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중앙 화려한 의자에 앉은 광대 ‘플뢰르’가 선왕의 죽음으로 울고 있어요.
그 주위로 귀족들이 모여들어 대화를 합니다. 이어 흰 원피스를 입은 가수가 슬퍼하는 이들을 위로하는 희망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해요. 무슨 상황이냐고요?
이곳은 시선을 사로잡는 묘기로 가득한 세계 최고의 서커스 그룹 ‘태양의 서커스’의 뉴 알레그리아 공연장입니다.
태양의 서커스 팀이 우리나라에서 선보이는 ‘뉴 알레그리아’는 한때 가장 찬란했던 제국의 이야기예요. 왕을 잃은 후에도 권력을 유지하려는 귀족과 새로운 시대를 열려는 ‘브롱크스’가 벌이는 권력 투쟁극을 서커스와 함께 노래, 춤으로 표현해요. 1994년 처음 선보였던 작품 ‘알레그리아’의 탄생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2019년에 더 재밌고 화려하게 만든 작품이지요. 알레그리아는 스페인어로 기쁨, 환희, 희망을 뜻해요.
태양의 서커스는 길거리에서 입으로 불을 뿜는 묘기를 선보이던 캐나다 곡예사 기 랄리베르테가 1984년 동료 곡예사를 모아 만든 서커스 극단입니다. 태양의 서커스 공연은 공중 그네타기, 접시 돌리기, 외줄 타기 등 시선을 사로잡는 묘기로 가득해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떠나지 않는데요. 기존의 서커스와 달리 동물을 출연시키지 않고, 고품격 음악과 탄탄한 이야기로 큰 성공을 거뒀지요. 작품성을 인정받아 상도 많이 받았어요. 미국의 연극상인 드라마 데스크상 3번, 미국 4대 연예 상 중 하나인 프라임타임 에미상 7번 등 수많은 수상과 영광을 안았어요.
이렇게 완성도 높은 공연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서커스 단원들 덕분이기도 해요. 이들 중 대부분은 대대로 태양의 서커스에서 곡예사를 한 가족들로부터 노하우를 물려받았어요. 5대째 곡예사를 하는 단원도 있다고 해요. 또 트램펄린과 텀블링 세계선수권대회 수상자까지 있을 정도로 체조나 무용의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어요.
저글링 잘 하는 비법은?
눈을 뗄 수 없는 아슬아슬한 묘기 속에서도 시선을 가장 강하게 끄는 건 귀족 세력에 맞서 새로운 권력을 잡으려는 브롱크스가 양쪽의 불을 단 긴 막대기 2개를 돌리다가 휙 던지고 다시 받는 저글링 공연이에요.
불 막대기를 던지고 받을 때 혹여나 불에 손을 데지 않을까, 막대를 바닥에 떨어뜨려 공연장이 불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침을 꼴깍 삼키게 되는데요. 활활 불타는 막대를 완벽하게 돌리는 모습을 보면 신기하기 그지없어요.
그런데 수학을 이용하면 물체 여러 개를 던지고 받으며 균형을 잡는 저글링을 잘 할 수 있어요. 경우의 수를 연구하는 조합론 수학자가 관심 있게 연구한 내용이거든요. 최근 저글링 관련 연구는 저글링을 잘하는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1980년대 나온 논문은 직접적인 도움이 돼요.
설명하기 쉽게 곡예사가 불을 붙인 막대가 아닌 공 3개로 저글링을 한다고 가정할게요. 곡예사는 첫 번째 공을 5초간 떠 있게 높이 던져요. 첫 번째 공이 공중에 있는 상태에서 재빨리 두 번째 공을 1초간 떠 있게 던지고 받고, 세 번째 공도 1초간 던졌다 받은 뒤 첫 번째 공을 받아요. 그리고 이 과정을 반복해요. 이를 ‘51법칙’이라고 부르는데 저글러들이 가장 많이 하는 방법이에요.
이처럼 수학자는 공이 떠 있는 시간을 수의 나열인 ‘수열’로 나타냈어요. 51법칙 외에도 공 3개를 3초씩 던지는 333법칙, 4413법칙, 21법칙 등이 있지요. 여러분도 직접 공을 던지고 받으며 저글링에 시도해 보세요.
물체 3개를 돌리는 것에 성공했다면 4개, 5개, 6개에도 도전해 보세요. 가장 많은 공으로 저글링을 하는 기네스북 기록은 2013년에 영국의 저글러 알렉스 바론이 세웠는데, 그는 공 13개로 13세트 연속 저글링을 했어요. 정말 대단하죠?
인간 탑이 가능한 이유는?
공연 중반부에 이르면 음악이 고조되면서 인간 탑이 쌓아져요. 십자로 교차된 긴 나무 봉을 네 사람이 쥐고, 봉 위에 두 사람이 2층으로 된 인간 탑을 쌓아요. 그 꼭대기에 곡예사가 올라가 무려 한 손으로 물구나무를 서지요. 그 모습이 아주 심장을 벌렁벌렁하게 할 만큼 위험천만해 보이는데요. 도대체 이 3층 인간 탑은 어떻게 해서 무너지지 않고 잘 버티는 걸까요?
바로 ‘무게 중심’을 기준으로, 평형상태에 도달했기 때문이에요. 무게 중심은 물체를 이루는 입자들의 전체 무게가 한 곳에 작용하는 것처럼 보이는 지점이에요. 예를 들어 펜을 가로로 눕힌 후 가운데 즈음을 검지 손가락 위에 올려놓을 때 펜이 흔들리거나 떨어지지도 않고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지점을 ‘무게 중심’이라고 해요.
공연 사진을 바탕으로 무게 중심을 찾아봐요. 가장 꼭대기에 있는 단원의 손바닥에서부터 인간 탑의 가장 아래에 있는 사람까지 쭉 선을 그리면 그 선의 어딘가에 무게 중심이 있습니다. 선분의 가운데 지점에서 조금 아래에 있을 거예요. 무게 중심이 지면에 가까이 있을수록 쉽게 쓰러지지 않고 안정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거든요.
무게 중심에서 평형상태를 만들기 위해선 모든 힘을 다 더한 값과 물체를 회전시키는 힘인 ‘돌림힘’이 0인 지점을 찾아야 합니다. 손가락 위에 있는 펜이 무게 중심보다 왼쪽에 있다면 오른쪽으로 샤프가 돌다가 떨어질 거예요. 따라서 돌림힘까지 모두 평형일 때를 찾아야 하지요.
아마 단원들은 경험에 의해 무게 중심이 한쪽으로 쏠리면 돌림힘이 생겨서 회전하게 되는 것을 알고, 회전하지 않는 지점을 찾았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