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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선냄비는 곱셈의 마음


이제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사랑을 나누는 구세군의 자선냄비 모금활동이 시작됩니다. 나누는 행위는 숫자가 적을 때보다 많을 때 그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하고 효과도 크답니다. 지금부터 자선냄비에 담긴 재미난 수학 이야기를 함께 찾아보도록 해요.

이 솥을 끓게 합시다

구세군의 자선냄비는 189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으로 시작됐습니다. 추운 겨울 어느 날 배 한 척이 파선당해난민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여기서 경제 불황까지 겹쳐 나라에서는 그들을 도울 만한 돈이 없었답니다. 이 지역 구세군의 사관이었던 조셉 맥피는 갑작스런 재난으로 춥고 배고픈 성탄을 맞이하게 된 난민들에게 따뜻한 한 끼 식사를 대접하고 싶었습니다. 그 때 문득 자신이 영국 리버풀에서 일하던 시절 부둣가에 걸려있던 ‘심슨의 솥’이 떠올랐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솥에 던져 넣은 돈을 모아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일에 썼던 것이지요. 그는 부엌에 있던 큰 쇠솥에 다리를 만들어 거리에 내놓고는 위에다 이렇게 써 붙였다고 합니다. “이 솥을 끓게 합시다.” 얼마 지나지 않아솥에는 100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식사를 제공할 만큼 충분한 돈이 모였습니다. 이 일이 있은 뒤 자선냄비는 점차 미국 전역으로 퍼졌습니다. 이웃을 도우려는 한 명의 따스한 마음이 매년 성탄절이면 들려오는 자선냄비의 종소리가 되어 전 세계에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모두가 어렵게 살던 1968년. 더 배고픈 사람을 생각하는 어린아이의 손길이 아름답다.


우리나라의 자선냄비 숫자와 모금액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자선냄비의 모금활동은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연말에 거리모금을 하는 ‘구세군의 자선냄비’에서부터 1년 365일 인터넷을 통해 할 수 있는 ‘인터넷자선냄비활동’과 정기 후원 모금운동인‘월 2000원의 사랑’이 있습니다. 어린이 심장병 수술과 결식아동을 지원하는 ‘톨게이트 모금활동’이나 은행 매장에 비치된 소형냄비를 통한 모금활동인 ‘미니자선냄비활동’, 그리고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함께 모금하는 ‘맘짱 캠페인’ ‘희망나무 캠페인’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잘 알려진 구세군의 자선냄비 모금 활동은 전국 328개의 교회와 사회복지시설을 포함해 모두 670여 곳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자선냄비의 활동에 따른 모금액은 1928년 첫 해 848원 67전(현재 가치로 약 850만 원)이었으며, 매년 빠른 속도로 늘어가다가 2006년부터 30억 원대에서 머무르고 있습니다.

곱셈법칙이 적용되는 자선냄비

그럼 이제 구세군 자선냄비에 담겨 있는 의미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구세군의 자선냄비에는 덧셈법칙보다는 곱셈법칙이 적용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찾을 수 있습니다. 수학에서 덧셈은 1+1=2, 1+2=3, 2+2=4와 같습니다. 곱셈법칙이 적용되는 자선냄비는 그 수가 적을 때는 1×1=1, 1×2=2, 2×2=4처럼 덧셈보다 작거나 같게 보입니다. 하지만 베푸는 일에 참여하는 숫자가 늘어나면 덧셈으로는 3+3=6이 되는 데 비해, 곱셈은 3×3=9가 되는 것처럼 그 효과와 가치는 훨씬 커지게 됩니다.

자선냄비의 모금활동이 시작된 1928년에는 모금액이 약 849원에 불과해 덧셈법칙이 작용하는 것처럼 보였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금액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해마다 모금활동에 참여하는 사람이 늘면서 모금액의 가치와 의미는 더욱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곱셈법칙이 작용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30억 원이라는 숫자는 단순히 금액의 많고적음을 떠나 나누는 행위를 실천한 사람의 정성과 사랑이 담긴 300억 원 이상의 곱셈 효과와 가치를 지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나누는 활동이 곱셈법칙과 같은 결과를 낳는다는 사실은 미국의 사례에서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 대부분은 어린 시절에 부모가 기부나 자원봉사를 하는 모범을 보였다고 합니다. 미국인이 2007년 한 해에 자선기금으로 기부한 금액은 무려 3000억 달러(약 345조 원)에 달합니다. 이는 국민 1인당 1000달러(약 115만 원)에 해당하는 수치지요. 미국 기부문화의 특징은 개인의 자발적인 기부에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전체 기부액 가운데 개인의 기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75%를 넘습니다. 영국 역시 국민 3명 중 2명이 정기적으로 기부금을 내고 있으며, 기부액도 1인당 24만 원을 넘어선다고 합니다.

최근 아름다운 재단의 자료에 따르면, 2007년 우리나라 성인 중 55%가 기부에 참여했으며 1인당 기부액은 11만 원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직 참여율이나 기부액이 선진국 수준에 못 미치는 수치입니다.

더불어 사는 삶으로 이끄는 나침반
 

자선냄비에 모인 1000원, 1000원은 단지 2000원의 가치를 넘어 수십만 원의 따스함을 전달한다. 어릴 때부터 그 따스함을 배운다면 더불어 사는 삶을 누릴 수 있다.


우리는 자선냄비의 모금활동을 통해 나누는 행위가 얼마나 소중하고 의미있는 일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나눔은 거창한 것이 아닌 ‘생활 속의 작은 실천’이기에 온가족이 둘러 앉아 나눔의 필요성과 방법에 관해 얘기를 나누는 가운데 어디에 기부할 것인지, 금액은 얼마로 할지 등을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직접 구세군 자선냄비나 자동응답서비스(ARS)를 통해 기부금을 내보는 것은 중요한 경험이 됩니다. 시린 손을 호호 불어가며 자선냄비에 꼬깃꼬깃한 성금을 내면서 더불어 사는 삶의 기쁨을 몸소 체험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자선냄비를 통한 나눔 행위는 우리 삶을 아름답고 윤택하게 만드는 더없이 좋은 기회입니다. 왜냐하면 나눔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것이기에 이러한 실천행위야 말로 우리를 ‘아름다운 부자’로 이끄는 나침반과 같습니다.

우리나라 자선냄비의 시작은?

자선냄비는 구세군의 선교와 함께 세계 117개 나라로 퍼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제 강점기였던 1928년 박준섭 구세군 사령관이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12월 15일 서울에 자선냄비를 설치하면서 시작됐다. 현재는 전국 곳곳에서 매년 12월 1일부터 24일 자정까지 모금활동을 펼치고 있다.

다양한 자선냄비

우리나라의 자선냄비는 1965년 원통형의 솥 모양으로 만들어졌다가 2004년부터 아래가 넓고 손잡이가 달린 냄비 모양으로 바뀌었다. 거리에서 만나는 냄비는 지름이 30.5cm지만, 기업에 설치하는 냄비는 24cm, 은행에서 만날 수 있는 미니 냄비는 지름이 14cm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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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수학동아 정보

  • 이기송 연구위원
  • 일러스트

    강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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