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평균 조회 수 40만회, 평균 댓글 400개! 타다시 도키에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수학과 교수의 유튜브 기록이에요. 수학자가 만드는 유튜브 영상이니만큼 당연히 내용은 수학! 대체 어떤 비법이 있기에 이렇게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걸까요?
바로 장난감에 숨은 수학이나 과학을 알려주기 때문이에요. 어떤 내용인지 도키에다 교수의 영상을 잠깐 엿볼까요? 켄다마는 우리에겐 다소 생소하지만 일본과 미국,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장난감이에요.
모래시계 모양으로 생긴 본체에는 큰 컵과 작은 컵이 양옆에 붙어 있고, 구멍 뚫린 공이 줄에 달려 있어요. 본체는 원뿔 모양의 기둥인 손잡이와 연결돼 있는데, 뾰족한 부분을 꼭지, 반대쪽을 바닥컵이라고 불러요.
켄다마를 즐기는 방법은 매우 간단해요. 요요처럼 줄을 당겨서 컵이나 꼭지에 공을 올려놓는 거예요. 컵에 공을 올리는 건 처음엔 어려워도 몇 번 연습하다 보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어요.
문제는 꼭지에 공을 끼우는 거예요. 공의 구멍은 하나고, 이 구멍 역시 크지 않기 때문에 꼭지에 공을 끼우기가 만만치 않아요. 줄을 잡아 당겨 공중에 공을 띄우면 공은 제멋대로 회전해 꼭지가 구멍이 아닌 다른 부분에 맞고 튕겨져 나가기 일쑤거든요.
켄다마 공 끼우는 비결은 각운동량 보존법칙!
켄다마 고수들은 손잡이를 잡고 공을 아래로 늘어뜨린 뒤 공이 멈출 때까지 기다렸다가 재빨리 적당한 높이로 공이 회전하지 않도록 띄우라고 가르칩니다. 공의 구멍은 줄이 연결된 부분의 정반대에 있어, 공을 아래로 늘어뜨리면 구멍은 바닥을 향하거든요. 회전 없이 공을 띄우면 구멍이 계속해서 바닥을 향하게 되니까 꼭지를 똑바로 세우면 공을 끼우기가 쉬워져요.
하지만 도키에다 교수는 고수들과 달리 공을 회전시키라고 이야기해요. 공을 아래로 늘어뜨린 뒤 옆으로 회전시킨 다음 공중에 띄우라는 거지요. 회전을 시작한 공은 다른 외부 자극(힘)이 있지 않는 한 그 방향으로만 회전을 하려고 해서, 바닥을 향하고 있던 구멍이 다른 방향을 향하지 않고 돌기 때문에 꼭지에 공을 끼우기가 쉬워진대요.
그런데 이게 무슨 수학이냐고요? 물리 아니냐고요? 도키에다 교수의 연구 분야는 수리물리학이에요. 물리학에서 다루는 여러 가지 문제를 수학적으로 해석하는 분야지요. 그래서 그런지 도키에다 교수의 장난감 설명은 얼핏 보면 물리학에 가까워 보입니다. 현재 도키에다 교수는 미국 국립과학재단의 지원으로 만드는 유튜브 채널 넘버파일에서 ‘타다시의 토이(장난감)’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한 달에 한 번 꼴로 장난감 속 수학·과학 원리를 동영상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답니다.
각운동량 보존법칙을 거스르는 래틀백 원리는?
혹시 래틀백이라는 장난감을 아나요? 우리나라에선 생소하지만 기원전 500년경 유럽에 살았던 켈트족도 즐겨 갖고 놀았던 유서 깊은 장난감이에요. 래틀백은 특정 방향으로만 잘 도는 독특한 성질이 있어요. 예를 들어 시계 반대 방향으로 장난감을 돌리면 회전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덜컹거리다가 이내 시계 방향으로 회전해요.
래틀백은 앞서 살펴봤던 각운동량 보존법칙을 거스르는 것처럼 보여 수리물리학자의 호기심 대상이었어요. 도키에다 교수도 예외는 아니었어요. 2008년 도키에다 교수와 영국 수학자 키스 모팻은 6개의 미분방정식으로 래틀백의 움직임을 나타냈어요.
래틀백 모양은 타원방정식으로, 회전은 카이랄성과 코리올리 효과를 변수로 방정식을 세웠어요. 그 결과 질량의 불균형과 바닥면의 기울기 차이, 아주 작은 ‘카이랄성’과 ‘코리올리 효과’가 래틀백이 선호하는 회전 방향을 갖도록 만든다고 밝혔어요.
여기서 카이랄성은 회전이 거울대칭인 것을 말해요. 왼쪽 방향으로 돌아가는 나선과 오른쪽 방향으로 돌아가는 나선이 카이랄성을 따르는 대표적인 예랍니다. 코리올리 효과는 지구처럼 회전하고 있는 곳에서 물체가 겪는 관성력이에요. 예를 들어, 북반구에서 직선 운동을 하는 물체는 오른쪽으로 휘어요.
오일러의 디스크로 수리물리 연구!
래틀백처럼 회전하는 장난감 중에서는 물리 법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보이는 게 있어요.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밝히기 위해 수리물리학자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며 연구하곤 하지요. 도키에다 교수의 단골 강연 주제로 등장하는 ‘오일러의 디스크’도 그 중 하나예요.
동전을 세워서 돌리면 멈추기 직전에는 통통 튀면서 돌잖아요. 오일러의 디스크 역시 같은 원리로 도는 장난감으로, 거울 위에 자석으로 된 원반을 올려놓고 돌리면 쓰러지지 않고 100초 이상 돌아요. 새로운 돌림힘 없이 계속해서 도는것이 신기했던 모팻은 오일러의 디스크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방정식을 만들었어요.
방정식에 따르면 디스크의 무게가 무거울수록 디스크가 오래 돌고, 디스크가 거울 바닥에 가까워질수록 도는 속도가 빨라져요. 즉 멈추기 직전에 속도가 가장 빨라요. 에너지를 잃었을 때 속도가 가장 빠르다니 뭔가 이상하지요? 이처럼 물리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지점을 ‘특이점’이라고 불러요. 특이점은 블랙홀 내부를 제외하고는 우주 어느 곳에도 없다고 알려져 있어요. 따라서 현실세계에서 오일러의 디스크는 영원히 돌지 않고 멈추는 거예요.
모팻 교수의 이 연구는 난기류에서도 하늘을 잘 날 수 있는 항공기를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어요. 이처럼 장난감은 수리물리를 연구하는 수학자에게 좋은 연구 대상이랍니다.
수학자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방법을 살펴보니 어땠나요? 집에 있는 장난감이 다시 보이진 않나요? 우리가 미처 몰랐던 수학 원리가 장난감에 숨어 있을지 모르니, 장난감을 꼼꼼히 들여다 보세요.
문을 열고 들어선 이곳에는 뽀로로부터 아톰과 깡통로봇, 배트맨까지 수많은 장난감이 책장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어요. 자세히 보니 장난감 뒤에는 만화책도 즐비하네요. 장난감 박물관이냐고요? 만화 카페냐고요? 이곳은 수학자의 연구실입니다.
Q.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응용수리과학부에서 ‘수치해석★’을 연구하고 있는 수학자 황운재입니다. 제 취미는 장난감과 만화책 모으기에요. 20여 년 전 미국에서 유학할 당시 햄버거 가게에서 햄버거를 먹으면 미니카 4종 중 하나를 주는 이벤트가 있었어요. 하나를 얻고 나니 나머지가 갖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4종 모두를 손에 넣었죠. 이 일이 계기가 돼서 장난감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미국 장난감을 사서 모았는데, 어느 순간 국산 장난감에 눈이 가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국산 장난감과 만화책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답니다.
수치해석★
문제가 너무 복잡해 정확한 답을 구할 수 없을 때 근에 가장 가까운 값을 구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분야.
Q. 국산 장난감을 모으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불과 20~30년밖에 되지 않은 국산 장난감과 만화책도 구하기 매우 어려워요. 우리나라는 주택보다는 아파트에서 많이 살잖아요. 집에 창고도 없고 이사도 자주 다니다보니 오래된 장난감이나 만화책은 이사할 때마다 버리는 경향이 있어요. 만화는 과거에 불량도서로 치부해 많이 불태우기도 했고요. 사실 이 모든 게 우리 고유의 문화유산인데 말이에요. 오래된 장난감 하나만 봐도 그 시대를 엿볼 수 있잖아요. 어떤 색감이 유행했고 어떤 만화 캐릭터가 인기가 있었는지 말이에요. 그래서 저는 우리 고유 문화유산을 지킨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오래된 국산 장난감과 만화책을 수집하고 있어요.
Q. 교수님께서 가장 아끼는 장난감은 무엇인가요?
1995년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아톰이에요. 몸의 비율도 맞지 않고 실제 아톰과는 생긴 것도 달라요. 아마 일본 장난감을 어설프게 따라 만들어서 그럴 거예요. 그런데 똑같이 생긴 수많은 아톰과는 다르잖아요. 개성도 있고 그 당시 우리나라 상황도 알 수 있어 이 장난감이 제 보물 1호랍니다. 저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장난감을 모아요. 하지만 좋아하는 장난감은 이 아톰처럼 지금은 볼 수 없는 개성 있는 장난감이에요. 만화책도 1960~1970년대에 발간된 것을 더 좋아하지요. 지금과는 다른 그림체, 색채를 가지고있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답니다.
Q. 교수님에게 장난감이란?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20년 세월을 함께 했고, 앞으로도 계속 같이할 테니까요. 수학자로서 은퇴하고 나면 국산 장난감과 만화책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도록을 만드는 게 제 꿈이에요.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30~40년 이상 오랫동안 사랑받는 국산 캐릭터가 있으면 좋겠어요. 1950년대 나온 아톰은 지금도 큰 사랑을 받고 있어 장난감 가게에서 쉽게 살 수 있거든요. 하지만 국산 캐릭터인 둘리나 로봇 태권 V를 장난감 가게에서 볼 수는 없잖아요. 꼭 오랫동안 사랑받는 국산 장난감 캐릭터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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