라고 표기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 합성함수를 미분하면 f'(g(x))g'(x)라는 형태가 나와요. 이게 왜 이런 것인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는 어렵지요. 그런데 만약 z = f(y), y = g(x)라고 놓고 이걸 라이프니츠의 기호로 쓰면 \frac{dz}{dx}=\frac{dz}{dy} \times \frac{dy}{dx}로, 마치 dy라는 항목이 상쇄되는 것처럼 보여 훨씬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요.

 

 

세번 째 질문 | 미적분은 왜 필요한가?

 

인문학자 : 미적분은 우리 삶 속에서 어떻게 쓰이나요?

 

수학자 : 물리학적 움직임을 표현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적분이 필요합니다. 미적분의 창시자 중 한 명인 뉴턴 역시 미적분을 통해 고전역학을 완성할 수 있었어요. 현대 물리학의 관점에서 필요한 양자역학이나 상대성이론 역시 미적분의 언어를 쓰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시간이 멈추지 않는 한, 움직이고 변화하는 그 어떤 것들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미적분이 필요하지요.

 

미적분의 또 다른 대표적인 쓰임은 최적화입니다. 최적화는 주어진 상황에서 어떤 항목의 최솟값 혹은 최댓값을 구하는 문제인데, 이걸 해결하는 도구 중 하나가 바로 미적분입니다. 

 

예를 들어 경제학적 측면에서는 어떤 한정된 자원 안에서 최대한 많은 이윤을 남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구하는 의사결정은 최적화를 통해서 이뤄지지요. 

 

이 외에도 여러 가지 관점에서 생각해봤을 때 미적분은 단순히 수학, 물리 혹은 공학을 떠나서 쓰이지 않는 곳을 찾는 게 더 힘들어요.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모든 제품들을 만드는 그 근간에는 공학이 있고, 이 공학에서 쓰는 게 결국 미적분이거든요. 또한 많은 결정이 일어나는 현실 세계 안에서도 정말 중요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미적분, 나아가 수학이 왜 필요한지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습니다.

 


 

용어 설명

*부정적분 : 적분의 일종으로, 그래프 영역의 넓이와 같이 구체적인 값을 구할 때 주로 사용되는 정적분과 달리 미분했을 때 특정 함수가 나오는 모든 함수를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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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수학동아 정보

  • 대담 이승재(인천대학교 수학과 교수), 이은수(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
  • 사진

    임익순
  • 진행

    김진화 기자 기자
  • 디자인

    정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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