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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론 방식으로 통계물리의 모형 연구

위고 뒤미닐-코팽 교수는 이미 몇 년 전부터 확률론계에서 유명 인사였습니다. 2016년 그는 당시 만 31세의 젊은 나이에 세계 최고의 연구기관 중 하나인 프랑스 고등과학연구소(IHES)에서 최연소로 종신 교수직을 받고, 2018 세계수학자대회(ICM)에서 초청강연을 했습니다. 그런 그가 필즈상을 받는 것이 놀라운 일만은 아닐 겁니다.

 

뒤미닐-코팽 교수의 연구 분야는 ‘통계물리’입니다. 이는 수많은 입자의 불규칙한 행동을 연구하는 물리학의 한 분야로, 확률론적 해석이 필수적입니다. 이 분야에서는 불규칙한 매질의 투과성을 다루는 ‘침투 모형’과 자성을 띄는 물체를 해석하기 위해 고안한 ‘이징 모형’ 등 격자 모형을 연구합니다. 이러한 격자 모형의 성질을 연구하는 것이 현대 확률론의 주요 분야가 됐고, ‘확률 기하학’이라는 새로운 분야의 출현으로 이어졌습니다.

 

2000년대에 이 분야를 이끈 대표적인 수학자로 오데드 슈람, 벤델린 베르너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학교 교수, 그레고리 롤러 미국 시카고대학교 교수, 스타니슬라프 스미르노프 스위스 제네바대학교 교수 등이 있습니다. 이 중 베르너 교수와 스미르노프 교수는 각각 2006, 2010 필즈상 수상자입니다. 뒤미닐-코팽 교수는 스미르노프 교수의 박사 과정 학생이었고, 베르너 교수에게도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슈람은 물질의 상태가 변하는 상전이가 일어나는 경계점인 ‘임계점’에서의 경계 곡선들이 격자 모형이 점점 촘촘해질 때 ‘프랙털’ 성질을 가진 곡선인 ‘슈람-뢰브너 전개’로 수렴한다고 밝혔습니다. 슈람-뢰브너 전개 이론이 거둔 쾌거는 격자 모형 연구에 대한 기대를 더욱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됩니다. 여기서 프랙털이란 작은 구조가 전체 구조와 닮은 형태로 끝없이 되풀이되는 구조를 말합니다.

 

박사 학위 논문부터 드러난 두각

 

이후 확률론에서는 격자 모형과 관련한 난제에 관심이 쏠렸는데, 이 난제가 뒤미닐-코팽 교수의 주된 연구 주제입니다. 이는 350쪽에 달하는 압도적인 분량을 자랑하는 뒤미닐-코팽 교수의 박사 학위 논문의 내용이기도 합니다. 이 논문에는 해당 분야에서 많이 연구되는 임계점에서의 연구뿐만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은 임계점 근처에서의 격자 모형에 대한 우수한 결과도 담겨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연구 결과는 뒤미닐-코팽 교수가 학생 시절부터 새로운 방법론으로 놀라운 결과를 끌어내는 능력이 탁월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뒤미닐-코팽 교수는 지속해서 연구 분야를 넓혀오고 있는데, 확률론 방식으로 물리학의 양자장론을 기술하는 ‘파이-4 건설적 양자장론’에 대한 연구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특히 물리학계는 1~3차원과 4차원 이상의 유클리드 공간에서 서로 다른 일이 벌어질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1982년 마이클 에이즌먼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교수와 위르크 프뢸리히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학교 교수에 의해 5차원 이상의 경우는 증명됐지만, 4차원에서의 증명은 지난 30여 년간 해결되지 않은 난제였습니다. 2020년 뒤미닐-코팽 교수는 에이즌먼 교수와 함께 4차원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교육자로서의 뒤미닐-코팽 교수

 

뒤미닐-코팽 교수는 뛰어난 연구 성과와 더불어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도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만 37세라는 젊은 나이임에도 벌써 10명이 넘는 박사를 배출했습니다.

 

2017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에서 한 달 동안 개최한 여름학교에서 뒤미닐-코팽 교수의 강의를 수강했던 변성수 고등과학원 CMC 연구원은 “뒤미닐-코팽 교수는 이미 세계적인 수학자였지만 매 수업 시작 전에 지난 강의 요약을 적어두고, 102쪽 분량의 강의 노트를 미리 준비해 오는 등 강의에 열정을 다했다”며, “강의 외 시간에도 항상 학생들과 어울리며 다양한 질문들에 답하고, 학생들의 연구에 관심을 가졌다”고 회고했습니다.

 

여름학교 마지막 수업에서 뒤미닐-코팽 교수는 확률론의 수많은 난제를 정리해 소개했는데, 5년이 지난 지금 공동연구자들과 함께 상당수의 문제에 진척을 이뤘습니다. 지난 10여 년간 새로운 문제에 꾸준히 도전해 놀라운 성과를 내고 후학 양성에도 큰 노력을 한 뒤미닐-코팽 교수가 앞으로도 확률론에 얼마나 더 큰 발전을 가져올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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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수학동아 정보

  • 강남규(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 박성철(고등과학원 수학부 연구원), 변성수(고등과학원 수학난제연구센터(CMC) 연구원)
  • 진행

    김진화 기자
  • 일러스트

    송재우
  • 디자인

    최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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