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
어젯밤에 정말 무서운 꿈을 꾸었어. 밤새 귀신이나 괴물에게 쫓겨 다녔냐 하면 그건 아니야. 나를 벌벌 떨게 한 건 바로 무엇 하나가 없는 세상이었단다. 고작 그것 하나만 없을 뿐인데도 가족이나 친구들이 마치 귀신처럼 보이더라니까.
그게 뭐냐고? 내가 힌트를 줄게. 웃어도 웃는 게 아니고, 울어도 우는 게 아닌 그런 얼굴로 가득한 세상. 사라진 건 바로 표정이었어. 표정 하나 없을 뿐인데 사람들이 그렇게 무서워 보일 줄이야. 도대체 표정이 뭐기에 이런 거야? 누가 속 시원히 좀 알려 줘~!
표정으로 말해요
짜잔~! 표정에 대해 알고 싶다면 내가 설명해 주지. 내가 누구냐고? 난 예명이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기 위해 ‘어린이과학동아’가 파견한 특별 기자 ‘스마일’이야. 굳이 내 소개를 안 해도 얼굴을 보면 바로 알 수 있을 거야. 왜냐하면 난 언제나 웃는 표정을 하고 있거든.
나처럼 활짝 웃는 얼굴을 보면 내 기분이 아주 좋다는 걸 금세 알 수 있지? 이게 바로 표정의 힘이란다. 다른 사람의 표정을 보면 말을 하지 않아도 그 사람이 즐거운지, 우울한지, 화가 나 있는지 알 수 있어. 만약 표정이 없다면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을 거야. 예명이가 꿈에서 본 그 세상이 무서웠던 이유지.
억지로 감추지 않는 한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곧바로 얼굴에 표정으로 드러나게 되어 있어. 언어가 없었던 선사 시대에 얼굴에 드러나는 표정은 친근감이나 위협, 복종 등의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해서 생존가능성을 높여 주었지. 이처럼 표정은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발달했단다. 심리학자들은 사람이 느끼는 기본 감정을 크게 6~10가지로 나누고 있어. 분노, 슬픔, 공포, 놀람, 경멸, 행복 등이지. 이런 기본 감정의 세기와 조합에 의해 여러 가지 감정이 나타나는 거야. 또한 사람의 얼굴에는 40여 개의 근육이 있어서 미묘한 감정을 표정으로 만들 수 있단다. 그래서 어떤 동물보다 다양하고 복잡한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거야.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0911/C200911N002_img_99.jpg)
피부 아래 감춰진 표정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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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얼굴 피부 아래에는 표정근이라고 하는 근육이 있어. 이 근육은 수축하거나 늘어나면서 피부를 움직이거나 주름을 잡아 표정을 만드는 역할을 해. 단 몇 개의 표정근을 가지고도 수천 가지의 표정을 지을 수 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지?
표정은 만국공통어?
그런데 궁금한 게 있어. 사람마다 표정이 제각각인 것 같아도 난생 처음 보는 사람의 표정을 읽는 건 어렵지 않거든. 왜 그런 거지?
참 좋은 지적이야! 예명이 말대로 처음 보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 사람의 표정을 보면 기분이 어떤지 알 수 있지. 그러면 표정은 누구나 똑같은 걸까?
진화론을 주장한 찰스 다윈은 사람의 표정은 나라나 인종에 상관없이 모두 똑같다고 주장했어. 진화를 하면서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인 표정
이 만들어졌다는 것이지. 하지만 다윈의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어. 아기가 자라면서 부모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표정이 어떤 감정을 나타내는지 배운다는 거야. 이 후 둘 중 어떤 이론이 맞는지 알아 내기 위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어. 그 결과 지금은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인 기본표정이 있다는 이론이 인정받고 있단다.
표정은 타고나는 거야
표정이 타고나는 게 아니라 배우는 거라면 태어날 때부터 앞을 보지 못하는 맹인의 표정은 어떨까? 연구 결과 다른 사람의 표정을 한 번도 보지 못한 맹인도 기쁘거나 슬프거나 화가 날 때 짓는 표정은 시력이 정상인 사람과 비슷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같은 가족끼리는 표정이 더욱 비슷했다. 따라서 표정을 만드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가 있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원시인도 현대인도 똑같아
1967년 미국의 심리학자인 폴 에크만은 파푸아뉴기니에 사는 포레족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포레족은 영화나 TV는 물론 사진도 없었기 때문에 백인들의 표정을 본 적이 거의 없는 사람들이었다. 에크만은 포레족에게 백인의 얼굴이 찍힌 사진을 보여 주며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물어 보았다. 그 결과 포레족의 대답은 미국인이 한 대답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포레족은 처음 보는 백인의 표정을 읽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학습이나 문화에 의한 차이가 전혀 없다는 건 아니야. 개인의 성격이나 환경에 따라 표정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도 사실이란다. 예를 들어, 감정을 확실하게 표현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가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감정을 표정으로 더 잘 표현한다고 해.
문화에 따른 차이도 있는데, 우리나라나 일본 같은 동양 나라에서는 얼굴에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도록 배우기 때문에 표정이 약한 편이야. 반대로 서양인들은 감정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에 표정도 뚜렷해. 우리가 보기에 서양인들의 표정이 과장돼 보이는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야
Quiz
동물의 표정은 사람과 비슷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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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보다는 훨씬 단순하지만 동물도 표정을 짓는다. 특히 침팬지와 같은 영장류는 다른 포유류보다 훨씬 다양한 표정을 짓는다. 침팬지의 표정은 사람과 비슷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그러면 위 그림을 보고 침팬지의 기분이 어떤지 알아맞혀 보자. 정답은 40쪽에~.
이런 표정, 눈에 확 들어와요!
아기에게 무서운 표정을 보이면 아기가 울고,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보이면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있지? 표정 짓는 법을 태어나면서부터 아는 것처럼 기본적인 표정을 읽는 능력도 타고 나는 거야. 표정을 읽는 능력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좋아져. 10살 정도가 되면 어른과 비슷하게 미묘한 표정까지도 읽을 수 있단다.
표정을 읽지 못하면 다른 사람의 기분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살아가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흔히 주위에서 눈치가 없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 사람이 있다면 한 번 유심히 살펴보렴. 다른 사람의 표정을 읽는 데 능숙하지 못한 사람일 수 있거든.
그러면 표정은 어떻게 읽을까? 표정은 눈썹, 눈, 코, 입과 같은 얼굴의 주요 부분이 움직이면서 만들어져. 그 중에서 우리가 다른 사람의 표정을 볼 때 가장 주목하는 곳은 눈이야. 그 다음으로 많이 보는 곳이 입이지. 눈과 입의 변화만 보면 어느 정도 표정을 알 수 있어. 눈꼬리와 입꼬리 사이가 멀어지면 불쾌하다는 뜻이야. 반대로 짧아지면 기분이 좋다는 뜻이지. 그리고 눈과 입의 크기가 커지면 들떠 있는 상태이고, 줄어들면 나른한 상태지.
물론 모든 표정이 이렇게 단순하게 읽히는 건 아니야. 우리가 다른 사람의 표정을 읽는 과정에는 여러 가지 재미있는 비밀이 숨어 있단다.
말을 못하면 눈치가 더 빠르다
뇌가 손상되어 말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실어증 환자는 보통 사람보다 표정을 더 잘 읽는다. 실어증 환자와 보통 사람을 대상으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을 골라 내는 실험을 한 결과, 보통 사람은 약 50%, 실어증 환자는 약 70%의 정확도로 거짓말을 골라 냈다. 뇌가 손상된 부위의 기능을 스스로 보완하는 과정에서 표정을 읽
는 능력이 좋아진 것이다.
화난 표정이 눈에 띄네~
여러 가지 표정의 사진을 섞어 놓고 보여 주었을 때 화난 표정이 가장 눈에 빨리 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화가 난 사람은 위협적인 존재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화난 표정을 빨리 알아보도록 진화한 결과다. 특히 여성보다는 남성의 화난 표정이 눈에 더 잘 띄었다. 이것은 여성보다는 남성이 육체적으로 더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오른쪽 얼굴에 더 신경 쓰세요~
사람의 뇌는 좌뇌와 우뇌로 나뉘어 있다. 사람의 얼굴을 볼 때 보통 시야의 왼쪽 정보는 우뇌가, 오른쪽 정보는 좌뇌가 처리한다. 그런데 표정은 우뇌에서 더 잘 인식한다. 따라서 누군가의 얼굴을 볼 때 우리는 그 사람의 오른쪽(우리가 볼 때는 왼쪽) 얼굴에 더 주목하게 된다. 웃는 얼굴과 무표정한 얼굴을 반씩 잘라 붙인 사진을 만들었을 때, 우리는 그 사람의 오른쪽 얼굴에서 받은 인상으로 전체 인상을 판단하기 쉽다.
Quiz
나는 표정을 얼마나 잘 읽을까?
우리는 표정을 얼마나 잘 읽을까? 여기 분노, 슬픔, 공포, 놀람, 경멸, 행복의 6가지 기본 감정에 해당하는 표정 사진이 있다. 각각의 사진이 어떤 감정에 해당하는지 맞혀 보자. 정답은 40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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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은 거짓말을 못해요
우와~, 표정에 이렇게 많은 비밀이 숨어 있을 줄이야! 후훗. 이런 내용을 알고 나니 앞으로 다른 사람에게 나의 좋은 표정만 보여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워워워~. 거기서 잠깐! 아쉽지만 그럴 수는 없어. 가짜 표정을 지어 내는 건 생각보다 어렵거든. 거짓으로 어떤 감정에 대한 표정을 지어 보여도 대부분은 진짜 마음에서 우러나 짓는 표정과는 다르단 말이야. 가짜 표정을 지을 때는 보통 얼굴의 좌우 움직임이 완전히 똑같지 않거든. 얼굴의 위쪽보다는 아래쪽을 더 많이 움직이는 특징도 있어. 또한 가짜 표정은 표정을 지었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진짜 표정보다 길어.
그러면 사람들이 평소에 많이 짓는 가짜 웃음에 대해 알아볼까? 가짜 웃음과 진짜 웃음의 차이는 이미 100여 년 전에 연구가 이루어졌어. 프랑스의 신경학자인 뒤셴 드 브로뉴는 가짜로 웃을 때는 눈 주위의 근육인 눈둘레근이 움직이지 않고, 진짜 기분이 좋아서 웃을 때는 눈둘레근이 움직인다고 주장했지.
한편, 표정을 보면 거짓말도 알 수 있어. 거짓말을 할 때는 뭔가를 꾸며 내야 하기 때문에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거든. 그러면 감정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어서 자기도 모르게 표정이 평소와 달라지는 거야.
거짓말, 안 통해!
보통 거짓말을 할 때는 죄책감 때문에 평소와 다른 표정이 나타난다. 그 변화를 알아 낼 수 있다면 참말인지 거짓말인지 판단할 수 있다. 거짓말을 할 때는 얼굴에 어떤 표정이 나타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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❶ 시선이 불안정하거나 좌우 위를 향한다.
거짓말을 할 때는 마음이 불안한 상태기 때문에 눈동자가 이리저리 움직이기 쉽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뭔가를 꾸며 내고 있을 때 시선은 오른쪽이나 왼쪽 위로 향할 때가 많다.
❷ 한쪽 입가만 움직이거나 한쪽 눈꼬리만 올라간다.
거짓말을 하면서 가짜 표정을 만들어 낼 때는 가짜 표정의 특징이 나타난다. 즉, 좌우가 똑같이 움직이지 않고 어느 한쪽만 두드러지게 움직이는 것이다.
❸ 얼굴이 붉어진다.
거짓말을 들키지 않으려는 불안감 때문에 평소보다 맥박이 빨라지고, 피가 몰리기 때문에 얼굴이 붉어진다.
이렇게 거짓말을 할 때의 표정 변화를 눈여겨보면 거짓말을 알아 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표정 변화는 아주 작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닌 사람은 눈치채기 어렵다. 그러니 함부로 친구를 거짓말쟁이로 몰지는 말 것! 또한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은 죄책감도 없기 때문에 이런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단순히 표정만으로 거짓말을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표정으로 테러범을 잡는다
표정을 잘 읽으면 범죄를 저지르려는 사람을 미리 찾아 낼 수 있다. 테러와 같은 큰 범죄를 저지르기 직전에는 표정이 자기도 모르게 변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폴 에크만은 미리 계획한 테러를 실행할 때 테러범은 입꼬리 한 쪽이 올라가거나 입을 굳게 다문 채 뚫어지게 목표물을 겨냥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즉석에서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지를 때는 눈을 치켜뜨면서 입을 벌린다는 것이다.
표정이 기분을 만들어요
음~. 표정을 감추는 건 어렵구나. 표정의 위력이 그렇게 센 줄 몰랐어.
하하. 표정이 얼마나 강력한데~. 내가 다른 사례를 들어 주지. 흔히 웃으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하잖아. 그런데 그 말에도 근거가 있단다. 프랑스의 심리학자 로버트 자종크는 어떤 표정을 짓느냐에 따라 감정이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했어. 이것을 ‘안면 피드백 가설’이라고 해. 억지로 어떤 표정을 지으면 그 표정에 맞는 감정이 생긴다는 이론이야. 즐겁지 않아도 웃는 표정을 하고 있다 보면 전보다는 조금 더 즐거워진다는 거지. 학자들은 표정 근육이 움직이면 신경을 통해 뇌에 어떤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런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어.
이 이론과 비슷한 이야기를 가장 처음 한 사람은 찰스 다윈이었어. 다윈은 신체의 변화가 감정에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했지. 현대에 들어서는 주로 표정 근육의 활동이 일으키는 효과에 집중해서 연구하고 있어. 표정이 감정을 강하게 하거나 약하게 만드는지, 없던 감정을 새로 만들어 내는지가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란다.
진짜 웃음이 행복을 가져온다
2001년 미국의 리안 하커 박사와 대처 켈트너 박사는 30년 전 대학교 졸업 앨범에 찍힌 여성들의 모습을 연구했다. 졸업 앨범 사진 속에서 진짜 웃음을 지은 여성과 가짜 웃음을 지은 여성을 구분한 뒤 현재 얼마나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진짜 웃음을 지었던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행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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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면서 보면 더 재밌어
안면 피드백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실험이 이루어졌다. 그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이 연필을 입에 물고 영화를 본 후 재미를 평가하는 실험이었다. 이 실험에서는 사람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이로 연필을 물게 했고 다른 한 그룹은 입술로 물게 했다. 연필을 이로 물면 웃는 것과 같은 표정이 되고, 입술로 물면 찌푸린 얼굴이 된다. 그 상태에서 별로 감정을 자극하지 않는 영화를 보여 준 뒤 재미를 평가하게 했다. 그 결과 이로 연필을 물고 영화를 본 사람들이 영화가 더 재미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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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표정을 얼마나 잘 읽을까?
우리는 표정을 얼마나 잘 읽을까? 여기 분노, 슬픔, 공포, 놀람, 경멸, 행복의 6가지 기본 감정에 해당하는 표정 사진이 있다. 각각의 사진이 어떤 감정에 해당하는지 맞혀 보자. 정답은 40쪽에~.
표정, 이렇게 활용해요!
이제 마지막으로 표정과 관련된 기술을 소개해 줄게. 표정이 강력한 의사소통 수단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들은 표정을 이용해 여러 가지 유용한 장치를 만들고 있어. 예를 들어, 사람이 웃는 표정을 지을 때 사진을 찍는 ‘스마일샷’과 같은 기술은 이미 디지털카메라에 적용되었지.
이런 기술은 앞으로 더욱 많은 분야에 쓰이게 될 거야. 기계가 사람의 표정을 인식한다면 노약자나 장애인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가전제품을 만들 수 있거든. 나아가 표정으로 주인의 기분을 파악하고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가사 도우미 로봇도 만들 수 있을 거야. CCTV에 찍힌 사람의 표정이 꼭 범죄를 저지를 것처럼 보인다면 추적하거나 저장해 둘 수도 있지.
한편, 표정을 재현하는 기술은 사람처럼 감정을 표현하는 로봇이나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데에도 쓰일 수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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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칵! 웃고 계시는군요~
포항공과대학교의 김대진 교수는 표정 근육의 변화를 감지해 표정을 인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로는 기쁨, 화남, 놀람, 무표정의 네 가지 표정을 구분할 수 있다. 이전의 기술로는 극단적인 표정만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김대진 교수는 ‘모션 증폭’기술을 이용해 미세한 표정 변화를 인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먼저 사람이 표정을 지을 때 이용하는 근육의 위치를 27개의 점을 찍어 구분한다. 그리고 표정을 지을 때 점의 움직임을 읽으면 어떤 표정인지 알 수 있다.
한국인의 표정이 다 모였다
지난 2000년 연세대학교 인지과학연구소는 한국인의 대표적인 표정 83개를 모은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다. 여기에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캡처한 표정 1000여 장과 연극배우 6명이 각각 지어 보인 83개의 표정 사진 약 500장이 들어 있다.
이 표정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사람의 표정을 재현하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가로는 불쾌함과 기분 좋은 정도를 나타내며, 세로는 들뜬 상태인지 나른한 상태인지를 가리킨다. 가로와 세로에 적당한 수치를 입력하면 그에 해당하는 사람의 표정이 나타나는 프로그램이다. 앞으로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내 설명을 듣고 나니 이제 표정의 중요성을 알겠지? 표정은 뛰어난 의사소통 수단이면서 반대로 우리의 기분을 만들어 주기도 해.
미래에는 사람의 표정을 인식해 기분에 맞는 음악을 틀어 주는 장치가 나올 수도 있고, 손님의 표정을 읽고 물건을 골라 주는 점원 로봇이 나올지도 몰라. 이처럼 표정을 이용할 가능성은 무궁무진해. 또 어떻게 표정을 활용할 수 있을까? 여러분도 한번 생각해 보렴~.
어젯밤에 정말 무서운 꿈을 꾸었어. 밤새 귀신이나 괴물에게 쫓겨 다녔냐 하면 그건 아니야. 나를 벌벌 떨게 한 건 바로 무엇 하나가 없는 세상이었단다. 고작 그것 하나만 없을 뿐인데도 가족이나 친구들이 마치 귀신처럼 보이더라니까.
그게 뭐냐고? 내가 힌트를 줄게. 웃어도 웃는 게 아니고, 울어도 우는 게 아닌 그런 얼굴로 가득한 세상. 사라진 건 바로 표정이었어. 표정 하나 없을 뿐인데 사람들이 그렇게 무서워 보일 줄이야. 도대체 표정이 뭐기에 이런 거야? 누가 속 시원히 좀 알려 줘~!
표정으로 말해요
짜잔~! 표정에 대해 알고 싶다면 내가 설명해 주지. 내가 누구냐고? 난 예명이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기 위해 ‘어린이과학동아’가 파견한 특별 기자 ‘스마일’이야. 굳이 내 소개를 안 해도 얼굴을 보면 바로 알 수 있을 거야. 왜냐하면 난 언제나 웃는 표정을 하고 있거든.
나처럼 활짝 웃는 얼굴을 보면 내 기분이 아주 좋다는 걸 금세 알 수 있지? 이게 바로 표정의 힘이란다. 다른 사람의 표정을 보면 말을 하지 않아도 그 사람이 즐거운지, 우울한지, 화가 나 있는지 알 수 있어. 만약 표정이 없다면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을 거야. 예명이가 꿈에서 본 그 세상이 무서웠던 이유지.
억지로 감추지 않는 한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곧바로 얼굴에 표정으로 드러나게 되어 있어. 언어가 없었던 선사 시대에 얼굴에 드러나는 표정은 친근감이나 위협, 복종 등의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해서 생존가능성을 높여 주었지. 이처럼 표정은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발달했단다. 심리학자들은 사람이 느끼는 기본 감정을 크게 6~10가지로 나누고 있어. 분노, 슬픔, 공포, 놀람, 경멸, 행복 등이지. 이런 기본 감정의 세기와 조합에 의해 여러 가지 감정이 나타나는 거야. 또한 사람의 얼굴에는 40여 개의 근육이 있어서 미묘한 감정을 표정으로 만들 수 있단다. 그래서 어떤 동물보다 다양하고 복잡한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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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 아래 감춰진 표정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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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얼굴 피부 아래에는 표정근이라고 하는 근육이 있어. 이 근육은 수축하거나 늘어나면서 피부를 움직이거나 주름을 잡아 표정을 만드는 역할을 해. 단 몇 개의 표정근을 가지고도 수천 가지의 표정을 지을 수 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지?
표정은 만국공통어?
그런데 궁금한 게 있어. 사람마다 표정이 제각각인 것 같아도 난생 처음 보는 사람의 표정을 읽는 건 어렵지 않거든. 왜 그런 거지?
참 좋은 지적이야! 예명이 말대로 처음 보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 사람의 표정을 보면 기분이 어떤지 알 수 있지. 그러면 표정은 누구나 똑같은 걸까?
진화론을 주장한 찰스 다윈은 사람의 표정은 나라나 인종에 상관없이 모두 똑같다고 주장했어. 진화를 하면서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인 표정
이 만들어졌다는 것이지. 하지만 다윈의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어. 아기가 자라면서 부모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표정이 어떤 감정을 나타내는지 배운다는 거야. 이 후 둘 중 어떤 이론이 맞는지 알아 내기 위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어. 그 결과 지금은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인 기본표정이 있다는 이론이 인정받고 있단다.
표정은 타고나는 거야
표정이 타고나는 게 아니라 배우는 거라면 태어날 때부터 앞을 보지 못하는 맹인의 표정은 어떨까? 연구 결과 다른 사람의 표정을 한 번도 보지 못한 맹인도 기쁘거나 슬프거나 화가 날 때 짓는 표정은 시력이 정상인 사람과 비슷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같은 가족끼리는 표정이 더욱 비슷했다. 따라서 표정을 만드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가 있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원시인도 현대인도 똑같아
1967년 미국의 심리학자인 폴 에크만은 파푸아뉴기니에 사는 포레족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포레족은 영화나 TV는 물론 사진도 없었기 때문에 백인들의 표정을 본 적이 거의 없는 사람들이었다. 에크만은 포레족에게 백인의 얼굴이 찍힌 사진을 보여 주며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물어 보았다. 그 결과 포레족의 대답은 미국인이 한 대답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포레족은 처음 보는 백인의 표정을 읽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학습이나 문화에 의한 차이가 전혀 없다는 건 아니야. 개인의 성격이나 환경에 따라 표정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도 사실이란다. 예를 들어, 감정을 확실하게 표현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가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감정을 표정으로 더 잘 표현한다고 해.
문화에 따른 차이도 있는데, 우리나라나 일본 같은 동양 나라에서는 얼굴에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도록 배우기 때문에 표정이 약한 편이야. 반대로 서양인들은 감정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에 표정도 뚜렷해. 우리가 보기에 서양인들의 표정이 과장돼 보이는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야
Quiz
동물의 표정은 사람과 비슷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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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보다는 훨씬 단순하지만 동물도 표정을 짓는다. 특히 침팬지와 같은 영장류는 다른 포유류보다 훨씬 다양한 표정을 짓는다. 침팬지의 표정은 사람과 비슷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그러면 위 그림을 보고 침팬지의 기분이 어떤지 알아맞혀 보자. 정답은 40쪽에~.
이런 표정, 눈에 확 들어와요!
아기에게 무서운 표정을 보이면 아기가 울고,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보이면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있지? 표정 짓는 법을 태어나면서부터 아는 것처럼 기본적인 표정을 읽는 능력도 타고 나는 거야. 표정을 읽는 능력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좋아져. 10살 정도가 되면 어른과 비슷하게 미묘한 표정까지도 읽을 수 있단다.
표정을 읽지 못하면 다른 사람의 기분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살아가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흔히 주위에서 눈치가 없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 사람이 있다면 한 번 유심히 살펴보렴. 다른 사람의 표정을 읽는 데 능숙하지 못한 사람일 수 있거든.
그러면 표정은 어떻게 읽을까? 표정은 눈썹, 눈, 코, 입과 같은 얼굴의 주요 부분이 움직이면서 만들어져. 그 중에서 우리가 다른 사람의 표정을 볼 때 가장 주목하는 곳은 눈이야. 그 다음으로 많이 보는 곳이 입이지. 눈과 입의 변화만 보면 어느 정도 표정을 알 수 있어. 눈꼬리와 입꼬리 사이가 멀어지면 불쾌하다는 뜻이야. 반대로 짧아지면 기분이 좋다는 뜻이지. 그리고 눈과 입의 크기가 커지면 들떠 있는 상태이고, 줄어들면 나른한 상태지.
물론 모든 표정이 이렇게 단순하게 읽히는 건 아니야. 우리가 다른 사람의 표정을 읽는 과정에는 여러 가지 재미있는 비밀이 숨어 있단다.
말을 못하면 눈치가 더 빠르다
뇌가 손상되어 말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실어증 환자는 보통 사람보다 표정을 더 잘 읽는다. 실어증 환자와 보통 사람을 대상으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을 골라 내는 실험을 한 결과, 보통 사람은 약 50%, 실어증 환자는 약 70%의 정확도로 거짓말을 골라 냈다. 뇌가 손상된 부위의 기능을 스스로 보완하는 과정에서 표정을 읽
는 능력이 좋아진 것이다.
화난 표정이 눈에 띄네~
여러 가지 표정의 사진을 섞어 놓고 보여 주었을 때 화난 표정이 가장 눈에 빨리 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화가 난 사람은 위협적인 존재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화난 표정을 빨리 알아보도록 진화한 결과다. 특히 여성보다는 남성의 화난 표정이 눈에 더 잘 띄었다. 이것은 여성보다는 남성이 육체적으로 더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오른쪽 얼굴에 더 신경 쓰세요~
사람의 뇌는 좌뇌와 우뇌로 나뉘어 있다. 사람의 얼굴을 볼 때 보통 시야의 왼쪽 정보는 우뇌가, 오른쪽 정보는 좌뇌가 처리한다. 그런데 표정은 우뇌에서 더 잘 인식한다. 따라서 누군가의 얼굴을 볼 때 우리는 그 사람의 오른쪽(우리가 볼 때는 왼쪽) 얼굴에 더 주목하게 된다. 웃는 얼굴과 무표정한 얼굴을 반씩 잘라 붙인 사진을 만들었을 때, 우리는 그 사람의 오른쪽 얼굴에서 받은 인상으로 전체 인상을 판단하기 쉽다.
Quiz
나는 표정을 얼마나 잘 읽을까?
우리는 표정을 얼마나 잘 읽을까? 여기 분노, 슬픔, 공포, 놀람, 경멸, 행복의 6가지 기본 감정에 해당하는 표정 사진이 있다. 각각의 사진이 어떤 감정에 해당하는지 맞혀 보자. 정답은 40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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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은 거짓말을 못해요
우와~, 표정에 이렇게 많은 비밀이 숨어 있을 줄이야! 후훗. 이런 내용을 알고 나니 앞으로 다른 사람에게 나의 좋은 표정만 보여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워워워~. 거기서 잠깐! 아쉽지만 그럴 수는 없어. 가짜 표정을 지어 내는 건 생각보다 어렵거든. 거짓으로 어떤 감정에 대한 표정을 지어 보여도 대부분은 진짜 마음에서 우러나 짓는 표정과는 다르단 말이야. 가짜 표정을 지을 때는 보통 얼굴의 좌우 움직임이 완전히 똑같지 않거든. 얼굴의 위쪽보다는 아래쪽을 더 많이 움직이는 특징도 있어. 또한 가짜 표정은 표정을 지었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진짜 표정보다 길어.
그러면 사람들이 평소에 많이 짓는 가짜 웃음에 대해 알아볼까? 가짜 웃음과 진짜 웃음의 차이는 이미 100여 년 전에 연구가 이루어졌어. 프랑스의 신경학자인 뒤셴 드 브로뉴는 가짜로 웃을 때는 눈 주위의 근육인 눈둘레근이 움직이지 않고, 진짜 기분이 좋아서 웃을 때는 눈둘레근이 움직인다고 주장했지.
한편, 표정을 보면 거짓말도 알 수 있어. 거짓말을 할 때는 뭔가를 꾸며 내야 하기 때문에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거든. 그러면 감정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어서 자기도 모르게 표정이 평소와 달라지는 거야.
거짓말, 안 통해!
보통 거짓말을 할 때는 죄책감 때문에 평소와 다른 표정이 나타난다. 그 변화를 알아 낼 수 있다면 참말인지 거짓말인지 판단할 수 있다. 거짓말을 할 때는 얼굴에 어떤 표정이 나타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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❶ 시선이 불안정하거나 좌우 위를 향한다.
거짓말을 할 때는 마음이 불안한 상태기 때문에 눈동자가 이리저리 움직이기 쉽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뭔가를 꾸며 내고 있을 때 시선은 오른쪽이나 왼쪽 위로 향할 때가 많다.
❷ 한쪽 입가만 움직이거나 한쪽 눈꼬리만 올라간다.
거짓말을 하면서 가짜 표정을 만들어 낼 때는 가짜 표정의 특징이 나타난다. 즉, 좌우가 똑같이 움직이지 않고 어느 한쪽만 두드러지게 움직이는 것이다.
❸ 얼굴이 붉어진다.
거짓말을 들키지 않으려는 불안감 때문에 평소보다 맥박이 빨라지고, 피가 몰리기 때문에 얼굴이 붉어진다.
이렇게 거짓말을 할 때의 표정 변화를 눈여겨보면 거짓말을 알아 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표정 변화는 아주 작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닌 사람은 눈치채기 어렵다. 그러니 함부로 친구를 거짓말쟁이로 몰지는 말 것! 또한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은 죄책감도 없기 때문에 이런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단순히 표정만으로 거짓말을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표정으로 테러범을 잡는다
표정을 잘 읽으면 범죄를 저지르려는 사람을 미리 찾아 낼 수 있다. 테러와 같은 큰 범죄를 저지르기 직전에는 표정이 자기도 모르게 변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폴 에크만은 미리 계획한 테러를 실행할 때 테러범은 입꼬리 한 쪽이 올라가거나 입을 굳게 다문 채 뚫어지게 목표물을 겨냥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즉석에서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지를 때는 눈을 치켜뜨면서 입을 벌린다는 것이다.
표정이 기분을 만들어요
음~. 표정을 감추는 건 어렵구나. 표정의 위력이 그렇게 센 줄 몰랐어.
하하. 표정이 얼마나 강력한데~. 내가 다른 사례를 들어 주지. 흔히 웃으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하잖아. 그런데 그 말에도 근거가 있단다. 프랑스의 심리학자 로버트 자종크는 어떤 표정을 짓느냐에 따라 감정이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했어. 이것을 ‘안면 피드백 가설’이라고 해. 억지로 어떤 표정을 지으면 그 표정에 맞는 감정이 생긴다는 이론이야. 즐겁지 않아도 웃는 표정을 하고 있다 보면 전보다는 조금 더 즐거워진다는 거지. 학자들은 표정 근육이 움직이면 신경을 통해 뇌에 어떤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런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어.
이 이론과 비슷한 이야기를 가장 처음 한 사람은 찰스 다윈이었어. 다윈은 신체의 변화가 감정에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했지. 현대에 들어서는 주로 표정 근육의 활동이 일으키는 효과에 집중해서 연구하고 있어. 표정이 감정을 강하게 하거나 약하게 만드는지, 없던 감정을 새로 만들어 내는지가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란다.
진짜 웃음이 행복을 가져온다
2001년 미국의 리안 하커 박사와 대처 켈트너 박사는 30년 전 대학교 졸업 앨범에 찍힌 여성들의 모습을 연구했다. 졸업 앨범 사진 속에서 진짜 웃음을 지은 여성과 가짜 웃음을 지은 여성을 구분한 뒤 현재 얼마나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진짜 웃음을 지었던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행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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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면서 보면 더 재밌어
안면 피드백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실험이 이루어졌다. 그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이 연필을 입에 물고 영화를 본 후 재미를 평가하는 실험이었다. 이 실험에서는 사람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이로 연필을 물게 했고 다른 한 그룹은 입술로 물게 했다. 연필을 이로 물면 웃는 것과 같은 표정이 되고, 입술로 물면 찌푸린 얼굴이 된다. 그 상태에서 별로 감정을 자극하지 않는 영화를 보여 준 뒤 재미를 평가하게 했다. 그 결과 이로 연필을 물고 영화를 본 사람들이 영화가 더 재미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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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표정을 얼마나 잘 읽을까?
우리는 표정을 얼마나 잘 읽을까? 여기 분노, 슬픔, 공포, 놀람, 경멸, 행복의 6가지 기본 감정에 해당하는 표정 사진이 있다. 각각의 사진이 어떤 감정에 해당하는지 맞혀 보자. 정답은 40쪽에~.
표정, 이렇게 활용해요!
이제 마지막으로 표정과 관련된 기술을 소개해 줄게. 표정이 강력한 의사소통 수단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들은 표정을 이용해 여러 가지 유용한 장치를 만들고 있어. 예를 들어, 사람이 웃는 표정을 지을 때 사진을 찍는 ‘스마일샷’과 같은 기술은 이미 디지털카메라에 적용되었지.
이런 기술은 앞으로 더욱 많은 분야에 쓰이게 될 거야. 기계가 사람의 표정을 인식한다면 노약자나 장애인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가전제품을 만들 수 있거든. 나아가 표정으로 주인의 기분을 파악하고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가사 도우미 로봇도 만들 수 있을 거야. CCTV에 찍힌 사람의 표정이 꼭 범죄를 저지를 것처럼 보인다면 추적하거나 저장해 둘 수도 있지.
한편, 표정을 재현하는 기술은 사람처럼 감정을 표현하는 로봇이나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데에도 쓰일 수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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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칵! 웃고 계시는군요~
포항공과대학교의 김대진 교수는 표정 근육의 변화를 감지해 표정을 인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로는 기쁨, 화남, 놀람, 무표정의 네 가지 표정을 구분할 수 있다. 이전의 기술로는 극단적인 표정만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김대진 교수는 ‘모션 증폭’기술을 이용해 미세한 표정 변화를 인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먼저 사람이 표정을 지을 때 이용하는 근육의 위치를 27개의 점을 찍어 구분한다. 그리고 표정을 지을 때 점의 움직임을 읽으면 어떤 표정인지 알 수 있다.
한국인의 표정이 다 모였다
지난 2000년 연세대학교 인지과학연구소는 한국인의 대표적인 표정 83개를 모은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다. 여기에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캡처한 표정 1000여 장과 연극배우 6명이 각각 지어 보인 83개의 표정 사진 약 500장이 들어 있다.
이 표정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사람의 표정을 재현하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가로는 불쾌함과 기분 좋은 정도를 나타내며, 세로는 들뜬 상태인지 나른한 상태인지를 가리킨다. 가로와 세로에 적당한 수치를 입력하면 그에 해당하는 사람의 표정이 나타나는 프로그램이다. 앞으로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내 설명을 듣고 나니 이제 표정의 중요성을 알겠지? 표정은 뛰어난 의사소통 수단이면서 반대로 우리의 기분을 만들어 주기도 해.
미래에는 사람의 표정을 인식해 기분에 맞는 음악을 틀어 주는 장치가 나올 수도 있고, 손님의 표정을 읽고 물건을 골라 주는 점원 로봇이 나올지도 몰라. 이처럼 표정을 이용할 가능성은 무궁무진해. 또 어떻게 표정을 활용할 수 있을까? 여러분도 한번 생각해 보렴~.