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일본의 북동쪽 바다 밑에서 거대한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해일과 원자력발전소의 폭발 사고가 뒤따르며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두려움은 잘 알지 못하는 데서 오는 법. 지진에서 방사선까지 자세히 파헤쳐 보자.
지진에 이은 지진해일의 영향으로 마을 안쪽까지 배가
떠밀려왔다.
이번 지진은 바다 밑에 있는, 길이 약 500km에 폭이 200km나 되는 커다란 단층이 20m 정도 움직이면서 발생했다. 지진이 발생하면 지진파가 생기는데, 이 지진파를 측정해 지진이 일어난 곳을 파악할 수 있다.
지진파가 처음 발생한 한 점을 ‘진원’이라고 하는데, 이번 지진의 진원은 북위 38.322˚, 동경 142.369° 지점이다. 진원에서 수직으로 연결된 지구 표면의 지점은 ‘진앙’이라고 하며, 이번 지진의 진앙은 일본 도쿄에서 북동쪽으로 373km 떨어진 곳, 즉 일본 센다이 해안에서 130km 떨어진 바다 위다. 진원과 진앙 사이의 거리를 ‘진원 깊이’라고 하는데, 이번 지진의 진원 깊이는 24.4km다. 지진학자는 지진파를 분석해 이런 수치를 밝혀낸다.
지진이 나면 여러 종류의 지진파가 발생한다. 이들 사이의 속도를 비교하면 지진이 발생한 위치를 알 수 있다. 용수철이 움츠러들었다 펴졌다 하듯이 앞뒤로 진동하며 움직이는 파동을 P파, 위아래로 출렁이는 파동을 S파라고 한다. 지진파 중 P파는 속도가 빨라 지진계에 먼저 기록된다. 그다음으로 S파가 기록되는데, 둘 사이의 시간 차를 ‘PS시’라 한다.
Tip - 지진 조기경보
P파는 S파보다 전파 속도가 약 1.73배 빠르다. 지진계로 P파를 감지하는 즉시, 곧이어 큰 피해를 끼치는 S파가 온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 지진 조기경보의 원리다. P파와 S파의 시간 차 덕분에 고속철도를 멈추거나 가스공급을 차단해 지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P파와 S파의 속도는 땅속 물질에 따라 정해져 있기 때문에 PS시만 알면 관측소에서 진원까지의 거리를 계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암석을 통과하는 P파와 S파의 속도가 각각 초속 7km, 초속 4km이고, PS시가 60초라면 진원까지의 거리는 560km가 나온다.
관측소 세 군데에서 진원까지의 거리를 파악하면 진앙의 위치를 구할 수 있다. 먼저 각 관측소에서 진원까지의 거리를 반지름으로 하는 원을 그린다. 각 원이 만나는 점을 이은 세 선분의 교점이 바로 진앙의 위치다.
이번 지진의 규모는 발생 당일 8.8로 알려졌다가 이틀 뒤 9.0으로 상향 조정됐다. 불과 0.2의 차이지만 지진의 에너지는 2배가 커진 셈이라는 설명이 덧붙었다. 지진의 규모와 에너지는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
지진의 규모는 지진계가 관측한 자료를 수학적으로 분석해 알 수 있다. 땅속에서 진동이 발생하면 지진계는 그 움직임을 기록한다. 지진계에서 눈여겨볼 수치는 지진파의 진폭이다. 진폭이 클수록 지진의 세기는 커진다. 지진의 세기를 나타내는 ‘리히터 규모’는 가장 큰 진폭에서 계산된 *로그값으로 구한다. 지진파는 관측소에서 진앙까지의 거리가 멀수록 약해지기 때문에 진앙까지의 거리와 진원의 깊이를 고려한 보정값 B가 덧붙는다.
*로그값
x=ay일 때 y=logax로 나타내고, ‘y는 a를 밑으로 하는 x의 로그’라고 정의한다.
1000=103일 때, 3=log101000
100=102일 때, 2=log10100
10=101일 때, 1=log1010
일본 오후나토시는 지진과 지진해일로 인해 폐허가 됐다.
지금까지 살펴본 지진의 규모는 지진의 세기를 지진 에너지의 크기로 나타낸 방법이다. 하지만 실제로 지진을 겪는 사람에게는 규모보다 몸으로 느끼는 정도와 땅 위의 피해 정도가 더 와 닿는다. 그래서 탄생한 척도가 ‘진도’다.
같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진도는 다르기 마련이다. 일본 기상청은 이번 지진에 대해 지진의 규모와 별개로 진도를 발표했다. 진앙지와 가까운 미야기현 일부에는 진도가 7, 후쿠시마현과 이바라키현은 진도가 6+, 그 외의 일본 대부분 지역은 진도가 6- 이하로 나타났다.
진도는 세계적으로 통일되지 않아 서로 다른 기준을 쓴다. 일본은 진도를 10단계로 나눈 ‘일본 기상청 진도 계급(JMA 진도)’으로 나타낸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진도를 12단계로 나눈 ‘수정 메르칼리 진도 계급(MMI 진도)’을 쓰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2000년까지 JMA 진도를 쓰다가 그 뒤로 MMI 진도를 채택했다. 진도는 리히터 규모와 헷갈리지 않기 위해 로마자나 소수점이 없는 정수로 나타낸다.
일부 언론에서 ‘진도 9.0’으로 쓴 것은 진도와 규모를 혼동한 결과다. 3월 11일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은 규모 9.0, 진도는 일본의 많은 지역에서 6- 이상으로 나타났다고 써야 정확하다.
Tip - 지진 규모가 조정된 이유
이번 지진의 규모가 상향 조정된 이유는, 호주의 관측소에서 뒤늦게 기록된 지진파에 큰 에너지가 실려 있다는 분석을 내놨기 때문이다. 지진의 정확한 규모는 여러 지진파의 영향을 종합해 정하기 때문에 규모 조정은 일반적으로 있는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진은 꾸준히 일어나고 있다. 뉴스마다 일본 지진을 크게 다루고 있던 3월 12일과 14일 사이에도 사흘 연속으로 지진이 일어났다. 특히 14일에 발생한 지진은 규모 2.9에 불과하지만 전남 신안군에서 남서쪽으로 불과 31km 떨어진 곳에서 일어났다. 올해 들어 북한 지역을 포함한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 중에서 규모 2.0이 넘는 것으로는 열번째다. 2월 27일에는 제주도 서쪽에서 규모 3.7의 지진이 발생하기도 했다.
일본은 지구 표면을 둘러싼 지각판 중 4개가 만나는 곳에 놓여 큰 지진이 많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유라시아판 안쪽에 위치해 큰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 기상청에서 발표하는 지진발생횟수가 늘어난 것은 실제 지진이 많아졌다기보다 지진관측기술이 좋아진 덕분으로 해석된다.
그렇다고 지진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해마다 평균 40번의 지진이 발생하고, 이 중 규모 3.0이 넘는 지진은 10회 정도다. 2004년 경북 울진군 앞바다에서는 규모 5.2의 지진이 일어난 적이 있다. 조선시대의 기록을 담은 조선왕조실록에도 집이 흔들리고 성벽이 무너진 기록들이 많이 나타난다.
또한 일본의 북서쪽에서 큰 지진이 발생하면, 우리나라 해안에도 지진해일이 몰아닥칠 수 있다. 1983년에는 일본 북서쪽에서 발생한 규모 7.7의 지진 때문에 동해안에 높이 4m의 지진해일이 일어나 1명이 죽고 2명이 실종된 적이 있다.
이번 지진은 일본의 동쪽에서 발생해 우리나라는 안전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일본과 거리가 가까운 만큼 일본에서 일어나는 지진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나라의 진앙 분포도
(1978~2010년)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은 1호기에 이어 3호기(흰 연기)가 수소폭발을 일으켰다.
이번 지진은 방사성 물질의 위험성에 대한 교훈을 남겼다. 지진이 일어나자 진앙지에서 150km 떨어진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 전기가 끊겼다. 비상상태에 전력을 공급하는 장치마저 문제가 생기자, 원자로를 냉각시키는 장치가 제 역할을 못하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 사고로 원자력발전소(원전)에서 누출된 방사성 물질의 공포가 시작됐다. 방사성 물질은 방사선을 낼 수 있는 물질을 뜻한다. 방사선이란 우라늄이나 세슘처럼 원자량이 큰 원소가 붕괴할 때 나오는 입자나 전자기파를 말한다.
방사선이 몸 안에 들어오면 세포나 DNA를 변형시킬 수 있다. 방사선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을 표시하는 단위는 ‘밀리시버트(mSv)’다. 보통 사람은 일상생활 속에서 1년 동안 2.4mSv의 방사선을 쐰다. X선 촬영을 한 번 하면 0.05~0.6mSv,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하면 6.9mSv의 방사선을 받는다. 시간당 150mSv의 방사선량에 노출되면 가벼운 헛구역질을 하는 정도의 증상이 나타난다. 1000mSv의 방사선을 한 번에 받으면 당장 생명에는 영향이 없지만 100명 중 1명은 몇 년 뒤 암에 걸릴 수 있다.
방사선량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즉 거리가 멀수록 그 양이 감소한다. 하지만 방사성 물질은 바람을 타고 날아가서 방사선을 내뿜을 수 있다. 일본에 지진이 발생한 다음 날, 원전에서 20km 이내에 사는 주민을 대피시킨 이유다.
우리나라의 평소 환경방사선량은 시간당 0.05~0.3μSv(마이크로시버트, 1μSv=0.001mSv)이다. 사고가 발생한 지 며칠 만에, 후쿠시마 원전에서 20km 떨어진 곳에서는 시간당 300μSv에 달하는 방사선량이 관측됐다. 당장 몸에 영향을 주는 수준은 아니지만 원전에서 가까운 만큼 꾸준히 노출될 수 있는 것이 문제다. 우리나라는 시간당 100μSv가 넘는 방사선량이 관측되면 대피 경보 방송을 실시한다.
Tip - 일본 원전 최악의 시나리오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냉각수가 사라지고 뜨거운 핵연료봉의 온도를 낮추지 못하면 핵분열 반응에 쓰이는 핵연료가 녹게 된다. 이 상태에서 원자로 내부의 압력이 높아져 폭발이 일어나면 방사성 물질이 대량으로 누출될 수 있다. 핵연료에 남아 있는 열은 한 달 넘게 지속되기 때문에 끝까지 폭발에 대한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원자력발전소 근무자는 방사선을 막아주는 납 조끼와 보호대를 착용하고
윗옷과 바지가 하나로 된 특수 방호복을 입는다. 납 코팅된 고글과 산소마스크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