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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파는 자동판매기
 

요즘 어딜 가나 자동판매기(이하 자판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학교나 지하철역, 백화점같이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마다 설치돼 있기 때문이죠. 자판기란 현금, 카드 등을 넣으면 원하는 상품이 자동으로 나오는 기계를 말합니다. 음료수에서 승차권, 책 등 살수 있는 종류도 무척 다양하죠. 간편하게 편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자판기는 현대생활에 꼭 필요한 장치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판기는 투입과 산출이라는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경제 원리에 의해 작동되고 있답니다. 그럼, 지금부터 자판기 속에 숨겨진 수학 이야기를 찾아 떠나 볼까요?


경제활동이란 욕망을 선택하는 것

서울시는 경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하철 승차권 발매에 드는 노동력을 줄이고 무인발매기를 설치했다.


생활 속에서 물건과 서비스를 생산, 교환, 분배, 사용하는 것을 경제활동이라고 합니다. 경제활동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욕망 때문입니다. 사고 싶고, 하고 싶은 욕망은 끝이 없는데 쓸 수 있는 자원은 상대적으로 부족합니다. 그래서 선택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소비 부문에서는 먼저 소비하기 위해 어떻게 소득을 얻을 것인가가 문제입니다. 일을 해서 직접 소득을 얻을 수도 있고, 가진 돈을 저금하거나 투자해서 소득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일을 어디에서 하고, 돈을 어디에 투자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둘째, 일정한 소득으로 물건이나 서비스를 소비할 때 언제, 어떻게, 얼마나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합니다.결정을 제대로 내려야만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한의 욕망을 이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생산 부문의 문제는 소비 부문보다 복잡합니다. 첫째, 무엇을 얼마나 생산하느냐는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필요 없거나 넘치는 것은 생산하지 않아야 하며, 필요한 것도 적당하게 생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어떻게 생산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어떤 기술을 써서 생산할 것인지, 생산에 필요한 요소를 얼마나 투입할 것인가의 문제도 포함됩니다. 셋째, 누구를 위해 생산할 것이냐도 중요합니다. 필요로 하는 사람을 위해 필요한 것을 생산해야 하기 때문이죠. 넷째, 언제 생산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적당한 시기에 생산하는 것도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결정해야 하는 과제 중 하나입니다.

최초의 자판기

세계 최초의 자판기는 기원전 215년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신전에 등장한 성수(聖水)자판기다. 그리스의 수학자 헤론이 동전을 넣으면 물이 나오는 장치를 개발한 것이다. 19세기 말 영국의 리차드 칼라일 교수는 근대 최초의 책 자판기를 선보였다.

자판기는 함수다
 

①현금을 넣고 원하는 물건의 단추를 선택하는 자판기 ②1888년 풍선껌 자판기가 개발된 뒤 껌시장은 크게 성장했다 ③우표 자판기는 19세기에 등장한 대표적인 자판기다.

 
이처럼 원료나 노동력과 같은 생산 요소를 투입해 산출물을 생산, 배분, 사용하는 경제활동의 흐름을 ‘투입산출구조’라고 합니다. 여기서는 무엇보다 생산요소를 산출물로 바꾸는 변환기능을 바로 이해해야 합니다. 이 것은 수학의 함수와 비슷합니다. 함수란 한 집합의 원소와 다른 집합의 원소가 서로 대응하는 관계를 뜻합니다. 이러한 투입과 산출의 변환과정을 잘 설명해 주는 것이 바로 자판기입니다. 자판기는 특정 단추를 누르면 특정 물건이 나오는 구조로 설계돼 있기 때문에 자판기 자체가 곧 함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판기에 돈을 넣었을 때 생기는 산출물은 다음의 세 가지 중 하나에 해당합니다. 자판기에 투입한 것과 똑같은 양과 질의 산출물이거나, 투입한 것보다 많은 양과 질의 산출물 또는 투입한 양보다 적거나 잘못된 산출물이 나오는 경우입니다. 이들 각각의 경우에 대해 함수 개념을 도입해 설명하겠습니다.

우선 투입한 것과 똑같은 양과 질의 산출물이 나온다면, 이 산출물은 함수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즉 단추를 x, 산출물을 y라 하면 f(x)=y 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하나의 단추에 하나의 물건이 대응하도록 꾸며져 있는 자판기의 구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투입한 것보다 많은 양과 질의 산출물이 나오는 경우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자판기의 단추 하나를 눌렀는데 물건이 두 개가 나온다면 소비자에게는 득이겠지요. 실제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자판기가 고장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함수를 다루는 수학 세계에서는 단추 하나가 둘 이상의 것에 대응하는 일은 발생할 수 없습니다. 함수 관계에서는 x값 하나가 y값 하나에만 대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a, b의 두 단추가 모두 A라는 산출물에 대응하는 경우라면 함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음료수 자판기에서 똑같은 콜라가 나오는 단추가 둘 이상 있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이를 수학적으로 표시하면 f(a)=A이고 f(b)=A와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투입한 양보다 적거나 잘못된 산출물이 나오는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자판기의 단추를 잘못 눌러서 마음에도 없는 물건이 나오는 상황이 벌어졌다면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다음의 두 가지 중 하나입니다.
 


환불이 가능한 자판기는 일대일대응

영화관의 티켓 자판기에서 발매한 영화티켓은 매표소에서 바로 환불이 가능하다.8000원을 내고 발매한 영화티켓을 환불하면 8000원을 돌려 주는 식이다. 환불이 가능한 자판기처럼 역함수를 갖는 것을 수학에서는 ‘일대일대응’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1차 함수 y=ax+b(a≠0)는 역함수가 성립하므로 일대일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바람직한 자판기란?

자판기에 돈을 넣었을 때 나오는 세 가지 산출물 중에서 가장 바람직한 경우는 무엇일까요?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자판기에 넣은 돈보다 많은 양의 물건이 나오는 경우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판기 주인의 입장에 서면 투입한 양보다 적게 나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이처럼 입장에 따라 바람직한 수준이 달라진다면 경제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제시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물건을 사려는 소비자와 물건을 팔려는 자판기 주인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이상적인 선택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기준은 경제적인 합리성에 따라 경제원칙을 지키는 것이겠죠. 결국 해결책은 소비자가 넣은 금액에 해당하는 만큼 원하는 물건이 나오는 것입니다.

이기송 박사는 1991년 KB국민은행연구소에 입사한 뒤 현재 금융교육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MBC ‘뽀뽀뽀 아이조아’에 출연해 금융 정보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했다. 저서로는 ‘어린이를 위한 맛있는 금융이야기’ ‘맞아맞아박사님과 놀며 배우는 뽀뽀뽀 꼬마경제놀이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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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수학동아 정보

  • 이기송 연구위원
  • 일러스트

    강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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