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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는 왜 9명일까?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 최근 어린이 5명 중 2명이 미래에 가수를 꿈꾼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어려운 공부를 벗어나 많은 사람의 관심과 인기를 누릴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가수로 성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노래, 댄스, 개인기 모두 중요하겠지만 수학 실력도 빼놓을 수 없다. 수학이라는 말이 황당하게 들린다고? 아이돌 그룹의 무대에 담긴 놀라운 수학의 원리를 보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짝수보다 홀수가 좋아
 

6인조 티아라


여성 아이돌 그룹의 무대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은 ‘멤버 수’다. 수의 많고 적음에 따라 각 멤버가 어떻게 서고 움직일지가 판가름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멤버수는 짝수보다 홀수가 유리하다. 무대 퍼포먼스를 아무리 멋있게 준비한다고 해도 모두 함께 노래를 부르거나 녹음된 코러스로 처리하는 후렴구가 아닌 이상 누군가 한 명은 앞에 나와 노래를 불러야 한다. 이때 가장 안정적인 구성이 좌우 대칭이기 때문이다. 즉 TV 화면에 1, 3, 5, 7, 9명이 등장해야 자연스럽게 보인다.

그래서 3, 5, 7, 9명인 그룹은 무대를 구성하기 쉽다. 가운데서 한 명이 노래를 부르더라도 카메라가 담는 범위에 따라 좌우 뒤쪽으로 다른 멤버가 균형있게 배치된다. 카메라는 무대를 담을 때 단조로움을 줄이기 위해 한 사람을 크게 나타내는 클로즈업부터 전체를 담는 풀샷까지 거리를 달리하는 다양한 방식을 활용한다. 이 때문에 홀수로 이뤄진 그룹은 촬영이나 편집을 담당하는 스태프의 어깨를 한껏 가볍게 한다.

또한 홀수로 이뤄진 그룹은 각 멤버가 골고루 카메라에 잡힐 수 있게 한다. 만약 이들이 무대에 넓게 선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모든 멤버가 1~3줄로 서거나 V자 형태로 서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멤버 수가 홀수라면 기본적으로 V자 형태는 어렵지 않다.

문제는 1~3줄로 설 때다. 특히 멤버 수가 5명을 넘어가면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입체감 없이 한 줄로 서는 경우가 거의 없다. 좌우 폭이 넓어 카메라가 한 번에 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줄로 서는 경우가 많다.
 

6인조 그룹 ‘티아라’는 홀수와 홀수를 더하면 짝수가 된다는 점에서 착안한 ‘1+5’형태를 자주 쓴다.


홀수는 두 줄로 섰을 때 앞줄과 뒷줄의 수를 달리할 수 있어 정면 카메라로 촬영할 때 뒷사람이 가려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예를 들어 ‘5=2+3’, ‘7=3+4’, ‘9=4+5’으로 나눠 앞사람 사이의 공간에 뒷사람을 배치할 수 있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6명인 아이돌 그룹의 안무는 무대 주변의 카메라 위치와 움직임을 고려하지 않으면 불리할 수 있다. 한 명이 노래를 부를 때 다른 멤버의 위치가 균형을 이루지 않아 무대 전체를 잡는 화면을 만들기 어렵다. 앞뒤로 3명씩 선다고 해도 정면과 좌우 45˚각도의 카메라에서는 뒷줄 가운데의 멤버는 앞의 세 사람에게 가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멤버가 6명인 ‘티아라’는 ‘거짓말’로 데뷔했을 당시 한 멤버가 계속 가려지는 일을 겪기도 했다. 다행히 ‘보핍보핍’으로 컴백했을 때는 앞선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무대구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가운데가 아닌 좌우 끝에 서도록 한 것도 획기적이었다.

비록 파트가 바뀔 때마다 카메라가 노래를 부르는 사람을 찾느라 우왕좌왕하기도 했지만, 45˚각도에서 찍을 때는 맨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과 배경처럼 뒤에서 춤을 추는 멤버들을 한 번에 담을 수 있었다. 또한 특정 멤버가 혼자 춤을 추는 부분을 중간 중간 배치해 단조로움을 없애는 방식도 선보였다.

이는 ‘너 때문에 미쳐’의 무대를 구성할 때도 효과적으로 사용했다. 아예‘6=1+5’라는 전략으로 움직이기도 했다. 한 명이 노래를 부르는 것과 5명이 모여선 팀 중 한 명이 노래를 부르는 것을 철저하게 나누는 방식이다. 홀수와 홀수를더하면 짝수가 된다는 점을 이용해 홀수로 이뤄진 두 개의 무대를 만든 셈이다.
 

7인조 또는 9인조 그룹에서는 한 명을 가운데 둔 정육각형이나 정팔각형의 안정한 구조를 찾아볼 수 있다.


아이돌이 만드는 다각형
 

5인조 그룹 ‘카라’는 역동적이면서도 균형잡힌 정사각형 구조를 선보였다.


정삼각형, 정사각형, 정육각형, 정팔각형은 자연상태의 구조는 물론 인공적인 디자인에도 많이 쓰인다. 안정적이고 견고하기 때문이다. 이런 도형은 아이돌 그룹의 안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한 명을 포인트로 세우거나 각을 딱딱 맞춘 안무를 할 때 자주 등장한다.

아이돌 그룹은 이런 도형을 만들기 위해 멤버 수만큼의 점을 ‘조립’한다. 이때도 고려해야 하는 사실은 중심점이 되는 멤버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도형을 만들 때는 멤버 수가 많을수록 좋다. 3~4명으로 이뤄진 도형에서는 아무래도 한 명만 부각되기 때문이다.

도형이 들어간 무대는 지난 해에 많았다. 5인조 그룹 ‘카라’는 ‘루팡’으로 컴백하기 전 ‘미스터’에서 정사각형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당시 이들은 ‘엉덩이춤’이라는 메인 안무를 역동적인 정사각형으로 표현했다. 한 사람이 가운데 서고 다른 네 명이 정사각형으로 둘러싸고 엉덩이춤을 추며 회전하는 안무였다. 이러한 무대 구성은 정면이나 좌우 45˚는 물론 위에서 찍을 때도 견고하고 안정적인 균형과 대칭을 이뤘다.

‘애프터스쿨’이 처음으로 1위의 기쁨을 맛본 ‘너 때문에’에서는 정육각형이 등장했다. 이들은 과거 6인조 그룹이었다가 한 명이 빠진 뒤 두 명을 영입하며 7인조 그룹이 되면서 기존의 단조로운 무대 동선에서 탈피해 춤이 다채로워졌다. 특히 노래 중 ‘갑갑갑해,답답답해’ 부분에서는 한 명이 중앙에 서고 다른 6명이 정육각형으로 둘러싸 벽을 만드는 안무를 선보였다. 자연계에서 가장 단단하다는 벌집 구조를 가사와 맞는 안무에 활용한 것이다.
 

소녀시대의 ‘oh’


정팔각형은 ‘Oh’로 정상을 차지했던 ‘소녀시대’가 구사했다. ‘소몰이춤’이라 불리는 안무는 가운데 한 명과 앞뒤좌우에 8명이 서서 천천히 앞으로 가는데 이때 정팔각형이 만들어진다. 자연 상태에서는 정육각형보다 불안정한 구조지만 각 멤버들이 키에 맞게 앞뒤로 서며 안정감을 더했다.

하지만 역동적인 정사각형과 달리 정육각형과 정팔각형 구조는 단점이 있다. 바로 뜻하지 않은 카메라 이동이다. 카라의 안무는 밖의 4명이 회전하며 카메라 회전에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정면 카메라에서 가장 견고하고 안정적으로 보이는 정육각형과 정팔각형은 카메라가 좌우로 움직이면 구조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전체가 뭉쳐 있어 뒤의 멤버는 거의 보이지 않기도 한다.

약수 또는 헤쳐모여
 

7인조 그룹은 한 명을 가운데 두고 3명싹 2팀으로 나뉜 방식을 쓰기도 한다.


무대 퍼포먼스에서 빠뜨릴 수 없는 요소는 움직이는 경로를 나타낸 ‘동선’이다. 노래 파트에 따라 각 멤버가 카메라 가까이 나와야 하기 때문에 멤버 수가 많을수록 복잡할 확률이 크다. 7명이나 9명으로 이뤄진 그룹일 경우 동선을 미리 고려하지 않으면 단 한 명의 실수로 무대 전체가 어그러질 수도 있다.그래서 동선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기 위해 큰 수를 간단히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큰 수는 여러 개의 똑같은 수로 갈랐을 때 나오는 수인 ‘약수’로 나눠진다. 예를 들어 9는 3을 3번 더하면 얻을 수 있으므로 3은 9의 약수다. 또한 나눗셈의 검산식 형태로도 큰 수를 간단히 만들 수 있다. 13을 3으로 나누면 몫은 4, 나머지는 1이므로 ‘3×4+1’이 된다. 이제 어떤 방식으로 각 멤버를 가르고 묶어 동선을 짜느냐가 남았다.

올해 활동하는 7명 이상의 그룹을 예로 들어 보자. 9명으로 가장 숫자가 많은 소녀시대는 ‘9=3+3+3’으로 약수를 이용한 동선을 만들었다. 즉 3명이 한 조가 되는 3팀을 만들어 3개 팀의 동선으로 무대 이동이 이뤄진다. 개개인은 다른 8명의 동선을 고려할 필요 없이 다른 두 개 팀의 동선만 고려하면 된다.

3명으로 이뤄진 팀은 한 명의 멤버가 노래를 부를 때도 위력을 발휘한다. 앞쪽 꼭짓점에 있는 사람이 노래를 부르면 자연히 뒤의 두 명이 좌우로 서게 돼 화면의 균형감을 이룬다. 또한 3개 팀이 다시 삼각형 형태로 서면 자연스레 좌우 대칭을 이루며 V자 또는 V자 안에 한 명이 서는 변형 V자로 바꾸기도 쉽다. 각 멤버별로 부르는 파트의 길이가 짧기 때문에 위치를 빨리 바꿀 수 있는 동선이 필수인 셈이다.

7명으로 이뤄진 아이돌 그룹에는 ‘레인보우’와 씨야-다비치-티아라가 모인 프로젝트 그룹 ‘여성시대2’ 등이 있다. 이들도 나름의 방식으로 멤버를 가르고 묶어 동선을 구성했다. 방식을 결정할 때는 속도가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그룹의 성격이나 노래에 따라 각 멤버가 자리를 바꿀 때 움직이는 속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레인보우는 주로 세 팀으로 나눈 ‘7=2+3+2’의 단순한 구조를 취했다. 하지만 동선은 세 팀이 만드는 것치고는 단순하지는 않다. 이 구조에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3명으로 이뤄진 팀에 속해 있고 2명으로 이뤄진 팀은 3명 팀이 등장하기 위한 ‘문’의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이런 동선은 눈을 확 끌어들여야 하는 노래의 초반부나 종반부에 주로 등장한다. 대개 V자 형태나 1열로 선 채 가운데에 서는 멤버가 바뀌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각 멤버가 맡은 파트가 워낙 짧다 보니 다른 멤버들도 멀리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여성시대2는 ‘7=2×3+1’로 검산식의 형태로도 나뉘었다. 한 명이 노래를 부르면 다른 6명은 2명씩 3팀 또는 3명씩 2팀으로 나뉘어 안무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7명이지만 9명인 소녀시대 못지않게 무대를 넓게 사용했다. 각 멤버가 부르는 파트가 길다 보니 빨리 움직이지 않아도 되며 동선도 길게 짤 수 있다.

플러스(+)도 한 방법
 

짝수인 그룹은 백댄서와 함께 균형 잡힌 홀수로 이뤄진 무대를 구성할 수 있다.


멤버 수가 짝수거나 나누기 힘들더라도 낙심할 필요는 없다. 백댄서라는 ‘플러스’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여성 아이돌 그룹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SES’나 ‘핑클’의 경우 멤버 수는 각각 3, 4명이었다. 멤버 수가 많았던 ‘베이비복스1’도 5명에 불과했다. 이들은 멤버끼리 무대를 구성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백댄서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백댄서는 말 그대로 가수보다 앞으로 나서지 않으며 뒤에서 통일감을 유지한 채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배경’이 됐다.

백댄서의 의상은 아이돌 가수 못지않게 매우 계획적이다. 가수보다 튀지 않기 위해 가수의 의상보다 어두운 색의 옷을 입거나 가수와 헷갈리지 않게 색이 뚜렷이 대비되는 의상을 입는다. 그래서 가수와 백댄서가 함께 구성한 무대는 단순히 전체 숫자로 무대의 균형을 얘기할 수 없다. 무대에 미치는 영향력에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무대에 오른 가수의 위치나 움직임이 무대 균형에 미치는 영향이 100이라면 백댄서는 30~70에 그친다. 실제로 가수의 무대를 볼 때 백댄서의 위치에 집중해서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관객이나 시청자가 가수에 집중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카메라가 담는 영상이나 조명이 의도적으로 백댄서를 배경처럼 활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4명으로 이뤄진 ‘브라운 아이드 걸스’가 백댄서 8명과 함께 무대를 구성하더라도 가수의 안무가 주로 보일 뿐 수가 두 배에 이르는 백댄서에 집중되지는 않는다.

최근 아이돌 그룹의 무대를 수학적으로 구성하는 방법이 발달하며 백댄서의 활용도 발전하고 있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는 말이 있듯 백댄서를 가장 잘 활용하는 그룹은 6명으로 이뤄진 티아라다. 티아라는 ‘너 때문에 미쳐’라는 곡에서 같은 수인 6명의 백댄서와 짝을 맞췄다.티아라는 노래 초기에 멤버가 각각 6명의 백댄서 뒤에서 등장한다. ‘6+6’의 구성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차차 12라는 수는 ‘(1+6)+5’로 재구성된다. 6명의 백댄서가 한 명의 멤버하고만 무대를 구성하는 것이다. 즉 데뷔곡 이후 1+5라는 전략을 사용하던 티아라는 1의 자리에 선 멤버에 6명의 백댄서를 더해 7과 5라는 균형 잡힌 홀수를 만든 셈이다.

3월 말 신곡 발표와 함께 애프터스쿨은 기존 7명에 한 명을 더 영입해 8명이 됐다. 8명으로 이뤄진 여성 아이돌 그룹은 국내에서 최초다. 이들은 8이라는 숫자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도입할 수 있을까? 1+7이나 3+5가 유력하지만 플러스나 마이너스를 활용한 새로운 방법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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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4월 수학동아 정보

  • 전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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