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로봇 등 세상을 움직이는 첨단 기술 뒤에는 늘 수학이 있어요. 그런데 정작 수학을 왜 배우는지 궁금해하는 친구들도 많죠. 세계에서 가장 수학을 잘하는 10대 학생들은 어떤 마음으로 수학을 대할까요?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 한국대표단을 오랫동안 이끌어 온 송용진 인하대 명예교수에게 물어봤어요.

Q.IMO에 나가는 학생들은 모두 수학 재능을 타고난 천재들인가요?
타고난 재능은 분명 필요해요. 하지만 상위 몇백 명 안에 들어갈 정도만 되면 이후에는 재능보다 성실한 학습 태도와 끈기가 더 중요해요. 결국 열심히 하는 사람이 좋은 결과를 내더라고요.
‘영재’와 ‘수재’는 다른 말이에요. 머리가 뛰어난 아이는 영재예요. 영재 중에서도 성실하게 노력해서 실제로 좋은 성적을 낸 아이는 수재나 인재라고 할 수 있어요.
저는 “수학은 사고의 훈련”이라는 표현을 자주 써요. 다른 과목은 지식을 배우는 것만으로 충분한 경우가 많아요. 수학은 배운 개념을 활용해서 새로운 문제를 푸는 과목이에요. 새로운 개념을 익히고 응용하는 능력은 나중에 대학에서 다른 분야를 공부할 때도 필요해요. 회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을 때도 마찬가지고요.
Q.수학을 잘하는 학생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수학은 한 문제를 붙잡고 몇 시간씩 앉아 있어야 풀리는 과목이에요. 암기 과목처럼 짧게 여러 번 반복해서는 실력이 잘 늘지 않죠.
수학을 잘하는 학생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오래 앉아서 한 문제를 끝까지 파고드는 습관을 갖고 있어요. 이런 습관은 다른 과목을 공부할 때도 똑같이 도움이 돼요.
머리가 좋은 것보다 중요한 건 학습 습관이에요. 한 가지를 진득하게 붙잡고 늘어지는 학습 습관을 지닌 학생이 어떤 것이든 끝까지 잘하더라고요.
겸손함도 중요해요.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겸손한 마음이 없으면 실패했을 때 다시 일어나는 힘을 키우기가 어려워요. 실패에 대한 핑계를 대거나 남을 미워하면서 정작 회복은 더뎌지죠. 학업 성취에 필요한 끈기, 참을성, 회복탄력성 등도 결국 겸손이라는 마음가짐에서 오는 거예요.
Q.뒤늦게 수학에 흥미를 느끼더라도 IMO 국가대표가 될 수 있나요?
그럼요. 실제로 여러 명 있었어요. IMO에는 아주 어릴 때부터 수학을 좋아한 학생들만 출전할 거라는 오해가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아요.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처음 수학에 관심을 두고 올림피아드 시험을 봤는데 국가대표가 된 학생도 있었죠. 시작하는 시기 자체는 중요하지 않아요.
성실함이 중요해요. 타고난 재능이 뛰어나고 어릴 때부터 관심이 있었어도 노력하지 않으면 국가대표가 되기 어려워요. 반대로 늦게 시작했어도 노력을 더하면 얼마든지 따라잡을 수 있어요.
Q.IMO에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요?
2016년 IMO에서 한 학생이 답안에 단순한 표기 실수를 했었어요. 개최국 코디네이터는 1점을 감점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저와 한국대표단 지도자들은 감점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죠.
그 1점 때문에 각국 단장 100여 명이 모인 회의에서 투표까지 하게 됐어요. 저는 풀이 과정을 보면 단순 실수라는 걸 알 수 있다고 차근차근 설명했고 큰 표 차이로 ‘감점하지 말자’는 결론이 나왔어요. IMO 역사상 투표에서 한 국가 단장이 코디네이션 팀을 이긴 유일한 경우예요.
투표 결과가 나온 뒤 각국 단장들에게 “사실 이 학생은 이 1점으로 만점을 받게 됐다”고 말했어요. 그 말을 미리 하면 ‘만점을 받아야 하니 감점하지 말자’는 것처럼 들릴까 봐 뒤늦게 말했죠.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이 무척 감동했던 기억이 나요.
Q.포기하고 싶을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재미를 느끼려면 어려움 자체를 즐길 줄 알아야 해요. 사람은 어려운 걸 해냈을 때 오는 성취감을 좋아하는 본능이 있다고 믿어요.
다만 남들과 비교하며 지나치게 경쟁하지는 않으면 좋겠어요. 잘하는 친구를 보며 배우려는 마음이 드는 게 좋은 경쟁심이에요. 반대로 핑계를 대거나 상대를 미워하는 건 나쁜 경쟁심이에요.
사고력과 학업의 힘을 기르는 데 수학만큼 도움이 되는 과목이 없어요. 어려운 수학 문제는 보통 한 문제를 풀기까지 몇 달, 길게는 몇 년이 걸리기도 해요. 저 역시 어떤 문제는 10년 넘게 붙잡고 있었어요. 도저히 진전이 없는 것 같은 순간이 오더라도 결국 노력한 만큼은 반드시 나아간다는 걸 믿어 보세요.

막판에 고른 수학, 40년 난제를 풀다
“사실 대학에 들어갈 때만 해도 수학자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송 교수는 인하대 수학과에서 32년 동안 학생을 가르쳤어요. 처음부터 수학을 연구하려던 건 아니었어요. 대학에 입학할 때만 해도 확실한 전공이 없었는데 2학년이 되면서 정해야 했죠.
“대학 수학은 고등학교 수학보다 훨씬 심오해 보였고 물리, 화학 실험을 해 보니 영 소질이 없다는 걸 알았어요.”
송 교수는 막판까지 고민하다가 수학과를 고른 게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결정”이었다고 말했어요. 수학자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오랫동안 풀리지 않았던 난제 ‘해러 추측’을 해결한 순간을 꼽았어요.
해러 추측은 1980년대 초 미국 수학자 존 해러가 제기한 문제예요. 도넛처럼 구멍이 있는 곡면에는 어떤 수학적 특징이 있는지를 알아내는 문제죠. 해러 추측은 복잡한 3차원 공간을 분류하고 이해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어요. 송 교수는 40년 가까이 풀리지 않았던 해러 추측을 해결하기 위해 ‘타일 카테고리(Tile category)’라는 새로운 수학적 도구를 만들었어요. 바닥에 타일을 깔듯 여러 조각을 정해진 규칙에 따라 이어 붙이는 체계예요. 송 교수는 조각을 붙이는 규칙을 아주 정교하게 만들고 이렇게 만든 타일 카테고리가 새로운 공간을 만든다는 사실을 밝혀 해러의 추측이 맞다는 것을 증명했어요.
“수학을 통해 정말 많은 제자를 만났죠. 그게 제 인생의 가장 큰 재산이에요.”
송 교수는 큰 업적을 세운 수학자이지만 업적보다 더 큰 보람은 학생들을 만날 때 느꼈다고 밝혔어요. 송 교수는 1995년 IMO에 대한민국 학생들을 인솔하는 부단장으로 처음 참가했어요. 1999년부터는 올림피아드 담당 이사를 맡았고 이듬해 한국에서 IMO가 열리면서 본격적으로 바빠졌죠. 30년 넘게 한국대표단과 함께한 송 교수는 올해로 벌써 29번째 대회에 참가했어요.
송 교수는 “IMO는 전 세계에서 수학적 재능이 가장 뛰어난 10대 학생들이 모여 실력을 겨루는 대회”라며 “달리기를 잘하는 사람끼리 모여 누가 가장 빠른지 겨루는 것과 같은, 최고의 인간 능력을 겨루는 문화 행사라고 생각한다”고 전했어요.

[함께 풀어봐요!]
IMO 유형 문제 철수와 영희가 번갈아 가면서 카드 한 장씩을 제거하는 게임을 해요.카드는 8개가 일렬로 놓여 있어요. 반드시 옆에 있는 카드가 있는 카드만 제거할 수 있어요.
자기 차례에 제거할 카드가 없으면 게임에서 져요.
철수가 먼저 시작할 때, 철수와 영희 중 누구에게 필승 전략이 존재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